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는 저자 마리횬이 선정한 시 두 편과, 함께 들으면 좋을 두 곡의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특히 호주 한인방송에 출연했던 마리횬이 직접 낭송한 시를 들어보면 시의 의미와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복잡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앞으로 2주에 한 번 마리횬이 안내하는 시의 오솔길을 따라 사색하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일곱 번째 시간, 안녕(이별과 만남) [시가 필요한 시간]

일곱 번째 시간, 안녕(이별과 만남)

 

마리횬

 

시가 필요한 시간, 일곱 번째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안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여러분은 ‘안녕’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안녕’이 떠오르시나요? 우리는 친한 누군가와 만났을 때 ‘안녕’이라고 말하죠? 그리고 친한 누군가와 헤어질 때도 역시 ‘안녕’이라고 말합니다. ‘안녕’이라는 이 친근한 말 속에 만남도 있고, 헤어짐도 있는 것이죠. 여러분은 제일 먼저 어떤 안녕이 떠오르셨을까요?

제가 알고 있는 몇 개 나라의 언어만 살펴보아도, 만날 때의 인사와 헤어질 때의 인사가 같은 나라가 없었습니다. 영어는 ‘헬로(Hello)’와 ‘굿바이(Good bye)’로 서로 다르죠. 중국어로도 니하오(你好)와 짜이찌엔(再见)이 다르고, 일본어도 만났을 때 ‘사요나라(さようなら)’하면서 만나지는 않습니다.

러시아어로도 친구끼리 서로 만났을 때 “안녕?”하고 인사하는 말은 ‘쁘리벳(Привет)’이구요, 헤어질 때는 ‘빠까(Пока)’라고 인사합니다. 완전히 다르죠. 이렇게 몇 가지 예시만 찾아 봤는데도, 신기하게 우리나라만 ‘안녕’이라는 하나의 말로 다른 뉘앙스를 나타내며 사용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편안할 안(安)에 편안할 녕(寧)이라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는 이 ‘안녕’이라는 말 속에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만났을 때 ‘그 동안 편안했는가!’라고 안부를 확인하는 반가운 마음, 그리고 서로 헤어질 때 ‘다음에 만날 때까지 편안하고 편안하길 바란다!’는 다음 번 만남에 대한 소망까지 함축된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얼핏 헤어질 때에 말하는 인사로서만 생각했었는데, 만남과 헤어짐이 함께 깃들어 있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오늘 ‘안녕’이라는 주제로 이별에 대한 시를 두 편 준비 했는데요, 오늘 준비한 시 모두 완전한 이별을 노래한 시라기 보다, 방금 이야기했던 ‘안녕’이라는 두 가지 의미의 말처럼, 이별하지만 여전히 곁에 머무는 마음, 곧 다시 만나리라는 소망을 담아 이별을 노래하는 시로 준비해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는 정호승 시인의 시 <이별 노래>입니다. 시를 들어보시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는 시적 화자의 애잔한 마음이 잘 느껴지실 겁니다. 시 먼저 듣고 오겠습니다.

 

이별 노래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정호승 시인의 시 ‘이별노래’ 들어보았습니다. 시 속의 화자는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어요. 상대방이 곧 떠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떠날 사람에게 조금만 더 늦게 떠나주기를 부탁하고 있는 것이죠.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조금만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가 떠난 후에 그대를 사랑하겠다… 음… 이 시는 무슨 의미일까요? 누군가가 ‘떠난 후’에도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어떤 사랑일까요? 시인은 그 사랑의 방식을 ‘노을이 되는 것’ 그리고 ‘별이 되는 것’으로 비유 합니다.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사람에게 조금만 늦게 떠나주기를 바라면서, 그 사이에 내가 먼저 그 곳에 가서 그대 뒷모습에 배경이 되는 노을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옷깃을 여밀 만큼 추운 날, 주위가 어둡고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때에도 그대를 위해서 노래하는 밤하늘의 별이 되리라고 고백하고 있죠.

노을과 별은 모두 내가 인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여전히 그 시간에 늘 그 자리에 있는 존재들이죠. 노을과 별처럼 그렇게 그대와 함께 하고 싶다고, 그렇게 늘 그 자리에서 그대를 사랑하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이별 노래’를 들은 사람은, 아마도 노을을 볼 때마다 이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밤에 별을 보더라도 그냥 별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겠다고 고백했던 그 사람이 왠지 생각날 것 같습니다.

이 시는 처음에 시작했던 연이 마지막에 한번 더 반복되면서 끝나고 있습니다.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어떤 이유에서 맞이하게 된 이별인지 시에 드러나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지는 이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아마 마음으로는 늘 함께이지 않을까요? 주황빛의 노을과 밤하늘의 별을 볼 때마다, 노을이 되겠다고 고백했던, 그리고 별이 되어 노래하리라고 고백했던 그 상대방을 떠올리게 될 테니까요. 이 시야말로 헤어졌지만 그럼에도 함께 있는 그런 ‘안녕’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에 이 시를 여러 번 읽으면서 생각난 노래가 있습니다. 가야금 연주자인 정민아가 작사작곡하고 직접 부른 <무엇이 되어>라는 곡인데요, 실제로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부른 노래입니다. 멜로디도 인상적이고, 가사도 독특해서 여러 번 듣게 되었던 곡이에요. 이 노래의 가사에는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난 그대 가까이 있는 무엇이 되고 싶네”, 그리고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난 그대와 나 사이 이별 안에 있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역설적이면서도 반복되는 이 가사가 비록 헤어지지만 늘 함께 있겠다는 정호승 시인의 시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 정민아_무엇이 되어: https://youtu.be/eA2WhHHdDg0

 

네, ‘안녕’을 주제로 시가 필요한 시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안녕’을 주제로, 이별과 만남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었던 두 번째 시는 마종기 시인의 시 <바람의 말>입니다.

‘바람의 말’.. 뭔가 바람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은데요, 시를 먼저 듣고 이야기 더 나누겠습니다.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이 시는 마종기 시인에게도 의미가 있는 시라고 합니다. 마종기 시인은 의사이면서 동시에 시인인데요, 어느 날 병원에서 예순 살 정도 되신 분이 자신의 사연을 적어 마종기 시인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는데 바로 이 <바람의 말>과 관련이 있는 사연이었다고 합니다.

그 분은 1년전 사랑하는 남편을 폐암으로 떠나 보냈던 보호자였다고 해요. 긴 투병 기간 중 점점 쇠약해지던 남편이 어느 날 종이 한 장을 내밀면서, 아내에게 시간 날 때 읽어보라고 했대요. 그런데 그 때는 정신도 없고 피곤해서 ‘그러겠다’고 하고 잊고 지냈었는데, 얼마 후 남편이 죽고 장례를 치른 후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남편이 죽기 전에 전해주었던 그 종이가 나온 겁니다. 그 종이에는 시 한편이 적혀 있었는데, 그 시가 바로 이 마종기 시인의 시 <바람의 말> 이었다고 해요. 이 사연을 듣고 다시 시를 보면, 이 시가 실제로 떠나는(혹은 이미 떠난) 누군가의 메시지로 들리기도 합니다.

