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운동25-절대적 무제약자에서 실존으로[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변증법 반성운동25-절대적 무제약자에서 실존으로
1)
앞에서 형식과 직접적 현존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한편으로 형식이 정립한 내용에서 현존은 그 내용의 요소(소재나 계기)가 된다. 현존하는 조건은 이를 통해 자기를 지양한다. 그런 점에서 조건은 근거에 의해 정립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현존은 유기체(척도 관계의 계열)적 방식으 내용을 구성하고 이 내용이 그 기능인 형식으로 반성하니, 직접적인 존재로서 현존은 근거의 출발점 (헤겔적 용어로 ‘그 자체 존재’)이 된다. 앞의 측면에서 근거(형식)는 조건을 정립하는 것이라면 여기에서 근거(형식}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나아가 직접적 현존은 근거의 전제하는 반성을 통해 조건이 될 뿐이다. 이 직접적 현존은 근거의 자기 동일성이거나 근거가 자신에 대립하게 하는 고유의 내용이다. 따라서 현존은 단순히 형식 없는 질료로서 근거 관계에 대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기 자신에 이런 형식을 가지므로 형성된 질료이고 동시에 자기 동일성 속에서 이 동일성에 무차별한 것인 한에서 내용이다.”(논리학, GW11, 318)
한편으로 근거인 형식과 조건인 현존은 유기체적 조직으로서 내용을 매개로 결합한다. 척도 관계의 계열로서 내용은 일정한 요소로 구성되며, 그 위에서 일정한 기능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일정한 형식의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꽃나무가 일정한 크기로 자라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근거인 형식과 조건인 직접적 현존은 각자 직접적인 것이고 상호 전제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서로 무차별하니 꽃나무의 현존으로서 일정한 크기로 자라나는 것은 꽃나무 근거인 형식과는 무관하다.
“이 두 가지 상대적인 무제약자(근거와 조건)는 우선 각자를 타자에서 비춘다. 직접적인 것으로서 조건은 근거의 형식 관계 속에서 그리고 이 근거의 형식 관계는 정립된 것으로서 직접적 현존 속에서. 그러나 각자는 이런 자신의 타자가 자기에서 비추어지는 것 바깥에서는 자립적이며 독특한 내용을 가진다.”(논리학, GW11, 316)
“전체의 이 두 가지 측면 즉 조건과 근거는 본질적으로 통일이다. 그것은 형식으로서 통일인 동시에 내용으로서 통일이다. 양자는 자기 자신을 통해 서로 이행하니 양자가 이런 반성하는 것인 가운데 양자는 자기 자신을 지양하는 것으로 정립하면서 자기의 부정에 관계하고 서로 대립적으로 전제한다.”(논리학, GW11, 318)
2)
전자의 측면에서 근거와 조건은 직접적이며 후자의 측면에서 양자는 서로 매개되어 있다. 이 직접성의 측면과 매개의 측면은 서로 통일되어 있다. 양자를 매개하며 통일하는 것은 바로 종적 개체의 내용이다.
종적 개체의 내용은 근거인 형식과 조건인 현존을 통일하는 존재 즉 절대적 무제약자다. 헤겔은 이 절대적 무제약자를 곧 ‘사태[Sache]’라고 규정한다.
“절대적 무제약자는 두 가지 측면을 지닌다. 조건과 근거이다. 이것은 자기 내에 존재하는 자기의 계기이다. 절대적 무제약자는 이 두 측면이 복귀해 들어가는 통일이다.”(논리학, GW11, 318)
사태란, 직접적 현존과 구별된다. 현존은 아직 유기체적 구성이 없으므로 질적이거나 양적인 규정만을 갖는다. 그러나 사태란 유기체적으로 구성된 것이므로 이를 통해 자기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본질적 형식을 갖는다. .
