크로아티아 여행기 [유철의 유럽방랑기] -1

앞으로 영국에서 유학 중인 이유철씨가 유럽에서의 여행과 유학생활에 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을 올릴 예정입니다. 웹진 게재에 흔쾌히 허락해 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은 앞으로 유럽 곳곳의 사진과 더불어 사람 사는 이야기가 활력있게 펼쳐지는 지면을 마주하실 있을 겁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사진출처 : 이유철 페이스북

이스트라 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풀라Pula는 그동안 내가 거쳐 온 ‘마을’에 비하면 ‘도시’에 가깝다. 엄청난 크기 아우구스투스 성전과 풀라 아레나는 과거 찬란했던 풀라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개발도상국들이 그러하듯 풀라 아레나 넘어 보이는 수 많은 크레인들과 현대식 항구는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군데 군데 위치한 클럽들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보다 그 동안 지나쳐 온 조용한 테라스를 가진 카페를 그립게 만든다. 거짓말 아님…ㅎ

사진출처 : 이유철 페이스북

그렇게 지나쳐 온 ‘마을’들을 그리워 하며 걷는데, 저 멀리 교회 앞 작은 광장에서 꼬마들이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날씨가 꽤나 덥지만, 아이들은 열심히다.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가만있기 어렵다. 나는 말도 없이 자연스레(?) 아이들 공간에 침범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 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웬 낯선 동양인의 공을 뺏기 위해 하나 둘씩 좇아 온다.

 

사진출처 : 이유철 페이스북

 

몇 분이나 뛰었을라나? 땀이 비오듯 하고,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날씨가 25도나 되지만 자외선 알러지가 있는 나는 옷을 벗지 못한다. 지쳐 길바닥에 누워버린 나를 보고 아이들이 웃는다.

“아저씨 저기 그늘에 누우세요”

꽤 유창한 영어로 내게 말하는 이 꼬마는 시몬이다. 2달 여전에 수도 자그레브에서 이사 온 시몬은 이 동네 똘똘이로 통한다. 영어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이 쉬지 않고 자랑한다.

“어, 아저씨도 영어하네? 있잖아요, 시몬은 우리 학교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구요, 그리고, 그리고.. 뭐였더라? 맞아, 수학도 엄청 잘해요!”

여기에서 가장 덩치가 큰 마테오는 마치 자기 일인양 자랑하듯 목소리에 힘을 주며 내게 말했다. 쑥스러운 듯 구석에 한 여학생이 크로아티아어로 시몬에게 말한다. 그러자 시몬은

“아, 이 친구는 사라인데요, 영어를 잘 못해요. 그래서 뭐라고 하는지 묻는거에요.”

그러자 마테오는 사라에게 다시 크로아티아어로 무슨 이야기를 하더니 곧장 도망친다. 얼굴이 빨개진 사라는 곧장 마테오를 쏘아보더니 그를 뒤쫓는다. 놀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러자 여기에서 가장 키가 작은 디노는 내게

“그게 아니구요, 사라가 요즘 사랑에 빠졌는데요, 방금 마테오가 자신의 이름이 사라가 좋아하는 남자애 이름이랑 같다고 이야기 한 거에요”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으며 상기된 얼굴의 사라를 바라봤다. 그냥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마테오도 사라를 좋아하는 듯 보였다. 새하얀 피부에 아드리아 해처럼 맑고 파란 눈을 가진 사라는 전형적인 크로아티아 여인이다. 그녀는 운동을 좋아하는 듯 보였고, 잠시 같이 뛰어 보니 실제 웬만한 남학생들보다 축구를 잘하는 듯 했다. 그런 사라는 친구들 사이에서 여자사람친구를 가장한 모두가 흠모하는 인기녀인 듯 했다.

