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공동체와 유목공동체의 비교[철학을다시 쓴다]-20
농경공동체와 유목공동체의 비교[철학을다시 쓴다]-20
윤구병(도서출판 보리 대표)
*이 글은 보리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임을 알립니다.
지난 시간에 우리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남과 북으로 흩어져 살게 되면서 유목공동체와 농경공동체가 어떻게 갈라졌는지에 대해서 상징적으로 성서의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하는 가운데 제가 성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강의를 마치고나서 어느 분께서?‘창세기를 보면 에덴동산에 있는 나무는 두 그루였다고 기억이 된다.?하나는 지혜의 나무고,?하나는 생명의 나무였다고 기억된다.’?이렇게 말씀을 하셔서 그러냐고, ‘하와가 사탄의 꼬임에 빠져서 따 먹은 열매는 생명의 나무 열매가 아니라 지혜의 나무 열매였고,?천사를 시켜서 하느님이 생명의 나무를 지키게 만들었다.’라고 합니다.?그래서 제가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다음 시간에 그 문제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겠노라고 말했습니다.?그래서 그 이야기를 제가 다른 분한테 여쭤봤더니 그 분도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해요.
“혹시 여기 성서학에 밝은 분,?계십니까??창세기 에덴동산에 대해서 좀 정확하게 증언을 해주실 분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구약 성서는 히브리사람들이 행한 신앙이고 우주관이거든요.?그래서 처음에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그것은 하나의 사유이고,?구체적으로 현대인의 관점에서 성서를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거죠.?그 시대 사람들의 세계관이기 때문에 그거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구약성서 읽어 보신 분 있으면 말씀해보세요.?저는 에덴동산 한복판에 서 있는 게 생명의 나무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그게 생명의 나무가 아니고,?지혜의 나무였다라는 증언이 나오고 또 다른 교회도 다니는 분한테 물어봤더니 그 분도 모른다고 하시고…….(대답 없음.)?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신다면 될 거 같습니다.?제가 자료에 따르는 엄중한 고증에는 자신이 없습니다.?오죽하면 객관성보다도 당파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겠습니까??정말 완전히 비과학적이거든요.?있는 것보다도 있어야 할 것이 더 중요하고 없는 것보다도 없어야 할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으니까 이런저런 제 믿음의 소산이라고 생각하고…….?어쨌든 에덴동산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까?”
“예!”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이 더 재미있다고 합니다.”(일동 웃음.)
계속해서 그런 거짓말을 이어 보도록 하죠.?제가 거짓말의 존재론적인 근거를 이야기하는 첫 시간에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이 분들이 내 말에 감격을 했구나,?했는데,?그 다음에?1/3로 수강자가 줄어들었어요.?오늘은 지난 시간보다는 많이 오신 거 같은데 거짓말을 해도 통 크게 하니까 좀 많이 오는 거 같습니다.(일동 웃음.)?지난 시간에는 에덴동산에서 빙하기 때 적도 부근에 모여서 살던 사람들이 간빙기가 되어 적도 지역에 사람이 살기 어려운 열대우림 지역으로 바뀌고,?언제든지 조개를 잡아먹을 수 있었던 갯가가 물이 차올라 실제로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었고,?적도 지역에는 밤낮 온도 차이가 없고 사계절이 없는 철없는 세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머리 쓸 필요가 조금도 없어서 아담과 이브의 두뇌를 측정했으면 아마?‘새대가리’, ‘아이큐 영’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손만 내밀면 먹을 것이 있고,?머리 안 써도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는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결국은 아담과 이브는 머리 쓸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이?<수유너머>처럼 골머리 아프게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아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그런 이야기를 했고요.
그 다음에 갑자기 간빙기가 되면서 온대지방까지 잡혀 있던 얼음이 천천히 남극과 북극으로 밀려나면서 남쪽과 북쪽으로 초원과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땅이 열리게 됨에 따라서 그쪽으로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들도 전부 흩어져 살게 됐는데,?여기에는 지구축이 기울어서 자전을 하는 바람에 결국에 사계절이 뚜렷하게 구별이 되고 가을철을 중심으로 먹을 것이 한꺼번에 많이 나는 철이 있고,?겨울같이 먹을 것이 아예 나지 않는 철이 있기 때문에,?사람들이나 다른 생명체들이 사계절을 나면서 철이 나기도 하고,?봄,?여름,?가을,?겨울철에 접어들기도 하면서 미리 삶에 대해서 예측도 해야 하고 대비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의 자손 가운데 카인과 아벨이 생겨났는데,?아담과 이브가 남과 북으로 정처 없이 떠나게 되는 배경이 있었고,?여기에서 카인은 농경민으로 정착을 하게 되고,?아벨은 유목민으로 떠돌게 되는 신세가 됐는데,?실제로 세계관이라든지 가치관,?이런 것들이 유목민들하고도 다르고 오늘 이야기하게 될 해안도시 사회를 형성하고 있었던 도시민들하고도 조금 달랐다는 이야기와 농경민의 경우,?좁은 마을 공동체에서 태어나고,?자라고,?늙어서 죽으면 뒷동산에 묻히는 마을 공동체가 농경민들의 우주였고,옆 마을에 가봐야 똑같은 방법으로 농사짓는 사람들만 있었기 때문에 공간적인 경험의 확장이 지혜의 함수가 되지 못하고 시간적인 경험의 축적이 지혜의 함수가 되었다,?라는 이야기를 하였죠.
