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헤겔 정신현상학 번역과 주해』1, 2 (이병창|먼빛으로|2025-11-15) [한철연 소식]

『헤겔 정신현상학 번역과 주해』1, 2 (이병창)

 

헤겔 철학 연구에 있어서 기념비적 저서가 출간되었습니다. 한철연 이병창 회원(동아대 명예교수)이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번역하고 주석과 해제를 달았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성과로 저자의 50여 년 헤겔 연구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본 웹진 <이 시대와 철학>에도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코너를 운영중인 저자는 현재 <헤겔의 형이상학 산책>을 47회 째 연재 중에 있으며 60회를 연재한 <헤겔미학산책>은 『정신의 표현 기호로서 예술』(2024)이라는 단행본으로 작년 8월에 출간되었습니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왕성한 학술 활동과 집필을 이어가는 저자의 학문적 성과 앞에 예를 표하며, 헤겔 철학의 봉우리이자 깊은 심연으로 안내할 책의 내용을 직접 확인할 일이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아래는 『헤겔 정신현상학 번역과 주해』1, 2에 대한 저자 제공 소개글입니다.

이번에 발간된 『헤겔 정신현상학 번역과 주해(1, 2)』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동시에 주석과 해제를 달아 놓은 책이다. 헤겔 『정신현상학』 번역은 국내에서 여러 번 시도됐지만, 헤겔 『정신현상학』을 번역하고 동시에 주석과 해제를 단 책으로서는 이 책이 처음이다. 아니 세계적으로 볼 때도 『정신현상학』을 주해하기를 시도한 책으로는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정신현상학』의 해석을 위해 거의 50여 년을 바쳐왔다. 그동안『정신현상학』 해설서를 여러 권 발표했으나, 이번 나온 주해 본은 그의 최종적인 노력의 결실이라 하겠다.

헤겔 『정신현상학』은 1807년 발간된 지 200년이 더 지났어도 아직 그 감추어진 진의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헤겔이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이 책을 지었고 나가서 이 책이 전개되는 독특한 방식이나 전체 구조도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지금껏 부분적인 해석은 있었어도 전체에 거쳐 완전하고 일관적으로 해석한 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그런데도 누구도 헤겔 『정신현상학』의 내용이 심대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못했는데, 간간이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헤겔 이후 철학의 발전에 어마어마한 충격과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헤겔 『정신현상학』 연구와 관련된 저간의 사정을 생각해 볼 때 이를 번역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주석과 해제를 붙였다는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엄청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헤겔 『정신현상학』의 전개 과정을 헤겔이 서론에서 제시한 ‘의식 경험’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고, 『정신현상학』의 최종 도달 목적인 절대정신을 그리스 철학의 비의인 ‘헨 카이 판(hen kai pan)’에서 흘러나오는 공동체 정신이라고 해석하면서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과 노예의 투쟁을 통해 형식적 자유의지가 출현하고 근대정신의 소외된 관계를 통해 실질적 자유의지 또는 정의를 추구하는 일반의지가 출현하며, 마지막으로 예술과 종교, 철학을 통해 이 일반의지가 구체적으로 표현된다고 보았다.

이 책의 설명이 모든 점에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더라도, 헤겔 『정신현상학』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초석이 될 것은 틀림없다. 이 책을 토대로 질정을 거쳐나가면, 헤겔이 『정신현상학』에 감추어놓은 비의가 철저하게 드러나면서 앞으로 정신의 발전을 고대하는 세상 사람들의 갈망을 충족할 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의 철학사는 항상 심성을 함양하는 문제에 주력해 왔는데, 이 책은 그런 철학적 관심을 충족하는 데도 많이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 기사 참조

[인터뷰] “헤겔이 ‘정신현상학’을 쓴 목적은 원대한 ‘공동체 정신’의 실현”

 

● 1권과 2권의 전체 목차

  1권

번역자 서문

서문[Vorrede]
서론[Einleitung]

A 의식
Ⅰ 감각적 확신 또는 이것과 의도[meinen]
Ⅱ 지각; 사물 그리고 속임
Ⅲ 힘과 지성, 현상과 초감각적 세계

B 자기의식
Ⅳ 자기를 확신하는 진리
A 자기의식의 자립성과 비 자립성: 주인과 노예
B 자기의식의 자유: 스토아주의, 회의주의 및 불행한 의식

C (AA) 이성
Ⅴ 이성의 확신과 진리
A 관찰하는 이성
a 자연의 관찰
b 자기의식을 순수한 상태에서 외적 현실과 관계해 관찰 하는 것: 논리적 법칙과 심리학적 법칙
c 직접적인 [신체적] 현실과 자기의식의 관계에 관한 관찰, 관상학과 골상학
B 이성적인 자기의식의 자기 자신을 통한 실현
a 쾌락과 운명[필연성]
b 심정의 법칙과 자만의 광기
c 덕과 세속
C 그 자체로 자기에게 나타나면서 스스로 실재하는[reell] 개체성
a 정신적인 동물의 나라와 속임 또는 사태 자체
b 법칙을 발견하려는 이성
c 이성에 의한 법칙의 검증

2권

C (BB) 정신
Ⅵ 정신 11
A 참다운 정신, 인륜성 24
a 인륜의 세계; 인간의 법칙과 신의 법칙; 남성적 존재와 여성적 존재 28
b 인륜적 행동; 인간의 인식과 신의 인식; 죄와 운명 62
c 법적 상태 97
B 자기에게 소원화된 정신: 교양 114
B-1 자기에게 소원화된 정신의 세계 126
a 교양과 교양이 실현된 나라 129
b 신앙과 순수 통찰 203
B-2 계몽 229
a 계몽과 신앙의 투쟁 236
b 계몽의 진리 310
B-3 절대적 자유와 공포 336
C 자기를 확신하는 정신, 도덕성 368
a 도덕적 세계관 376
b 전치 409
c 양심, 아름다운 영혼, 악과 그 용서 443

