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운동18- 감각적 질로서 형식[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변증법 반성운동18- 감각적 질로서 형식
1)
유기체의 형식은 곧 그 기능이다. 유기체에서 기능은 유기체적 현존이 도달하는 결과 즉 기능에 의해 결정된다. 유기체의 기능에 관해서는 그 유기체의 현존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그 기능이 다르게 파악된다. 우선 하나의 유기체는 다른 유기체적 전체 속의 한 부분을 이루기도 하고 그것의 기능은 중간 과정을 거쳐서 도달하며 다른 기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유기체의 기능을 이런 복잡한 기능들의 연관 전체 속에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따라서 유기체를 규정하는 근거인 형식이 달라질 수 있다. 마치 존재론에서 질이 감각적 질에서 일반적 지각적 성질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한성으로 발전하듯이 본질론에서 형식도 감각적 형식, 일반적 지각적 형식 그리고 유한한 형식으로 발전한다. 형식의 이런 발전에 따라서 현존도 다시 단순한 본질, 질료, 그리고 내용으로 발전한다.
2)
이 가운데 우선 감각적 형식을 보자. 유기체의 형식이 감각적 질처럼 우연한 기능으로 파악되었을 때 이 형식과 유기체의 현존 사이에는 본질에서 주어 술어의 관계를 갖는다. 이 관계는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술어와 주어 사이에는 본질의 반성 관계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존은 그 기능인 형식과 무차별한 관계를 맺는다.
한편으로 보면, 잎의 현존은 ‘꽃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는다(“잎은 꽃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할 때, 이 현존과 기능 사이의 관계는 적어도 판단 형식상에서는 본질의 매개 관계이다. 여기서 이런 관점에서 보는 사람은 잎의 현존 가운데 꽃을 보호하는 기능에 적절한 조직만을 보니, 양자는 서로 일치할 수밖에 없다.
양자는 동일한 것의 반복일 뿐이며 서로 순환적으로 규정된다. 이런 순환 속에서 현존은 다만 자기 동일성의 측면이며 형식은 자기 부정성의 측면을 지칭한다. 그러나 자기 부정성은 이미 자기 동일성을 포함하고, 자기 동일성은 자기 부정성을 매개한 것이니, 양자는 서로 이행할 뿐이다.
“자기 동일적인 부정적인 것[현존]과 자기와 동일적인 긍정적인 것[형식]은 하나의 동일성이다. 왜냐하면, 근거는 긍정적인 것의 동일성이거나 정립된 것의 자기 동일성[현존]이기도 하며 근거지워진 것은 정립된 것으로서 정립된 것이지만, 이런 자기 내로 반성하는 것은 근거의 동일성[형식]이기 때문이다.”(논리학, GW11, 294)
“형식은 그 고유한 동일성에서 본질을 가지며 이는 본질이 그 자신의 부정적 본성에서 절대적 형식을 갖는 것과 같다.”(논리학, GW11, 296)
3)
그러나 잎의 현존과 기능은 이처럼 자기 반복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 순환하고 있으니, 여기서 여기서 단적인(또는 직접적인) 전도의 관계가 출현한다. 헤겔은 이런 전도의 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한다.
우선 형식과 개체적 현존 사이에서 근거 관계가 전도된다. 한편으로 형식이 근거이고, 다른 한편 토대가 근거가 된다. 어느 편이 근거이고 어느 편이 근거지워진 것이든, 근거일 때 직접적으로 규정되고, 근거지워질 때는 근거 관계 속에서 정립된다.
“현존은 아직 다만 정립된 존재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본질적으로 근거를 전제로 한다. ..직접적인 것[현존]은 차라리 정립된 것이고 근거는 정립된 것이 아닌 것이다.”(논리학, GW11, 294)
“따라서 본질이 근거로서 규정되는 것[Bestimmtheit]은 근거와 근거지워진 것으로 이중화된 규정이다. 이 규정은 처음에는 ① 본질[형식]을 근거로 삼아 정립된 것에 대립하는 본질이라고 규정되면서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존재한다. 두 번째로는 규정은 근거지워진 것, 직접적인 것인데[현존], 이는 그 자체로 대자적인 것이 아니라 ② 정립된 것으로서 정립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정립된 것으로서 정립된 것은 마찬가지로 자기 동일하지만 부정성이 지닌 자기 동일성이다.”(논리학, GW11, 294)
4)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형식과 현존은 서로 무차별하다. 형식은 주관적인 것이며 현존은 그것을 넘어서 있다. 그런 주관적 형식은 현존에 대해 외면적이며 현존은 그와 다른 무수한 형식으로 규정될 수 있다.
잎은 꽃을 보호하지만, 광합성을 하는 것이며, 심지어 재생산에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니, 그 중 주관적으로 어느 기능을 형식으로 규정하더라도 곧바로 무너지고 다시 다른 기능으로 규정된다.