마테오와 사라를 보고 있노라면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무척이나 부끄럼 많았던 나, 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다. 나는 7층, 그녀는 11층이었다. 그녀와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거나,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탈 때면 어찌나 떨리던지.. 숨을 못 쉴지경이었다. 그렇게 몰래 몰래 그녀를 흠모하던 중 내 마음을 전한건 내가 아닌 제 3자였다. 그녀도 나도 방문 학습지을 했었는데,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걸 알아차린 방문교사는 오작교가 되어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을 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도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입이 귀에 걸린 나를 보고선 방문학습지 선생님이 어찌나 웃던지. 그 때 나를 바라보던 선생님 마음이 내가 사라와 마테오를 바라보며 드는 그런 마음이었을까? 그냥 마냥 이쁘기만 하다. 그리고 덩치만 큰 마테오가 아주 소심하게, 그리고 수줍게 사라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에 내 마음이 설렌다.

“근데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관광객이에요? 아시아인인데 영어를 어떻게 해요?”

그녀는 엘리다. 그녀는 키가 작고, 하지만 다부진 체격을 지닌 아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아시아인과 대화하는게 처음이라고 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관광객 상대로 장사하지 않는 이상 그들 인생에 대화해본 아시아인은 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들의 눈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박사 공부를 하는 학생이고 영국에 있다고 하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 졌다. 그리고는 뒤에 있던 마르코를 불렀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뭐라 이야기 하더니 갑작스레 내 앞에서 시퍼렇게 멍든 무릎과 넘어져 생긴 상처로 보이는 발뒷굼치를 내게 보였다.

“아저씨, 얘 농구하다 다쳤어요. 괜찮아 보여요?”

아마도 이친구들에게 영어 닥터가 의사로 이해 되었나 보다. 내가 다시 설명하자, 이제는 내가 정치인 지망생이 되어 있는 듯 싶었다. 아니라고 설명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이지 않았다. 내 영어실력이 문제일까? 여튼 나는 이야기를 돌렸다. 그들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얘들아, 너희들은 커서 뭐 하고 싶어? 꿈이 뭐니?”

아이들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싶어요. 그리고 영국도 가보고 싶어요! 영국에서 공부해 보고 싶어요”
“저는.. 슈케르 같은 축구선수가 될거에요! 돈도 많이 벌고, 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고.. 부모님이랑 넓은 집에서 살고싶어요!”
“저는 학교 선생님이요! 우리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저는.. 배를 탈거에요! 바다가 좋아요.”
“저는 아저씨처럼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탐험가가 될거에요. 영국 가보고 싶어요! 영국은 어때요? 좋아요?”
“마르코, 아저씨는 그냥 여행객이야. 탐험가가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여행은 탐험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어. 탐험가는 북극같은 곳을 가는 거란 말이야.”
“그런가? 하여튼 나는 탐험가 할래!”

사진출처 : 이유철 페이스북

티격태격하며 떠듬떠듬한 영어로 내게 말한다. 그들의 꿈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의사가 되고 싶은 시몬은 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게 싫고 게다가 아픈 동생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한다. 의사가 되면 동생도 고치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필요도 없기 때문에 의사가 되고싶다고 했다. 작은키 다부진 체격의 엘리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 그저 넓은 집에서 가족이 화목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집안이 그다지 화목하지 않은 디노는 학교 선생님이 부모님 같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도 선생님이 되어 자신같은 아이들을 보살피고 싶다고 했고, 아버지가 어부인 마르코는 아버지랑 배타러 나가는 게 좋다고 한다. 덩치가 산만한 마테오는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해외에는 어떻게 사는지, 뭐가 있는지가 궁금해서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각자의 사연, 각자의 꿈. 하나같이 그들은 하고 싶은게 많다. 조금만 더 물어보면, 또 다른 미래, 자신의 꿈을 그린다. 하고 싶은게 너무나도 많고, 세상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내게 묻는다.

“한국은 어디에 있어요?” “중국하고 달라요?” “한국은 영어 써요? 아니면 중국말?” “영국은 좋아요? 옥스포드 가보셨어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그것을 상상하면 마냥 즐겁고, 장미빛인 이 꼬마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없이 때묻은 나를 발견한다. 하고 싶은 것 보다 할 수 있는 것, 되고 싶은 것 보다 될 수 있는 것, 나의 미래와 꿈을 상상하면 눈 앞이 캄캄해 질 수밖에 없는 현실. 그들의 행복한 미소와 상상이 나에겐 그리 많지 않다.

