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국회의원을 생각한다. – “좌좀들 150만명”발언 즈음하여 [시대와 철학]

국민과 국회의원을 생각한다. – “좌좀들 150만명”발언 즈음하여

 

이영훈(한철연 회원)

 

얼마 전, 국내 제1야당 소속의 민모 국회의원이 개인 SNS에 올린 글이 뉴스가 된 적이 있다. 기자의 사견 등을 제외하고 사실만 나열하면 뉴스의 대략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모 의원이 북한 열병식 사진, 교황 방한 사진, 나치당 뉘른베르크 당 대회 사진과 더불어, 이번 검찰개혁 시위 사진들을 함께 올리고 “좌좀들 150만 명”이라 지칭했다.’

이전에도 국회의원들의 과한 언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기에, 어쩌면, ‘야 이 친구야, 쟤들은 원래 그렇잖아, 대한민국 국민답게 행동하라고’라는 식으로 넘어갈 사람들도 있을 테다. 그러나 나는 민 의원의 이 발언에서 그저 쉽게 넘기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국회의원은 어떤 직책인가’라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내가 알기에 국회의원은, 시험 봐서 입성하는 입법부나 사법부와는 성격이 다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한 행사를 대행하라고 국민이 뽑은 ‘선출직’이다. ‘국민을 대행’하는 ‘선출직’이라는 점은 국회의원이 관료조직과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 부분이 왜 포인트인지 이야기하기 이전에,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 의원의 득표율을 보자. 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확인해보니 민 의원은 해당 지역구 투표인 119,224명 중 32,963명이 투표하여 당선됐다. 참고로 2등은 여당 소속이며 27,540표로 낙선했다. 바꿔 말하면, 참여하지 않은 인원을 차치하고서라도, 민 의원 지역구 주민 중 2등을 뽑은 약 27,540명 중의 적어도 일부는 민 의원과 반대되는 정치적 성향을 지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그들 중 또 몇몇은 이번 검찰개혁 시위에 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시위는 안 나갔어도 이 시위를 지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민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 구민들, 그리고 더 나아가 전 국민의 뜻을 대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민 의원 지역구의 예에서 보았듯이 상식적으로 그와 생각이 다를 가능성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민 의원은 이번 시위에 나선 국민을 “좌좀들 150만 명”으로 규정했다.

뭐 국회의원이니까, 이 정도 언사는 넘어가도 된다고 보는지? 혹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상적인 것이니까, 그도 사람이니까 내지는 정치인이니까… 이런 발언도 내뱉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서는 그의 발언에 대해 전혀 불편해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들을 위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국민이 뽑았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자기와는 생각이 다른 국민을 ‘사고능력은 전혀 없는 채 식욕에 따라 인육을 탐해 움직이는 죽어 썩어버린 상상의 시체 덩어리’인 좀비에 빗대어 “좌익 좀비 150만 명”으로 규정했다. 이 국회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그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더럽다, 더러워’라며 혐오의 발언을 또 다시 내뱉었다. 이 국회의원의 발언에 관대한 당신들의 동조 혹은 묵인 덕분에 민 의원과 그의 소속 당은 물론 당신들과 정치사상이 다른 국회의원까지 똑같이 국민을 무시할 수 있는 실질적 근거를 하나 더 만들어 주었다는 것은 생각해 봤는가.

 

그런 의미에서, 하나 묻는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거리낌 없이 모욕하는 민 의원의 발언에 관대한 당신과 그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가 달라졌을 때도 저들이 과연 당신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일 것 같은가? 아니면 그저 자신들을 대표하는 자들일 것 같은가.

아마 어떤 사람들은 당신들과 그 정당이 영원히 뜻을 같이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단히 안타깝게도, 그런 정치인에 대한 순진하기까지 한 ‘믿음’이 깨지는 실례는 특정 당적과 상관없이 지난 우리 현대사에서 수도 없이 봐 왔다.

 

자신과 같은 국민인 검찰청 앞의 저 많은 사람들을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순식간에 죽은 고깃덩어리 살육귀로 규정하는 자와 그런 인물이 소속된 정당이 과연 민의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가? 과연 누가 저들에게 묵인과 동의로서 자신만을 대변할 면허를 주었는지 의문이다.

 

물론 청와대 대변인이었고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인 민 의원이 단지 세속적이고 친숙한 언사를 구사해보고자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의 언어를 뜻도 잘 모른 채 사용하는 ‘실책’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도 사람인지라 잠시 과한 언사를 했다고 얼른 태세를 바꾸어 사과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 결과는 모두가 감당할 뿐이지만 국민의 입장, 또 시민의 입장에서는 ‘국민을 대행하는 자’가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고, 어떻게 발언해야하는지 깨닫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은 어떤 직책인가’라는 처음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봐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