C (CC) 종교
VII 종교 545
A 자연 종교 576
a 빛[Lichtwesen] 582
b 식물과 동물의 신 588
c 장인 593
B 예술 종교 604
a 추상적 예술작품 613
b 생동하는 예술작품 642
c 정신적인 예술작품 656
C 계시 종교 706

C (DD) 절대지
Ⅷ 절대지 797
부록-1 정신현상학을 이해하기 위한 예비지식 851
1 『정신현상학』의 발간 851
2 판본에 관해 863
3 『정신현상학』의 구조, 방법, 개념과 목적 869

 


저자 소개

이병창

서울대학교 철학과 수학, 서울대학교 철학박사, 동아대학교 철학과 교수, 2011년 2월 명예퇴직, 현대 사상사 연구소 소장
헤겔철학과 정신분석학 및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면서 문화철학 및 영화철학을 연구한다.

박사학위 논문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정신 개념에 대한 연구」, 서울대, 2000.

주요저서
『영혼의 길을 모순에게 묻다(헤겔 정신현상학 서문 주해)』, 먼빛으로, 2010
『반가워요 베리만 감독님』, 먼빛으로, 2011
『불행한 의식을 넘어(헤겔 정신현상학 자기의식 장 주해)』, 먼빛으로, 2012
『지젝 라캉 영화』, 먼빛으로, 2013『청년이 묻고 철학자가 답하다』, 말, 2015
『우리가 몰랐던 마르크스』 , 먼빛으로, 2018
『정신의 오디세이-자유의지의 역사』, 먼빛으로, 2021
『헤겔의 정신현상학-EBS오늘의 클래식』, EBS BOOKS, 2022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인의 현대철학』, 팬덤북스, 2024
『헤겔 미학 산책-정신의 표현 기호로서 예술』, 먼빛으로, 2025

번역
프리드리히 슐레겔, 『그리스 문학 연구』, 먼빛으로, 2014
프리드리히 슐레겔, 『미학 철학 종교 단편』 , 먼빛으로, 2020
마르크스 엥겔스, 『독일 이데올로기』, 먼빛으로, 2018

[신간안내] 『기후 협치 – 지구 거주자들의 공생과 연대』(신승철·이승준|알렙|2025-08-25) [한철연 소식]

『기후 협치 – 지구 거주자들의 공생과 연대』(신승철·이승준)

 

2023년 세상을 떠난 故 신승철 회원의 유작이 이승준 회원의 노력으로 공저로 출간되었습니다. 신승철 회원은 2010년 가타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012년 이후부터 한철연 학술대회와 월례발표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였습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생태 철학과 공동체 운동을 연구해왔습니다. 한철연 여성과철학분과, 신유물론분과에서 활동 중인 이승준 회원은 현대 정치철학 연구자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탈성장 담론과 기후 협치의 사상을 실천적 지침으로 잘 구성하여 저자 신승철과 함께 새로운 대안 사상을 독자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연구자의 노력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 의미있는 연구 성과로 빛을 보게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큰 다행입니다. 우리 앞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온 디스토피아적 미래, 지금은 이 책을 읽어야 할 때입니다.

아래는 『기후 협치 – 지구 거주자들의 공생과 연대』 소개글입니다.(출처: 알라딘)

생태 철학과 공동체 운동, 사회적 경제 등을 연구해 오다, 2023년 세상을 떠났던 신승철 소장의 유작이 이승준 독립연구자와의 공저로 출간되었다. 생전에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 마련을 위해 고심해 온 그의 뜻을 유산으로, 동료 연구자·활동가·예술가 들이 탈성장 전환 사회를 향한 실험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탈성장 담론과 기후 협치라는 대안 사상을 새로운 실천 매뉴얼과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협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관치’가 아니라, 시민과 다중이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결정하는 ‘아래로부터의 협치’이다. 즉 아래로부터의 협치와 생태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들은 기존의 상명하달식 통치(수목형 모델)와 대비되는 수평적 협치(리좀형 모델)를 제안한다.

또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협치를 주장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동물, 식물, 심지어 인공물까지)을 기후 협치의 주요 행위자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생적 협치’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이성과 합리를 넘어선 새로운 언어와 정동(情動)으로 모든 존재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한다.

 

● 전체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탈성장 사회와 구성적 협치

기후재난 시대의 도래
대안으로서의 탈성장 전환 사회
탈성장과 민주주의들
탈성장과 커먼즈 경제
탈성장을 실현하는 구성적 협치

2장 협치의 기본 구도

전 지구적 위기들과 대의정치의 민낯
거버넌스(협치)란?
협치의 기본 이해: 통치, 관치, 법치, 협치
협치의 작동 방식
공동체, 공공, 시장만으로 운영되는 거버넌스의 한계

3장 구성적 협치의 사상가들

브뤼노 라투르의 사물 정치와 공생적 협치
펠릭스 가타리의 제도 요법과 구성적 협치
네그리·하트: 다중의 어셈블리로서의 협치
도나 해러웨이의 공-산적 협치와 이야기 만들기

4장 거버넌스의 사례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의 거버넌스
한국의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기본 지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에서의 거버넌스와 좌절의 시절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경제학의 구도
녹색도시: 파리의 15분 도시
고베생협과 지역 생협의 위기 시 대응 방법
초대형 허리케인 윌마에 대한 쿠바의 대처

5장 기후재난에서의 자원 관리의 협치

재난 시 가용 자원의 여부
재난 시 푸드플랜과 도시농업
라이프라인이 끊겼을 때의 회복탄력성
재난 시 돌봄
재난 시 민회로서의 주민자치회의 역할
일상적 관리와 위기 시 전환의 필요성