그리고 농경민은 오래 살수록 지혜로운 사람이고 자연히 장로들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고,?어른들을 공경하는 의식이 역사관에도 투영이 돼서 상고주의 정신,?우리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가 슬기롭고 할아버지보다는 그 할아버지가 더 슬기로웠을 것이다,?그렇게 요순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슬기로운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황금시대였고,?점점 아래로 내려올수록 은의 시대,?동의 시대,?철의 시대라고 하고,?불교식으로 하면 정법시대에서 상법시대,?말법시대로 점점 더 인간의 삶의 조건도 어려워지고,?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이 더 멍청해진다,?그런 세계관이 농경민들의 의식에 자리 잡게 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노인네들이 하는 말은 무조건 옳아’?하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가치관도 대단히 규범적이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보다는 어른들이 하는 대로 순응해서 살면 살길이 열린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싸가지 없는 젊은 것들이라고 생각해서 마을 공동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제가 한 듯싶습니다.
그리고 유목공동체는 짐승들에게 먹일 수 있는 목초가 있는 곳을 찾아서 위도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인위적으로 한 철을 만들었어야 했기 때문에,?농경민 사이에서 자연의 시간이 지배적이었다면,?유목민들은 인간이 자연의 시간의 일부를 통제할 수 있는 길들을 열어가는 측면이 있습니다.실제로 목초지라는 것이 풀밭인데 기후가 조금만 바뀌게 되면,?그 풀이 곧 메말라서 사막이 생기기 쉬운 조건이고,?사막이 생기게 되면 유목민들 사이에 먹고 살 수 있는 초원을 사이에 두고 싸움이 일어나고,?그 과정 속에서 전체 부족이 죽느냐 사느냐가 달려 있기 때문에 결국은 거기에서 어린 시절부터 목초지를 지키기 위해서 전사들을 길러낼 필요가 있었다,?그래서 농경사회에서는 상사(喪事)와 제사(祭祀),?사람이 죽고 거기에 죽은 사람을 모시는 의식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견주어서 유목사회에서는 육체적으로 강인하고 튼튼한 그런 젊은이들이어야만 전쟁에서 이겨낼 수 있으니까 그런 젊은이들을 길러내기 위한 성인식이 아주 가혹하고 가장 중요시되었다는 이야기를 곁들여서 말씀드렸습니다.
또 이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서 목초지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서,?여러 공간을 다니면서 목초지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공간적인 경험의 확장이 지혜의 함수였고,?그렇게 공간적인 경험을 제대로 하려면,?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나 낙타를 길들여서 이리저리 풀이 자라는 곳을 찾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정신적,?육체적인 힘이 강한 청장년층으로 권력의 중심이 옮겨온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그리고 이 사람들의 경우에는 과거에 찾았던 목축지에 다시 가 보아도 누가 이미 차지하고 있거나,?가뭄이 들어서 없어졌을 수가 있으니까 노인들의 말을 무턱대고 따르는 대신에 스스로의 힘으로 찾아나서야 했고,?어른들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듯 농경민들의 윤리가 규범윤리라 하면 유목민들의 윤리는 상황윤리다,?어떤 것을 고집하지 않고,?그때그때 바뀌는 사고의 유연성이 생겼다는 이야기였죠.?이렇게 해서 농경민들의 문화형태와 유목민들의 문화형태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는데,?거기에 대해서 제가 깊이 이야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여러분들한테 농경민의 문화와 유목민의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나머지 부분을 숙제로 남겨두겠습니다.?농경민으로부터 처음으로?‘부동산’의 개념이 생겨났고,?유목민으로부터?‘동산’의 개념이 생겼다는 것만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가축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동산이죠?농경민들은 자연의 시간에 많은 제약을 받았고,?인간의 시간이라는 것은 크게 가치가 없었다,?왜냐하면 삶을 꾸려가는 데 자연이 지배적인 역할을 했고,?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를 익힌 노인의 말씀과 자연이 순환하는 질서를 그대로 따르면 삶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따로 생명의 시간 일부를 재조직해서 인간만의 시간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유목민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자연의 시간에 순응해서만은 살아남을 길이 없어서 시간을 공간화하고 등질화시킬 필요가 유목민들 사이에서 나타난다,그러나 유목민의 삶도 실제로 자연의 시간과 긴밀하게 연결됐다는 의미에서 생명의 시간 가운데서 자연의 시간과 완전히 분리되는 인간의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유목민 삶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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