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한상원 지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2023) [EBS 오늘 읽는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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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서평

 

이 현(한철연 회원, 건국대)

 

연대적인 자기 극복의 가능성

한상원 교수의 저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는 니체 사상에 대한 친절한 해설서임과 동시에 니체를 넘어서는, 새롭고 적극적인 해석을 시도한 또 하나의 철학서이다. 그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니체의 영원회귀를 칸트적인 의미에서의 ‘규제적 이념’으로 해석한 부분이다. 왜 저자는 하필 니체와 대립되는 철학자들 중 한 명인 칸트를 통해 니체에 접근한 것일까? 저자 역시 니체와 칸트 사이에 결코 만날 수 없는 간극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칸트를, 특히 규제적 이념을 해석의 틀로 가져온 이유는 내용적 측면이 아닌 구조적인 측면, ‘규제적 이념’이 지니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저자는 니체의 ‘영혼회귀’가 일종의 ‘규제적 이념’으로서 우리에 의해 ‘요청되는’ 사고방식이라고 해석한다. 칸트에게 있어서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요청되는 것이 규제적 이념이라면, 니체에게 있어서 ‘삶 그 자체’를 ‘사랑’하기 위해 요청되는 것이 바로 ‘영혼회귀’라는 것이다. 칸트가 ‘인간이 자유로운 것처럼’, ‘영혼이 불멸하는 것처럼’,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위하라고 말했다면, 니체는 ‘마치 세계가 영원히 되풀이되는 것처럼’, ‘나의 삶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처럼’ 인식하고 행동함으로써 내 삶이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최고의 삶이 되도록 만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접근으로 우리에게 니체의 문제의식을 좀 더 쉽게 전달한다. 칸트가 “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했다면,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 그 자체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니체가 쇼펜하우어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인간의 삶이 고통의 몸부림이라면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가? 니체의 답변은 바로 현존의 긍정, 자기 긍정이다. 이때 긍정은 무조건적인 자기애가 아니며, 보수적인 체념이나 순응도 아니다. “진정한 자기 긍정은 자기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한 철저한 반성”, 즉 “건강한 자기 경멸”의 결과로 나타난다. 왜 나 자신을 경멸해야 하는가? 이는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이때 니체가 말한 자기 극복은 고통의 완전한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의 완전한 소멸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진정한 자기 극복은 이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면서, 건강한 자기 경멸을 통해 매 순간 자기의 모습을 극복하는 창조적인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즉 니체의 가르침은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긍정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니체를 경유하여 현시대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우리는 미디어 속 타인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더욱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저자는 타율적인 자기 극복이 자기에 대한 혐오와 낮은 자존감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틀을 강요받는다. 우리는 건강한 자기 경멸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비참한 존재로 여겨 스스로 헤어나올 수 없는 격한 멜랑콜리 속에서 고통받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니체를 넘어서는 니체의 독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알랭 바디우의 말을 빌려, 니체의 철학이 혁명적 사건의 철학이 되려면, 낙타처럼 땀 흘리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사자의 함성을 내지르고 동시에 어린아이의 긍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그런 존재들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개인적인 자기 극복을 넘어선 연대적인 자기 극복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서평자 이현: 건국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자크 라캉의 두 죽음 사이-주체 : 욕망과 충동의 윤리적 지평」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현재 말과활아카데미 [이현 라캉교실]에서 라캉과 정신분석학을 중심으로 현대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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