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거라투스트라, 오바마 빈 라덴을 만나다.[자거라투스투라 시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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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창(MEGA공동대표, e 시대와 철학 자문위원)

오바마 빈 라덴씨, 왜 그렇게 구석에 쭈그려 있지요? 한 나라 대통령이 말입니다.

당신 누구요? 난 오사마가 아니요, 오바마요.

아, 죄송해요. 난 짜라투스투라가 아니라 자거라투스트라요. 니체의 사생아. 들어 본 적이 있을 거요.

아니 금시초문이요.

그럼 멀지 않아 듣게 되겠지요. 주한 미국 대사관에 물어보시오. 대학교수치고 안식년을 미국으로 가지 않은 교수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나, 자거라투스트라요. 한국교수들이 왜 안식년을 미국에서 보내는 것인지,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오?

그야, 미국이 당신네 한국 교수들의 교수자격증의 고향이니, 안식하기에 딱 맞기 때문이 아니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은 ‘맹모삼천지교’ 때문이요. 말이 어렵지는 않겠지요? 이 나라에서는 영어 실력이 출세의 지름길이고, 부모된 자로 자식을 미국에 데리고 가는 것은 다 그런 맹모삼천지교 때문이요.

그럼 당신은 반미주의자라서 부모의 도리조차 포기한 거요?

무슨 말씀이요. 우리 친구 중에 미국에는 갔지만 라스베가스에 가지 않았다는 친구가 하나 있소. 그는 거기서 잭팟이 터지면, 교수가 도박했다고 신문에 날까 봐 가지 않았다고 해요. 나도 마찬가지요. 미국에 갔다가, 내가 유명해지면, 나보고 미국 갔다 왔기 때문에 유명해졌다 할 거 아니요? 그래서 미국에 안가는 거요.

한국 말에 ‘기우’라는 말이 있다 하더니, 꼭 당신보고 하는 말이군요. 당신이 유명해질까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런 기우에 해당되는 거요. 근데 왜 날 찾아 왔소. 내가 철학이나 하도록 한가한 줄 아시오?

하기는 당신이 바쁜 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당신이 하도 심해서 내 찾아왔소. 내가 투표권도 없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열렬하게 당신을 밀었던 것을 아시오? 그때 예비선거 시작하자말자, 힐러리 클린턴하고 당신이 TV토론에 나왔더군요. 힐러리의 요리 빼고 저리 빼는 약삭빠른 워싱톤식 정치 감각에 비해 당신은 우직하고 시원시원했어요. 이라크에서 철군하겠다는 단 한마디 명확한 약속 때문에 난 당신이 당선되기를 학수고대했소.

아, 그래요. 반갑소. 이번에 또 선거가 있는데, 한 번 더 부탁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절망했소. 어떻게 한 나라 대통령이 의자 구석에 마치 물에 빠진 쥐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다는 말이요?

아니, 내가 말하지 않았소? 이번 기습 작전을 지휘하는 장군에게 자리를 양보한 거요. 그것은 나의 실용주의 정신을 보여준다고, 신문에도 다 설명되었는데, 그것도 모르요?

그런데 나한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그것은 마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처럼 보입디다. 기습작전을 하고 혹 문제가 있으면 내가 한 것이 아니다 하고 발뺌 하려 했던 거 아니요? 한 발은 이쪽에 넣고 다른 발은 밖으로 빼는 자세가 바로 당신의 자세 같아요. 당신이 그런 것은 다 옛날의 아픈 기억 때문이 아니요?

무슨 기억을 말하는 거요?

그 옛날 이란 혁명이 일어났을 때 이란 학생들이 미 대사관을 점령했지요. 그때 카터는 기습작전을 폈는데, 실패로 돌아갔어요. 사람들은 카터가 재선을 하지 못하고 끝내 단임으로 마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기습작전의 실패 때문이라 해요. 그 기억 때문에 이번에 기습작전 하면서도 당신은 안절부절 못하고 그래서 엉거주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거 아니요? 만일 실패하면 내가 한 게 아니라고 발뺌하려 했던 거지요.

자거라투스트라 씨? 내 말을 기억해요? 미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 내가 빈 라덴을 제거한 후, 위대한 우리 국민들에게 한 바로 그 말, 말이요. 이거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오바마 빈 라덴 씨, 미 대통령 각하, 정말 그 말은 위협적이었어요. 전 세계 반미주의자들의 가슴을 벌벌 떨게 했어요. 미국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저항하지 않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한 거요? 그래서 그의 시신을 아무도 모르는 바다에 수장해 버린 거요? 이 끔찍한 야만은 오사마 빈 라덴의 끔찍한 테러와 뭐 다를 바 있소? 마땅히 그를 데려와 재판을 한 이후 처형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은 당신네들이 체포해 재판하고 사형하지 않았소? 그게 정의의 나라 미국의 이미지에 맞는 게 아니요?

자거라투스트라 씨, 당신은 한국에서 백만 권 팔렸다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지 않았단 말이요? 거기 보면 다 나오는데, 내가 또 설명해야 한단 말이요?