바람은 나뭇가지도 흔들고, 꽃나무의 꽃잎도 날아가게 하는데, 시적 화자는 그게 그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너의 곁에 머물고자 하는 나의 사랑의 마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라고 있죠. 두 번째 연에는 이러한 시 구절이 나옵니다.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그대를 알았던 자리에 꽃나무를 심고, 그 꽃나무가 자라서 꽃을 피우면, 우리가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이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내가 심었던 꽃나무가 꽃을 피울 때쯤엔, 우리가 서로 안다는 이유로 생겼던 괴로움들이 사라질 거라는 말인데…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세요. 괴로움이 사라지는 건 좋지만… 이제 막 꽃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언제 자라서 언제 꽃을 피우겠어요? 그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꽃이 피고 꽃잎이 날리게 될 때까지의 그 오랜 시간은 계속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라는 말일까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세 번째 연에서 나옵니다. 시인은 마치 그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하죠.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이제 막 심은 나무에서 싹이 나고,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울 날이 과연 언제 도래할 것인가.. 그게 참 아득한 일인 것 같지만, 시인은 말합니다. 세상일은 우리의 생각으로 다 알 수가 없다고…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떤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 내게 성숙의 시기가 찾아봤을 때, 즉 어떤 ‘때’가 되었을 때에 비로소 이해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죠.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나는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가?” “왜 우리는 헤어져야 하는가?” 등, 현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 내가 깨달을 수 있을 때가 되면, 이 시의 표현대로 나무에 꽃이 필 때가 되면, 그 때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다라고 위로합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에는 고통도 따르겠죠. 그럴 때, 시인은 귀 기울여 바람의 말을 들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착한 당신’, 너무나 착하기 때문에 홀로 남아 이별을 괴로워하고 있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치 바람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늘 곁에 있을 테니 힘내라고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또 듣는 동안에,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하고 그 팽목항에 매여있던 노란 리본이 자꾸만 생각이 났습니다. 바람에 꽃잎이 날린다는 시 구절과, 바람에 날리고 있는 노란 리본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 것 같았고, 시를 여러 번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세월호 아이들과 유가족들이 많이 생각이 났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가장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이 아닐까.. 언제쯤 꽃잎이 되어 이 괴로움이 다 날아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만남과 헤어짐이 함께 있는 ‘안녕’이라는 말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두 편의 시 만나 봤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가 노을과 별로 함께 머물겠다는 고백이었다면, 마종기 시인의 시는 이별하지만 여전히 ‘바람’으로 곁에 머물겠다고 고백하고 있는 시였습니다.

오늘 마무리하면서 마종기 시인의 <바람의 말>과 함께 들으면 좋은 곡 소개해드릴게요. 김효근이 작곡하고 뮤지컬배우 양준모가 부른 <내 영혼 바람 되어>라는 곡입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구전되던 작자미상의 시 ‘A Thousand Winds’라는 시를 김효근씨가 직접 번역하고 곡을 붙인 노래라고 해요.

저는 사실 이 노래를 2006-2007년쯤에 알게 되었는데, 양준모씨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즐겨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 곡이 지금은 세월호 추모곡이 되어 있네요. 그 이유와는 상관 없이, 가사의 내용과 멜로디가 마종기 시인의 시와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정호승 시인의 시와도 잘 어울리는 노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즘 추운 날씨 탓에 움츠러들기 쉬운데요, 따뜻한 시와 좋은 노래와 함께 포근한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2주 후에 돌아올게요.

 

♫ 양준모_내 영혼 바람 되어: https://youtu.be/Oa0cpu5N5a0

 


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여섯 번째 시간, 기다림 [시가 필요한 시간]

여섯 번째 시간, 기다림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오래 기다려보신 적 있으세요? 누군가를 기다릴 때의 그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설렘으로 느끼겠지만, 짜증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제가 한 번은 친구랑 대학로에 가기로 하고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길을 몰라서 그 친구와 꼭 같이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친구가 10분 후면 도착한다고 해서 카페에 있는 푹신한 쇼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친구를 기다렸죠.

 

그런데, 자꾸만 문을 보게 되는 거예요. 문이 열릴 때 ‘그 친구인가?’ 하고 보면 아니고, 또 누가 들어오길래 ‘내 친구인가?’ 하고 보면 아니더라구요.

막상 문이 열리면 다른 사람들만 들어오고, 그럴 때마다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닌데 ‘아 왜 안 나오지’하고 ‘빨리 왔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시죠? 가만히 있어도 어련히 알아서 도착 할 텐데, 왠지 모르게 자꾸만 문으로 눈이 가던 경험. 내가 쳐다 본다고 상대방이 더 빨리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얼마쯤 지났을까, 진짜로 그 친구 얼굴이 딱 들어오는데, 세상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그 때 문득 어떤 시 한 편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시가 바로 오늘 첫 번째로 들려드릴 시인데요, 직접 누군가를 기다려 보니까, 이 시만큼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잘 표현한 시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려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마음,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나의 마음의 심경 고백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시인데요, 황지우 시인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입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시인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들어 보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이 대목이 참 공감이 됩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을 때, 문이 열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문 쪽으로 눈이 갔던 그 경험과 참 비슷하죠.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이 부분도 참 멋진 표현이에요. 이 시 속의 ‘나’는 사실 계속 한 자리에 앉아서 상대방을 기다리는 중이지, 실제로 일어나서 움직이는 건 아니에요. 직접 간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 말은 상대방을 향하는 나의 마음을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어요. ‘기다리다 지쳐서 차라리 내가 간다’ 그런 말이 아니라, 몸은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내 마음은 이미 오고 있는 너에게 가있다는 거죠. 그만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이죠. 그래서 마지막에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고 말하면서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서 너에게로 ‘가고’ 있고, ‘가슴에 쿵쿵거림’을 따라 너에게로 ‘가고 있다’ 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또한 시인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 두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 역시,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부터 아주 오랜 세월을 다 해서 와야지만 서로가 만날 수 있다는 말인데요,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지 않나요?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주변의 친구들, 지인들을 생각해 봐도, 그들과 ‘지금’ ‘이 시점’에 ‘이 곳’에서 만나고 있다는 것이 엄청난 확률이죠.

제가 한국에서 알게 된 스웨덴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사실 50대 아주머니셔서 우리 문화에서 친구라고 하기는 조금 멋쩍지만,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좋아하는 분이어서 서로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친구는 스웨덴에 있었어요. 아주 먼 데서 왔죠. 그리고 이 친구에게는 50년이 넘는 세월이, 저에게는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인 2019년이 되어서야, 우리가 한국에서 서로 이렇게 만나고 있는 거니까,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우리가 만난 것이겠죠.

