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말해요…[2013년 18세를 위한 철학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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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말해요…[2013년 18세를 위한 철학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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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미(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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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8세를 위한 철학캠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 안의 편견을 깨어내는 여정’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철학캠프 강의를, 더군다나 ‘에로스’에 대한 강의를 제안 받았을 때 나는 난감하고 곤란했다. 아니 왜 하필 에로스야? 나더러 18세와 에로스를 논하라니! 이번 철학캠프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이 시련을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더니, 나에게는 이번 캠프가 시련 그 자체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강의준비와 1박2일의 캠프를 통해 이러한 소감이 내 안의 편견에서 기인한 것들이었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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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에로스에 대하여 나 스스로도 편견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강의에 대해서는 당연히 만족스러움 보다는 부족함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강의를 준비하는 동안 학문적 소득이 있었음은 물론이고, 다시금 가부장적 결혼제도와 이성애중심주의적 사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어 일종의 충일감(充溢感)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어서 기뻤다. 다만 강의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지 못하여 토론이 풍부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했다. 캠프에서도 일정에 쫓겨 이러한 부분이 충당되지 못했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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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는 생각보다도 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논산 상상마당 측의 매끄러운 진행 덕에 즐거웠다. 특히 최원혁(랩퍼 빌로우)선생님께서 뻣뻣하고 어색한 참여자들을 배려, 독려하면서 정말 재밌고 알차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셨다. 다만 캠프 프로그램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면,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설문지에 이성애중심주의적 질문들이 들어가 있었고, 그래서 은연중에 그러한 이성애중심주의적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강사진들도 그 점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사실 이번에는 캠프 이전에 캠프 프로그램에 대해 긴밀하게 회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만약 다음 캠프가 진행된다면 그때에는 프로그램의 세밀한 내용까지는 아니라도 전반적인 철학캠프의 목적과 내용에 대해 사전에 공유해서 이런 부분을 조율하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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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내가 1박2일 동안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앞서 설명했듯 내 안의 편견을 극복하고 온 것이었다. 나는 캠프를 통해 내가 ‘18세’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았다. 일종의 ‘꼰대근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청소년이 단순히 계도와 지도의 대상이 아님을 내가 청소년일 때 그렇게 강하게 주장했으면서도, 정작 성인이 되고나니 나도 청소년들과 수평적 관계임을 깨닫지 못했다. 내 경험과 내 지식,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조력자로서 아이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로서 주입시키려는 알량한 내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꼰대’의 모습은 18세 때 내가 절대 닮고 싶지 않던, 되고 싶지 않던 어른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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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자각과 반성, 즉 내면의 아이스 브레이킹이 이루어지자 나에게 캠프는 그저 극복해야할 ‘시련’이나, 일이 아닌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모험’이자 refresh의 시간이 되었다. 그림처럼 눈이 내리던 논산 상상마당을 떠나오면서 앞으로 나의 삶에 이러한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내 안에 18세 때의 그 순수한 열정이 타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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