에필로그: 구성적 협치를 통한 연합과 탈성장


저자 신승철: 2010년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줄곧 생태 철학과 공동체 운동, 사회적 경제 등을 연구해 오다, 2023년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생태적지혜연구소(ecosophialab.com)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 마련을 위해 고심해 온 그의 뜻을 유산삼아, 동료 연구자·활동가·예술가 들이 탈성장 전환 사회를 향한 실험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낭만하는 공동체 넘어서기』(공저, 2022), 『기후 전환 사회』(2022), 『정동의 재발견』(2022), 『떡갈나무 혁명을 꿈꾸다』(2022),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2021), 『묘한 철학』(2021), 『모두의 혁명법』(2019), 『탄소자본주의』(2019),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 등 40여 권의 저작을 남겼다.

저자 이승준: 독립연구자로서 미셸 푸코, 질 들뢰즈, 안토니오 네그리, 주디스 버틀러 등을 중심으로 현대 정치 철학을 연구하고, 페미니즘, 맑스주의, 생태주의를 서로 연결시키는 대안적인 관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여성과철학분과 신유물론분과에서 활동하고, 생태적지혜연구소, 연구공간L 회원이며 ‘자율평론’, ‘맑스코뮤날레’ 등에 참여했다.
공저로 『비물질노동과 다중』, 『페미니즘의 고전을 찾아서』, 『포스트 코로나시대, 플랫폼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가 있으며, 『자유주의자와 식인종』(스티븐 룩스), 『어셈블리』(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 『대항성선언』(프레시아도) 등을 공역했다.

‘앉아서 아침을 기다리다’ – 故 이현구 선생을 기리며 [한철연 소식]

‘앉아서 아침을 기다리다’ – 故 이현구 선생을 기리며

 

전호근(한철연 회원, 경희대)

 

이 글은 2025년 7월 21일 <경인일보> [전호근 칼럼]에 실린 ‘앉아서 아침을 기다리다’를 필자의 동의를 거쳐 본 웹진에 게재한 것임을 알립니다.

원글 출처: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6816

 

지난 7월 14일, 동양철학 연구자 이현구 선생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선생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저명한 학자는 아니었다 하겠으나 동양철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선생의 책을 읽지 않은 이가 드물 것이다. 선생이 30여 년 전에 펴낸 ‘동양철학 에세이(김교빈·이현구 공저, 동녘)’는 그야말로 해당 분야의 베스트셀러였고 지금까지 명저로 손꼽히는 책으로 이 책을 읽고 동양철학에 입문한 이가 심심치 않게 있는 걸 보면 선생이 학계에 기여한 공이 적지 않다 하겠다.

선생은 기철학 연구에 평생 매진한 탁월한 연구자였다. 특히 조선 후기의 실학자 혜강 최한기에 관한 연구는 선생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 경지를 개척했다고 할 만하다. 일찍이 최한기의 기학을 두고 “동과 서를 융합하고, 지구를 하나의 단위로 놓은 인류사의 관점에서 보편학을 추구한 학문”이라 규정한 것이라든지, “인간학과 자연학을 포괄하는 종합적 체계를 갖추었지만 새로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연학의 입지를 적극적으로 마련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 대목은 지금 보아도 탁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는 90년대 중반부터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철학분과에서 선생과 함께 명말청초의 학자 방이지의 ‘약지포장’과 ‘물리소지’를 읽었다. 당시 선생의 학문적 열정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치열한 것이어서 아무리 난해한 대목이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그런 자세는 동학과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선생은 형형한 눈빛과 느리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후배들을 지도하곤 했는데 논리가 정확하고 전고에 틀림이 없었다. 나 자신을 돌이켜 보아도 선생의 열정에 감화되어 공부에 더욱 매진한 바가 없지 않다. 아마 남은 인생에 선생과 함께 공부할 때만큼의 학문적 열정이 다시 찾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생은 강의를 할 때면 언제나 넥타이까지 갖춘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학생들과 만났다. 한번은 내가 넥타이까지 매는 건 좀 번거롭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선생이 말하길, 언젠가 넥타이를 매지 않고 편한 차림으로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날 밤 꿈에 맹자가 나타나 무례하다는 꾸지람을 들었노라고 답했다. 내가 선생의 빈소를 찾기 앞서 평소 매지 않던 넥타이를 꺼낸 까닭은 그런 선생의 범절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선생은 형식은 다소 달랐지만 전통 학자의 풍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선생은 세상에 나가 이익을 구하는 일이 없었고, 남들과 경쟁하지도 않고 가만히 알아주는 이를 기다릴 뿐이었다. 선생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일찍부터 그의 학문적 재능과 통찰의 깊이를 높이 평가했지만 세상은 선생의 인품과 재능을 알아보지 못했는지 끝내 대학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할 만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선생의 성품은 소탈하기 그지없어 요즘 세상의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 시공간 감각도 남달라 미처 국경일인 줄 모르고 평소처럼 강의하러 나섰다가 뒤늦게 깨닫고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든지 남의 강의실에 잘못 들어가서 강의하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선생은 어찌 보면 민망할 수도 있는 그런 일을 무덤덤하게 들려주곤 했는데 돌이켜보면 나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았지만 나는 그러하지 못했던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생전 선생은 ‘맹자’에 나오는 좌이대단(坐以待旦·앉아서 아침을 기다림)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이 말은 주나라의 주공이 왕도를 생각하느라 밤새며 고심하다가, 가만히 앉아서 아침을 기다린다는 희망을 담은 글귀이다. 역사 속의 주공은 기다리던 아침을 맞이했지만 선생의 아침은 끝내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싹을 틔우고서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뜻을 지니고 있어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뜻은 내가 지니는 것이지만 쓰이고 쓰이지 않고는 세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점이 내가 선생을 위해 슬퍼하는 까닭이다.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빈다.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사)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철학분과에서 함께 공부하던 시절의 故 이현구 선생(가운데)|ⓒ 전호근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 –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 최종덕 (중천학당 강좌 영상 소개) [한철연 소식]

원주시 소재 중천철학도서관의 유튜브 계정 중천학당에  한철연 최종덕 회원이 故 이규성 선생님의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2016)를 소개하는 2022년 12월 1일 게시된 강좌 영상입니다.

