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 빈집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4

빈집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썩어가는 흰 눈에 바람에 가려진 나무의 흔들림이 있다

산은 말하고 말은 말이 없고 마른 하늘은 새벽별 그리워

밤이 그리워 가슴에 빛이 나고  세상은 온통 까만 닭이 짖는다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내리는 빗속에 눈이 내린다

 

2017.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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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 꽃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1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꽃이 아니라서 꽃이라 부를 수 있고

 

알 수 없는 향기라서 머무를 수 있고

 

그 안의 기억이라서 푸르게 자랄 수 있고

 

물음의 저편에 별 하나의 꿈이 있어서

 

아름다울 수 있다.

 

2017.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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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빈집 II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6

빈집 II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하얀 눈이 이 세상을 채우고

따뜻한 햇살에 세상이 비워지고

사람의 흔적이 없는 빈집 지붕 위에는

따뜻한 공기가 채워지고

또 다시 빈집은 비워져 있는 공간을

과거의 기억으로, 찬란했던 빛으로 채워 놓고

햇살이 지나간 흔적을 어둠으로 비우고

때로는 혼자만의 어둠으로 상실을 채운다.

나의 곁에 항상 머무를 것 같은 빈집은

채우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어둠의 공기로 닦아내고

먼지로 추억을 닦아내고

무언가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는 것이고

채우지 않아도 여백의 즐거움이 있다.

 

201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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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봄의 향기가 올 것 같으면서 느리게 겨울을 붙잡던 계절이 가고 새롭게 시작할 게으른 봄의 열정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공간 속에 필요한 물질을, 그리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물질들을 채우는 것이 자주 습관적으로 반복됩니다. 겨울의 추위 속에 하얀 눈이 세상을 하얗게 채우고 따뜻한 햇살이 찾아와 하얗게 다시 비우고 북적북적 채워져 있는 집과 집 사이 어느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빈집은 누군가의 추억, 과거의 흔적, 찬란했던 삶을 채웠다가 어둠의 공기로 닦아내고 먼지로 추억을 닦아내고 새로운 희망을 채워 가기 위해 낯선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득 채우지 않아도 비어있는 삶이 즐겁다는 것을 가끔 잊고 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