학교에서, 직장에서, 이웃에서 알고 만나게 된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을 생각해 봐도, 한 사람과 사람이 인연으로 만난다는 것이 이 시 구절이 잘 말해주듯 얼마나 어렵고 놀라운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의 누군가와의 만남을 기다릴 때, 그 사람과의 인연을 이렇게 생각을 해 본다면, 아무리 오래 기다리더라도 결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시간일 테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만남과 기다림이 결코 다른 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만남이 있으려면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 하고, 또 오래 기다린 만큼 그 만남이 값질 테니까요.

 

이 시와 함께 들려드릴 노래는 러블리벗이라는 프로젝트팀이 작사 작곡하고, 홍재목이 부른 ‘그늘 같은 늘 같은’이라는 곡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따뜻한 곳만 찾게 되지만, 여름 한 낮은 그늘이 정말 필요한 시간이죠. 여름에 햇빛이 뜨거울 때는 짧은 그늘도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이 곡에서는 한 겨울에 여름이 되길 기다리면서, 여름이 되면 다시 그늘을 찾듯이 나를 잊지 말고 다시 찾아주기를 기다리노라고 노래하는 곡입니다. 오늘 읽은 기다림의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홍재목의 <그늘 같은 늘 같은> 듣고 오겠습니다.

 

홍재목 – 그늘 같은 늘 같은: https://youtu.be/TvuEKuMx6sM

 

 

 

시가 필요한 시간, 오늘은 기다림을 주제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들려드릴 시는 문병란 시인의 ‘호수’라는 시입니다. 사실 저는 이 시의 텍스트를 먼저 읽고 난 후에 제목이 ‘호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제목이 왜 호수일까 좀 생각을 하게 되는 시 였습니다. 시가 길지 않은데, 여러분도 시를 들어보시고, 왜 제목이 호수일까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그럼, 시 먼저 듣고 오겠습니다.

 

호수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득임 사이에서

무수한 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문병란 시인의 ‘호수’ 들어보았습니다. 이미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난 후, 집에 돌아온 밤.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되었을 때.. 이 때는 아마도 혼자 있을 때겠죠? 그런데 많은 사람을 다 만나고 난 후, 혼자가 되었을 때, 그때야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이런 고백은 흔하지 않죠. 그리고 이 시의 화자는 그런 사람을 지금 오래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라고 표현하고 있죠. 이것은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도 들립니다.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에 비로소 사랑하고 싶다고 하는 이 고백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 여러 거쳐가는 사랑 중에 한 사람이 아니라, 더 이상의 어떤 시행착오 없이, 가장 마지막으로 만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를 들으면 ‘끝사랑’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요. 첫사랑은 여러 명 일 수 있는데, 끝사랑은 딱 한 사람뿐이잖아요.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그런 지나가는 사랑이 아니라, 진짜 마지막 사랑이라는 건, 그 사람을 평생 사랑하고 살겠다는 이야기겠죠. 이 시의 표현을 빌리면, ‘수많은 사람’ 또는 ‘모든 사람’에 속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 속할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정말 긴 기다림이기에, 시인은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읽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나에게는 너가 바로 그 사람이다’ 이런 의미로 읽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나의 모든 사랑의 마지막이 너다. 내가 하루 종일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나의 고독의 시간에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존재는 너다. 와, 이런 고백은 참 멋지죠.

 

그런데 왜 제목이 ‘호수’일까요? ‘바다’도 아니고, ‘강’도 아니고.

저도 나름 열심히 고민해보고 유추해낸 결과가 있긴 한데, 제가 미리 말씀은 안 드리고, 처음으로 “애독자 퀴즈”를 내볼까 합니다.

​이 문병란 시인의 시 ‘호수’를 다시 한 번 읽어보시고, 왜 제목이 ‘호수’일까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을 댓글로 적어주시면 돼요.

시와 문학에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본인의 감상, 느낌 생각들을 짧게라도 적어주세요. 적어주신 분들에 한해서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저에게는 여러분들의 댓글을 기다리는 2주가 되겠네요. ^_^

 

많은 시인들이 사랑을 ‘외로움’이다, 혹은 ‘그리움’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문병란 시인은 사랑을 ‘기다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긴 여정,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런 깨달음은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의 어깨와 무수한 눈길을 다 지나고 시간의 변두리로 물러나 혼자 있게 되었을 때,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서 있는 그런 순간에 비로소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죠. 기다림과 고독이 만나는 순간이네요.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고독의 시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만 같은 그 외로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 다시 한 번 기억하게 됩니다.

 

오늘 끝 곡으로는 심규선 작사 작곡의 심규선이 부른 ‘강’이라는 곡 들려드릴게요. 이 노래는 심규선씨가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 그 감정을 담아 쓴 곡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미 이 세상을 떠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만큼 긴 기다림이 있을까, 그것만큼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병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많이 생각났던 곡이었는데, 여러분께도 나눌게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2주 후에 다시 돌아올게요.

 

심규선 – 강https://youtu.be/mDSO6bfk2x8

 


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다섯 번째 시간, 고독 [시가 필요한 시간]

다섯 번째 시간, 고독

 

마리횬

 

오늘도 역시나 시 읽기 참 좋은 고독한 밤입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 해 볼 주제는 ‘고독’인데요, 외로울 고(孤)에 홀로 독(獨), 이 두 한자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중국어로는 구두(GuDu)라고 발음하고, 일본어로는 고도끄(こどく) 라고 한다고 하네요. 같은 한자를 써서 발음도 비슷한가 봅니다. 러시아어로는 아진노체스트보(Одиночество)라고 하는데, 아진(один)이란 숫자 하나(1)를 뜻하고, 뒤에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추상명사형 어미 체스트보(чество)라는 어미가 붙어서 ‘혼자 있는 상태’라는 뜻이 되죠. 어느 나라에서든 고독이란 외로이 홀로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이 고독이란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고독이 필요하다!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 홀로 있을 때에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온다고 하죠? 많은 사람들 틈에서, 그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어떤 나만의 모습이 있기 마련이죠. 사람들 만나서 얘기 듣는 걸 좋아하고, 왁자지껄 사람들이랑 모여서 놀면서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혼자 방에 돌아와서 조용히 생각도 정리하고 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들 틈에서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거나, 하루를 곱씹어보거나 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어렵죠. 쉴 새 없이 일만 하는 쳇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도 사실은 앞으로의 계획이나 자기 개발적인 생각들을 하기 힘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이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겁니다. 고독하지 않고서는 시를 쓰기도 어려울 거에요.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도 고독해 보지 않고는 절대 쓸 수 없는 시입니다. 오늘 먼저 만나 볼 시, 정진규 시인의 ‘연필로 쓰기’라는 시입니다. 혹시…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가 생각나시나요? 하하.