한철연에서 이규성 철학 연구회의 연구가 가열차게 기획되고 있는 요즈음 여러 분들께 도움 될 수 있는 영상인 것 같아 소개합니다.

많은 시청을 바랍니다~

 

유튜브 출처: https://youtu.be/d0ot8w3UQSA?si=bp3j5ZMZm-8mF7dh

최종덕 회원의 <신유물론의 자연철학> 강의 영상 안내 [한철연 소식]

2025년 4월 7일부터 6월 9일까지 매주 월요일 유럽인문아카데미에서 진행한 최종덕 회원의 <신유물론의 자연철학> 강의 영상을 볼 수 있는 링크를 안내합니다.

영상은 최종덕 선생님이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계정(https://www.youtube.com/@philonatu)에서 제공됩니다.

강의자의 동의를 얻어 소개하오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시청바랍니다.

 

♦ 신유물론의 자연철학 (최종덕) 강의 시리즈 유투브 주소

1. 들뢰즈에서 라투르까지;미분법과 리만기하학
https://youtu.be/J8OF-Pofc7U?si=F5PtiYQvHxJy1EFY

2. 해러웨이 신유물론의 생물학적 기초
https://youtu.be/Ls00WVR4egs?si=a8ac0mz6Y_vxzq-v

3. involution, 해러웨이와 들뢰즈 차이
https://youtu.be/gvH_pBoOUNA?si=PXOn0Ao5HaVwyD6Q

4. 해러웨이, 기존 영장류학 비판
https://youtu.be/VUqWI_Bubfc?si=_zntBflcy1eC7Yc_

5. 캐런 버라드, 양자역학으로 본 얽힘과 결풀림
https://youtu.be/C4Dli8ieqQA?si=9yCggnII8HH38lLP

6. 버라드의 무nothingness와 생성
https://youtu.be/8a3CvfDPNtU?si=jdfEnk3TA_d6qF-h

7. 신유물론으로 읽는 화이트헤드
https://youtu.be/_TwpaCKuMSQ?si=xf6wuQgBxDbv-aGf

8. 티모시 모튼, 하이퍼객체와 저주체
https://youtu.be/Wc20Z3taEto?si=3PSmKhbHwIdmY4un


 

[신간안내] 『기측체의 역해』(최한기 지음·이종란 편역|동연출판사|2025년 4월 24일) [한철연 소식]

『기측체의 역해』(최한기 지음·이종란 편역)

 

한철연 이종란 회원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이종란 회원은 박사학위논문 「최한기 윤리사상 연구 : 경험중시적 방법론을 중심으로」(1996) 이후로 최한기의 철학에 관련한 여러 연구 업적을 제출해왔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한철연 <근현대 삶 사회 분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있으며 전통철학과 근대사상의 영역을 아우르는 연구와 저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최한기의 대표작 『기측체의』가 국내 처음으로 완역 출간됨에 따라 최한기와 한국의 근대 철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공자 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아래는 『기측체의 역해』소개입니다.

『기측체의(氣測體義)』는 조선말 철학자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의 초기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 저작이다. 그렇더라도 거기서 다룬 세계관과 인식론은 말기까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 용어는 생소하고 내용은 독창성이 있다. 이것들은 원시 유학, 주희 성리학, 양명학, 제자백가 사상, 전통 의학, 무엇보다 기의 철학 등에서 합리적 내용을 바탕으로 삼아, 서양 과학과 종교 그리고 그 철학과 신학이 혼합된 서학의 장점과 서로 융합하면서 나온 저자 철학의 표면적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은 한국철학을 전공한 이종란(李鍾蘭)이 옮기고 주석과 해설을 덧붙여 『기측체의 역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이 책을 옮기기 위한 옮긴이의 학문적 여정과 최한기 학문의 성격은 서문과 해제에 상세히 드러나 있다.

옮긴이가 밝힌 철학사적인 의의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19세기 우리 철학을 밝힘에 있는데, 옮긴이는 최한기(이하 저자)가 앞선 문헌에서 인용한 문장 하나, 낱말 하나하나를 일일이 추적하여, 원래의 맥락에서 이탈하여 어떻게 자기 철학의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였는지 밝혔다. 곧 인용한 이전 문장 속의 글자를 삭제하거나 바꾸거나 글자를 보완하여 사상을 어떻게 자기화하였는지 밝혀냈다. 이러한 작업은 기준이 되는 저자의 주체적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이렇게 우리 철학을 만들어 감에 있어서 이전의 사상자료를 섭렵하는 가운데 자연히 동서 철학이나 사상의 교섭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곧 서양 고대와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과학이나 지리만이 아니라, 서학 서적 속에 녹아든 스콜라 철학과 신학, 그리고 그 속에 깃든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과 인식론, 범주론, 목적론적 형이상학, 그리고 자연학 등이 숨어 있는데, 옮긴이가 해당하는 곳에서 일일이 밝혔다. 이는 당시 천주교 박해 때문에 드러내 놓고 논의할 수 없어서 낱말과 문헌의 전후 맥락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알 수 있는 사항이다.

