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음과 없음의 연속성[철학을다시 쓴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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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음과 없음의 연속성[철학을다시 쓴다]-27

 

 

윤구병(도서출판 보리 대표)

 

*이 글은 보리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임을 알립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혹시 파르메니데스(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존재론 및 인식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존재의 철학자라 불림)나 고르기아스 같은 사람 이름을 들어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사실 파르메니데스는 아까 제가 했던 이야기의 뼈대를 세운 분입니다.?파르메니데스는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면, ‘있다’, ‘없는 것은 없다.’?있는 것은 굳이 형상화하자면 하나로 있고,?뭉쳐 있고,?구(球)형태, ‘스파이로에이데스’(sphairoeides)로 있다,이런 식 이야기를 합니다.?만일에 없는 것이 있다고 치자,?있는 것은 공간 속에 있거나 시간 속에 있어야 한다,?공간을 놓고 보면 여기 있는 것은 저기에 없고 저기 있는 것은 여기에 없다,?그런데,?없는 것은 없다,?따라서 공간은 없다.?아주 불친절하지만은 훨씬 더 정교한 논리를 그 제자인 제논이 개발을 해서 스승의 말을 뒷받침합니다.

다음으로 시간이 실제로 있다고 해 보자.?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나누어지는데,?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고 과거는 이미 없는 것이오,?미래는 아직 없는 것이다,?따라서 시간도 없다,?이 말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를 그 제자 제논이 만들어냅니다.?그런데 제논은 얼마나 우직한 사람이냐 하면 파르메니데스도 그렇고 제논도 그렇고,?여러분들이 잘 아는 피타고라스도 그렇고,?어떤 사람은 유클리드까지 여기에 포함시킵니다.(피타고라스도 유클리드도 이탈리아반도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전부 이태리학파들입니다.?파르메니데스,?티마이오스,?제논 이 사람들이 전부 명석한 이태리학파 사람들이다,?그다음에 운동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질적인 운동을 뒤집어버린 사람인 갈릴레오까지 이태리 사람입니다.)?워낙 명석한 사람들입니다.

파르메니데스와 고르기아스는 같은 이태리 사람들인데,?이 두 사람이 내세우는 주장은 정반대입니다.?이 파르메니데스는?‘있다/?없는 것이 없다’,?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죠.

이 말에 고르기아스가 정면으로 치받습니다. ‘없다.?있는 것이 없다’?반대죠.?파르메니데스는?‘있다’고 하는데,?고르기아스는 없다,?무엇인가 있다고 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무엇인가 그 없는 것을 우리가 안다 치더라도 그걸 다른 사람한테 전달할 길이 없다,?입 밖에 낼 수도 없다,?이렇게 얘기합니다.

“한 사람은 있다고 하고,?한 사람은 없다고 하고.?그런데?‘있는 것’이?‘하나’라 하면 우리가 도대체 이런 말을 입 밖에 낼 수 있어요,?없어요?(대답 못하고 일동 웃음.)?조금 생략을 하려고 했는데 여러분들 표정을 보니까 생략을 못할 지점들이 자꾸 생겨납니다.?아까?‘있는 것이 있는 것이다’라고 했죠??이것이 참말이라고 그랬죠,?그렇죠?”

“네.”

“그리고 이것이 참과 거짓을 가리는 기준에도 들어맞죠??앞에 있는 것과 뒤에 있는 것이?‘이다’라는 잇는 말로 연결돼 있으니까.?그런데,?가만 있자, ‘앞에 있는 것’과?‘뒤에 있는 것’이라…….?그럼 있는 것이 둘로 있네요.?우선 있는 자리가 다르지 않습니까??하나는 주어의 자리에 있고 하나는 서술어 자리에 있지 않습니까??하나는 임자말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하나는 풀이말 자리에 있는데 이게?‘이다’로 연결이 되네요.?둘 이상이 되어야?‘이다/?아니다’로 연결시킬 수 있지 않습니까??그렇죠? ‘있는 것이 있는 것이다’??이게 말이 되요??아까 있는 것은 둘로 있을 수 없다고 그랬잖아요.?그런데 지금‘있는 것’이 둘로 나뉘어 멀쩡하게 저마다 자리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잖아요.?이게 말이 되냐고요.?말이 안 되죠.?이건?‘거짓말’이다. ‘참말’임을 보장해주는 가장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근거라고 생각했던 게?‘거짓말’이 돼 버리네요. ‘둘’이 있으면?‘둘’이 차지하는 자리가 있기 때문에?‘이어짐’?곧 연장성이 나온다고 합니다. ‘공간’이 곧 거기에 딱 나와 버립니다.?아까?‘있는 것’과‘없는 것’?둘을 놨을 때?‘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이 이 둘을 나누는 경계가 되어서 이 세 개가 관계를 맺게 되지요??다 이어져 버리죠??그래서 연장선이 생겼는데…….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여러분들 가운데 수학을 잘 하시는 분 계시죠??뭘 기준으로 해서?‘하나’라 하죠??피타고라스는?‘하나’를 뭘로 봤습니까??점(point). ‘하나’?하면 한계가 하나인 것이죠.?한계가 하나인 것은 보입니까,안보입니까?”

