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시간, 청춘 [시가 필요한 시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문화&세상보기 [시가 필요한 시간] 입니다. 이 연재는 저자 마리횬이 선정한 시 두 편과, 함께 들으면 좋을 두 곡의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특히 호주 한인방송에 출연했던 마리횬이 직접 낭송한 시를 들어보면 시의 의미와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복잡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앞으로 2주에 한 번 마리횬이 안내하는 시의 오솔길을 따라 사색하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시간, 청춘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시 좋아하세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바쁘고 정신 없는 하루를 살고 있죠. 좀처럼 ‘나’를 위해서 쉬어줄 수 있는 시간을 찾기가 힘든 요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페이지를 읽는 시간만큼이라도 시 한편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차분히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의미로 시와 노래가 함께 하는 ‘시가 필요한 시간’이라는 코너를 기획해 보았는데, 어떠신가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시죠?

     시가 필요한 시간. 오늘 처음 시간인데요, 여러분께 들려드릴 주제는 ‘청춘’입니다.

     청춘(靑春)!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책도 생각나고, 요즘 같은 때에는 왠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말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도전정신’이랄까? 뭐든지 시작해도 될 것만 같은 그러한 느낌이 불끈 솟아오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중 누군가는 지금이 자신의 청춘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고, 또 어떤 분들은 ‘아, 나의 청춘의 때는 이미 지나갔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런 모든 분들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의 시가 있습니다. 바로 사무엘 울먼(Samuel Ulman, 1840-1924)의 ‘청춘’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맥아더 장군 덕분입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 극동군 총사령관으로 근무했던 맥아더 장군이 자신의 집무실에 이 시를 걸어 놓으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애송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혹시 이 시를 오늘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르겠는데요, 맥아더 장군도 좋아했었고 또 김대중 대통령도 좋아했던 시, ‘청춘’. 한 번 들어 볼까요?

 

청춘

                                       사무엘 울먼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장미 빛 뺨과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에 달려있다.

 

청춘,

그것은 인생의 깊은 곳에서 샘솟는 신선한 정신,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이다.

 

청춘은 스무 살의 청년에게도 예순 넘은 노인에게도 있는 것.

그 누구도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理想)을 잃어버릴 때에 비로소 늙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단지 우리의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고뇌, 공포, 자기불신은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우리의 영혼을 티끌로 만들어 버린다.

 

예순 살이든 열여섯 살이든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는

경이에 대한 이끌림, 어린아이와 같은 미지에 대한 동경,

삶에 대한 환희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그대와 나의 가슴 한 가운데에 어떤 안테나가 있어

그것이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신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기쁨, 용기, 힘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한

그대는 영원히 젊으리라.

 

영감이 끊어지고 그대의 영혼이

냉소의 눈에 덮여 비관의 얼음에 갇힐 때

그대는 비록 스무 살이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영원한 청춘이다.

 