마지막 하나는 형이상학과 비물질적 초월적 존재를 비판한 데 있다. 주희 성리학의 형이상학적 요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와 속성의 범주를 활용해 태극(太極)인 리(理)의 존재를 비판하였고, 또 서학에서 말하는 초월적 신의 존재를 유학 특히 주희 성리학의 전통에서 따르는 방식을 적용하여 비판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가 따른 동서의 장점도 있다. 전통에서는 초월적 신을 거부하고 인도(人道)를 따르는 유학의 합리적 요소를 취하고, 서학에서는 과학적 사유와 경험과 추론〔추측〕을 중시하는 인식론의 수용과 강조에 있다.

옮긴이는 최한기 철학의 현대적 의의를 크게 두 가지로 말한다. 첫째로 새로운 상식으로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는 철학이며, 둘째로 비판과 거부의 철학이자 적어도 사상적 저항이라 보았다. 그리하여 말기 증세를 보인 조선 사회에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고 맞이하려 하였다. 그리고 그 철학의 해석이 시의성과 적절성을 갖추면 현대 우리 철학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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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 전체 목차

역해자 서문
기측체의 서문氣測體義 序
〈해제〉 『기측체의』와 최한기
최한기 연보
일러두기

신기통(神氣通) 권1

신기통 서문神氣通 序

체통體通
1. 자연과 인간의 기 天人之氣
2. 기의 작용 氣之功用
3. 감각기관은 기를 소통한다 諸竅通氣
4. 앎은 서로 응한다 通有相應
5.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은 겸할 수 없다 視聽言動不可兼
6. 천지 만물을 아는 어려움과 쉬움 天地通難易
7. 앎과 추측은 모두 스스로 얻었다 知覺推測皆自得
8. 아는 데에 늦고 빠름이 있다 通有遲速
9. 앎에는 득실이 있다 通有得失
10. 심성과 이기의 변증 心性理氣之辨
11. 중첩된 관문을 거쳐 통과하다 歷通重關
12. 소통의 방해물 通有防害
13. 앎에는 근원과 말단이 있다 通有源委
14. 기질은 제각기 다르다 氣質各異
15. 앎에는 같지 않음이 있다 通有不同
16. 소통으로 온 세상이 한 몸 되다 通天下爲一體
17. 허황하고 망령된 설의 해로움 虛妄之害
18. 남과 나의 앎을 소통하다 通人我之通
19. 감각기관에는 보태거나 덜어낼 것이 없다 九竅無增減
20. 기는 통해도 안팎으로 드나든 적이 없다 氣通而未嘗出入
21. 몸의 여러 기관은 서로 반응하고 돕는다 氣質相應相援
22. 앎에는 알 수 있거나 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通有可否之限
23. 앎에는 크기와 미치는 거리가 있다 通有大小遠近
24. 온 세상의 종교를 자연·인간에게 물어 바로잡다 天下敎法就天人而質正
25. 세계 문자의 변통 四海文字變通
26. 이치는 기를 통해서 안다 理由氣通
27. 기수의 학문 氣數之學
28. 여러 감각이 서로 간여하면 신기가 더욱 밝아진다 諸竅互通神氣益明
29. 남과 물건에서 나의 앎을 증험한다 物我證驗
30. 신기는 서로 감응한다 神氣相感
31. 글과 말 속의 신기 文言神氣
32. 앎에는 거짓과 바름이 있다 通有邪正
33. 앎과 모름의 극치 通不通極致
34. 옛날과 지금의 경험은 같지 않다 古今人經驗不等
35. 지구와 여러 별 地體及諸曜
36. 앎이 머물 곳과 형질통 추측통 通之所止及形質通推測通
37. 형질통과 추측통은 다르다 形質推測異通
38. 가르침을 소통함 通敎
39. 재물의 소통 通貨
40. 신기는 장부를 말미암으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神氣由臟腑而有異
41.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하나의 신기 四一神氣
42. 눈과 귀와 신기의 만 가지를 통합하여 하나로 만든다 耳目神氣統萬爲一
43. 밖에서 거두어 와서 밖으로 드러내 쓰다 收入於外發用於外
44. 몸을 거쳐 신기를 통한다 自形質通神氣
45. 앎에 이르기 어려운 네 가지 사례 四者難通
46. 지식을 거두어들이는 것과 드러내 쓰는 데는 근원과 말단이 있다 收得發用有源委
47. 신기의 밝음은 신에서 힘은 기에서 생긴다 明生於神力生於氣
48. 앎의 우열은 신기를 따라 생긴다 知覺優劣從神氣而生
49. 알 수 있는 17가지 일 十七條可通
50. 널리 시험하고 증험하여 안다 廣試驗通
51. 신통 神通
52. 허황한 대상을 아는 일 通虛
53. 앎의 근원 知覺根源
54. 경험이 곧 앎이다 經驗乃知覺
55. 앎에는 등급이 있다 通有等分
56. 남의 앎을 취한다 取人之通
57. 경험은 속이기 어렵다 經驗難欺
58. 앎에는 처음·중간·끝이 있다 通有始中終
59. 서적과 앎의 표준 書籍準的
60. 표준과 습속의 사라짐과 자라남 準的習俗消長
61. 표준에도 크기가 있다 準的有大小
62. 수학은 기에서 생긴다 數學生於氣
63. 남의 변화를 알다 通人之遷移
64. 집대성 集大成
65. 몸이 소멸하면 의식도 사라진다 形滅則知覺滅
66. 사물을 체인하다 體認事物
67. 기에는 가벼움과 무거움이 있다 氣有輕重