그 책은 나도 읽었소. 거기 보면 인류에게는 민주적인 합의를 넘어서는 어떤 공동적인 도덕이 있다는 거 아니요. 그런 도덕 속에 인권이 들어간다고 당신네들이 말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그런 인권에는 재판받을 권리도 포함되는 것이요. 당신네들은 봉건주의 시대에나 통하던 복수의 권리를 수행한 거지요.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오사마를 재판하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아요? 우선 오사마는 재판정을 자신의 테러리즘을 선전하는 장소로 삼을 거란 말이요. 히틀러가 뮌헨 폭동이 실패로 돌아가 체포된 이후 재판정에서 벌렸던 선전을 생각해 보시오. 정의로운 재판정을 불의의 선전장이 되도록 하는 것은 옳은 일이요? 자거라투스트라씨, 당신이라면 이런 끔찍한 부정의를 허용할 수 있겠소?

오마바 씨, 이슬람이 그렇게 무서워요? 아니면 이슬람을 탄압했던 당신네들이 스스로 무서운 거요? 오사마 빈 라덴이 재판정에 서면 그게 다 폭로될까 보아 그런 것 아니요? 당신들이 정의롭다면 재판의 결과 오히려 전 세계에 당신네들의 대의가 들어날 것 아니요? 그건 그렇다하고, 철학적으로 보아서 그것은 결과를 고려하는 논법이 아니요? 당신이 존중하는 마이클 샐던은 공동의 권리는 천부적인 것이어서, 결과와 무관하게 정의라 했어요. 그래서 그는 공동체주의자가 된 거요.

아니, 자거라투스트라 씨 책을 좀 열심히 읽어보세요. 거기 칸트를 논하면서 샐던이 뭐라 했나요? 이런 논의를 하지 않아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법칙이 있다 합시다. 내 친구가 강도를 피해 내 집으로 도망 왔어요. 그런데 강도가 찾아와서, 내 친구가 숨었는가 묻습니다. 그때 칸트라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해요? 결과를 위해 거짓말할 수는 없소. 샐던은 이때 소위 회피 전술을 쓰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즉 내 친구가 집에 숨은 것은 아니라고 말이요. 집에 오기는 했지만 숨은 거는 아니라는 거지요. 물론 집에 왔다는 말은 빼고 뒤의 말만 하는 거지요. 그러면 결과의 위험도 피하고, 법칙도 지킬 수 있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샐던은 바로 이 회피 전술이 클린턴이 르윈스키 청문회에서 써먹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바마 씨, 그래서 당신은 이번에 회피 전술을 사용한 거구 만요. 재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재판이 성립되지 않도록, 남몰래 살해해 버린 거군요. 그리고는 살해한 것은 아니고 다만 총을 발사했다고 하면서 오사마 빈 라덴의 마지막 장면을 공개하지 않는군요.

나는 다시 강조하겠소. NCND요. 그게 나의 스승 마이클 샐던이 나에게 가르쳐준 비법이요.

오바마 씨, 굳이 당신들한테 철학이 왜 필요한지 궁금해요. 아니 거꾸로 우리 같은 철학자가 이 세상에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당신네들의 기만을 합리화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한 거요?

아니, 자거라투스트라 씨, 그게 내 물을 물음이요. 우리가 그냥 살게 놓아두면 안 돼요? 왜 당신네들 철학자들이 당신네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건에 굳이 개입해서 우리로 하여금 궤변을 하도록 강제하는 거요?

그럼 오사마 빈 라덴을 수장한 것도 샐던 책에 나오는 거요? 사람들이 무덤에 묻힐 권리는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로 보았소. 말하자면 인권인 셈이요. 궁금하면 『정신현상학』에서 ?인륜의 정신? 장을 보시오. 거기서 헤겔은 안티고네 비극을 다루면서 안티고네가 한 말을 새기고 있어요. 비록 조국에 대항한 역적이지만, 나의 오빠이고, 그래서 묻힐 권리가 있다고 하는 말, 말이요.

물론 우리 미국이 그런 기본적인 권리를 부정한 것은 아니요. 다만 바다에 묻었을 뿐이요. 그리고 그 바다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러니 인간으로서 묻힐 권리를 부정한 것은 아니지 않아요? 자거라투스트라 씨 우리 미국인들이 그렇게 허술한 사람은 아니요.

맞아요. 그런데 당신네들은 오사마의 무덤을 세우면 그게 성지가 될까 보아 수장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면 시체도 무덤도 찾을 수 없으니 말이요. 하지만 그건 생각해 보았어요. 바다에 수장하면 그 모든 바다가 성지가 된다는 것, 말이요? 전 세계의 바다가 얼마나 넓고 얼마나 많아요. 전 세계의 바닷물이 모두 오사마 빈 라덴의 피가 되고, 전 세계의 모든 소금이 오사마 빈 라덴의 살이 되는데. 그것도 당신네들이 결과를 고려한 거요?

자거라투스트라 씨 다시 말하건대, 미국은 할 수 없는 것이 없어요. 만일 그러면 미국은 전 세계 바다를 말려서 육지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 오바마 씨, 내가 좋은 제안을 하리다. 오사마 빈 라덴을 주검을 건져서 지금이라도 남극에 묻으세요. 설혹 남극이 성지로 되더라도, 오사마 빈 라덴 추종자들이 설마 남극까지 가겠소?

자거라투스트라 씨 재선이 되면 봅시다. 나도 재선까지는 어쩔 수 없어요. 현실이 그런 거요.

알겠소. 오바마 씨, 당신이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라요. 난 당신이 카터처럼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써먹고 버리는 카드가 되기를 바라지 않아요. 그리고 재선이 되면 좀 분명하게 합시다. 먼저 그 천 년 먹은 여우 힐러리 클린턴을 해임하시오. 그는 여성주의의 이미지를 해치는 결정적인 본보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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