여기서 현존과 본질은 사태 즉 내용을 매개로 상호 연관된다. 현존의 자기 재생산을 통해 본질이 지속하니, 본질은 그 조건인 현존에 따라서 다양한 외면적 형태를 띠고 나타나며 반면 다양한 현존의 통일적 근거인 형식은 현존에 보이지 않은 내면에 존재한다.
“무제약적 사태는 근거의 측면에서는 부정적 통일이지만, 이는 자기를 반발하여 두 가지 계기로 나타난다. 우선 하나의 형태는 근거 관계가 지양된 결과 직접적이며 통일성을 결여하고 자기 자신에 외면적인 다양성의 형태이다. 이 다양성은 근거에 대해 그것을 자신의 타자로 삼아 관계한다. 다른 하나의 계기는 내적인 단순한 형식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니 이는 근거이지만, 자기 관계하는 직접적 현존에 대해 이를 자신의 타자로 삼아 관계하며 그런 직접적인 현존을 조건으로 규정하니 즉 이 자신의 그 자체 존재를 자기의 고유한 계기로 규정한다.”(논리학, GW11, 318)
앞에서 종적 개체는 근거와 조건을 지니는데, 이 근거는 자기의 근거로 끊임없이 거슬로 올라가며 거꾸로 조건 역시 자기의 조건을 거슬러 올라가니, 이 근거나 조건은 악무한이며 그런 점에서 상대적 무제약자였다. 그러나 이제 내용은 근거와 조건의 내적인 통일이며, 그런 점에서 진무한이다.
3)
여기서 처음으로 헤겔은 ‘사태’라는 말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헤겔은 본질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생명체의 종을 예로 들었다. 이제 본질이 사태라는 말로 바뀌는데 개념적으로는 방금 말한 것처럼 종적 개체의 내용을 의미한다. 이 사태의 구체적 예는 어떤 것일까?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사태[Sache]’라고 한 것은 인간의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산물, 그런 다음 개인의 상호 작용에 던져져 서로 교환되는 물건[Sache]을 의미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여기서 사태라고 한 것은 어떤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행위가 가능한 것은 인간에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 단초는 이미 생물체(특히 동물)의 행동이 만드는 것이다. 생물체는 스스로 행동함으로써 자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그 때문에 헤겔은 이를 사태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헤겔에서 논리적 범주가 전개되는 출발점에 등장하는 것은 다만 단초[an sich]에 지나지 않고 그것이 실현되는 것[an und fuer sich]은 그 범주가 도착하는 종점이다. 그러므로 본질론에서 처음 시작한 근거로서 형식은 종적 본질의 단초이며, 이제 종적 본질(형식)이 조건을 통해서 구현되면서 종적 개체의 내용 곧 사태가 되었다.
이 사태는 물론 출발점에 있는 것이니, 그 최종점에 이르러 인간의 행위가 출현할 것이다. 여기서는 다만 단초적으로 존재하는 행위 즉 생물체 특히 동물의 행동을 의미한다. 헤겔은 이 동물적 행동이 이미 인간의 행위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이를 ‘실존’이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처음 단초적으로 출현한 행동이 자기를 실현하여 인간의 행위가 되면, 사태는 ‘사태 자체’ 곧 실체로 되고 그것이 곧 인간의 유적 본질인 사회다.
지금까지 종적 본질인 형식이 서로 부정적으로 통일되어 내용으로 나타나고 다시 개별적 현존을 자신의 소재로 삼는데, 여기까지가 정언판단의 형식에 속한다. 이제 사태가 실존으로 출현하면서 판단 형식은 가언판단의 형식으로 바뀐다. 실존은 현상을 거쳐 관계에 이르며, 관계에서 비로소 선언판단의 형식이 시작된다. 그 끝에 실체 즉 사태 자체에 이르면서 개념판단(양상판단) 형식으로 이행한다.
4)
조건에서 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곧 생성의 운동이며, 이는 근거를 정립하는 운동이다. 근거가 자기에 부정적으로 관계하면서 자신을 정립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내려오는 운동이며 정립하는 운동이다. 여기서 직접적 현존은 지양되고 근거의 계기가 된다.
