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비오스 화산의 문둥이들 [이재원의 노동이야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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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비오스 화산의 문둥이들

 

이 재 원(한철연 회원)

 

지하철을 타면 귀신같이들 알고 자리를 비켜준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꼭 필요한 때에만 불러 쓰고 버려도 되는 목수가 되었다. ‘너는 나이가 들어서, 어차피 장기간 일 할 처지가 못되는 목수이다’, 라는 뜻으로 땜빵 해달라는 말을 받아들인다. JJ가 기존 목수 세 명이 빠져나갔으니, 땜빵해 달라고 연락해 왔다. 나 외에 L씨가 땜빵하러 갔다.

P 하천 수중보, 도로 쪽 벽체 공사이다. 가을 바람은 좋고, 주변 경치도 좋다. 옹벽은 양 끝은 1미터, 중간 3미터, 길이 약 100미터이다. 그 중간에 하천을 가로지르는 보를 만들 것이다. 옹벽 높이 상부는 30센티미터, 하부는 헌치, 헌치 위로 40센티미터이다. 아래, 위 두께가 달라서 거푸집을 지탱해 줄 규격품 타이가 없다. 이런 경우 막 타이라고 해서, 거푸집 양 족을 관통시킨 기다란 쇠 볼트 양 족에 나비너트로 거푸집을 고정시켜 인장력을 유지하는 공법을 쓴다. 나를 부른 사람은 JJ였으나, “전주 이 씨 적손”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이와 손 맞춰 일했다. 바탕 콘크리트는 이미 완성되었다. 우선 바탕 콘크리트 위에 천변 쪽 직선 옹벽 폼을 짜 올렸다.

그 다음에는 땜빵 두 인간이 손 맞춰, 벽체에 가로, 세로 철봉 지주대를 세우는 작업을 했다. 우선은 가로 지주대를 반생이로 고정시킨다. 그 다음에는 세로 지주대를 막볼트 양 쪽에 세워 역시 반생이로 고정시킨 후, 막볼트를 조여주었다. 그 다음에는 보가 일직선이 되도록 ?’도리’를 잡아주었다. L은 벽체 위로 올라가서 추를 본다. 나는 터파기 한흙 위에 비스듬히 ‘도다이’, 지주터를 설치한 후, 지주터와 벽체에 철제 서포트를 걸치고, L의 신호에 따라 시우나 빠루를 이용해 수직이 되도록 서포트 밑면을 밀어준다.

 

1. 개발의 평가 기준, 그리고 악인들

한철연 논술학교 시절 예상에 없었던, 그리고 당시로서는 짭짤한 수입 덕분에 방학 때마다 이곳 P하천 상류, 물 맑고 산 좋은 곳에서 지냈다. 동네 청년과 어울려 물고기 잡고 버섯 따고 몸에 좋다는 약초 캐어 먹었다. 지금도 그를 따라다니며 배웠던 송이버섯 있는 곳, 싸리버섯 있는 곳, 더덕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산불이 나서 소방용 헬기가 뿌린 소화제 때문에 그 산에서 나오는 것들을 먹을 수 없다. 물고기 잡는 것도 특이했다. 밤에 랜턴을 물에 비추면 물고기가 돌 틈에서 자고 있었다. 청년은 톱 끝으로 중택이를 가격했다. 중택이 넣고 끓인 라면은 진미였다.

처음 P보의 용도를 들었을 때에는 ‘보가 만들어지면 물놀이하기 좋겠다’라고만 생각했다. 얼마 전에 여행했던 연천강 보도 생각 났다. 사람들이 연천보 근처 물 맑은 곳에서 텐트 치고 야영도 하고 낚시질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수중보를 만드는지 궁금해졌다. 물은 흐르는 것 아닌가? 농업 용수를 쓰기 위해서 만드는 보라면 좋다. 시민들에게 맑은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좋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서 보듯, 입찰 업체들이 담합하도록, 오직 기업들의 이익만 챙겨 주고 녹조 라테를 만들었으되 아무 쓸모 없는 흉물을 만드는,? ‘삽질’을 위한 삽질이라면 공무원들은 “제발 놀아야 한다”.

개발의 논리가 ‘발전’이라는 수식어로만은 안 된다. 어떤 개발이든, ‘이 개발에 의해서 어떤 공익이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거대 토목 공사들, 이를테면 김제 만경제방, 인천 영종도 간척사업, 오이도 제방, 천수만 간척사업을 보자. 서해바다 곳곳을 틀어막은 제방들은 물고기들을 멸절시켰다. 이들 사업들이 공익이 있는가의 여부는 아예 따지지 않았다. 공익 보다는 거대 재벌들에게만 이득을 주었다. 원주민들은 생계 터를 잃어버렸으며, 국민들은 자원을 잃어버렸다.