그 때문에 이를 통해서는 어떤 것도 규정되지 않고 생물 세계 자체는 이름모를 꽃들처럼 잡다하게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날 뿐이다. 그런 잡다성 앞에서 우리는 구토를 느끼거나 현기증을 느낀다.
그런 두 거지 관점에서 본다면, 근거 관계는 ‘순수한 반성’과 ‘규정하는 반성’의 결합이다. 순수 반성에서 현존은 정립된 것일 뿐이며(본질과 무구별적 통일) 규정하는 반성에서는 현존은 자립적인 것인데(본질과 구별 속에서의 통일), 근거 관계에서 현존은 두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
“따라서 이런 근거가 지닌 매개는 순수한 반성과 규정하는 반성의 통일이다. 그런 매개가 지닌 규정이나 정립되어 있음은 존립을 얻고 거꾸로 그런 규정의 존립은 정립된 것이다. 그런 규정이 존립한다는 것 자체가 정립된 것이거나 규정성을 갖기 때문에 따라서 그런 규정은 그 규정성의 단순한 동일성과 구별되며 본질에 대립해서 형식을 이룬다.”(논리학, GW11, 295)
이런 형식과 현존은 근거와 근거지워진 것이라는 근거 관계에서 끊임없이 상호 위치를 전도하는 유희를 전개한다. 헤겔은 이 유희를 ‘상호작용’이라는 말로 규정한다.
“이것이 형식과 본질의 절대적 상호 관계이어서 근거와 근거지워진 것의 이 단순한 통일[ 본질]은 그런 상호작용 속에서 그러나 바로 그 자체 규정되거나 부정적인 것이 되니, 토대로서 자신을 형식으로부터 구별하지만[무차별성], 동시에 형식의 근거나 계기로 된다.” (논리학, GW11, 296)
5)
이상에서 보았듯이 근거와 근거지워진 것의 전도와 더불어서 형식과 토대로서 본질은 각자 직접적인 것 존립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근거지워진 것, 정립된 것이 된다.
그런 이중성 때문에 이들은 한편으로는 각자 동시에 존립하고 무차별하며 바로 그 순간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연관된다. 이들을 연관의 측면에서 보면 서로 타자를 정립하고 이를 통해 자기를 존립하게 하고 동시에 그 순간 타자에 의해 정립되면서 이를 통해 타자를 존립하게 한다. 통일되는데, 이 통일성과 무차별성 역시 끊임없이 전도한다.
“그에 반해서 형식 규정은 본질의 표면에 있는 것으로서 규정이다. 본질은 그것들의 밑바닥에 있는 무규정적인 것으로 있으며 이 무규정적인 것은 자신의 규정에 대해 무차별하다는 규정 속에 있다. 반성규정은 그 규정 자체에서 존립을 가져야 하며 자립적이어야 한다고 가정된다. 그러나 반성규정이 자립적이라는 것은 반성규정이 해소된다는 것을 의미하니, 이 형식 규정은 타자에서 이런 해소를 갖는다. 그러나 그 해소 자체는 자기와의 동일성이거나 이 반성규정이 얻는 존립의 근거이다. ”(논리학, GW11, 295)
이런 형식과 본질의 관계에서 형식은 한편으로 형식이면서 곧바로 부정되며 토대 역시 한편으로 토대이면서 곧바로 부정된다.
① 형식의 몰락
“형식은 본질을 규정하지 않는다. 마치 형식은 진정으로 전제되어서 본질로부터 분리된 것처럼 말이다. 왜냐하면, 형식은 그렇게 하여 비본질적인, 끊임없이 몰락하는 반성규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형식 자체는 오히려 자기를 지양하는 근거이거나 자신의 규정에 속하는 동일한 관계이다.“(논리학, GW11, 296)
“형식은 자기가 정립되는 가운데 지양되고 지양되어 있다는 데서 존립하게 되는 모순에 처해 있다.”(논리학, GW11, 296)
② 토대의 몰락
“규정하는 형식은 정립된 존재를 지양하는 것에 관계하며[토대를 부정] 이를 통해 형식은 하나의 자기 동일성에 대해 그것이 마치 타자인 것처럼 관계한다. 형식은 자신을 지양된 것으로 정립한다. 이를 통해 형식은 그 동일성[토대]을 전제로 한다.“(논리학, GW11, 297)
③ 양자의 상호 몰락
“반성규정이 자립적이라는 것은 반성 규정이 곧 해소된다는 것을 의미하니, 이 형식 규정은 타자에서 이런 해소를 갖는다. 그러나 그 해소 자체는 자기와의 동일성이거나 이 반성 규정이 얻는 존립의 근거이다.”(논리학, GW11, 295)
④ 형식과 토대의 구별과 통일
“본질과 형식의 이런 구별에서 외적 반성이 머물러 있곤 한다. 구별은 필연적이지만, 이 구별 자체는 그들의 통일이다. 마치 이 근본적 통일이 자기를 자기로부터 밀쳐내고[구별] 정립된 것으로 만드는 본질인 것과 같다.”(논리학, GW11,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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