이 시를 읽으면, 홀로 있는 것의 힘이랄까, 고독한 사람만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감정들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시는 조금 길지만 천천히 한 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연필로 쓰기

                                정진규

한 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 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 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 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고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 쓸 수 있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드릴 수 있기를 나는 바랍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 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자의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진규 시인의 시 ‘연필로 쓰기’ 들어 보았습니다. 연필로 쓰기와 우리 인생을 대비시켜서 표현을 하고 있죠. ‘연필로 글씨를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일 겁니다. 시를 쓸 때도 마찬가지로, 연필로 시를 쓰다가 시어 하나를 잘못 쓰거나 하면, 지우고 다른 단어로 고쳐 쓸 수가 있죠. 그런데 우리가 사는 삶은 실수했다고 해서 그걸 지워내고 다시 그 시간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시인은 연필로 쓴 시를 고쳐 쓰다가 ‘내 삶도 이러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시 한 편 쓰는 것도 정말 쉬운 게 아니죠. 물론 시인마다 좀 다르겠지만, 창작의 고통이라는 게 거의 해산의 고통이랑 맞먹는, 그런 엄청난 노력으로 시 한 편이 쓰여진다고 하던데, 그렇게 어렵게 쓰여지는 시도, 쓰다가 틀리면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쓸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의 삶은 그것조차도 안되니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지워버릴 수 없는 생애를 차곡차곡 살아내고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시인은 연필처럼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생애를 꿈꿉니다. 그런데 내가 잘못간 길을 지울 수 있다는 얘기는, “떳떳했던 나의 길, 내가 살아온 진실의 길” 마저도 지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있어요. 삶이 연필로 쓰는 것과 같다면, 잘못만 지우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것들도 같이 지워질 수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떨 것 같으세요? 잘못은 지워지면 좋겠지만, 내가 이뤄낸 성과와 명성들까지 같이 지워진다면..?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지우고 다시 살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이 들립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럴지라도 괜찮다고 고백합니다. 잘못간 서로의 길을 고쳐서 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내가 살아왔던 길이 지워져도 좋다’ 라고 고백하고 있죠.

불가능한 것이지만 어쩌면 그 불가능함 때문에 계속해서 시를 써 나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은 다시 쓸 수 없기에, 이제라도 연필로 시를 쓰겠다, 시를 쓰듯 내 삶을 살겠다, 시가 곧 내 삶이다. 이러한 고백으로도 들립니다.

오늘, 고독에 관한 시 첫 번째 시로, 정진규 시인의 ‘연필로 쓰기’ 만나 봤는데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곡 가져 왔습니다. 지금은 잠시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에 머물러 있지만, 그 고독을 원동력 삼아 이제 날개를 펴고 비상하리라 하고 노래하는 곡입니다. ‘고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 그 시간을 에너지로 삼아서 힘내시라는 의미로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임재범 비상 _ https://youtu.be/5LxGzSFnucE

 

 

 

시가 필요한 시간, 오늘 ‘고독’을 주제로 함께 하고 계신데요,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는 오세영 시인의 ‘바닷가에서’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여러분은 혼자 바닷가에 나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람들과 다 같이 함께 바닷가에서 한 시간 노는 것과, 홀로 조용히 한 시간 바닷가를 거니는 것에는, 똑같이 한 시간을 머무는 것이지만 아마 확연한 차이가 있을 겁니다. 오늘 두 번째 시는 홀로 바닷가에 나갔을 때에만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세영 시인의 ‘바닷가에서’ 듣고 오겠습니다.

 

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오세영 시인의 시 ‘바닷가에서’ 읽어 보았습니다. 홀로 나간 바닷가라고 해서 뭔가 굉장히 쓸쓸한 분위기일 것 같았는데요, 막상 시를 읽어보니 시 구절 하나 하나가 다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파도, 수평선, 일몰, 그리고 바다에 떠 있는 섬. 이 모든 것들은 바닷가에 가면 흔히 마주하는 것들인데, 그것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스스로 낮추는 자의 평안’, ‘스스로 포기하는 자의 충족’, 그리고 ‘스스로 감내하는 자의 의지’를 읽어냅니다.

 

오늘 주제가 고독인 만큼, 이 시는 고독의 힘을 잘 얘기해 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지 않은 사람은 없거든요. 돈이 많든 적든, 얼굴이 예쁘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한 번씩은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할 때가 있고,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로울 때가 분명 있는 법이죠.

외로움이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하지만 그런 시간들을 그냥 외로움에 몸부림치면서 흘려 보낼 게 아니라, 자신에게 좀 더 몰입하는 시간으로, 그리고 자기 자신의 가치를 더 발견하는 시간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혼자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갖지 않으면, 아무 성찰 없이 하루를 살게 될 겁니다.

그런 고독의 시간이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곽재구 시인이 쓴 여행 에세이 중에, ‘곽재구의 포구기행’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그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삶의 골목골목에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것을 충분히 견뎌내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다들 아파하고 방황한다. 이 점이 사랑이 찾아올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보다 더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요즘 쌀쌀한 날씨 탓에 고독에 찬 밤을 보내고 계신 분들! 내 인생에 귀한 시간이 찾아왔다 생각하시고, 견뎌 내면서 힘 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두 번째로 들려드릴 노래로 박효신의 ‘숨’을 가져왔어요. 가사와 멜로디가 참 위로가 되는 곡입니다. 이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힘 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여러분! 외롭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다 멈춰버린 것만 같은, 겨울 같은 때가 있죠. 하지만 그 시간들이 찾아왔을 때, 오늘 하루 쉴 숨이 있다는 것, 오늘 하루 쉴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기를. 그리고 내 곁에 언제나 나를 변함없이 지켜주고 응원해주는 바다 같은 존재, 봄비 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함께 나눈 고독의 힘! 꼭 기억하시면서 하루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랄게요. 저는 2주 후에 찾아오겠습니다.

 

박효신 숨https://youtu.be/oBKpJiVEcnU

 

 


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네 번째 시간, 인내 [시가 필요한 시간]

네 번째 시간, 인내

 

마리횬

 

지난 시간에 달에 대한 시와 별에 대한 시를 읽었었는데, 지난 한 주 동안 얼만큼 밤하늘의 별과 달을 챙겨 보셨나요? 시가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아마 읽을수록 뭔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사실 우리가 읽는 건 한 페이지도 안 되는 몇 줄 정도의 시인데, 그 시 한편이 주는 힘이 어마어마할 때가 있죠. 저도 그걸 가끔 느끼곤 해요.

 저는 ‘얼마나 유명한 시인이 쓴 시인가’ 하는 것보다는, 저 스스로 먼저 공감이 되는 시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그런 시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죠. 누군가에게 소개하기 이전에 제가 먼저 ‘아 좋다’라고 느껴야, 그것에 관해서 글을 쓸 때 저도 더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각자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을 텐데, 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들, 사소한 일상들을 바탕으로 쓴 시를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일상 속에 그냥 지나쳐버렸던 어떤 작은 것들이 시인의 눈을 통과하면 얼마나 값진 것으로 변화 되는지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오늘 ‘인내’라는 주제로 소개해 드릴 시 역시, 어떤 작고 소소한 것에 대한 시인데요, ‘담쟁이’에 관한 시 두 편을 가져 왔습니다. 담쟁이 넝쿨 아시죠? 벽을 타고 오르고 벽면을 다 덮으면서 피는 담쟁이.