사진출처 : 이유철 페이스북

크로아티아에 오기 전, 나는 슬로베니아 서부를 크게 한 바퀴 돌며 여행 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인 대학생 한 명을 만났다. 언론을 전공하는 대학교 2학년 학생이자, 휴학생인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요리를 그만두기 작정하고 그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긴 여행길에 올랐다고 한다. 지방대를 다니는 자신에게 부모님이 바라는 그리고 부모님이 걸어온 그 ‘평범’한 길은 사실 어렵다며, 그리고 자신은 요리가 너무 좋지만 인정받기 어려울 것 이라며, 그래서 이를 잊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 방도를 찾기 위해 두 달간의 여행을 떠나 왔다고 했다.

그와 같은 도미토리에서 묵게된 나는 율리안 알프스에서 셀수 없이 많은 별이 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밤새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단어들을 주고 받았지만, 그는 내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조언하지 못했다. 어쩌면 정해진 삶을 수용하느냐 마느냐만 남았다는 것을 둘 다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조선 땅에서의 삶은 만족하는 삶이라기 보다 생존해야 하는 삶이라는 것을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밤새 마신 술과 오랜 여독에 실신한 듯 잠들어 있는 그에게 편지 한 통 남기는 것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위로의 전부 였다.

‘…. 00군, 아직 젊어요. 하고 싶은 것 한 번 해봐요. 응원 할게요. 좋은 여행되길…..’

새빨간 거짓말. 물론 응원한다. 그리고 그가 하고싶은 것을 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선택이 무엇이 될지 나도, 그도 알고 있다. 게다가 하고 싶은게 뭔지도 모르는 내가,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는지도 모르는 내가 그에게 하고 싶은 것 하라는 조언이 가당키나 한가? 오히려 그건 아마도 내게 하는 말일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도통 책이 읽히지 않는다. 게다가 글쓰기를 할 때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그건 아마도 물리적인 문제만은 아닐터, 최근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면역성 질환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제 원형탈모까지 생겼으니.. 이제 내게서 이유를 찾아야만 한다. 다시 내게 묻는다.

‘유철아, 공부하는게 즐겁니? 왜 공부를 그토록 하려고 하니?’

나이라는 것은 내게 이런 질문을 묻게할 만큼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내 안에서 찾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헛된 나이가 되지 않을까? 이 여행에서 찾고 싶은 것, 내가 욕망하는 것을 찾아야지.

우물쭈물 하던 사라가 내게 말한다.
“저는 운동하는게 좋아요. 남들 보다 잘 하는게 많지 않은데 운동은 남들 보다 잘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뛸 때 가장 행복해요.”

사라가 대답하자, 마테오가 옆에서 외친다.
“마테오랑 결혼할거 아니야?”

그렇게 마테오는 다시 또 이곳 광장을 한 바퀴 돌고, 사라는 놀리는 것이 마냥 싫지 않은 듯 천천히 그를 쫓는다. 그리고 다시 각자 내 옆에 앉는다. 그들이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떻게 기억할지도 모르겠으나, 이 시간 나는 그들과의 기억이 행복하다. 그리고 짧지만 잊혀질 것 같지도 않다. 나를 뒤돌아 보게 한 그들의 꿈들과 그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는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한다.

 

사진/글 :  이유철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uchul83)

섦 – 가보는 것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9

가보는 것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유리알처럼 투명해지기를 바라지만

보석처럼 빛나기도 전에 흔들릴 때가 있지만

그런대로 흔들리지 않고 싶지만

기울어가는 해처럼 기울어지지만

바스락거리는 해를 잡아보고도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시간의 상념을 붙잡고 싶지만

그렇게 살아지지만

다시 본래의 세계로 물들어가지만

시작의 습관을 붙잡고 싶지만

잠을 청하는 마을의 언덕위에 부는 바람을 잡아보고 싶지만

가을 빛 고스란히 어깨위에 웃음을 떨어뜨리는

그녀의 그림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세계로 보내지만

경험하지 못한 공간으로 인도하지만

끝까지 쌓아 가보는 것이다.