P천의 보는 어떤 공익이 있는가? 이 곳 도시는 거대 담수호에서 수돗물을 끌어온다. 지금가지 농업용수는 해결되고 있었다. 보가 세워지면 보 아래 동네는 생활용수가 새 물로 희석되지 못하여 썩은 냄새를 풍길 것이다. P천은 거대 도시를 관통해 흐르기 때문이다.

공익과 관련해서 또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지난 정권 시절 해외 투자 캐나다 유전은 1조원에 서사 900억에 되팔았단다. 기업은 이윤에 매진한다고 해서 어떤 일이든 이윤을 위한 행위는 묵과할 수 있는가? 누군가가 부정을 저지른 것이 확실한데, 이런 것들을 여론화 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이 사회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더구나 해외 투자 43조원이란다(정관용의 박완용의원 인터뷰: “그리고 얼마 전에 한신대의 경제학과 고기영 교수가 자원외교 실적을 쭉 정리를 해 봤더니 총 43조 원이나 들였었는데 별 결실이 없다, 이런 분석을 했거든요”(노컷뉴스, CBS인용)>.

누군가가 빼돌린 것이 확실한 거래조차 언급하지 않는 이 책임을 최우선으로 져야할 사람들은 신문방송과 그 기자들이다. 이들이 정보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말해야 하는 것이 그 임무임에도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들이 가장? ‘악인’이다. 사실을 말해야 하는데 침묵한다면 그는 악인임에 틀림 없다. 또한, 4대강 사업을 적극 홍보한 학자연 하는 교수들이 악인이다(이들에 대해서는 ([한겨레 21], 제 949호 참조).

 

2. 발명

나비 몰트 조이기는 답답하다. 빨리 해야만 일 능률이 오르지만, 아무리 부지런하고 손재주 있는 사람도 한계가 있다. 일명 ‘타타기’라 불리는 기계도 있다. 그러나 이곳 현장에는 그 기계가 없었다. 자신을? ‘전주 이 씨 적손(嫡孫)’이라고 소개하는 이 씨가, “각목으로 돌리는 거 만들어올까?”, 한다. 나는 무심히, “그래. 만들어 와” 라고 대답했다. 아, 그가 만들어 온 이 연장이 쏙 맘에 들었다. 각목을 잘라 너트에 맞게 홈을 판, 간단한 이 연장은 요령 있게 사용하면 손보다 몇 배 빨랐다.

의식의 흐름은 발명의 기쁨과 함께 기억에 깊이 자리잡은 상처들를 발라내었다. 그것은 미장들이 쓰던 보온 몰탈과, 이를 특허 낸 그 제품과 연관된 기억, 그리고 부끄러움인지, 상처인지, 세태에 따라 막 산 것인지, 억압인지 알 수 없는 내 상처들과 연관되어 있다.

올 봄, 공중파 방송에서 아파트 부실공사 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실내와 실외온도 차에 의해 시내 내벽에 물기가 생기는 결로 문제를 심각히 고발했다. 결로는 곰팡이를 증식하고, 원인 모를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신축 아파트 현장은 입주 예정 주민들이 의심하는 표적이 되었다. 동호회를 구성하고, 자기들이 입주할 아파트 내부 공사 현황을 사진 찍어 게시판에 올리면 서로 토론들이 벌어진다고 했다.

아파트 공사 담당자들은 현장에 들어오려는 주민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에게 공사 현장이 인터넷에 회자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주민 통제는 일당에 비해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용역회사에서 뽑힌 나를 포함한 네 명을 기존 경비원들과 함께 현장 주 출입구에 배치했다. 나는 입주 예정인들의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었다. 방수 전문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공 방식으로는 결로를 피할 수 없다고는 아가리가 찢어져도 말 할 수 없었다.

