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샤비로의 『기준없이』 1장. 「기준 없이」[신유물론 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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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샤비로의 『기준없이』 1장. 「기준 없이」

 

한철연 신유물론 분과 세미나 리뷰

 

 

먼저 신유물론 분과에 관한 소개를 간단히 하려 한다. 신유물론 분과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세미나 분과 중 하나로, 2021년 공무 모임을 시작하였고 참여 인원이 늘고 모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2023년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 정식 분과로 등록했다. 이현재 회원(이하 호칭 생략), 박민미, 현남숙이 먼저 공무 모임을 제안하였고, 이후 참여 시기는 다르지만 이승준, 정유진, 이지영, 정희수, 서영화, 최종덕, 김선영, 손미아 회원이 합류하였고, 현재 서영화 회원이 분과장을 맡아 모임을 이끌고 있다. 신유물론 계열로 분류되는 학자들의 책을 주로 읽고 있지만 세미나 구성원의 추천이 있으면 그밖의 주제나 텍스트에도 열려있다. 각자 전공이나 관심사가 달라 생태주의, 과학철학, 여성주의, 존재론, 문화철학의 바탕 위에서 신유물론의 이론적 지도를 파악하고 각자의 연구에 접목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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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샤비로, 『기준없이: 칸트, 화이트헤드, 들뢰즈, 그리고 미학』, 이문교 옮김, 갈무리, 2024.

 

 

이 텍스트는 신유물론과 분과에서 올해 들어 함께 읽은 책 중 하나이다. 영문학 배경을 가진 학자인 스티븐 샤비로(Steven Shaviro, 1954~)의 『기준 없이: 칸트, 화이트헤드, 들뢰즈, 그리고 미학」은 여러 소주제들도 구성되어 있다. 샤비로에 따르면, 화이트헤드와 들뢰즈는 모두 칸트의 이러한 미학을 급진적인 방식으로 수용한다는 친연성이 있다. 그는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칸트 해석을 참조하여 칸트의 3대 비판서 중 『판단력 비판』의 ‘취미판단’을 단순한 미적 대상을 위한 판단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는 일반적 방법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한다.

통상 세계 이해의 영역에서 칸트의 미학적 판단(반성적 판단)은 학적 판단(규정적 판단)에 비해 사소하게 여기거나 예외적으로 취급되어 왔다. 하지만 샤비로는 이러한 기존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학적 사례들이 기존의 규범들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그 규범들조차 개별 사례들을 종합함으로써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기준 없이: 칸트, 화이트헤드, 들뢰즈, 그리고 미학』의 제1장 「기준 없이」에서 샤비로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유효한 기준과 비판적 기준을 확립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차라리 “어떻게 하면 혁신과 변화를 막는 그러한 기준과 표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이다(p. 60) 샤비로에게 기준(criteria)이란 칸트의 3대 비판서 중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에 등장하는 ‘규정적 판단력’을 의미한다. 샤비로는 이러한 기존의 기준의 문제를 대신하여 『판단력 비판』의 취미판단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취미 판단은 개념에 메이지 않고 대상을 단칭적으로 포착하며, 고유한 맥락과 상황에 맞는 세계 파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샤비로는 미적 판단 중에서도 취미판단에 더 주목한다. 그는 칸트 미학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들이 미에 대한 분석을 보수적이라 치부하고 탈근대적 관심에서 숭고 분석에 집중해 왔다고도 비판한다. 미적인 것에 관한 칸트의 이론은 실제로는 정동과 독특성에 관한 하나의 이론이며, 또한 그것은 전적으로 새로운 판단 형식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학은 더 이상 인식론과 윤리학의 규칙들에 대한 예외가 아니라, 바로 그것들의 실천을 위한 근거가 된다(p. 9).

규칙에 포섭되지 않는 단칭 판단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샤비로의 접근은 기존의 칸트 연구 전통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샤비로는 이러한 관점이 오히려 오늘날의 중요한 쟁점들을 다루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고 전망한다. “칸트, 화이트헤드 그리고 들뢰즈의 연계 속에서 발견한 비판적 심미주의는 현대 예술과 미디어적 실천들, 기술적 실천들(특히 뇌 과학과 생물 발생학 분야에서의 최근의 진전들),그리고 문화이론과 맑스주의 이론( [증략] 생성 혹은 자기-조직 시스템의 역할에 관한 이론, [중략])에서의 논쟁들을 해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전망한다(pp. 25-26).

샤비로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일지 또한 어떤 시대적 통찰을 줄 것인지는 책의 나머지 장들과 그의 다른 저작들을 함께 살펴보며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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