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운동44-법칙 관계와 인과 관계[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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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변증법 반성운동44-법칙 관계와 인과 관계

1)

앞에서 우발적 존재에서 반성은 실존에 머물러 있어서 아직 본질이 그런 우발적 존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또는 공허를 본질로 한다고 했다. 이제 인과 관계에 이르러 처음으로 반성이 내적으로 되면서, 개체는 본질이 그 속에 비친 것 즉 현상으로 된다.

헤겔에서 인과 관계를 이루는 요소는 이처럼 현상으로서 개체이니, 이 개체는 자립적인 동시에 타자와 관계한다. 이 개체가 지닌 양 측면이 곧 인과 관계의 핵심을 이룬다.

헤겔의 인과 개념은 철학에서 일반적으로 다루어지는 인과 개념과 구분된다. 인과 관계는 철학상 법칙 관계와 동일한 것으로 다루어지며 그 때문에 흄의 비판 이래로 부정되어왔다. 법칙 관계란 흔히 두 자립적 존재가 조건적으로 관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하나의 존재가 있으면 다른 존재가 있는데, 이것이 항상 반복되면 법칙이 된다.

그런데 인과 관계는 이 두 자립적 존재 사이에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 데, 흄에 의하면 실제로 지각할 수 있는 것은 다만 고립된 개별적인 것이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지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는 인과 관계를 부정하면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개별적인 것들 사이의 법칙 관계 또는 조건 관계뿐이라고 한다.

칸트는 흄의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이런 고립된 개별적인 것이더라도 항상 계기해서 지각된다면, 선험적 주관은 이를 인과 관계로 파악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2)

헤겔은 힘의 관계를 인과 관계를 구분해서 다룬다. 법칙 관계 또는 힘의 관계와 인과 관계는 관계의 성격에서 구분된다. 전자는 현상 편에서 다루어지는 물체를 요소로 하는 관계이며, 후자는 실제성 편에서 다루어지는 실체적 개체를 요소로 하는 관계이다.

하나의 물체는 여러 성질을 지니고, 이 성질은 서로 관계한다. 이 성질이 다른 성질과의 관계는 양자 사이에 미분적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힘은 한편으로 발산하고 다른 한편으로 수렴하면서 두 성질을 관계하게 한다. 이것이 힘의 외화라는 관계다. 헤겔은 이 힘의 외화를 통해 두 성질 사이의 법칙 관계가 성립된다고 본다.

반면 인과 관계는 유적 본질이 실체로 펼쳐지는 반성 운동을 매개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종적 개체는 가능적인 것이며 다른 개체는 실제적인 것이다. 여기서 가능적인 것은 원인이 되고 실제적인 결과가 된다.

가능성의 실현은 앞에서 헤겔이 말했듯이 자기를 펼치는 운동이며 자기를 이중화해서 계시하는 운동이다. 여기서는 원인의 원인성이 결과에 전달되어 결과를 원인과 동일한 것으로 만든다. 원인은 인과적 작용 속에서 자기의 원인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과 역시, 인과 작용에 의해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원인과 같은 것으로 정립된다.

예를 들어 하나의 당구공이 다른 당구공에 인과적 영향을 미치면, 하나의 당구공은 자신이 지닌 운동량을 잃어버리고 이 운동량을 다른 당구공에 전달한다. 즉 가만히 있던 당구공이 운동하게 된다.

그러므로 인과 관계는 조건 관계와 달리, 원인과 결과가 인과 작용에서 스스로 변화한다. 원인은 원인성을 잃고 결과는 원인성을 띠게 되니,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는 인과적 관계를 단순한 조건적 관계 즉 법칙 관계와 구별할 수 있다.

3)

우발적 존재에서 일어난 반성 운동이 공허를 본질로 하는 것과 달리 여기서 일어나는 반성 운동은 일정한 본질을 설정한다. 인과 관계는 실체적 개체 사이의 반성 운동을 전제로 하지만, 이런 반성 운동은 아직 일면적인 것에 그치므로 인과 관계는 외적인 반성 운동에 그치고 장차 내적 반성 운동이 일어나면서 인과 관계는 상호작용으로 전환한다.