그 담쟁이와 인내가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지 궁금하시죠? 첫 번째로 들려드릴 시는, 나혜경 시인의 ‘담쟁이 덩굴의 독법’이라는 시입니다. 눈 앞에 담쟁이 넝쿨로 가득한 푸른 벽이 있다고 상상하시면서 시를 들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담쟁이 덩굴의 독법

                                           나혜경

 

손끝으로 점자를 읽는 맹인이 저랬던가

붉은 벽돌을 완독해 보겠다고

지문이 닳도록 아픈 독법으로 기어오른다

한번에 다 읽지는 못하고

지난해 읽다 만 곳이 어디였더라

매번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다 보면 여러 번 손 닿는 곳은

달달 외우기도 하겠다

세상을 등지고 읽기에 집중하는 동안

내가 그랬듯이 등 뒤 세상은 점점 멀어져

올려다보기에도 아찔한 거리다

푸른 손끝에 피멍이 들고 시들어버릴 때쯤엔

다음 구절이 궁금하여도

그쯤에선 책을 덮어야겠지

아픔도 씻는 듯 가시는 새봄이 오면

지붕까지는 독파해 졸 양으로

맨 처음부터 다시 더듬어 읽기 시작하겠지

 

 

나혜경 시인의 시 ‘담쟁이 덩굴의 독법’ 들어 보았는데요, 담쟁이가 피어 오르는 것을, 담쟁이가 벽 구석 구석 한 땀 한 땀 읽어가는 것처럼 표현을 했죠. 미세하게 한 잎 한 잎 벽을 타고 자라나는 담쟁이 덩굴의 모습을 보고 시인은 마치 손끝으로 점자를 읽는 것 같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사실 저는 담쟁이를 보면서도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시를 듣고 나니까 그렇게 노력하며 자라나는 담장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시인은 그냥 ‘읽는다’라고 하지 않고, ‘지문이 닳도록’ 읽는다고 하고, 또 ‘아픈 독법으로’, ‘기어 오른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뭔가 애쓰고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담쟁이의 모습을 읽어내죠.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고 있습니다. ‘푸른 손끝에 피멍이 든다’라는 표현도, 사실은 초록색 잎에 가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붉은 단풍이 드는걸 묘사하고 있는 건데, 그걸 ‘피멍이 든다’고 표현을 했어요. 벽을 오르기 위해서 인내하며 노력하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푸른 손 끝에 피멍이 들고 시들어버릴 때쯤엔

다음 구절이 궁금하여도 그쯤에서 책을 덮어야겠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 이번에 다 성공하지 못했어도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서 인내하고 참아내는 그런 모습이 보이죠. 다음해 새 봄이 오면 또 다시 맨 처음부터 읽기 시작해야 할 테고, 어쩌면 또다시 다 읽어내지 못한 채로 시들 테지만, 그래도 봄이 되면 포기하지 않고 또 다시 올라가는 담쟁이의 모습. 그 모습에서 인내가 느껴지시나요?

어떻게 보면, 인간은 담쟁이보다 더 많은걸 가지고서도 조금만 힘들면 쉽게 포기해버리는데.. 이 시를 통해서 나약한 인간들에게 담쟁이가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 상황으로 힘든 시기를 겪는 분들 있다면, 이 시 들으시고 조금 더 힘 내시기 바랍니다. ‘아픔도 씻는 듯 가시는 새 봄’이 올 테니까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제이슨 므라즈의 <I Won’t Give Up>이라는 곡 가져왔습니다. 너무 유명한 곡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고백의 가사이기도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우리의 ‘인생’을 놓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우린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겠다,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저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라고 고백하는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 노래입니다. 나혜경 시인의 시 속의 다짐과도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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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가 필요한 시간, 두 번째로 준비한 담쟁이 시는 도종환 시인의 시인데요, ‘담쟁이’라는 제목의 시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 시는 시인이 전교조 활동으로 인해서 학교에서 해직된 후 무직의 상태로 머물러 있던 시기,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힘들고 막막했던 시절에 쓰여진 시로 알려져 있어요. 당시에 도종환 시인은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여러 선생님들과 모여서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마땅히 해결책도 보이지 않고 답답하기만 한 때에 우연히 창문 밖을 내다보게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창 밖의 옆 건물 벽에 담쟁이 잎이 가득 붙어 있는 게 보인 것이죠. 그 벽을 보면서, ‘저 벽에는 물 한 방울 마실 곳도 없고, 뿌리를 내릴 흙도 없는데, 처음부터 저런 담벼락에서 살도록 던져진 담쟁이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시인도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담쟁이는 애초부터 그런 척박한 환경에 살도록 던져진 거니까, 어떻게 보면 담쟁이가 더 불쌍하다고도 볼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시인은 불쌍한 눈으로 담쟁이를 보고 있지 않습니다. 비옥한 땅과 숲에서 자라는 다른 식물들에 비하면, 담쟁이는 자라는 속도도 느리고 처한 환경도 훨씬 더 척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서두르지 않는 모습, 인내하며 여럿이 함께 힘을 내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시인의 눈은 발견하게 된 것이죠. 그런 담쟁이를 보면서, ‘와.. 저런 상황에서도 담쟁이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담쟁이 잎들과 손 잡고 함께 벽을 기어올라가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시인은, 가지고 있던 회의 서류 뒷면에 자신의 생각을 시로 써 나갔다고 해요. 그렇게 해서 쓰여진 시가 바로 이 ‘담쟁이’입니다. 그럼, 한번 시를 읽어 볼까요?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이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함께 손잡고 올라간다.

푸른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절대 놓지 않는다.

저것을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 읽어 보았습니다. 이 시는 아까 읽었던 나혜경 시인의 시와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담쟁이를 보고, 같은 인내와 끈기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시인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동이 또 다르죠. 앞서 읽었던 나혜경 시인의 ‘담쟁이 덩굴의 독법’이, 어떤 한 사람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를 말해주고 있었다면, 두 번째로 읽은 도종환 시인의 시는 ‘함께’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나도 이 절망을 넘어설 수 있는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저것을 ‘벽’이라고, ‘절망의 벽’이라고 말하며 주저앉아 있지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르잖아요? 때로는 여러 말보다도 함께 손 잡아주고, 말없이 이끌어줄 때, 그것이 누군가에게 더 위로가 되는 법이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혹 힘든 시기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뭔가 다 포기해야만 할 것 같은 절망에 빠져 있는 분들 계시다면, 이 시와 함께 위로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 한 방울 없고 뿌리 내릴 흙도 전혀 없는 벽에서도 담쟁이는 푸르게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힘 내세요!