 

2017. 4. 13.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평이의 궁시렁]

나, 다니엘 블레이크

사진출처 : http://creativeyoo.tistory.com/72

 

갑작스런 심장질환 때문에 40년 경력의 목수는 일을 할 수 없고, 그래서 그 훌륭한 복지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질병수당을 신청한다. 늘 그렇듯 그 훌륭한 복지시스템은 관료주의 행정 절차에 따라 언제나 규정과 원칙을 지키며 사람들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질병수당 신청에서 탈락된 다니엘 블레이크.

자신의 심장질환을 국가에 증명해야 생존을 유지할 수 있고, 당장의 먹거리와 생존을 위해 구직수당이라도 신청해야 하는 상황. 연필 세대인 우리 목수는 인터넷과 자동응답전화가 너무 낯설다.

이에 비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평범하고 정직한 40년 경력의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는 정작 현대의 복지 시스템에는 적응할 수가 없다.

 

나, 평이도 이 주인공처럼 많이 늙어 인터넷과 자동응답전화에 적응 못하는 세대는 아니지만, 오늘따라 아니 요즘의 나의 상황과 맞물려 너무나 공감이 간다.

가방끈만 길어 강단에선 자신이 교수라도 되는 듯이 살아가지만 정작 파리 목숨에 불과한 보따리장수인 시간강사.

너무 쪽팔린 상황이라 대놓고 얘기도 못하게 짤린 나의 지금 상황은 다니엘 블레이크의 영화 속 상황과 오버랩 된다. 성적입력 기간이 하루 늦었다고 아무런 소명 기회조차도 받지 못한 채 1년 동안 모교에서 강사 위촉을 받을 수 없는 상황. 말이 좋아 제재이지 이건 그냥 해고나 마찬가지다.

사진 출처 : 모 대학에 서 2016년부터 새로 변경된 규정 중에서 캡쳐

교수와 전임강사들은 나름 봉사점수 감점 등으로 실직의 위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제재를 가하면서, 정작 시간강사는 1년 동안의 강사 위촉 금지라는 어마무시한 규정을 참 손쉽게도 시행하는 대학. 난 이런 대학에서 대체 그동안 무엇을 하면서 그리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쳐왔던 것일까?

정말 바보가 따로 없다. 아마 오늘날 전태일이 만들었던 ‘바보회’를 제일 먼저 조직해야 하는 직종이 있다면, 시간강사가 1순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다.

바보 시간강사, 평이.  이게 바로 나의 현 상황이란 걸 뼈져리게 느낀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내게 싸워야 한다는 걸 일깨워 준다. 다니엘 블레이크가 얼핏 소심해 보이지만 실상 매우 담대하게 일자리 지원센터 벽에다 낙서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입장을 알리려 했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어떻게 내 삶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 시대의 영웅이란 아마 블레이크 같은 우리 소심한 인간들의 외침 속에서 출현할 것이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고민이다. 이미 정신승리법을 터득한 듯이 1년이라는 안식년(?)에 감사하며 견디고 있지만, 맘 속에서는 불길이 치솟는다. 그래도 아직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하물며 일본의 ‘아베’도 해낸 연금 통합 우리도 해내자![썩은 뿌리 자르기]

아래 글은 회원이 자발적으로 투고한 글입니다.  약소하지만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되며, 글의 주장은 전적으로 필자의 입장입니다. 


 

하물며 일본의 아베도 해낸 연금 통합 우리도 해내자!

