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너는 누구냐? [책익는 마을 책읽는 소리]

Spread the love

원진호 (책 익는 마을 회원 / 원진호내과원장)

같지만 다른 책

나는 우연한 기회에 다루는 대상이 같은 두 가지 책을 읽게 되었다. 그것은 최근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비밀정보자료 공개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이다. 한 책은 지식갤러리에서 나온 『위키리크스,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이라는 제목이고, 다른 한 권은 21세기북스에서 나온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앞 책의 저자는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이다. 그는 위키리크스 창시자인 줄리언 어산지와 함께 초창기부터 활동했고 다니엘 슈미트라는 가명을 쓰면서 주로 독일지역을 담당하고 대변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어산지와 불화를 겪고 조직을 탈퇴하며 쓴 것이다. 그래서 책 제목에서 풍기는 바와 같이 그 간 비밀에 쌓인 위키리크스 사람들과 그들의 활동을 자세히 밝히는 한편 어산지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책의 저자는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인데 이들은 독일의 슈피겔 기자들이다. 그들은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지켜보고 혹은 작업에 참여하면서 폭로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과와 반응까지 저널리스트답게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니엘의 책은 조직의 내면을, 슈피겔기자들의 책은 조직의 외연을 보여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두 책을 동시에 읽어 가면서 저자들의 주장을 쉽게 자기화하는 오류를 피해 갈 수 있었고, 위키리크스가 갖는 정치, 사회적 의미를 풍부하게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핵티비스트들의 존재

먼저, 위키리크스를 통해 나는 핵티비스트(hactivist = hacker + activist)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보통 해커는 남의 컴퓨터에 무단으로 들어가 정보를 빼앗는 범죄적인 사람들로 인식되어 있다. 액티비스트는 ‘정치운동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권력에 대항하여 민주와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해커가 자신의 기술을 진보적인 정치활동에 쓰면 핵티비스트가 되는 것이다. 우리말로 ‘디지털 정치 활동가’쯤 되는 이들은 ‘의사 표현의 자유와 투명성은 민주사회의 기본’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정보의 공유와 투명성을 통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기밀문서의 대량유출을 통한 열린 통치의 실현’을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줄리언 어산지도 처음에는 해커로 활동하다가 호주 법원에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십대 때에 ‘국제전복자들’이라는 해커집단을 만들어 유인 우주선에 핵물질을 탑재하는 프로젝트에 반대하여 NASA의 전산망을 공격하는 디지털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들의 정신적 지주인 원조 해커 스티븐 레비의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이라는 책에는 ‘해커선언문’이라는 것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컴퓨터를 위시하여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모든 것에 대한 접근은 무제한적이고 완전해야 한다. 둘째, 모든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 셋째, 해커는 권위를 불신하고 권력분산을 촉구해야 한다. 넷째, 다른 해커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그 활동에 의거해야 하며 외모, 연령, 인종, 성, 사회적 지위에 따라 평가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컴퓨터를 이용하여 예술과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명한 해커인 홀란드는 타인의 데이터를 어지럽히지 말라는 것과 공적인 데이터는 최대한 활용하되 개인 데이터는 보호하라는 것을 덧 붙였다고 한다.

어산지나 다니엘도 핵티비스트로 성장하면서 이 선언문을 강령처럼 받아들였을 거라 추측된다. 그렇다면 왜 그들이 핵티비스트가 되려고 했을까? 그들 정도의 능력이라면 편하고 부유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어산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누구나 단 한 번밖에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시간을 무언가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일에 써야 해요. 위키리크스는 제게 바로 그런 일입니다.”라 했다. 다니엘 슈미트도 책에서 위키리크스를 만나기 전에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한마디로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삶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화려하고 넉넉했지만 뭔가 빠진 것처럼 허전한 삶이었다. 삶의 의미, 모든 걸 다 버려도 좋을 만큼 내가 열정을 갖고 풀어갈 과제가 없었다.”

또한 그들은 책을 많이 읽었다. 특히 무정부주의적인 사상서들을 좋아했던 거 같다. 핵티비스트들의 정신세계가 어떠한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위키리크스와 유엔 인권헌장 제 19조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민주주의의 새로운 요구에 부합한다는 면에서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실 절차와 과정으로서의 형식 민주주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언제든지 이용 당하고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민주주의의 가치인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 분권과 감시가 일상화되어야 한다. 최근에 나온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은 가장 훌륭한 사람을 권력자로 선출하여 많은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사악하거나 거짓말을 잘 하거나 권력을 남용하거나 지극히 무능하거나 또는 그 모든 결점을 지닌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나쁜 짓을 많이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목적이며 강점이다.”

2001년 9.11테러이후 서방 국가 특히 미국은 국민에 대한 감시와 정치, 외교, 안보정책 분야에서의 비밀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견제를 해야 할 메이저 언론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하에 효과적으로 정부와 권력자들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시점에 위키리크스의 출현과 행동은 민주주의 추를 균형 있게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었다. 주류 언론과 의회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한국의 정치에서도 한국판 위키리크스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공개정책이 반미적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비밀외교로 그들의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자료를 공개하는 것뿐이다. 모든 국가의 비밀, 억압적 정권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기본 입장이다. 책에서는 “이것은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이 정치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 고객들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를 폭로하기도 한다. 독일정부가 기업체에 수백만 유로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비밀 문건을, 그리고 사이비종교집단에 대한 자료를 폭로하기도 한다.