오늘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 <93 Million miles>라는 곡 가져 왔습니다.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아들아 살면서 어두워 보일 때가 있을 테지만, 빛이 없는 것도 때론 필요한 법이란다. 단지 이것만 기억하렴, 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 넌 언제든지 집에 돌아올 수 있단다. 모든 길이 위험한 비탈이어도 거기엔 언제나 네가 의지할 손이 있단다. 이것만 기억하렴, 네가 어디에 가든지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모든 길이 가파르게만 보이지만, 거기에는 언제나 의지할 손이 있다는 말, 기억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2주 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음악재생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세 번째 시간, 밤하늘 [시가 필요한 시간]

세 번째 시간, 밤하늘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의 마리횬입니다. 시 읽기 참 좋은 밤이네요. 최근에 저녁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죠. 이제 곧 겨울인가 싶습니다. 제가 호주에서 2년 정도 있었는데, 호주에 살 때는 밤마다 하늘에 떠 있는 별 보는 그 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별이 많아졌던 기억이 나는데요, 한국에서는 밤에 하늘을 보고 별을 찾아봤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눌 시의 주제는 ‘밤하늘’인데요, ‘밤’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뭔가 어둡고 고독..하다고 할까? 흡사 어떤 ‘암흑기’와 같은 이미지가 먼저 다가올 수도 있겠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그 나름의 낭만과 매력이 있는 시간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나 싶어요.

오늘 주제가 밤하늘이다 보니까 문득 생각이 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예전에 어느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한 7시 반쯤 되었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봤는데, 구름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사이에 엄청 큰 달이 떠 있더라구요.

그 달빛에 비춰진 구름과 밤하늘이 너무 환상적이고 예뻤어요. 그래서 그 때 제가 속해있는 그룹 채팅방에다가 달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하늘의 달을 보라고 연락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혹시 있나요?

꼭 달이 아니더라도, 어느 맛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누군가가 생각나고 ‘아, 그 사람이 여기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 분명 한번쯤은 있으시죠? 그렇게 머릿속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내가 꽤나 좋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서 나를 마음속에 떠올려준다면? 누군가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내 생각이 났다고 연락을 준다면! 아마도 꽤 감동을 받겠죠. 뭔가 그 사람에게 내가 특별한 대상이 된듯한 느낌이 들 테니까요. 무엇이든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런 마음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잘 전달이 된다면 꽤 근사한 감동이 있을 겁니다.

그런 서로의 사랑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가 있어서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김용택 시인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인데요, 시 먼저 읽고 이야기 나누도록 할게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읽어 보았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문득 한가지 궁금한 게 생기죠. 과연.. 진짜로 달이 예쁘게 떴기 ‘때문에’ 전화를 한 걸까? 어쩌면 그냥 달은 핑계고, 그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죠. 달을 보고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는 건, 이미 그 사람 마음 속에 상대방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는 거 아닐까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전화해서 ‘달이 너무 예쁘게 떴으니까 한번 봐봐’라고 툭 던지지만, 그 말 속에는 그만큼의 애정이 분명히 담겨 있겠죠. 그리고 이 시 속에서 그 전화를 받은 사람도, 달 얘기를 툭 꺼내는 말 속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딱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기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달이 뜬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른다… 무슨 뜻일까요? 평소 늘 보던 달빛이 아니라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밝고 환한 달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는 건, 어쩌면 수화기 너머로 상대방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 순간의 감정, 뜨겁게 느껴지는 어떤 고마움, 감동, 그리움, 그런 느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순간 함께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전화로 밖에는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겠죠. 이 시의 표현을 빌리면 나의 마음을 ‘달빛에 실어 보내’면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리움’이겠죠. 멀리 떨어져 있기에 더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하늘에 뜬 환한 달을 보고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고,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의 마음 속에도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다는 이 시적 표현은, 물리적으로는 먼 거리에 있지만, 마음만으로는 서로 맞닿아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이 느껴지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멋지네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홍이삭의 ‘산 넘어 그대는’이라는 곡 소개 해드릴게요. 이 곡은 ‘차곡차곡’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가수 홍이삭과 더블베이스 연주자 송인섭이 작곡하고, 일반 구독자들이 직접 댓글로 작사에 참여해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해요. 지금 곁에 함께 있지 않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홍이삭 특유의 밝은 멜로디를 만나 아름답게 표현된 노래입니다. 여러분은 이 노래를 들으시면서 누구를 마음 속에 떠올리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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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필요한 시간, 오늘 밤하늘이라는 주제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칼럼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워질 수 있다’라는 글이었는데요, 요즘 시를 읽으면서 점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법을 좀 더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가 필요한 시간’이죠!

 앞서 이야기 했지만, 호주에 가서 가장 놀랐던 게, 밤하늘에 별이 정말 많이 보이는 거였어요. 한국에서는 사실 다른 별은 잘 안보이고, 눈에 띄게 밝은 별이 딱 하나 있어서 ‘저게 북극성이다!’라고 바로 알 수 있죠. 그런데 호주는 별이 전부 다 밝으니까 뭐 하나를 딱 찾아낼 필요가 없더라구요. 낮에는 구름이 너무 예쁘고 또 밤에는 별이 너무 예뻤던 호주의 하늘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도종환이라는 시인이 쓴 시 중에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 마을에 별들이 많이 뜬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시가 있는데, 호주가 딱 그런 곳인 것 같아요. 도종환 시인은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제 발 밑만 쳐다보며 사는 동안, 그리하여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을 잊어가는 동안,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별들도 알았던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별들도 도시의 하늘을 떠나기 시작했다

 

도시의 밤이 밝을수록 별이 도시의 하늘을 떠나간다. 시적인 표현이죠. 낮이고 밤이고 바쁘게 치이는 도시의 삶, 밤에도 불을 밝힐 수 밖에 없으니 밤 하늘에는 당연히 별이 보이지 않겠죠. 시인은 그런 삶을 가리켜 ‘별들도 떠나버리는 삶’이라고 표현합니다.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 역시, 그만큼 모두 자기 사는 일에 급급해서 남을 돌아다 볼 여유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 없을 겁니다. 처음 언급했던,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때 비로소 인간다워질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내 주변의 사람들도 다시 돌아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오늘 두 번째로 만나 볼 시는 바로 별에 대한 시입니다. 이성선 시인의 시 ‘사랑하는 별 하나’ 함께 만나 보시죠.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하늘에 떠 있는 하얗고 노란 별이 있다면, 이 땅에도 하얗고 노란 별들이 있습니다. 바로 들판에 핀 들꽃들이지요. 밤에 보는 별들과 낮에 마주하는 들꽃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누군가를 바라봐주고 있는 존재들이라는 점일 겁니다.

사람은 서로 오해도 하고 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곁에 있을 때도 있고, 곁을 떠날 때도 있죠. 하지만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어요. 그런 자연을 보고 시인은 참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외로운 밤에 고개를 들면, 별이 그 자리에서 눈을 마주쳐주고, 세상일이 괴로워 고개를 푹 숙일 때, 그 자리에서 들꽃이 미소를 지어주며 위안을 주고 있음을 느껴냅니다. 그 흔한 별과 들꽃을 보고 위로를 받고,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고 시를 쓸 수 있는 이 시인의 눈이 참 부럽습니다.