콘크리트 외벽은 겨울 냉기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 전에, 그러니까 지금 특허되어 상품화된 보온 몰탈이 나오기 전, 직접 집을 짓는 이들 중에 건축에 감각있는 이들은 몰탈 시멘트와 스티로폴을 부수어, 결로가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을 세심하게 발라줌으로써 결로를 해결했다. 보온이 되면서, 냉기들은 차단되면서 습기가 생긴다 해도 다시 외벽이 건조해 지면 보온 방수층에 섞인 몰탈을 따라 다시 습기가 분출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미장들이 스티로폴을 부수어 몰탈과 섞어 바르는 것을 흉내내어 특허를 내었다. 특허품 공장을 세워,? ‘보온 몰탈’이라는 상품으로 대단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공사 방식은 스티로폴을 내벽에 붙여 단열효과를 노리지만, 세밀하게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천정 외벽, 슬라브와 벽체 부분이 만나는 부분의 결로를 피할 수는 없다. 이 현장에서도 보온 몰탈을 쓰지만, 엉뚱하게도 화장실과 벽체에 스티로폴을 댈 수 없는 부분에만 발라서, 반듯하지 않은 벽체의 보양 효과를 위해서만 쓰고 있었다.

 

3. 상처들

아파트 준공이 가까워지면서 조경 팀이 활발히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조경 작업을 눈여겨 보앗다. 어떻게 저토록 큰 나무들을 옮겨 심어서 살릴 수 있을까?

3년 여에 걸쳐서 고향집 앞 밭에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키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잘 크는 나무가 있고, 키우기 어려운 나무가 있었다. 특히 감나무를 수십 그루 살리지 못했다. 나무 심는 법을 묘목 상회에서 배워서 심었으나, 묘목이 잘못 되었는지, 아니면 심는 방법이 틀렸는지, 살리기 쉽지 않았다.

조경팀? ‘부반장’으로부터 이런 저런 조경 지식을 주워들었다. 식재에는 무엇보다도 나무가 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재와 전지, 두 가지가 중요하다. 전지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옮겨 심은 나무는 뿌리를 잘랐다. 따라서 뿌리가 빨아들여 공급해야 하는 나무 전체의 부피를 줄여주어야 한다. 가지의 전지 요령은 손바닥, 사람 손바닥 모양을생각하며 잘라 나간다. 큰 나무를 심는 경우 약 절반 정도를 잘라준다. 그 다음은 물이다. 적어도 두 차례 흠뻑 물을 줘야 한다.

전지하는 노인이 유난히 내 눈을 잡아 끌었다. 사다리를 이용해? ‘간신히’ 나무를 기어오르는가 싶다. 그러나 나무에 올라간 순간은 사람이 달라진다. 나무 하나를 모두 해결할 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쉬는 것도 나무 위에서, 참도 나무 위에 걸터앉아 먹었다. 노인의 행동을설명하는 조경회사 현장 소장의 설명도 마음에 들었다. “나무와 대화하는거요, 저 노인은.” 이라고 말하고는, “나무와 대화해 보지 않았어요?”라고 나에게 반문했다.

나도 나무와 대화해 보았다. 아니, 나무를 숭배라고는 못해도, 두려움을 느끼기는 했다. P천 상류, 호두나무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거대한 참나무를 만나게 된다. 하늘 높이 드리운 나무의 어깨는 어느 산중턱의 산어깨와도 닮아있었다. 자연이 주는 숭고함이란 말로 표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비의 언어를 필요로 한다. 인간은 그저 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다.

조경팀 일이 바빠지자,? ‘부반장’은 나를 자기 팀에 불러주었다. 나는 즉각 주민통제 일을 그만두고 조경 팀에서 일했다. 그 현장 조경 일이 끝날 때까지 일을 ‘배웠다’.

조경 팀에 합류하기 전, 주민 통제 일이 쉬웠던 탓에 계속 일을 하러 나갔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문제였다. 메모를 시작했다. 일종의 치유책으로 노동의 세계에서 정신적으로 상처받은 일들부터 메모하기 시작해서, 소설 쓸 재료들까지 두 권에 기록했다.

사건 후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지나치게 참혹해서’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는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 사건 직전 까지는? ‘노동과 일상의 신비’ 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장팀 천정 공사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임금이 작다거나 일이 힘든 것이 주는 상처들 이외에 또다른 상처들도 남는다. 못 볼 것을 보거나 못들을 이야기들도 듣는 상처들 말이다.

