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 가면 쓴 우주인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7

가면 쓴 우주인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때

나의 세상 밖으로 나가서

가면 쓴 우주인을 벗고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비운 것처럼 슬퍼하는

가면 쓴 우주인을 벗고

노랑 날개를 펄럭이는

나비를 따라 향기를 맡으러 가보리.

그 곳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하늘도

내가 본적 없는 꽃도

내가 느껴 본 적 없는 나무도

내가 그려보지 못한 냄새의

향기로 가득할거야.

 

2017-3-15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작업노트

언제나 틀을 없애려는 그 시도조차 어느 틀에 갇히는 수고로움을 갖게 됩니다. 진정으로 욕망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는 것처럼 결국에 그것 또한 욕망의 한 형태로 자리합니다. 수 없이 어떤 것에 규정되거나 정해진 사각형, 삼각형의 형태로 갇히길 원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또 다른 형태의 틀로 가기도 합니다. 살아온 환경, 살아온 경험, 살아온 관계는 그 사람을 규정하고 타인에 의해 나라는 존재가 성립하여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기쁘고 즐겁고 사랑스럽고 때로는 슬픔과 마주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타인으로 성립되는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나로서 내가 성립하는 나는 무엇인지 그 둘 간의 간극에서 벌어진 틈을 보면 마주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이것 자체로도 행복할 수 없는 나를 마주하는 나의 현실에서 타인에게서 나라는 존재를 성립하고 자신을 타인에게 성립하려는 자신의 가면 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가본 적이 없는 아주 먼 나라를 동경하고 직접 경험한 적 없는 우주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끝도 없이 걸어가는 기분입니다. 걸어갈 수 없는 타인의 길에 가끔은 함께 그 길을 걷고 싶기도 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나의 길을 온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노력을 하는 삶이고 싶습니다. 공간을 유유히 흐르는 향기로운 나비처럼, 삶의 이상향을 찾아가는 노랑나비처럼, 삶을 유유히 흘러가는 나비가 되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 자체로 받아들이는 익살스러운 가면 쓴 우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19

자유의 갈망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소리없이 떨어지는 나태는 속박에 이른다.
저 문틈 사이로 들리는 갈망하는 자유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죽은 것에 대한 열망은
한 낮에 흐드러져 반짝이는 섬광같다.
점점점 떠오르는 흰 점과 가는 선들은
회오리를 일으켜 빛으로 퍼져 나간다.
그 곳에는 반쯤 가려져 보이지 않는
마침표가 서성인다.
숨을 거두기 위한 추적은 계속된다.
빛으로 일어나라. 소년이여!
열망 가운데 갈망하는 자유의 날개가 있다.

2016-8-30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이시대와철학2016-8-30 자유의 갈망 copy


작업노트

어떤 생은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 실타래처럼 엉켜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저항하지 않고 그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심하지 않고 살았던  긴 시간이 흘러

정신과 육체는 반복되는 속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고

잠수함에 갇힌 육체가 정신을 붙잡아 가둡니다.

어떤 한 사람이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몸의 현상은 정신을 구속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몸은

정신을 구속합니다.

창문을 열고 나가면 눈앞에는 반짝이는 섬광이 아른거리고

전선처럼 정신은 엉켜있어 세계는 어지럽습니다.

반쯤 가려진 시야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삶의 한가운데 버려진 것처럼 불안합니다.

한 생의 삶이 자유의 날개를 달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