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 여전히 크기를 생각하다 [철학자 구보씨의 세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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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씨 여전히 크기를 생각하다 [철학자 구보씨의 세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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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성 원(부산대 교수)

 

세상에 글 잘 쓰는 이들이야 많고 많지만, 스티븐 제이 굴드는 그 가운데서도 구보씨가 몇 손가락에 꼽는 사람이다. 구보씨는 20여 년 전 [다윈 이후]라는 책을 처음 대했을 때의 감흥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책을 읽는다고 밤을 꼴딱 새운 것은 당시 구보씨가 젊고 팔팔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굴드는 유명한 고생물학자고 과학사가지만, 인문학적 소양도 누구 못지않다. 덕택에 그의 글에는 다른 데서는 찾기 힘든 종합적 미덕이 넘쳐난다. 수수께끼와 추론이, 그것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날카로운 비판과 풍부한 유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통념을 깨는 매력적인 통찰이 있다.

굴드가 괴팍하고 뻔뻔하고 심지어 야비하기조차 하다는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인 과학적 글쓰기에서 어쩌면 굴드보다 더 잘 알려진 리차드 도킨스 진영과 오랫동안 각을 세우고 논쟁을 해온 탓이 클 것이다. 도킨스와 굴드는 동갑나기(1941년생)인데, 안타깝게도 굴드는 십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도킨스는 아직도 활동 중이다. 도킨스의 출세작인 [이기적 유전자](1976)가 나온 시기나 굴드가 [내추럴 히스토리]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에세이집 [다윈 이후](1977)를 펴낸 시기도 비슷하다. (굴드의 그런 에세이집은 이후 아홉 권이 더 나왔다.)

 

[이기적 유전자]도 정말 뛰어난 책이고 그 성가(聲價)는 아마 [다윈 이후]보다 앞설 것이다. 그렇지만 글의 멋이나 맛은 굴드가 낫다는 게 구보씨의 생각이다. 더구나 구보씨가 보기에는 진화론의 쟁점들에 관해서도 굴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대목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도킨스에 호의적인 최재천 같은 이들이 큰 활약을 하는 바람에 이 둘에 대한 평가가 치우치거나 기운 면이 있다. 다윈주의를 소개하고 전파하는 데 공로가 큰 최재천은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다. 윌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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