이런 별과 들꽃처럼 위로와 위안이 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다면 정말 든든하겠죠.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이 시의 마지막의 ‘나도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라는 구절은, 마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들리면서, 어떤 다짐으로도 다가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이런 위안의 존재가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스탠딩 에그의 <Starry Night>이라는 곡 준비해보았습니다. 이 곡은 스탠딩 에그가 호주를 여행하던 중에, 울룰루(Uluru)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쓴 곡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어요. 이 노래 들으시면서 밤하늘의 별도 감상하시고, 또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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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간, 사랑 [시가 필요한 시간]

두 번째 시간, 사랑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오늘 두 번째 시간으로 함께 이야기 해 볼 주제는 ‘사랑’입니다. 음, ‘사랑’하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어떤 사랑이 떠오르시나요?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 오늘 이야기 할 사랑은 어떤 수평적이고 균형 잡힌 대등한 사랑이라기보다는, 한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치 남녀 간의 짝사랑과 같이 말이죠.

‘짝사랑’… 짝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뭔가 어릴 때의 ‘첫사랑’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가장 처음으로 하는 첫사랑은 아마도 짝사랑일 테고, 혼자 가슴앓이 하면서 좋아하다가 어느 새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그런 ‘짝사랑’이나 ‘첫사랑’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녀간의 짝사랑도 짝사랑이지만, 부모님들의 자식사랑도 짝사랑과 같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만큼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는 존재는 없는데, 그런 부모님의 사랑을 때로는 너무 당연하게만 받아들이는 게 또 자녀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녀간의 짝사랑의 시로도 읽히고 또 부모님의 자식을 향한 마음으로도 읽을 수 있는 시가 있어서 가져와 보았습니다. 바로 김인육(1963~) 시인의 시 ‘사랑의 물리학’인데요, 2016년 7월에 <시가 필요한 시간>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후에 드라마 <도깨비(2017)>에도 삽입이 되면서 유명해진 시이기도 합니다. 시의 내용을 들어보시면 왜 제목이 ‘사랑의 물리학’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 그럼 김인육 시인의 시 ‘사랑의 물리학’ 듣고 오겠습니다.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네, 김인육 시인의 시 ‘사랑의 물리학’ 듣고 왔습니다. 왜 제목이 사랑의 물리학인지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과학책에서 봤을 법한 ‘질량’이라던지, ‘부피’, ‘비례’ 같은 전혀 시와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시어가 나오니까,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런 조금은 딱딱하지만 나름 익숙한 용어들을 가지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묘사를 하고 있어서 뭔가 더 잘 와 닿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비꽃 같이 작은 크기더라도, 꽃잎같이 가벼운 것이더라도 사랑이라는 대상 앞에서는 그것의 흡입력이 지구보다도 더 크다는 이 새로운 법칙. 물리학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법칙이죠. 그래서 그냥 물리학이 아니라 ‘사랑의’ 물리학이라고 제목을 붙였나 봅니다.

그런데 예전에 제가 이 시와 함께 어떤 사진 한 장을 같이 본 적이 있어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아 어쩌면 이 시가 단순히 남녀의 첫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겠구나’ 하는걸 느낀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제 막 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가 이불을 덮고 있는 사진이었는데요, 아빠의 큰 손이 살포시 아기를 감싸고 있던 사진이었습니다.

그 사진 밑에 이 김인육 시인의 시가 적혀있었는데요, 이 시에서 말하는 제비꽃 같이 조그마하지만 지구보다 더 큰 힘으로 나를 끌어당긴다는 이 존재는, 어쩌면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감정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라는 작은 존재는 부모님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그런 특별한 사랑의 대상일 테니까요. 김인육 시인의 시를 이렇게 읽으니까 또 다른 감동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강허달림이라는 가수가 직접 작사작곡하고 부른 <사랑이란>이라는 곡 가져왔습니다.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인 가수인데요, 이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사랑이란, 다 주고도 남을 사람, 사랑이란, 다시 살아야 할 이유”…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도 아깝지 않을 사랑, 내가 다시 살아야 할 이유가 되는 사랑이라는 노랫말이 김인육 시인의 시와도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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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랑’이라는 주제로 들려드릴 두 번째 시는 한용운(1879~1944) 시인의 시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사랑하는 까닭… 사랑하는 데에 이유가 있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보통 ‘이상형’이라고 해서,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해놓는 어떤 조건들이 있죠. 가령, 키는 어떻고, 스타일은 어떻고, 성격은 어떻고 등등. 그런 의미에서는 누굴 좋아하는 데에 이유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누군가가 정말 좋으면, 그 사람 자체 말고 어떤 또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요즘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이 빠르고 쉽게 변해버리는 세대에서는 누구를 사랑할 때, ‘내가 저 사람을 왜 좋아하는지’, ‘왜 사랑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감정대로만 움직이는 경우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한용운의 시를 들어보면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는 것에 대한 세 가지 이유가 나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이유,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이유. 이 시는 부모님께 읽어드려도 정말 좋고, 아내나 남편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로가 고백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시입니다. 한용운의 시 ‘사랑하는 까닭’ 듣고 오겠습니다.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한용운의 ‘사랑하는 까닭’ 들어보았습니다. 너무 멋진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한다’는 말에서 홍안(紅顔)이란, ‘붉은 얼굴’ 즉 ‘젊고, 잘생기고 늠름한 모습’을 말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의 홍안만을 사랑한다는 이 말은, 다른 사람들은 나의 잘 갖춰진 멋진 모습만을 사랑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시에서의 ‘당신’은 ‘나’의 젊고 늠름한 모습뿐만 아니라 늙고 초라한 백발까지도 사랑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곧 나의 밝은 모습만을 좋아하지만, ‘당신’은 ‘나’의 눈물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한 ‘당신’의 사랑이 이 시의 화자인 ‘나’에게 얼마나 크고 깊은 사랑으로 다가왔을지, 이 시의 어조를 통해서 느낄 수 있죠.

여러분은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 속에 누구를 떠올렸을까요?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역시 가족,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이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사랑일겁니다.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나의 ‘죽음’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이 시의 마지막의 구절은, 어떤 한계를 뛰어넘는 사랑까지 보여주는데요, 이 정도로 깊이 나를 사랑해 줄 존재.. 여러분 마음 속에는 누가 떠올랐을지 궁금해지네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양희은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는 곡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계절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내 마음도 바뀔까 두렵’지만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그대’가 있어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이 노래 속에서의 ‘그대’는 한용운의 시의 ‘당신’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삶에 가장 아름다운 말, ‘그대’. 내가 사랑하는 모든 그대들, 부모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사랑을 담아 들려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마음 속에 떠오른 그 누군가에게 이 시와 노래를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그럼, 저는 2주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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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첫 번째 시간, 청춘 [시가 필요한 시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문화&세상보기 [시가 필요한 시간] 입니다. 이 연재는 저자 마리횬이 선정한 시 두 편과, 함께 들으면 좋을 두 곡의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특히 호주 한인방송에 출연했던 마리횬이 직접 낭송한 시를 들어보면 시의 의미와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복잡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앞으로 2주에 한 번 마리횬이 안내하는 시의 오솔길을 따라 사색하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시간, 청춘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시 좋아하세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바쁘고 정신 없는 하루를 살고 있죠. 좀처럼 ‘나’를 위해서 쉬어줄 수 있는 시간을 찾기가 힘든 요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페이지를 읽는 시간만큼이라도 시 한편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차분히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의미로 시와 노래가 함께 하는 ‘시가 필요한 시간’이라는 코너를 기획해 보았는데, 어떠신가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시죠?