양자는 상호적인데 그것은 마치 지금까지 존재에서 본질로 이행하는 운동이 거꾸로 본질이 존재로 내려오는 운동이었던 것과 같다. 전자는 존재를 전제로 하여 본질을 생성하는 운동이며 후자는 본질을 전제로 하여 추상적 본질을 구체화하여 존재가 되는 규정의 운동이다.
이 두 가지 운동의 통일 속에서 무제약적 사태가 출현한다. 이는 절대적 사태이며 즉 근거인 형식과 조건인 내용이 통일되어 그 자신이 형식이자 곧 내용인 것, 근거이자 곧 조건인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절대적 사태는 “그 형식이 자기 자신과 통일하고 자기 자신에서 그 내용을 갖는 것”이며 “형식이 거꾸로 본질이 없는 형식으로서 이런 자기 통일 속에서 존립한다는 직접성을 자기에게 부여하는 것”이다.(논리학, GW11, 318)
“근거의 반성은 조건의 직접성을 지양하며 이 조건을 사태의 통일 속에 있는 계기에 관계시킨다. 그러나 조건들은 무제약적 사태 자체에 의해 전제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태는 이런 전제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정립을 지양하거나 그의 정립은 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그 자체 마친가지로 자신을 생성으로 만든다.”(논리학, GW11, 320)
무제약적 사태인 내용은 양자를 자기 속에 포함된 “두 계기로 정립하는” 총체성이며 두 계기는 이 총체성을 전제하므로, 이런 “총체성에 의해 제약된 것”이다. 내용은 양자를 조건과 근거로 삼아서 나온다. 그러나 두 측면은 무제약적 사태에 이르러 사라져서 “가상으로 격하된다.” 이렇게 직접적인 무제약적 사태가 곧 실존이다. (논리학, GW11, 318-319)
5)
무제약적 사태에서 근거와 조건 사이의 관계가 앞에서 규정되었다. 이 관계는 다시 다양성과 통일성이라는 측면에서 파악된다. 여기서 사태를 중심으로 하나의 근거는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근거는 통일적인 형식이지만, 사태에 내재하며, 조건은 사태의 외면적 형태이면서 다양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사태를 이루는 다양한 조건이 모두 현존하게 되면, 여기서 “조건의 분산된 다양성은 자기 자신에서 내면화되면”, 현존은 몰락하며 이를 통해 근거가 정립된 것으로 된다. 거꾸로 내적으로 통일된 형식은 자기에 부정적으로 관계하면서 “자기에 외적이고 근거 없는 존재의 형식을 부여”하니, 그것이 곧 실존이다.
“조건들을 내면화하는 것은 처음에는 직접적 현존이 몰락하는 것이며 근거가 생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거는 이를 통해 정립된 근거가 된다. 즉 근거는 근거로서 존재하는 것 못지 않게 근거로서 지양되고 직접적인 존재가 된다.”(논리학, GW11, 321)
실존에는 통일된 근거와 모든 조건이 서로 매개되고 있으나 외적인 실존은 직접적인 것으로 출현한다. 직접적 실존에서 이 실존이 근거와 현존을 통해 매개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은 사라지고 만다.
“근거는 자신을 다만 직접 사라지는 가상으로서 제시한다. 따라서 이런 출현은 사태가 자신을 향한 동어반복적인 운동이며 조건과 근거를 통한 그 매개는 양자의 소멸이다. 따라서 실존으로 등장하는 것은 직접적이어서 이런 등장은 매개의 소멸을 통해서만 매개된다.”(논리학, GW11, 321)
“이를 통해 사태는 무제약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또한 근거 없는 것이며 오직 근거로 되돌아가는 한에서만 근거에서 벗어난다. 이런 근거도 근거 없는 것 즉 자신의 본질적인 부정성 또는 순수한 형식에서 출현하지 않는다.”(논리학, GW11, 322)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Feel free to contrib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