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역사와 자유의식: 헤겔과 맑스의 자유의 변증법』(안드레아스 아른트 지음, 한상원 옮김 | 에디투스 | 2021년 6월 30일 발간)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2018)과 번역서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2020), 그리고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2019) 등 여러 공저를 펴내면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철연 한상원 회원의 신간 번역서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한상원 회원의 박사 학위 논문 어드바이저로, 독일 68혁명 세대의 대표적 지성이며 헤겔 연구의 권위자인 안드레아스 아른트(Andreas Arndt) 교수의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자유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헤겔과 맑스의 사상을 전면 재구성하는 작업을 담은 이 책은 헤겔-맑스주의 연구의 새로운 지평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역자의 노력으로 한국 지성계에 이 책이 소개되어 매우 반가운 마음입니다. 아래 옮긴이의 말로 책 소개를 대신합니다.
옮긴이의 말
이 책은 안드레아스 아른트의 책 Geschichte und Freiheitsbewusstsein. Zur Dialektik der Freiheit bei Hegel und Marx (2015)을 우리 말로 번역한 것이다.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역사와 자유의식』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루카치의 기념비적인 저작 『역사와 계급의식』을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루카치는 그의 책에서 정통 맑스주의의 기초를 맑스의 변증법적 ‘방법’에서 찾으며, 이를 통해 헤겔과 맑스의 변증법을 결합하는 ‘헤겔 맑스주의’의 노선을 정립하였다. 이러한 루카치의 헤겔 맑스주의는 이후 서구 맑스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1950년대 이래로 ‘인간주의적’ 맑스 해석이 등장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루카치의 헤겔 수용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의식의 변증법이었다. 즉 루카치의 물음은 프롤레타리아 의식이 어떻게 부르주아적 주객 이분법과 사물화를 뚫고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총체성에 도달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루카치의 헤겔 맑스주의는 이후 알튀세르 학파에 의해 강력한 도전을 받기도 했다. 알튀세르는 루카치와 인간주의 경향의 맑스 해석을 비판하면서 탈주체, 구조, 이데올로기, 무의식, 인식론적 절단과 같은 범주들을 도입하였으며, 특히 헤겔 변증법의 표현적 총체성과는 다른 맑스의 독자적 변증법을 강조했다. 그 이래로 이 두 학파 사이의 논쟁이 헤겔과 맑스의 관계를 둘러싸고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이 책의 저자 안드레아스 아른트 역시 헤겔 맑스주의자다. 그러나 그의 헤겔 맑스주의는 루카치의 그것과 상이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 루카치 이래 전통적으로 헤겔 맑스주의는 변증법적 방법을 툴러싸고 헤겔과 맑스를 비교하는 관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른트는 헤겔과 맑스를 결합하는 심급을 이동시킨다. 그에 따르면, 헤겔과 맑스는 ‘개인적 자유’의 실현이라는 관점 속에 새롭게 결합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 자유를 보장할 법/권리의 차원에서 대안적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가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맑스의 『자본론』과 비교해야 할 헤겔의 저작은 변증법적 방법을 다루는 『논리학』이 아니라, 자유의 현존재로서 법과 국가 공동체에서의 인륜성을 다룬 『법철학』이 될 것이다.
저자 아른트의 이러한 독특한 헤겔 맑스주의 사유는 새로운 논쟁의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맑스 텍스트에서 청년기 저작과 성숙기 저작의 관계, 헤겔과의 관계를 둘러싼 루카치 학파와 알튀세르 학파의 대립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연구해왔는데, 반면 이를 넘어 ‘자유’의 관점에서 어떻게 헤겔과 맑스가 비교 연구대상이 되는가에 관해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이 책은 기존의 관점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의 헤겔 맑스주의의 가능성을 논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헤겔과 맑스 모두가 역사적으로 받아왔던 비난, 즉 개인이 아닌 전체의 관점에서 사고하며 이로 인해 전체주의나 관료독재를 정당화했다는 시선에서 벗어나, 개인적 자유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두 사상가를 결합시키려는 과감한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저자 안드레아스 아른트는 베를린 자유대학교 철학과 초빙교수를 거쳐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신학부의 철학 담당 교수를 역임했으며, 나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이기도 했다. 나는 아도르노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아른트 교수의 도움으로 헤겔과 맑스의 변증법에 관한 심도깊은 논의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부족한 나의 논문을 성심껏 지도해주신 안드레아스 아른트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부족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독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쟁들을 촉발하길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출판해주신 에디투스 출판사의 연주희 대표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
한겨례 신문 서평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066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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