헤겔은 인과 관계를 형식적 인과성, 특정한 인과성, 작용과 반작용 관계로 발전적으로 서술한다. 그 가운데 형식적 인과성은 인과의 단순한 개념만을 다룬다.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인과성은 특정한 인과성에서 시작한다.

우발적 존재가 부정적인 것으로 되면서 타자와 관계를 맺게 된다. 이를 통해 인과 관계가 출현한다. 개체가 맺는 동일성의 관계를 통해 가능적인 것이 실현되어 실제적인 것으로 된다. 이때 가능적인 것이 원인이고 실제적인 것이 결과다.

원인이 이런 원인이 되려면, ① 처음 직접적인 실존에서 자기 내로 반성하고, 가능적인 것[An sich Sein]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이렇게 지양된 것으로서 원인은 인과 관계 속에서는 오히려 직접적인 것, 근원적인 것이며, “자기로부터 시작하고 타자로부터 촉발되는 법이 없이 자기로부터 산출하는 자립적 원천이다.”(논리학, GW11, 398)

원인이 원인으로서 자기 내 반성과 원인이 결과를 규정하거나 정립하는 것은 동일한 행위이다. 양자는 분리될 수 없이 통일되어 있다. 즉 원인이 원인이 되면 즉시 다른 것에 작용[wirken]을 해야 한다.

“원인의 근원성이란 원인의 자기 내 반성이 곧 규정하는 정립이며, 거꾸로 양자는[자기 내 반성과 규정이] 하나의 통일을 이룬다는 데 있다.”(논리학, GW11, 398)

② 자기의 위력을 통해 이 정립된 규정성을 결과 속에 정립한다. 원인은 결과 속에서 자기와 동일한 것 즉 “정립된 것으로서 정립된 것”(논리학, GW11, 398)에 이르므로 ③ 자기 관계하는 가운데 다시 자기 내로 복귀하면서 이제 원인은 원인으로서 자기를 소실한다. 결과는 처음에는 ④ 직접적인 것이었으나 이제 원인의 결과가 되면서 정립된 것으로 된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 속에서 “결과는 일반적으로 원인이 포함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포함하지 않으며 거꾸로 원인은 결과 속에 존재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포함하지 않는다.”(논리학, GW11, 398) 여기서 원인과 결과는 동일한 것인데, 이는 원인의 가능성이 펼친 것이며, 자기를 이중화한 계시이다. 이 계시는 단순한 이행도 아니고, 외화[형성]도 아니며 자기를 타자에 전달하는 것이니, 헤겔은 원인을 ‘위력을 지닌 것[Macht]’으로 규정한다.

4)

형식적 인과 관계는 인과 관계에 관한 개념일 뿐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과 관계는 특정한 인과 관계이다. 특정한 인과 관계는 원인과 결과가 각기 직접적인 실존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각자는 고유한 내용을 지니며, 그 가운데 하나의 내용에서 인과 관계가 맺어진다.

우발적 존재의 실체 관계가 추상적 필연성 즉 우연성에 상응하는 것이었다면, 이런 특정한 원인과 결과는 앞에서 논의한 상대적 필연성에 상응한다. 원인은 구체적인 가능성이며 결과는 구체적인 실제성이다.

인과 관계 속에서 개체는 실체로 규정된다. 원인과 결과는 가능성과 실제성이라는 실체의 형식을 지닌다. 그것은 서로 관계하여 실체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원인과 결과가 인과 관계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지닌 내용은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는 토대가 되니, 곧 기체이다.

원인은 여러 내용을 지닌다. 원인이 원인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기체에서 벗어나 원인으로서 정립되어야 한다. 즉 원인은 자기를 지양해야 한다. 이제 원인은 실체가 되며 이 원인이 작용하면서 원인이 되는 내용을 결과로 옮기면 원인은 이 원인이 되는 내용을 잃어버리면서 자기 자신으로 복귀한다. 원인은 번래 기체로 복귀한다.

“이 [원인이 되는] 실체의 작용은 외적인 것에서 시작하며 이 외적인 규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외적인 것의 [결과를 통해] 자기 내 복귀는 자신의 직접적 실존을 보존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인과성을 지양하는 것이다.”(논리학, GW11, 402)

예를 들어 돌이 다른 것을 타격하는 원인이 되려면, 돌이 들어 올려져서 하나의 운동량을 지닌 것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돌은 다른 것을 타격하면서 운동량을 잃고 다시 땅으로 낙하하고 처음의 직접적인 존재로서 돌로 된다.