:김형모가 쓴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나태영

소득대체율 학살의 한국현대사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가입자가 4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냈을 경우 나중에 자신이 벌던 월급의 몇 프로를 매달 연금으로 받는 것을 이른다. 쉽게 말해서 내가 40년간 한 달에 200만원을 벌어서 매달 수입에 맞게 정해진 국민연금 보험료를 40년간 냈다면 소득대체율이 50프로 경우 죽을 때까지 매달 100만원을 받는다. 20년간 냈다면 소득대체율이 50프로 경우 죽을 때까지 매달 50만원을 받는다.

1977년 노태우 정부 때 소득대체율은 70프로였다. 첫 번째 학살은 김대중 정부 때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던 1997년 행해졌다. 나라 전체 재산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든 때이니 이해가 된다. 소득대체율이 60%로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여야는 60%였던 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10% 낮추고, 2009년부터 2028년까지 20년 동안은 매년 0.5%씩 낮춰 40%로 하기로 법을 고쳤다. 국민연금 지급 개시연령도 원래 60세였지만 2013년부터 5년 단위로 1세씩 올려 2033년에는 65세가 된다.

국민연금 대상자는 호구? 특수직연금 대상자는 정승?
2017년 현재 국민연금 보험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다. 2014년 국회에서 새누리당 인간들이 억지로 막아서 그리되었다. 국민연금 대상자들은 이래저래 국가로부터 버림받는데 공무원, 학교 선생님, 군인 등 특수직연금 대상자들은 국가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2013년 기준 … 48만 명의 공무원 등 특수직연금 수령자가 받는 연금액은 총 15조원이고, 나머지 750만 명(일부 중복수령 포함)이 넘는 국민연금 및 기초연금 수령자가 받은 연금액은 17조 1천억원이다.’(『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58쪽)

특수직연금 대상자들은 대체로 길게 일한다. 월급도 조금씩 더 늘어난다. 2017년 현재 젊은 층에서 교직원, 공무원, 직업군인이 되려고 안달하는 까닭중 가장 큰 까닭은 수명은 90대 전후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기타 직업으로는 45세 이후가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같은 국민연금 대상자들은 한 직장에서 또는 한 업종에서 저들보다 더 짧게 일한다. 매달 버는 돈은 대략 45세 이후부터 팍 줄어든다. 반대로 들어갈 돈은 더 늘어난다. 나는 우리 나이로 올해 쉰 넷이다. 딸 쌍둥이가 지금 고3이다. 나는 재작년 연봉 약 1천 5백 만원, 작년 연봉 약 2천 만원, 올해는 운 좋게 1월부터 3월까지 한 달에 250 만원 정도 벌었다. 한울님! 고맙습니다.

우리 형은 91년부터 어린이(초등)학교 선생님 일을 했다. 두 딸 중 큰 딸은 올해 졸업했다. 둘 대학 등록금은 무이자 대출로 월 80만원씩 갚기로 했단다. 무이자 대출이라 나는 많이 부러웠다. 2년전에 형한테 들었다. 매달 연금보험료 본인부담 50만원, 국가부담 50만원해서 100만원 낸단다. 1년에 미래를 위해서 1천 2백 만원 낸단다. 내 입이 벌어졌다. 너무도 부러웠다. 나는 우리집 서울시 토지 사용료 매달 25만원,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매달 50만원인데!

또한 변변한 직장 다니지 못하는 사람이나 지역가입자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다 본인이 부담해야한다. 내 경우도 연금 보험료 낸 기간중 약 90프로 기간동안 다 내 부담이었다.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는 건강보험 통합을 이뤄냈다. 반발이 컸다. 보기를 들자면 돈 많은 직장의료보험 노동조합이었다. ‘의보통합반대 100만인 국민서명운동’과 총파업 투쟁을 했다. 김대중 정부는 뚝심 있게 국민건강보험 통합을 이뤄냈다. 결국 국민건강보험 재분배기능을 높이고 효율성과 보장성을 키우는 효과를 거뒀다. 박수!