신기통(神氣通) 권2

목통目通
1. 물체의 색은 눈동자에 비친다 物色映眸
2. 기를 사이에 두고 와서 비친다 隔氣來照
3. 보이는 물체의 지름은 실물의 그것보다 작다 視徑小於眞徑
4. 눈동자는 안팎을 연결하는 목구멍이다 眸爲內外咽喉
5. 시선을 미루어 이용하다 視線推用
6. 서적을 보고 알다 見通書籍
7. 소견을 가려 세우다 擇立所見
8. 사람을 관찰하여 취한다 觀人取人
9. 눈으로 본 결과는 신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眼視隨神氣有異
10. 눈을 치료하는 약 治眼藥
11. 관상가와 의원의 신통한 눈 相人醫人之神眼
12. 땅의 모습을 알다 見得地形
13. 기물을 궁리하여 밝힌다 窮格器用

이통耳通
1. 천지와 인간과 만물의 소리 天地人物聲
2. 소리 무리와 거리 聲暈遠近
3. 온갖 소리를 미루어 안다 推通萬聲
4. 선천적 청각 장애와 신기의 청각 장애 天聾神氣聾
5. 말을 듣는 조리 聽言條理
6. 성률과 언어 聲律言語
7. 신기로 듣다 神氣聽
8. 말로 아는 깊이의 차이 言通有淺深
9. 통함과 막힘을 따라 말을 취사한다 隨通塞而取捨言論
10. 남의 말을 들을 때의 순함과 거스름 聽言順逆
11. 속이는 말의 청취 여부 欺言聽否
12. 상반된 말을 가려듣기 擇聽相反之言
13. 재판에서 참작과 증거 聽訟參證

비통鼻通
1. 몸의 기를 풀무질하다 ??身氣
2. 여러 냄새 가운데 순수하고 맑은 것이 최고다 諸臭中純澹爲最
3. 여러 냄새의 분별에 근본이 있다 諸臭分別有本
4. 향내는 순수하고 맑은 냄새만 못하다 香不如純澹
5. 냄새의 배어듦 臭氣染漬
6. 이로운 냄새와 해로운 냄새 臭有利害

구통口通
1. 말과 음식은 서로 호응한다 言與食相應
2. 혀는 순수하고 맑은 맛을 좋아한다 舌喜純澹之味
3. 청렴을 향하고 탐욕을 등지다 向廉背貪
4. 타고난 바탕과 음식의 청렴과 탐욕 稟質及飮食廉貪
5. 음식물의 훈증 飮食薰蒸
6. 굶주리고 배부른 현상은 누구나 같다 饑飽與人同
7. 안팎의 조화 內外調和
8. 말은 목소리를 따라 드러낸다 言語因聲音而發
9. 말이 통함 言語得通
10. 시비의 참과 거짓 是非誠僞
11. 어리석게 미혹된 사람을 깨우침 開?愚迷
12. 문자로 나타낸 말 文字之言語
13. 말의 핵심과 그 전달의 허실 要領虛實
14. 인사의 통함과 막힘 人事通塞

신기통(神氣通) 권3

생통生通
1. 낳고 낳은 일이 크게 이어짐 生生大通
2. 정기가 치밀어 발동함 精氣衝發
3. 예쁘거나 못생긴 여자가 낳은 아이 姸?所?
4. 색정과 견문 色情聞見
5. 낳아 기르는 일이 목표이다 ?育準的
6. 아내와 첩은 자식을 낳아 기르기 위함 妻妾爲?育
7. 태어남은 하늘에, 일은 인간에 달려 있다 生在天事在人
8. 사람의 자애 人物慈愛
9. 몸이 서로 통하다 形質相通

수통手通
1. 손은 공적과 재능이 가장 많다 功能最多
2. 귀천과 손의 쓰임 貴賤手用
3. 솜씨의 같고 다름 手法同異
4. 손가락으로 익혀 알다 指有習通
5. 크게 쓰임은 때가 있다 大用有時
6. 오래 널리 전파되는 서적 書蹟久遠

족통足通
1. 발의 힘이 감당하는 것 足力堪任
2. 발걸음이 다르다 踐履不同
3. 멀리 가는 일은 도보에 있지 않다 致遠不在足行

촉통觸通
1. 안팎이 서로 호응하다 內外相應
2. 촉각은 견문을 기다린다 觸待見聞
3. 말투의 저촉 辭氣之觸

주통周通
1. 서로 비교하여 증험한다 參互證驗
2. 인재를 알아보고 쓰는 일 知人用人
3. 주통에도 허실이 있다 周通有虛實
4. 불통·편통·주통 不通偏通周通
5. 주통의 처음과 끝 周通源委
6. 나가고 들어오고 나아가고 물러남 出入進退
7. 활동할 때와 고요할 때의 틈이 없다 動靜無間

변통變通
1. 변통의 조목 變通條目
2. 남과 나의 신기를 변통하다 人我神氣變通
3. 통하기 어려운 일을 변통하다 通其難通
4. 공명과 부귀의 변통 功名富貴變通
5. 기물은 변통할 수 있으나 기는 변통할 수 없다 器可變通氣不可變通
6. 인간과 만물이라는 기물의 쓰임 人物器用
7. 재물은 신기를 편안히 기르는 것 財所以安養神氣
8. 질병은 변통하기 어렵다 疾病難得變通
9. 문리의 이해는 변통에 달려 있다 文理究解在變通
10. 정교의 연혁 政敎沿革
11. 시(時)라는 글자는 기의 운행이다 時是氣運
12. 추측과 변통에는 껍데기와 알맹이가 있다 推測變通有虛實
13. 자기의 용의를 안다 知自己之容儀
14. 공부의 처음과 공사의 나뉨에 있는 변통 變通在初及公私之分
15. 선악과 이해 善惡利害
16. 불통을 제거하다 除?不通