결과는 원인의 작용에 의해 그 자신이 지양되면서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 결과는 이 정립된 원인을 다시 다른 타자에 정립하면서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간다.

특정한 인과 관계에서 원인과 결과는 자립적인 내용을 지닌다는 점에서 서로 무차별하지만, 어떤 인과 관계를 이루는 특정한 내용에서는 서로 동일하다. 특정한 인과 관계에서 서로 무차별한 측면과 서로 동일한 측면은 각기 독자적 내용을 지니면서 서로 외면적으로 관계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돌이 다른 것을 때릴 때, 여기서 원인이 되는 것은 운동량이다. 그런데 돌이 돌이라는 점에서 지닌 내용은 이 운동량과는 무관하다. 이 동일한 운동량을 돌이 지닐 수도 있고, 나무도 지닐 수 있으니, 돌의 구체적 내용은 원인으로서 내용과 서로 외면적이다.

형식적 인과성에서 원인과 결과는 서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양자는 분석적 명제를 이루며, 특정한 인과성에서 원인과 결과는 단순한 형식의 차이만은 아니다. 원인과 결과는 인과적 내용 외에 독자적인 내용을 지니므로 양자는 내용상 차이가 있다.

6)

① 하나의 결과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여러 원인이 동시에 작용해야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하나의 결과는 여러 형식을 가진 통일적인 내용이므로, 그 형식에 따라서 각기 다른 원인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자동차의 결함일 수도 있고, 도로 조건의 결함이나 운전의 미숙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자주 중첩해서 작용하여 사고를 일으킨다.

② 특정한 인과성은 원인과 결과가 지닌 내용의 차이 때문에 다양하게 발전한다. 우선 하나의 원인은 원인으로서 갖는 자신의 내용 외에도 다른 내용을 지니므로 이 내용을 통해 그 자신의 원인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전투에서 아버지가 탄환을 맞아 전사하면서 아들이 각고 노력하여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여 성공했다고 하자. 아들이 성공한 원인은 각고 노력인데 이 각고 노력의 원인은 아버지의 전사이고 아버지가 전사한 원인은 다시 전투에서 맞는 탄환이다.

이런 관계는 무한히 펼쳐질 수 있으며 원인의 방향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결과의 방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계를 통해 인과의 사슬이 만들어진다.

③ 생명체나 정신에 이르면 하나의 원인은 결과에서 자기를 그대로 이중화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결과는 자발적인 힘을 지니고 이런 원인이 미치는 작용을 자기 나름대로 고유하게 변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예를 들자면, 이오니아 기후가 미치는 영향은 호머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시저의 명예욕이 공화국을 멸망시킨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호머나 공화국은 고유한 주체성을 지니고 이런 원인의 작용을 변형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예를 통해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작은 원인이 거대하고 심각한 사건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원인은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간접적 원인이거나, 여러 원인 중의 하나이거나 주체적으로 변형되는 원인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헤겔은 결과는 결코 원인보다 클 수 없다고 주장한다.

7)

원인의 사슬 가운데 원인이 다른 것의 원인이지만, 자기 자신 역시 다른 것의 결과이다. 하나의개체가 원인인 동시에 결과가 된다는 것에서 자기 자신이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가 되는 가능성이 생겨난다.

결과는 원인과 관계하여서 결과일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내용을 지닌 기체이다. 이 기체는 인과적 동일성에 대해 다만 외면적인 것 즉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기체가 원인이 원인으로서 작용하게 하는 전제로서 규정된다. 다시 말하자면 결과가 원인이 되어 원인을 원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한 인과성에서 어떤 것을 원인으로 만드는 것은 외적인 반성이었다. 그러나 이제 원인이 자기의 결과를 통해 원인으로 되면서 자기 스스로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전에 동일성이 다만 잠재적으로 존재했던 것인 기체는 이제부터 전제로 규정되거나 작용하는 인과성에 대립해서 규정되며, 이전에 동일한 것에 다만 외적인 것이었던 반성은 이제 이 동일한 것에 관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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