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로 사라져버린 대학 등록금 인하[썩은 뿌리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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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로 사라져버린 대학 등록금 인하[썩은 뿌리 자르기]?

권혜림(건대신문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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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취직도 그렇겠지만,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바로 ‘반값등록금’이다.

2011년 반값등록금 열풍이 분 탓인지 최근 등록금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의해 사립대의 12.7% 명목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교과부 이주호 장관과 대학교육협의회는 5% 인하를 약속했다.

올해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방학 중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끝난 후 등록금을 인하를 발표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교과부의 방향에 따라 대부분의 지방대나 국립대는 정부가 권고한 5% 인하를 지켰다. 특히 부실대로 선정된 대학들의 인하폭이 비교적 높았다. 상명대는 7%, 추계예대는 10%의 등록금을 인하했다.

이렇게 ‘인하’라는 말만 놓고 보면 학생들에겐 더없이 기쁜 소식이지만 막상 파헤쳐보면 그렇지 않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에서 등록금을 5% 이상 내린 대학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서로의 눈치를 보다 연세대 2.3%, 고려대 2%, 서강대 2.4% 등 3% 미만의 인하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학교

인하율

대학교

인하율

추계예술대

10

성신여대

2

시립대

50

한성대

5

명지대

5

연세대

2.3

한국예술종합학교

5

동덕여대

5

고려대

2

이화여대

3.5

광운대

2

서울과학기술대

6.6

중앙대

2.3

성균관대

2

서울여대

5

건국대

2.5

한양대

2

동국대

2.2

한국외대

2.2

서울대

5

서강대

2.4

총신대

5

삼육대

3

홍익대

1.5

숭실대

3.2

숙명여대

4

상명대

7

총신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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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확충, 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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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2012년도 등록금을 인하했다. 하지만 등록금 ‘인하’라는 명목아래 대학들의 다양한 ‘꼼수’도 더불어 드러났다. 등록금 인하 폭이 크지 않은 학교들은 장학금을 확충해 인하율+α의 효과가 있어 실제로는 5%에 가까운 인하율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장학금을 확충하는 방법이 학생 스스로가 체감하기에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대학들의 말이다.

올해 연세대는 장학금을 52억, 고려대는 40억원 이상을 확보했고, 이화여대는 49억원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장학금을 확충했다지만 되려 성적장학금은 줄었고, 대학원생의 등록금은 대부분 동결되었으며, 정규 수업일수를 줄이고 계절학기를 확대하는 학교가 생겼다.

정부에서 등록금 인하를 위해 지원한 1조 7천 500억 원 중 7천 500억 원은 각 대학교에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형태로 지급이 됐다. 또 7천 5백억 원은 개별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했거나 장학금을 더 많이 확충했다던가 하는 노력에 따라 매칭 펀드 방식으로 주게 되어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올해 1학기 장학금 대상자였지만 2월 초, 학교로부터 장학금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연세대는 대학등록금이 2.3% 인하됨에 따라 배정된 대학배정장학금이 기존 액수 대비 70% 대폭 삭감되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명목등록금을 5% 미만으로 인하하는 대신 장학금을 확충한다는 학교의 주장과 상반된다. 이에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학교 측은 취소를 통보한 학생들에게 원래대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3.2%를 인하한 숭실대도 가계곤란장학금 확충에 따라 성적장학금을 지난해 대비 80%를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반발이 거세져 성적장학금을 증액하기로 한 바 있다.

?수업일수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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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는 올해 1학기부터 한 학기 전체 16주의 수업 주수를 15주로 1주 줄였다. 올해 등록금 인하율이 2%인 것을 감안해볼 때, 오히려 등록금은 지난해보다 인상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이런 학교를 향해 등록금 인하로 인해 줄어든 등록금 수입을 메우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등록금 인하 철회하고 수업을 제대로 듣는 것이 더 낫다고 항변했다. 광운대도 마찬가지로 학기당 16주로 배정된 수업일수를 15주로 1주씩 줄였다. 대신 계절학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렇게 되면 비싼 계절학기 등록금 때문에 혜택은커녕 2% 인하 금액보다 학생들은 훨씬 손해를 보게 된다. 일부 대학에서 이러한 방법을 통해 수입 감소분을 충당해 등록금 인하를 무색케 하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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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비ㆍ연구비ㆍ교양강의 축소

▲ ⓒ 건대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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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등록금을 인하한 후 수입의 감소를 메우기 위한 기막힌 방법들이 등장했다. 올해 5.1%의 등록금 인하를 한 청주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43억 9,800만 원이었던 실험실습비를 올해 30억7700만 원으로 줄여 학생들로부터 수업내용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원성을 샀다. 청주대에서는 또한 교수와 직원의 상여금을 대폭 삭감해 등록금 인하의 출혈을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그대로 전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이화여대는 연구비를 6억 9천만 원 축소 편성했으며 고려대는 실험실습비 3억 7천만 원을 줄였고, 학생 경비 예산도 20억 넘게 축소했다. 모두 교육 여건과 학생 복지에 직결되는 비용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충남에 위치한 한 대학은 등록금을 인하하면서 지난해까지 무료로 운행하던 셔틀버스 비용을 유료로 전환했다. 이 학교의 경우 하루 평균 5,00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셔틀버스로 등하교하기 때문에 버스 요금만으로도 등록금 인하로 인한 수입 감소를 충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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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강의 줄이고 시간강사 내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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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부 대학에서는 시간강사가 맡았던 교양수업을 축소하면서 시간강사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교양수업이 줄어 전체적인 수강인원이 늘면서 강의실이 콩나물시루가 돼 학생들의 원성 또한 커졌다.

전임교수의 강의를 늘리고 강사의 강의를 줄이는 대학도 존재한다. 서강대는 2.4% 등록금을 인하 방침을 발표 한 뒤 전임교수의 강의 시간을 주당 6시간에서 최대 9시간으로 늘렸다.

또 한 예로,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는 지난 3월 15일, 학생총회가 열렸다. 1,892명의 학생들이 모여 성사된 학생총회에서는 등록금이 2.5% 인하되면서 축소된 교양강의의 수를 원상복귀 시켜달라는 안건이 포함돼있었다. 또 2학점이었던 교양을 3학점으로 올린 것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을 의결에 부쳐 가결시켰다. 이에 학교 측은 전임교원 강의 수를 늘리기 위해 시간강사의 수를 줄이다보니 교양수업이 줄어들었다며 해명한 바 있다. 이러한 전임교수의 수업시간 확대에 따라 시간강사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강의 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는 시간강사의 경우 전임교수의 수업이 많아지게 되면 당장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학교에서 ‘등록금 인하’라는 이름 뒤에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학교 측의 이러한 꼼수는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학생들은 단지 등록금 싸게 낸 만큼 질 떨어진 교육을 받거나 또 다른 추가비용을 내게 돼 등록금 인하 뒤에 숨겨진 꼼수에 고통 받고 있지만 별다른 수가 없어 발만 구르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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