저자 이종란(李鍾蘭)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철학박사). 교직에서 퇴직한 후 연구와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낯선 지연씨의 인생철학』, 『서양 문명의 도전과 기의 철학』, 『민족종교와 민의 철학』(공저), 『기란 무엇인가』, 『율곡의 마음공부』, 『미래를 향한 율곡의 가정교육』, 『의산문답』, 『최한기의 운화와 윤리』, 『전래동화·민담의 철학적 이해』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기측체의 역해』, 『운화측험』, 『공제격치』, 『왕양명실기』, 『주희의 철학』(공역), 『왕부지 대학·중용을 논하다』(공역), 『율곡의 상소문』, 『동호문답』, 『만언봉사』 등이 있으며, 편역서로는 『뜻을 세워라』, 『배워서 사람 되기』가 있고, 그 외 여러 논문과 다수의 철학동화, 아동·청소년을 위한 저술과 번역서가 있다.

[신간안내] 『그대에게 가는 먼 길 1부』(이종철 지음|대양미디어|2025년 4월 8일) [한철연 소식]

『그대에게 가는 먼 길 1부』(이종철 지음)

 

[이종철 선생의 에세이 철학] 코너에 올해 1월 2일부터 3월 20일까지 총 23회 연재한 이종철 회원의 연재소설 <그대에게 가는 먼 길>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현재 웹진에서는 단행본 출간으로 연재는 멈춘 상태입니다. 격동의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쓴 자전적 소설로 이번에 출간된 1부는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대학원과 교육계에 투신했던 한 철학자의 삶의 일부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현재 집필 중인 2부는 1990년대 후반부부터 2020년대 전반부를 다룹니다. 특히 한국헤겔학회,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태동과 관련한 경험적 정보들이 실려 있어 한철연 회원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아래는 책 소개 기사입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종철 박사 자전소설 구입 ‘인증사진 올려’ 화제

 

● 책소개

“철학자가 소설을 썼다! 생소한 일은 아니지만 한국처럼 영역과 경계를 많이 따지는 곳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 이 종철은 서양 근대 철학, 특히 근대 독일철학을 전공한 철학자로 오랫동안 활동을 해왔다. 지난 몇 년 전부터 그는 에세이철학에 심취해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써왔다. 이 소설은 이런 실험적 글쓰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전공과 장르를 불문한 글쓰기가 드디어 소설 쓰기까지 발전한 셈이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흔하지 않다. 사르트르의 경우는 철학자로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는 소설도 꽤 썼다. 덕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철학자의 신념을 지키고자 그 상을 거부했다. 10여 년 전 영화로도 나온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인 파스칼 메르시어의 본명은 피터 비에리(Peter Bieri)는 하이델베르크 대학 철학부 출신으로 독일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한 철학교수이다.

『그대에게 가는 먼 길』은 총 2부작이다. 1부작은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에 걸쳐 있고, 2부작은 2010년대에서 2020년대 중반에 걸친 격동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개인의 자전적 경험을 쓴 소설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2부작 중 그 1부이다. 잘 알려져 있듯 이 시기에 한국인들은 유신 독재와 광주 항쟁, 민주화 투쟁과 1987년의 민주주의의 쟁취 등으로 점철된 고통스럽고 의미 있는 역사적 경험을 겪었다. 동시에 이 시기는 사회과학의 전성기이자 온갖 이론과 사상이 난무하던 지적 르네상스의 시기이기도 했다. 물론 특정한 세계관과 사상이 지배적 이기는 했지만, 이 시대는 그것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상으로 한국 사회의 변혁운동과 맞물려 상호 피드백 하면서 백가쟁명을 이루기도 했다. 저자는 이 시기를 프랑스의 6.8 혁명 못지않은 시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6.8 혁명을 겪으면서 자신들의 이론과 사상을 정립해서 세계인들에게 내 보였던 반면, 한국인들은 그런 귀중한 역사적 체험을 그저 그런 과거의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 저자는 우리가 겪은 이 시대의 체험을 철학적으로 반성하고 의미화하고 싶은 욕구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표현했다.

저자는 이 소설의 형식을 통해 본업인 철학에 대해 반성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철학자가 소설가들에게 배워야 것이 하나 있다. 철학자들은 허구한 날 남의 철학이나 사상을 끌어들여 해석하고 해설하는 일로 평생을 보내는 데 비해, 소설가들은 비록 3류라 해도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려고 한다. 철학자들이 개념화된 사유를 하기 때문에 주관적 언어를 쓰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한국의 철학자들은 그 정도가 심해서 남의 언어와 남의 철학을 가져오지 못하면 사유를 하지 못할 정도다. 그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철학을 구성하기보다는 여전히 바깥의 수입 철학에 의존하고 2천 년도 넘은 공맹과 노장사상을 주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있다. 이런 지적 식민성과 사대주의가 한국의 지성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겪은 위대한 경험을 과거로 묻어 버린 채 그저 바깥에서 들어온 새로운 이론과 사상 혹은 오래된 사상에 목을 매달고 있을 뿐이다.

『그대에게 가는 먼 길』은 그저 과거를 기록한 한 권의 소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인문학이 처한 ‘문송의 시대’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문학은 끊임없이 주어지는 위기의 잿더미 속에서 부활하는 피닉스와 같다. 인문학의 현실이 당장은 꺼져갈 듯 어려워 보이지만, 인문학은 새로운 환경의 변화를 숙지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할 것이다.

