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 성 서비스의 경계를 협상하다[배운년 나쁜년 미친년]

Spread the love

키스방, 성 서비스의 경계를 협상하다[배운년 나쁜년 미친년]

이현재(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하이-테크 서비스/하이-터치 서비스

지구화와 함께 도시의 노동은 생산자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의 주요 건물들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법률, 금융, 광고, 컨설팅, 의료, 회계와 같은 서비스업의 간판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생산자 서비스업에 초점을 맞추는 이러한 관점은 성별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는 서비스업의 또 다른 측면들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은 노인 돌보미, 베이비시터, 가사 도우미, 마사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여성들은 성 서비스업이라는 고도의 신체적 접촉이 요구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맥다웰은 여성들의 서비스 노동이 갖는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이-테크 서비스(high-tech service)와 하이-터치 서비스(high-touch service)개념을 구분하였다. 전자가 생산 서비스와 관련된 전문 기술, 지식 노동의 특징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육체적, 정서적 접촉이 이루어지는 소비자 서비스 노동의 특징을 보여준다. 즉 하이-터치 서비스는 오늘날 여성의 노동에서 여성의 몸 뿐 아니라 몸 위에 작용하고 있는 친밀 감정, 성적 판타지, 사회적 욕망까지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하이-터치 서비스”의 부상과 함께 사람들은 육체적, 감정적, 성적 친밀성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없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국가나 자치 기구에 의해 주도되었던 사회복지 사업은 가사 혹은 돌봄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비스 노동으로 만들었으며 다양한 종류의 마사지 업종의 출현은 긴밀한 신체적 혹은 성적 접촉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가 시장에서 거래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그러나 과연 어디까지의 접촉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성 서비스업 특히 직접적인 성기 접촉을 포함하는 매춘은 거래되어도 좋은 것인가? 키스방은 매춘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키스방과 성적 욕망의 경계 협상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필자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키스방 서비스에 주목하고자 한다. 키스방에 대한 분석은 성적 욕망이 경제, 법률, 도덕이 정해놓은 성 서비스의 경계를 어떻게 협상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흥가 및 대학가 주변 어디든 키스방 전단지가 난무한다. 잘 아시다시피 노래방이 노래를 할 수 있는 룸과 시설을 대여하는 업종이라면, 키스방은 주로 남성 고객이 젊은 여성 매니저와 제한된 성적 접촉 특히 키스를 즐길 수 있도록 주선하고 이를 위한 룸과 시설을 제공하는 업종이다.

▲ 성매매 암시 전단이 꽂힌 주차차량(위부터)과 폰팅 광고가 부착된 전신주 ⓒ 연합뉴스

우선 키스방의 등장은 사람들이 국가적 혹은 사회적 제도에 의해 규정된 성 서비스의 경계를 어떻게 피해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과 함께 한국의 법은 직접적인 성교 및 유사 성행위를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 노동이 불법적인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그러나 성 서비스의 거래는 종식되지 않았다. 오히려 업주들은 법망을 피하면서 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는데 이중에 하나가 바로 키스방이다. 업주들은 법의 단속을 피해가기 위해서라도 직접적인 성교가 금지되어 있음을 고객에게 공식적으로 분명히 알리고 있다.

둘째로 키스방 서비스는 경제위기 이후 업주들과 구매자들이 성적 욕망의 실현방식을 어떻게 협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업주들은 키스방 확대가 저렴한 이용료와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매춘이나 대딸방이 한 타임에 7-8만원, 안마시술소가 16-18만원임을 감안할 때 4만원하는 키스방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키스방의 확장은 남성 고객의 성적인 욕망이 반드시 성교라는 하드코어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가벼운 신체 접촉, 연애감정 등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 포털 웹사이트 Daum의 “지식”코너에서 “왜 키스방을 선호하는가”를 묻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닉네임 Amati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달고 있다. “남성 또는 여성의 욕구가 오르가즘에만 국한된 것이라면, 님말 그대로 해당업소를 찾으면 되지만, 사람마다 개개인의 취향은 모두 다릅니다. 성인물의 장르도, 새도-매저키즘(SM), 페티시, 갱배앵(Gang-Bang) 등 다양하죠.”

마지막으로 키스방의 등장은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여성들의 생활고 및 소비 욕망이 순결주의와 어떤 방식으로 타협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생활고로 인해 혹은 값비싼 소비재를 사기 위해 이 일에 뛰어든 여성들은 매춘과 달리 키스방 서비스가 남성의 성기를 만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순결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준다고 말한다. 한 인터뷰에서 매니저 박양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여자들 치고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키스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규범의 잣대만을 들이댈 것인가?