천덕꾸러기 국민연금과 특수직연금을 통합하여 ‘국민연금 하나로’ 이뤄내자! 아베도 했는데 어찌 우리가 못해내겠는가. 다수가 이 땅 중산층인 특수직연금 대상자들 반발이 심할 것이다. 그래도 이뤄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

국민연금에 살아 숨 쉬는 소득재분배의 마술!
A값은 전체가입자 3년간 평균 소득을 뜻한다. 2015년 3월부터 적용되는 A값은 198만 1천 975원이다. B값은 가입 기간 중 당사자의 생애평균소득을 뜻한다.

‘홍길동의 가입 기간 평균 소득이 300만원이고, 연금을 받기 시작 시작할 때 가입자평균소득(A값)이 200만원이며, 소득대체율이 40%라 한다면’(『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28쪽)

300만원의 40%인 120만원과 200만원의 40%인 80만원을 더하면 200만원이 된다. 이를 2로 나눈 결과인 100만원이 300만원인 평균소득자 홍길동의 연금 수령액이다. B값이 100만원인 사람의 경우 위 공식대로 계산하면 연금액이 60만원이 된다. 결국 실제 소득대체율은 40%가 아니라 60%프로가 된다. 전체가입자 3년간 평균 소득인 A값이 198만 1천 975원 이하인 사람은 그만큼 덜 내고도 더 많이 가져가게 된다. 이는 낸 만큼 받아가는 사보험 연금과 다른 국민연금의 강점이다.

“단순히 내 월급에서 떼어간 만큼만 나중에 연금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가입한 모든 이들’의 평균소득(일명 ‘A값’)이, 나 자신의 국민연금 지급액에 50%나 영향력을 미친다. 즉 ‘모두 함께’라는 공동운명체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세대내 연대’와 노동에 종사하는 세대가 노인층인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간 연대’도 포함한다.(『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62쪽)

따라서 서민일수록 길게 조금씩이라도 끈질기게 국민연금 가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서민들은 피하고 강남 아줌마들은 임의가입을 통해 국민연금 재테크를 한다. 저들은 국민연금이 사보험 연금보다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예민한 촉수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사보험연금에서는 물가인상이 반영되지 않는다. 보험금이 30만원이면 10년 뒤나 30년 뒤나 숫자 그대로 30만원 받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물가인상이 반영되어 지금 30만원 받는 경우 10년 뒤에는 40만원이나 45만원 받아서 지금 돈 가치 30만원이 평생 보장 된다.

김형모는 주장한다. 국민연금 강화 핵심은 다음 세 가지라고!

첫째, ‘A을 높인다.

둘째, 가입기간을 늘린다.

셋째, 소득대체율을 인상한다.

 

튼튼 국민연금을 만드는 길은 무엇일까?
국민연금 금고로 들어오는 돈이 국민연금 금고에서 나가는 돈보다 많으면 ‘튼튼 국민연금’이 가능하다. 독일 벤츠 회사 자동차 조립 공정의 로봇화 즉 자동화율이 97%이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러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자리 늘리는 길은 무엇일까? 하루 노동시간을 우선 7시간으로 줄이고 50년 뒤에는 6시간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윤구병 선생이 사장으로 일하는 보리출판사는 50년 앞서서 하루 노동 시간을 6시간으로 한다. 월급은 똑같이 하고서 말이다. 하루 노동시간 7시간 제도를 우선 공무원, 학교 선생님, 군인,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제1 하청 정규직 노동자에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 월급은 지금 월급의 95프로로 줄일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40세부터 임금 피크제를 실시하고 대신에 이들의 정년을 67세로 늘려줄 필요가 있다. 가늘고 길게 전략이다.

내가 사는 ‘성미산마을’에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이 있다. 망원시장 ‘부산어묵’ 사장님과 가족과 직원은 하루 14시간 일한다. 보통 자영업자 하루 노동 시간이 10 – 14시간이다. 이분들에게 하루 노동 시간 7시간은 무릉도원 이야기이다. 이분들이 하루 노동 시간을 20프로 줄이면 한 달에 40만원, 40프로 줄이면 80만원을 국가가 지불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하루 노동 시간 7시간이 뜻있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고졸자 4년후 임금과 대졸자 첫 임금 차이가 95대 100이 된다면 대학 진학률이 더 낮아져 사교육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그만큼 이 땅 월급쟁이들의 지갑이 두둑해질 것이다.
위와 같은 정책이 시행되면 국민연금 금고로 들어오는 돈이 더 늘어날 것이다. 튼튼 국민연금이 이루어질 것이다.