“보여요.”

“연장성이 없는 것도 보입니까?”

“아,?아뇨 안 보여요.”

“안 보이죠??그렇죠??안 보여야 합니다.?그러면?‘둘’은요??점이 둘이 모이면 이건?‘선’(line)이라고 하는데 선분에는 한계가 둘 있죠.?양쪽에.?그렇죠?그런데 두 한계도 안 보이지만 그 사이에 있는 것도 안 보이죠??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연장성을 가진 것입니다.?그래서 눈에 들어오죠??그 다음에 이제?‘셋’?하면 무엇이 되죠?”

“면.”

“그렇죠. ‘면’,?한 계가 셋인 것은 면(plane).?삼각형.?삼각형이 최소의 한계로 이루어진 면이죠.?그러면?‘넷.’?한계점이 네 개 있는 것은 뭐죠??입체!?이렇게 한계가 넷이 있는 것을 입체라고 그러죠.?우주에 있는 삼라만상을 다 살펴봐라,?한계가 하나가 있거나 둘로 있거나 셋으로 있거나 넷으로 있거나 하지 않으냐, ‘점’, ‘선’, ‘면’, ‘입체’로 모두 이루어져 있다,?이 모든 것을 전부 보태면 몇입니까,?점이??열 개죠? 1+2+3+4는?‘열’이 되는데 이것은 신성한 숫자다,?테트락티스(tetraktys)는?‘신성한 수다’라고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은 주장합니다.?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은 수로 이 세상의 모든 다(多)와 운동을 규정하려고 들었습니다. ‘결혼’이란 건 수로 나타낼 때 몇이냐??이를테면?24다. ‘행동’이란 건 뭐냐? 36이다라든지 이렇게 모든 것을 수로 규정하려고 들었습니다.?여기서 합리적인 핵심을 여러분들께서 이해해야 합니다.?수와 비례관계로 삼라만상을 파악하려고 했다는 거.?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우주를 지배하는 합리적인 법칙을 찾아내려고 그 나름으로 무척 애를 썼다는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 우리 사고 내용을 들여다보자,?하나만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입도 벙긋할 수 없다,?왜 그러냐면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게 될 때 참과 거짓이 구별되려면 꼭 주어와 술어의 형태로 나와야 하는데,?같음과 다름을 구별하려는 순간에 있는 것이 여러 조각으로 깨어져 버린다,?또는?‘있는 것’이 아닌?‘없는 것’을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없는 것을 있다고 한다는 게 거짓말이라고 했죠.?그런데 없는 것을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와 운동을 설명할 길이 없고,?이것과 저것을 가려볼 길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이게?‘거짓말’의 여러 모습인 오류,?실수,?사기…….?이런 모든 것의 존재론적인 근거가 되는 겁니다.?우리가 말을 하면서 이 세상 살아가려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절반쯤 거짓말을 깔고 들어간다는 것을 이해하면 됩니다.?온전한?‘참말’은 입 밖에 낼 수가 없습니다.?온전한 참말이라는 것은 침묵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그래서 선불교에서 면벽수련하는 수좌들이?‘개구즉착’,?입만 벙긋하면 틀린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제가 입만 열면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한 이유를 이해하겠죠??이게 죄다 거짓말입니다.?귀가 왜 두 개 있느냐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라고 양쪽에 있는 겁니다.?절대로 외우지 마세요.?여러분들에게 솔깃했던 말들도 다시 한 번 의심해 보십시오.?제가 아까 이야기했죠? ‘설득술’이라고.?제가 이제까지 했던 말이 바로 그?‘설득술’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저도 모르는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국어: ‘뭐 하지?’?독일어: ‘Was tun?’?불어: ‘Que faire?’?영어: ‘What do?’

시제는 현재로 되어 있죠,?그렇죠??그런데 이게 현재입니까? (대답 없음.)현재라면 여러분께 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여러분들 멀쩡하게 제 강의 듣고 있잖아요.?뭐 하지??하고 질문 던질 시간도 없어요.?그렇죠??이것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뭐지??이 이야기죠??미래와 연관되어 있습니다.?그렇죠??올 날하고 연결이 되어 있는데…….

저도 사실은?‘할’?일은 많은 거 같은데?‘하는’?일 없이?‘되는’?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래서 그냥 실제로 뭐 할 일이 없을까??되는 대로 살지 않으려면 조금 정신 바짝 차리고 할 일을 찾아야지,?이런 생각을 해서 그 가운데서 골라낸 것이 시골 가서 농사짓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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