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빈집 II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6

빈집 II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하얀 눈이 이 세상을 채우고

따뜻한 햇살에 세상이 비워지고

사람의 흔적이 없는 빈집 지붕 위에는

따뜻한 공기가 채워지고

또 다시 빈집은 비워져 있는 공간을

과거의 기억으로, 찬란했던 빛으로 채워 놓고

햇살이 지나간 흔적을 어둠으로 비우고

때로는 혼자만의 어둠으로 상실을 채운다.

나의 곁에 항상 머무를 것 같은 빈집은

채우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어둠의 공기로 닦아내고

먼지로 추억을 닦아내고

무언가 비어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는 것이고

채우지 않아도 여백의 즐거움이 있다.

 

2017-2-28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작업노트

봄의 향기가 올 것 같으면서 느리게 겨울을 붙잡던 계절이 가고 새롭게 시작할 게으른 봄의 열정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공간 속에 필요한 물질을, 그리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물질들을 채우는 것이 자주 습관적으로 반복됩니다. 겨울의 추위 속에 하얀 눈이 세상을 하얗게 채우고 따뜻한 햇살이 찾아와 하얗게 다시 비우고 북적북적 채워져 있는 집과 집 사이 어느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빈집은 누군가의 추억, 과거의 흔적, 찬란했던 삶을 채웠다가 어둠의 공기로 닦아내고 먼지로 추억을 닦아내고 새로운 희망을 채워 가기 위해 낯선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득 채우지 않아도 비어있는 삶이 즐겁다는 것을 가끔 잊고 살기도 합니다.

섦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22

헬조선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낡고 늙고 바래 익숙해진 공기는
새롭고 신선하게 덧칠을 하고 있다.
낡고 빛바랜 지붕 위에 줄지어 서있는 공기는
시간의 바퀴를 굴려 빛을 내고 있다.
긴 시간이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때 묻은 먼지를 털고 싶어한다.
가면을 쓴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날 것 그대로의 초라한 얼굴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날 것 그대로의 얼굴도, 가면을 쓴 얼굴도
지옥같은 시간의 바퀴에 묻은 먼지가 쌓이면 언젠가는 멈춘다.

2016-11-30

작가의 블로그 http://dandron.blog.me

%ec%9d%b4%ec%8b%9c%eb%8c%80%ec%99%80%ec%b2%a0%ed%95%992016-11-30-%ed%97%ac%ec%a1%b0%ec%84%a0-copy

 


작업노트 

요즘같은 세상에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보는 한 사람에 대한 공기는
참으로 혼란스럽고 무겁습니다. 1%, 5%의 소수가 독점하는 세상의 형태는
대다수의 삶을 고통스럽고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욕망하는 모든 것은 채워지는 충족 조건이 되지 못하지만
필요에 의한 필요를 채워가는 독점적 삶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삶에 정해진 시간은 뜻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소수의 지배적인 이념대로 흘러가고 소수가 만들어 놓은 형태로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가며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의식이 없는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는 현실에서 다수의 삶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망이 없는 절망의 늪에 빠집니다. 가시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조건들이 무너지면
더더욱 삶은 절망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현 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소수가 다수의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고 살아가게 만들어 헬조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헬조선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은 공정하고 공평하지 못하고 차이를 만들고
차이에 의한 차별을 만들고 모든 삶 안에 차별적 사고, 차별적 인식, 불평등을 만들어
불만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존중받고 모두가 배려하는 평화의 세상을 향해,
모두가 좋은 가치를 향해 나아간다면 분명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한 사람이 국민의 대다수를 기만하는 때 묻은 바퀴를 이제 그만 멈추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