네, 사무엘 울먼의 시 ‘청춘’ 읽어보았습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라는 시의 첫 시작부터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지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에 비로소 늙는다는 말, 그렇기 때문에 예순 살의 노인이라고 해서 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무 살의 청년일지라도 열정과 이상이 없다면 그는 청춘이 아니라는 이 시인의 말은 큰 울림을 줍니다. 여러분에게 강인한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이 있으신가요? 여러분 마음 속에 불타는 열정이 있습니까? 유약해지려는 마음을 굳게 다잡을 수 있는 용기, 안일해지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모험심이 있나요? 지금 이 순간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을 붙잡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아직 ‘청춘’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시는 사무엘 울먼이 젊었을 때, 문자 그대로 ‘청춘’일 때 쓴 시가 아니에요. 이 시는 그가 80세가 다 되었을 노년에, 정확히는 78세의 나이에 쓴 시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시에서 말한 ‘80세의 노인이어도 청춘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시인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춘의 힘과 열망을 계속 붙들지 않으면 아무리 스무 살이어도 늙은이와 다름이 없다는 시 구절은, 20-30대에게도 도전이 되지만, 혹 중년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메시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젊은 시인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니라, 78세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말년에 정의 내리고 있는 ‘청춘’이기에 그 또한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이 시와 함께 추천하고 싶은 곡은, 윤종신 작사 작곡의 김도향이 부른 <시간>이라는 곡이에요. <시간>은 2005년도에 발매된 곡인데,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에서 박재정군이 리메이크 해서 부르면서 다시 인기를 얻게 된 곡입니다. 이 노래에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에 후회와 아쉬움이 있지만, 지나온 매 순간이 그러했듯 지금이 나의 최고의 시간이기에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리라’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김도향씨가 이 노래를 예순 살의 나이에 불렀는데, 연륜이 담긴 그의 목소리로 이 노랫말을 들으니, 묘하게 사무엘 울먼과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꼭 한 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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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청춘’이라는 주제로 함께하고 계신데요, 두 번째로 나눌 시는 유안진 시인(1941~)의 시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입니다. 앞서 사무엘 울먼의 시는 ‘우리 모두가 바로 청춘이다’라는 메시지를 주었는데, 이번 시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요? 이 시는 뭔가 힘든 시기를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시인이 건네주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안진 시인의 시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듣고 오겠습니다.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유안진

 

고목(古木)도 젊어지는

오뉴월 초록 세상에는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신록을 따라 녹음을 따라

푸를 대로 푸르러 푸른 숨결 차 올라서

뜨겁게 달궈지고 거칠 대로 거칠어져서

도무지 겁나는 것이 없는

무더위와 폭풍과 장대비의

그 열정 그 광기 그 고통이 휘몰아쳐 줘서

젊음이란다.

 

꿈과 이상으로 밀고 가는 힘과 용기란다

지혜의 태반이란다

감당 못할 시련이란 없는 법이란다.

 

유안진 시인의 시 ‘청춘 아닌 그 누가 있을 수 있는가’ 듣고 왔습니다. 겨우내 죽은 것만 같아 보이던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봄이면 꽃이 피고, 다 늙어버린 고목(古木)도 5월이나 6월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금 초록 잎으로 푸르러지죠. 매년 때가 되면 가지마다 나뭇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피어 오르는 것을 보는데, 참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하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나무는 어떻게 그렇게 매년 다시 푸르게 피어날 수 있을까요? 시인은 나무가 그냥 푸르러지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무더위를 늘 견뎌내기 때문에, 그리고 폭풍과 장대비를 늘 오롯이 맞아내기 때문에 다시 푸르러질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뜨겁게 달궈지고 거칠 대로 거칠어져서

도무지 겁나는 것이 없는

무더위와 폭풍과 장대비의

그 열정 그 광기 그 고통이 휘몰아쳐 줘서

젊음이란다

 

나무와 들풀이 태양의 뜨거움과 장대비를 맞아야만 다시 푸르러 지듯이, 곧 ‘청춘’이 되듯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떤 고통과 인내와 훈련들이 있다면 그것은 청춘이기에 혹은 청춘이 되기 위해서라면 겪어야 하는 과정이며, 그런 것들을 ‘견뎌 내는 것’이 바로 ‘젊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비록 나이가 들었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버텨내고 인내한다면, 다시 말해 ‘꿈과 이상으로 밀고 가는 힘과 용기’가 당신에게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청춘일 겁니다.

오늘 첫 시간으로 함께 해 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힘이 될 것 같은 노래, 이승렬의 <날아>라는 곡 준비했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주제곡이기도 했는데요,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여러분도 오늘 이 노래 들으시면서 또 하루의 ‘청춘’을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청춘을 응원하며 오늘 첫 시간 마무리 하겠습니다. 2주 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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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마리횬

아이폰 팟케스트 <마리횬의 시와 음악공간(2012)>에서 러시아의 시와 노래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하였고, 호주 퀸즐랜드주 유일의 한인라디오방송국에서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가 필요한 시간(2016-2018)>을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