신참이 기존 팀원들에게 밥한 끼 사는 것은 여반사이다. 친목 속에 현장 부드러움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물산 풍부한 이곳 장날을 잡아서 내가 한 턱 냈다. 알을 품은 쭈꾸미, 뻘밭처럼 부드러운 꼬막, 식감 좋은 갑오징어를 사서 숙소에서 한 판 벌렸다. 일차가 있으면 이차가 있는 법이요, 불행이도 나에게는 유흥비가 있었다. 노래방에 갔다. 아가씨들이 왔다. 나는 맥주에 취했다. 주인에게, 가장 이쁜 아가씨를 맨 나중에 들여보내라고 했다. 우선 고참들이 손짓으로 아가씨들을 자기 옆에 앉혔으며, 가장 예쁜 아가씨가 내 옆에 앉았다.

화장실을 갔다가 일행의 방을 간신히 찾았다. 실내가 어두웠다.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켰다. 그토록 허겁지겁, 사람들은 주둥이를 맞대거나 젖을 더듬거나 보듬어 안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에 절망이 온 듯한 몸짓들이었다.

“베스비오스 화산이 폭발했다. 용암이 흘러내리자 그곳 섬에 갖힌 뭉둥이들은 피할 곳을 찾아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것이 허무하다는 것을 안 문둥이들은 다른 방법을 찾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짝을 지어 그 짓을 하기 시작했다(윤흥길).”

웬일인지, 노동판의 사람들은 정상적인 가족이 없다. 오죽한 사람들이면 이토록 미친듯이 행동할까 만서도 그들은 자기들의 고통만 생각한다. 오직 자기 자신의 고통만 고통으로 인식할 뿐인 사람들은 다른 모든 것은 중요치 않다. 인간은 마치 쾌락에 열중 하듯이 자기 고통에 열중한다. 인간을 극단적으로 개인화시키는 이 고통의 밤에는 죽음이 차라리 나을른지 모르는 절망 뿐이다.

 

4. 극단적 개인들과 분노 없는 관용

P천 보 이틀 일하고 28만 8천원을 받았다. 첫 날, 일이 끝나자, 오야지가 일당을 나누어주었다. 이것은 아주 묘한 현상인데, 당일 돈 주는 대신 용역비 10퍼센트를 일당에서 떼고 주었다. 막걸리 잔을 앞에 두었을 때 JJ가 말했다. 오야지가 말하더란다. “내일부터 사람 줄이자….” JK는, “안 된다. 인원 줄여 일하면, 남은 사람들이 고생하게 된다”고 말했단다.

기껏 2-3일이면 끝나는 공사이다. 오래 현장에 붙어있는 사람은 오야지와 친분이 있어 함께 다닐 것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노동자는 일회용이다. 말 그대로 일용 노동자이다. 헛…

며칠 여행했다. 그 와중에 두 사람과 인터뷰를 했다. 담뱃불을 빌리며 넌지시 말했다. “이거 2천원 올라, 4천 7백원 하면 담배 피워야 되요, 끊어야 되요?” 대형 마트 지점장이라는 이는,“‘복지를 위해“ 세수가 필요하니 담배 피워야 한단다. 나는, ”이명박이가 숨켜논 것을 뺏어서 복지비 하는 게 났지 않나”고 물었다. 상대는 내가 묻지도 않은 말을 잘도 풀어주었다.

“사대강 사업을 지금 당장 평가할 수 없다. 몇 십 년 몇 백 년 후에 나타난다. 선거 공약의 이행 차원이었으므로 국민이 이 사업을 찬성한 것이다.”

공정무역 커피코너에 계신 분에게 앞 인터뷰 걸과에 대해 묻자,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원래 선거 공약은 운하건설이었다. 반대가 심하자 공약을 철회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밀어붙인 것이 사대강 사업이다.

몇 십 년 몇 백년 기다릴 필요 없다. 선진국에서 한 경험을 우리 상황에 간접경험으로 선취할 수 있다. 민주주의란 공론의 장을 활성화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이 없이 밀어붙인 결과가 사대강 사업이다.”

침묵을 강요당하는 고통이 있다. 정치적 폭력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고통에서는 그것과 거리를 두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브레히트). 격정 없는 이는 그리스인의 운명의 신 ‘모이라’, 프로이드의 무격정, 또는 상류층의 이상으로서의 운명의 여신 ‘아낭케’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저항을 거부함으로서 살아남으려는 개인화된 이 고통의 밤에는 변혁은 없다. 그 반대의 편에는 양심, 행동하는 지성이 있다. 거리를 유지함으로서 살아남는 이들은 고통 가운데에서 쾌락을 보는 순교자들의 매저키즘과 같다. 그들이 침묵 속에서 우주를 보든 말든, 프랜시스코 교황의 말대로 “고통당하는 이들 앞에 정치적 중립은 없다”는 행동 원칙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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