참조>

국민복지연금법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법은 국민의 노령⦁폐질 또는 사망 등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서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실록 국민의 연금』 482쪽)

섦 -도레미파솔라시도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8

도레미파솔라시도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공기를 통통통

바람을 송송송

아침을 하하하

햇살을 봉봉봉

우주의 공기를

동글동글 둥글둥글

노래하는 비둘기 합창단

 

노란향기 뿅뿅뿅

분홍색깔 붕붕붕

하얀바람 팡팡팡

우주의 향기에

붕붕이가 날아온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

신나게 노래하는

비둘기 합창단

 

 2017-3-31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작업노트

우리에게도 봄이 옵니다.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노란 희망이 하늘 위로 떠오르고 어둡게 떠있던 부정의한 정의도 잠수함을 타고 하얀 바람을 맞이하러 갑니다. 노란 향기, 분홍 색깔, 하얀 바람 가득담은 우주를 가슴에 담아 희망을 봅니다. 오선지에 앉아 있는 비둘기들이 우주를 향해 신나게 노래합니다.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후후후 바람 바람 바람을 가슴에 담아 떼를 지어 합창을 합니다.

<ⓔ시대와철학>의 간판작가 김설미향 출간 기념 인터뷰

<시대와철학>의 간판작가 김설미향  출간 기념 인터뷰

[그림자 박물관] 전격 출간

 

글쓴이 :  전임 편집주간 강지은

 아래 링크로 연결하시거나  [그림자 박물관]으로 검색하시면 이전에 연재도 작가의 작품도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http://ephilosophy.kr/han/7367/

 

유난히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던 3월 7일 연남동에서 김설미향 작가를 만났다. 본인이 <ⓔ시대와철학>의 편집주간을 하는 내내 교류를 했던 작가가 웹진에 실었던 원고를 책으로 묶어냈다는 소식은 작가만큼 나에게도 기쁨이었다.  [그림자 박물관]은 웹진에 2013년 7월 2일 처음 연재를 시작하여 2014년 9월 28일까지 매달 한 번씩 연재된 그림동화다. 섬세한 그림과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는 행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있다. 어른 혼자 읽어도 좋고 어른이 아이와 함께 대화하며 읽어도 좋을 철학동화다.

또 한 가지 축하할 일이 있다. [그림자 박물관]이 인천 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출판분야에 선정되어 출판지원을 받아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연남동 어느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난 김설미향 작가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동화의 몇 가지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제 친구가 사실 동화작가예요. 그 친구의 작품과 비교해서 그림자박물관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어요. 제 친구의 동화는 전래동화를 해석하면서 친절하게 모든 걸 이야기해주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의 동화는 한 번 읽으면 다 이해가 가는 듯 싶으면서도 다시 읽으면 또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메타포가 가득 든 보물상자 같습니다. 이제 질문을 해볼게요. 나루는 마을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숨겨진 꼬리를 보고 그림자를 팔지 않습니다. 나루는 어떤 눈, 어떤 심성을 가진 아이일까요?”

“책에는 사실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이야기의 개연성 때문에 처음 웹진에 실렸던 부분과 다르게 조금 스토리 조정도 했구요. 하지만 설정에서 나루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할아버지의 나쁜 꼬리를 볼 줄 아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입니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의 영혼을 먹어치우는 욕심장이잖아요. 그렇다면 착한 심성의 나루가 세상을 구하는 구원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이 세상에 한 사람 두 사람의 구원자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 세상의 본보기 정도의 모습으로 작품에서 구현해 본거예요. 현실세계에선 힘들지만 작업 안에선 가능할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질문이기도 한데요, 작가가 원하는 인간상과 나루와 통하는 부분이 있나요? 다시 말해서 나루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으셨으면 좋으시겠어요, 아니면 그저 작품 속의 인물일 뿐인가요?”