그렇다면 성적 친밀성을 사고 파는 하이-터치 서비스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오랫동안 사회이론가들은 성 서비스뿐 아니라 친밀성 자체가 상품화되는 것을 가차 없이 비판하였다. 이들은 전통적 도덕의 관점에 따라 친밀성과 경제적 거래를 서로 대립적인 영역으로 구분하고 서로 다른 원리가 작동하는 두 영역이 상호 교차될 때 무질서, 혼란 그리고 도덕적 타락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19세기 경제 전문가들은 “가정”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면서 시장의 팽창이 친밀한 사적 관계를 냉혹하게 손상시켰다고 비판하였으며, 최근 비판이론가 레미 리프킨은 “‘초자본주의(hypercapitalism)’의 세계는 돈과 정보의 즉각적인 전달과 함께 본래의 인간적 관계를 위한 시장거래의 대용을 악화시키고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춘을 비판하는 반-매춘 페미니스트들 역시 이러한 관점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왜 특히 성 서비스가 상품화되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한 이유 역시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들은 여성들이 매춘과 같은 하이-터치 서비스에서 일방적인 쇼핑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친절함이나 우정과 같은 친밀성과 달리 성적인 친밀성의 거래는 특히 경제적, 문화적 권력을 갖지 못한 여성에게 강요되고 있으며 특히 매춘은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과 착취의 극단적 형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결혼 중개업에서 룸살롱, 와인 바 혹은 키스방에 이르는 다양한 성적 거래들이 매춘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조건 하에서 특정 성 거래가 도덕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허용되었는지, 역사적으로 성적 욕망의 거래가 어떻게 협상되어왔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이 관점을 대변하는 사람들은 성교가 있든 없든 모든 성적 친밀성의 거래가 비난되고 불법화되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으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의 인터뷰에서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성기에 직접 자극을 주지 않는다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윤락업소가 자극 아이템만 바꿔 늘어 가는 실정에서 돈을 내고 여성에게 육체적 향응을 받는 모든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계 협상의 방식과 전략들

그러나 문제는 성적 욕망이 혹은 현실적으로 협상되고 있다는 데 있다. 성 서비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역사적으로 변해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어떻게 성적 욕망의 경계가 어떻게 협상되는지, 키스방의 등장과 함께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우리는 젤라이저의 참신한 제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에 따르면 다양한 친밀성의 경계는 어떤 관계에서 어떤 매개물에 의해 무엇이 거래되는가에 따라 부단히 구분되고 협상되어왔다. 즉 사적 관계에서든 시장적 관계에서든 친밀성은 항상 거래의 논리와 함께 했지만 사람들은 관계, 매개, 거래의 매치에 따라 친밀성 관계의 다양한 종류를 구분하는 데 몰두해 왔으며 그 구분법에 따라 특정한 친밀성의 거래를 인정하거나 비난해 왔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법은 성 서비스가 결혼 관계 내에서 이루어질 때 혹은 혼외 관계라도 그것이 다이아몬드 반지와 같이 돈과는 다른 상징적 매개물을 통해 교환될 때는 허용하였다. 상업적 관계 역시 세부적으로 구분되었다. 20세기 초에 있었던 “향응(treating)”이란 노동계급의 여성이 애인 뿐 아니라 초면인 사람으로부터 다양한 성적 행위에 대한 댓가로 재정적인 보조와 증여를 받는 것이었다. 젤라이저에 따르면 향응 역시 결혼 관계 밖에서 진행되는 친밀성의 거래형태이지만 사람들은 이들이 받는 대가가 돈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점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허용적인 향응과 불법적인 매춘을 구분했다고 한다.

 

키스방이 제기하는 협상의 문제는?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키스방은 상업적 관계에서 선물이 아닌 돈을 매개로 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키스방은 성교가 아니라 키스와 같은 가벼운 육체적 접촉과 연애관계에서의 친근감 같은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춘과 구분될 수 있다. 키스방의 서비스는 대딸방의 서비스와도 구분된다. 대딸방이 손을 통한 성기접촉을 제공한다면 키스방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이러한 유사 성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키스방의 등장과 함께 협상되어야 할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른 것은 매춘이나 대딸방과는 구분되는 키스방에서의 성서비스를 사회적으로 허용할 것인가이다.

물론 키스방의 협상 전략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키스방의 법적 허용을 반대하는 법조계, 언론계, 여성계의 담론은 키스방이 매춘이나 대딸방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키스방 서비스가 결국 성교와 다름없는 행위임을 강조하기 위해 키스방에서 성교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키스방을 매춘과 구분하고자 하는 업주들과 고객들은 키스방은 매춘과 다른 “건전한” 거래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한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이들의 협상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이 문제에 대답하기보다는 키스방이 성 서비스의 경계를 협상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유교적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지구화가 교차하고 있는 도시공간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성적 친밀성 거래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를 허용할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관습적 한계 내에서 친밀성의 거래방식, 매개물, 관계의 매칭을 새롭게 협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0 replies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