그들의 활동이 위대한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엔인권헌장 제19조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모든 인간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 이 권리는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해서 국경과 무관하게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받고 전달할 자유를 포함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정보는 공개해야 된다. 위키리크스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어산지는 06년 10월 위키리크스 도메인을 등록하고 네 명의 친구들과 활동에 들어갔다. 그들은 ‘내부의 기밀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들을 통해 권력의 비밀을 까발리는 전 세계적 활동’을 꿈꾸었다. 위키리크스는 천재적인 프로그래밍 기술로 정보원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들은 서로 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 컴퓨터를 사용한 메일 교환과 채팅을 통해서 작업을 한다. 그들은 집단지성을 통해 자료를 분석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언론에 유포한다. 어산지는 무서운 집중력과 헌신성으로 그 활동의 중심이 되어 간다. 초창기 활동에는 사람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책임도 일의 진행도 그래야 뭐가 되어도 된다.

다니엘은 07년 09월에 합류하고 어산지가 손 못 대는 조직내부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는 08년, 09년에 걸쳐 서버를 관리하고 조직과 재정을 정비한다. 언론을 상대하고 후원금을 받아낸다. 언론자유무역항 아이디어를 아이슬란드 정치권에 제안하기도 한다. 다니엘은 조직적인 사고로 위키리크스의 시스템을 세워 나간다. 그래야 커가는 조직을 지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제까지 사람으로 갈 수 없다는 말은 진리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 불화가 싹트기 시작한다. 불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는 사소한 일상의 태도와 말투다. 다니엘은 회의 때마다 늦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어산지가 싫었다. 항상 진지하고 깔끔한 다니엘에게는 개인위생이 불량한 어산지가 신경 쓰였을 것이다. 어산지도 항상 툴툴거리고 자기가 위키리크스의 주인인양 -물론 본인은 그랬다고 하지는 않지만- 행세하는 다니엘이 미웠을 것이다. 사람이 미워지면 사소한 것 까지도 미운 법이다.

불화의 두 번째 이유는 조직운영에 대한 입장차이었다. 어산지는 적어도 위키리크스는 자신의 것이며 모든 결정은 자신이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후원자, 지원자. 부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니엘은 모든 정책은 조직내부에서 끝장토론을 통해 결정을 해야 하고 그것이 안 될 때는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어산지의 대표성은 부정 안하지만 자신은 옆에 서 있는 2인자이지 뒤에 서 있는 2인자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이 둘은 어산지의 성폭행사건이후 결정적으로 갈라지게 된다. 다니엘은 위키리크스에서 10년 09월에 탈퇴하고 오픈리크스를 만든다. 결국 시스템과 사람의 문제가 둘을 갈라놓았다고 나는 본다. 다니엘은 시스템으로, 어산지는 사람으로 가려 했다.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조직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과 시스템의 문제는 항상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키리크스라고 해서 벗어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갈등의 불씨

사실 위키리크스는 시작부터 갈등의 불씨가 내재되어 있었다. 조직이 커지고 외압이 강해지고 책임성을 요구하는 시점이 되면 드러나는 모순들이 있다. 그들의 공개 활동 원칙은 모든 자료를 검열 없이 올라오는 순서대로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라온 자료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문제가 있다. 위키리크스가 유명해지면 역정보를 흘려 교란을 시키거나 개인적인 원한을 갚기 위해 이용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손을 대게 되고 어떤 자료를 취합할건지에 대해서 선택이라는 권력이 작동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고발자의 요구를 충분히 고려하여 자료에 대한 오염을 배제한다는 위키리크스의 입장에 위배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자료 공개 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보호문제가 있다. 실제로 케냐 경찰의 청부살인을 폭로한 인권활동가들이 살해당하는 일도 있었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일지의 폭로에는 정보원들이 노출되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도 했다.

또한 처음에는 자료의 검토와 공개를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의 집단지성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그게 사실 양질의 결과가 나오지 않음을 알고 언론들과 제휴를 맺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언론과 제휴를 맺을 것인가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되고 어산지의 독단으로 다른 조직원들과의 불화의 씨앗이 되었다. 독단으로 하다 보니 뒷거래에 대한 의심도 동반하게 되었다.

 

“ 가장 진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이 가장 국가를 위할 줄 안다.”

지금까지 위키리크스의 정체성은 아직 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단순한 문서보관소 일수도 있고 또 하나의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곳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키리크스가 이전의 다른 폭로단체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것은 ‘민주적 공공성과 최선의 제보자 보호를 위한 인터넷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향후 진화하는 위키리크스의 모습과 오픈리크스처럼 비슷한 형태의 폭로단체들과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명심해야할 말이 있다. 그 말대로만 된다면야 위키리크스는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리 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에 나오는 글귀다.

‘가장 진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이 가장 국가를 위할 줄 안다.’
???????????????????????????????????????????
* 이 글은 <e시대와철학>과 <책익는 마을>의 공동기획 연재물입니다. 책과 더불어 건전한 시민문화를 만들어가는 보령 책익는 마을 주민들의 다양한 세상살이, 세상보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오늘은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의 『위키리크스,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지식갤러리)와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의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21세기북스)를 함께 다룬 글입니다.

0 replies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