     시가 필요한 시간. 오늘 처음 시간인데요, 여러분께 들려드릴 주제는 ‘청춘’입니다.

     청춘(靑春)!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책도 생각나고, 요즘 같은 때에는 왠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말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도전정신’이랄까? 뭐든지 시작해도 될 것만 같은 그러한 느낌이 불끈 솟아오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중 누군가는 지금이 자신의 청춘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 또 어떤 분들은 ‘아, 나의 청춘의 때는 이미 지나갔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런 모든 분들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의 시가 있습니다. 바로 사무엘 울먼(Samuel Ulman, 1840-1924)의 ‘청춘’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맥아더 장군 덕분입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 극동군 총사령관으로 근무했던 맥아더 장군이 자신의 집무실에 이 시를 걸어 놓으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애송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혹시 이 시를 오늘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르겠는데요, 맥아더 장군도 좋아했었고 또 김대중 대통령도 좋아했던 시, ‘청춘’. 한 번 들어 볼까요?

 

청춘

                                       사무엘 울먼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장미 빛 뺨과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에 달려있다.

 

청춘,

그것은 인생의 깊은 곳에서 샘솟는 신선한 정신,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이다.

 

청춘은 스무 살의 청년에게도 예순 넘은 노인에게도 있는 것.

그 누구도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理想)을 잃어버릴 때에 비로소 늙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단지 우리의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고뇌, 공포, 자기불신은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우리의 영혼을 티끌로 만들어 버린다.

 

예순 살이든 열여섯 살이든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는

경이에 대한 이끌림, 어린아이와 같은 미지에 대한 동경,

삶에 대한 환희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그대와 나의 가슴 한 가운데에 어떤 안테나가 있어

그것이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신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기쁨, 용기, 힘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한

그대는 영원히 젊으리라.

 

영감이 끊어지고 그대의 영혼이

냉소의 눈에 덮여 비관의 얼음에 갇힐 때

그대는 비록 스무 살이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영원한 청춘이다.

 

네, 사무엘 울먼의 시 ‘청춘’ 읽어보았습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라는 시의 첫 시작부터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지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에 비로소 늙는다는 말, 그렇기 때문에 예순 살의 노인이라고 해서 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무 살의 청년일지라도 열정과 이상이 없다면 그는 청춘이 아니라는 이 시인의 말은 큰 울림을 줍니다. 여러분에게 강인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이 있으신가요? 여러분 마음 속에 불타는 열정이 있습니까? 유약해지려는 마음을 굳게 다잡을 수 있는 용기, 안일해지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모험심이 있나요? 지금 이 순간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을 붙잡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아직 ‘청춘’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시는 사무엘 울먼이 젊었을 때, 문자 그대로 ‘청춘’일 때 쓴 시가 아니에요. 이 시는 그가 80세가 다 되었을 노년에, 정확히는 78세의 나이에 쓴 시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시에서 말한 ‘80세의 노인이어도 청춘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시인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춘의 힘과 열망을 계속 붙들지 않으면 아무리 스무 살이어도 늙은이와 다름이 없다는 시 구절은, 20-30대에게도 도전이 되지만, 혹 중년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메시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젊은 시인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니라, 78세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말년에 정의 내리고 있는 ‘청춘’이기에 그 또한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이 시와 함께 추천하고 싶은 곡은, 윤종신 작사 작곡의 김도향이 부른 <시간>이라는 곡이에요. <시간>은 2005년도에 발매된 곡인데,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서 박재정군이 리메이크 해서 부르면서 다시 인기를 얻게 된 곡입니다. 이 노래에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에 후회와 아쉬움이 있지만, 지나온 매 순간이 그러했듯 지금이 나의 최고의 시간이기에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리라’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김도향씨가 이 노래를 예순 살의 나이에 불렀는데, 연륜이 담긴 그의 목소리로 이 노랫말을 들으니, 묘하게 사무엘 울먼과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꼭 한 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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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청춘’이라는 주제로 함께하고 계신데요, 두 번째로 나눌 시는 유안진 시인(1941~)의 시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입니다. 앞서 사무엘 울먼의 시는 ‘우리 모두가 바로 청춘이다’라는 메시지를 주었는데, 이번 시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요? 이 시는 뭔가 힘든 시기를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시인이 건네주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안진 시인의 시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듣고 오겠습니다.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유안진

 

고목(古木)도 젊어지는

오뉴월 초록 세상에는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신록을 따라 녹음을 따라

푸를 대로 푸르러 푸른 숨결 차 올라서

뜨겁게 달궈지고 거칠 대로 거칠어져서

도무지 겁나는 것이 없는

무더위와 폭풍과 장대비의

그 열정 그 광기 그 고통이 휘몰아쳐 줘서

젊음이란다.

 

꿈과 이상으로 밀고 가는 힘과 용기란다

지혜의 태반이란다

감당 못할 시련이란 없는 법이란다.

 

유안진 시인의 시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듣고 왔습니다. 겨우내 죽은 것만 같아 보이던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봄이면 꽃이 피고, 다 늙어버린 고목(古木)도 5월이나 6월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금 초록 잎으로 푸르러지죠. 매년 때가 되면 가지마다 나뭇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피어 오르는 것을 보는데, 참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하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나무는 어떻게 그렇게 매년 다시 푸르게 피어날 수 있을까요? 시인은 나무가 그냥 푸르러지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무더위를 늘 견뎌내기 때문에, 그리고 폭풍과 장대비를 늘 오롯이 맞아내기 때문에 다시 푸르러질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뜨겁게 달궈지고 거칠 대로 거칠어져서

도무지 겁나는 것이 없는

무더위와 폭풍과 장대비의

그 열정 그 광기 그 고통이 휘몰아쳐 줘서

젊음이란다

 

나무와 들풀이 태양의 뜨거움과 장대비를 맞아야만 다시 푸르러 지듯이, 곧 ‘청춘’이 되듯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떤 고통과 인내와 훈련들이 있다면 그것은 청춘이기에 혹은 청춘이 되기 위해서라면 겪어야 하는 과정이며, 그런 것들을 ‘견뎌 내는 것’이 바로 ‘젊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비록 나이가 들었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버텨내고 인내한다면, 다시 말해 ‘꿈과 이상으로 밀고 가는 힘과 용기’가 당신에게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청춘일 겁니다.

오늘 첫 시간으로 함께 해 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힘이 될 것 같은 노래, 이승렬의 <날아>라는 곡 준비했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주제곡이기도 했는데요,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여러분도 오늘 이 노래 들으시면서 또 하루의 ‘청춘’을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청춘을 응원하며 오늘 첫 시간 마무리 하겠습니다. 2주 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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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