“저는 나루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아직은 악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이 움직이는 세계가 더 크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또 작업 안에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표현된 것 같습니다. 또 저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많지 않지만 제 작품을 통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님 말씀 들으니까 촛불 시민 안에도 나루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깊이 들어가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타인을 위한 것이고 타인을 위한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의 결말이 그다지 비극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의 결말은 권선징악이잖아요. 나쁜 놈은 벌을 받아야 하는데 할아버지는 비록 추한 모습으로 변하지만 행복한 꿈을 꾸며 끝나요. 새로운 도덕성의 창조인가요 아니면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저는 가학적인 결말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미 추한 모습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충분히 벌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또 열린 결말도 생각하고 작업했구요.”

“마지막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림자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장치예요. 그림을 전시하면 멋지잖아요. 할아버지가 자기 이익을 취하고 나쁘게 쓰기 위한 곳이죠.”

“자본주의의 시장같은 곳인가요?

“네, 그렇죠.”

“자본주의의 메타포로 읽어도 참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욕망이 결국 무로 돌아간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닌가 싶은 재미있는 동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만 잘하면 잘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니더라구요. 많은 사람들과 살아가는 세상에서 저만 잘산다고 행복한 건 아니더라구요. 함께 행복한 방향으로 가야 한 사회가 행복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게 개개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게 함께 가야지 행복한 세상이 될 것 같고 책처럼 따듯한 세상이 되려면 모두 조금씩 노력하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아래에 인터뷰 동영상도 함께 올립니다. 커피 가는 소리, 옆에서 대화하는 소리 등 잡음이 좀 있지만

그만큼 현장감도 느껴지실 겁니다. ㅋㅋ

 

 

섦 – 가면 쓴 우주인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7

가면 쓴 우주인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때

나의 세상 밖으로 나가서

가면 쓴 우주인을 벗고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비운 것처럼 슬퍼하는

가면 쓴 우주인을 벗고

노랑 날개를 펄럭이는

나비를 따라 향기를 맡으러 가보리.

그 곳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하늘도

내가 본적 없는 꽃도

내가 느껴 본 적 없는 나무도

내가 그려보지 못한 냄새의

향기로 가득할거야.

 

2017-3-15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작업노트

언제나 틀을 없애려는 그 시도조차 어느 틀에 갇히는 수고로움을 갖게 됩니다. 진정으로 욕망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는 것처럼 결국에 그것 또한 욕망의 한 형태로 자리합니다. 수 없이 어떤 것에 규정되거나 정해진 사각형, 삼각형의 형태로 갇히길 원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또 다른 형태의 틀로 가기도 합니다. 살아온 환경, 살아온 경험, 살아온 관계는 그 사람을 규정하고 타인에 의해 나라는 존재가 성립하여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기쁘고 즐겁고 사랑스럽고 때로는 슬픔과 마주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타인으로 성립되는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나로서 내가 성립하는 나는 무엇인지 그 둘 간의 간극에서 벌어진 틈을 보면 마주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이것 자체로도 행복할 수 없는 나를 마주하는 나의 현실에서 타인에게서 나라는 존재를 성립하고 자신을 타인에게 성립하려는 자신의 가면 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가본 적이 없는 아주 먼 나라를 동경하고 직접 경험한 적 없는 우주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끝도 없이 걸어가는 기분입니다. 걸어갈 수 없는 타인의 길에 가끔은 함께 그 길을 걷고 싶기도 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나의 길을 온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노력을 하는 삶이고 싶습니다. 공간을 유유히 흐르는 향기로운 나비처럼, 삶의 이상향을 찾아가는 노랑나비처럼, 삶을 유유히 흘러가는 나비가 되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 자체로 받아들이는 익살스러운 가면 쓴 우주인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