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AM [나인당케의 단상들]

6:30 AM

 

한상원(한철연 회원)

 

새벽 6시 반. 아침식사가 되는 식당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사창시장을 가봤는데 문 연 식당이 없다. 부산할매 수육국밥집은 문을 열었고 사람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이 집은 국물이 너무 짜다. 결국 다시 봉명동으로 와서 동네 국밥집에 가기로 한다. 새벽 5시부터 열지만, 손님 없을 때는 할머니가 주무시고 계셔서 깨우는 게 난감한 순대집이다.

매일같이 새벽녘 사직대로 큰 길가에는 곳곳에 출근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 있다. 오늘처럼 새벽바람이 추운 날에는 두터운 검은 패딩을 입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 여성부터 50대 중년 남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이윽고 도착한 전세버스들은 맨 앞에 행선지를 적어놓고 있다. ‘청호나이스’, ‘LG기공’ 등을 적어놓은 버스들에 올라탄 사람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패딩에 몸을 담그고 잠이 든다. 팔짱을 끼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을 희끗 보여주다 버스는 다시 문을 닫는다.

내가 사는 봉명동이나 인근 사창동 등에는 새벽녘 출근하는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쓰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들이거나 그들을 따라 온 현지 출신의 가족들이다. 이른 경우는 새벽 4시에도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3교대라 출근시간이 일정치 않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저 출근 버스들도 24시간을 운행한다.

이윽고 순대집에 도착하니 속칭 ‘노가다 복’을 입은 60대 아저씨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그들이 신고 온 워커화에는 새하햔 먼지들이 가득 묻어있었다. 갑자기 하이데거와 고흐의 구두 에피소드가 생각나 혼자 키득거렸다. 새벽녘 순대국에는 이제 노동하러 가는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고 기운을 돋아주는 힘 같은 게 느껴진다.

 

여기 청주에 사는 분들, 그것도 나름 지역 시민단체 활동도 하고 계신 분들도 내가 봉명동 공단입구에 산다고 하면 ‘근데 거기는 공기가 더럽지 않아요?’ 하고 묻는다. 사실 여기서 충북대 인문학관까지 1킬로미터 안밖이기 때문에 여기 공기가 더러우면 충북대 학생들도 다 그 공기를 마시는 셈인데. 그리고 충청권 전체가 발전소, 소각장 등의 영향으로 공기질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어딜 가나 큰 차이도 없는데. 그리고 청주 최고 부자들이 사는 지웰시티는 바로 SK하이닉스 공장 길 건너에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왠지 어떤 편견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식당 사장님이 틀어놓은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이런 대사를 한다. ‘저랑 밥 먹으러 가요. 냄새 안 나는 청국장집이 있어요. 청담동에.’ 나는 이 단어들의 조합이 매우 징후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청국장은 당연히 냄새가 난다. 그러나 청담동이나 강남에 사는 그들이 먹는 청국장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사실 그들은 냄새를 싫어한다. 마치 영화 <기생충>의 박사장 가족처럼. 이 대사는 ‘공단 입구 지역은 공기가 더럽다’는 속설처럼 우리가 가진 무의식의 어떤 지점을 드러낸다.

우리 시대는 ‘냄새나지 않는 청담동 청국장’과 같은 어떤 신기루를 좇고 있다. 언제쯤 새벽녘 대로에서 출근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작업하러 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대우받는 날이 올까. 갑자기 노회찬 의원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