목차

  • 작가의변ㆍ4다시 찾은길ㆍ13
    서울의봄ㆍ22
    광주항쟁ㆍ31
    선택과 탐색ㆍ48
    인문학 수업ㆍ63
    다시 강의실로ㆍ76
    철학과 대학원ㆍ91
    헤겔 철학과나ㆍ106
    현실과 철학ㆍ125
    한국헤겔학회ㆍ143
    한국철학사상연구회ㆍ162
    결혼ㆍ174
    외출ㆍ198

저자 이종철 프로필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교원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에서 강의했고, 몽골 후레 정보통신대학 한국어과 교수와 한국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남대 초빙교수를 마지막으로 대학에서 은퇴를 했고, 현재는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브레이크뉴스>와 <저널인뉴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에세이철학’ 분야를 새로 개척하고 있고, NGO 환경단체인 <푸른아시아>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 《철학과 비판 – 에세이철학의 부활을 위하여》와 《일상이 철학이다》가 있고, 공저로 《철학자의 서재》, 《삐뚤빼뚤 철학하기》, 《우리와 헤겔철학》, 《문명의 위기를 넘어》, 《사북항쟁 44주년》등이 있으며,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 2), A. 아인슈타인의 《나의 노년의 기록들》, S. 홀게이트의 《정신현상학 입문》,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Ⅰ,Ⅱ》(2, 3, 4/공역), 《무엇이 법을 만드는가》(공역) 등 다수의 책들을 옮겼다.

[강좌안내] 최종덕의 <신유물론의 자연철학> ‘유럽인문아카데미 2025년 봄학기’ [한철연 소식]

현재 한철연 ‘신유물론분과’에서 활동하는 최종덕 회원(독립학자/상지대 명예교수)이 신유물론 공부의 성과를 강의로 풀어냅니다. 신유물론분과는 지난 2023년 겨울 연합학술대회에서도 신유물론 연구 성과를 활발히 제출하며 학술적 성과를 올리고 있는 분과입니다. 이번 강의에는 분과 내의 학술적 논의 내용도 포함되지 않을까 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수강을 추천하며 주변에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기대되는 강좌를 알립니다. 

 

♦ 자세한 내용과 수강신청은 유럽인문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유럽인문아카데미 홈페이지

▣강사 최종덕
▣정원 50명
▣수강료 90,000원
▣강의실 추후 공지 예정 (오프라인으로만 진행)
▣강좌일시 월요일 3교시 (19:30~21:20)

수강신청 기간2025. 3. 24.(월) 14:00 – 4. 7.(월) 10:00 / 취소 및 환불: 2025. 4. 14.(월) 14:00까지

 

● 강좌소개 :

1990년대 이후 신유물론 경향과 그 자연과학적 배경을 해명한다. 라투르, 마굴리스, 해러웨이, 스텡게흐스, 데란다, 드발, 버라드, 네일Nail 등이 해석한 물질론을 설명하면서, 인간-비인간 네트워크, 탈이분법, 능동성 물질의 의미를 해명한다. 신유물론의 물질론이 사회-정치-윤리적 의미와 생태-공생적 의미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검토한다. 많은 신유물론자들이 화이트헤드A.N.Whitehead를 자신들 이론의 원조로서 언급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신유물론이 인간중심주의에서 탈피한다고 했지만 과연 기존의 주체성(주체의 정도) 철학의 흔적을 깔끔하게 지울 수 있는지 질문하다. 이론지식에 그치지 않고 삶과 사회적 행위양식에 대한 공부가 왜 중요한지를 토의한다.

● 강사소개 :

최종덕 (philonatu@gmail.com) 독립학자 / 상지대학교 명예교수. 독일 Giessen대학 과학철학부 철학박사

『생물철학』(2023), 『의학의 철학』(2020), 『공백의 실재-라투르 존재양식 해제』(2024), 『이분법을 넘어서』 외 10여 권의 저서 출간 및 “화이트헤드의 관계성 개념에 관한 연구”와 “양자역학의 존재론 가능성”의 논문들

강사의 철학아카이브 philonatu.com 에서 모든 자료를 볼 수 있음.

● 교재 :

정해진 교재 없으며, 매주 강의 전 강의 PPT자료 배포

● 참고문헌 :

최종덕 2024, 『공백의 실재: 라투르의 존재양식 해제』 전자책-내려받기

최종덕 2023, 『생물철학』 씨아이알출판사

● 난이도 및 수강조건 :

형이상학적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상식common sense 범주에서 설명하므로 인문학적 관심만 있으면 강좌에 참여할 수 있다. 다수 신유물론의 과학적 논증을 위해 생물학과 양자론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자연과학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만 없으면 누구나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서술식 강의다. 이 강좌는 일반강의 유형이지만, 일반인과 대학생 그리고 박사후 과정생의 수준을 포괄하고 종합한다.

● 강의계획 :

1주차
4월 7일(월) 3교시 (19:30-21:20)

(1강) 라투르: 근대성과 이분법 비판

물질에 대한 전체 조망- 기입, 절합의 네트워크

2주차
4월 14일(월) 3교시 (19:30-21:20)

(2강) 마굴리스: 공생의 자연철학 기초,

스텡게흐스: 비평형 소산구조에서 카오스의 코스모폴리틱스로

3주차
4월 21일(월) 3교시 (19:30-21:20)

(3강) 해러웨이: 통진화와 공진화,

공-산sympoiesis의 에코진화발달생물학적EcoEvoDevo 배경

“자식 대신 친척”의 생물학적 배경

4주차
4월 28일(월) 3교시 (19:30-21:20)

(4강) 해러웨이: 영장류 연구

버틀러와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의 관점 차이 비교

반영reflection에서 회절diffraction로

5주차
5월 5일

휴강 (어린이날)
6주차
5월 12일(월) 3교시 (19:30-21:20)

(5강) 버라드: 얽힘의 양자역학 – EPR 해석과 내부작용과 행위실재론
7주차
5월 19일(월) 3교시 (19:30-21:20)

(6강) 버라드: 맞닿음touch의 양자장론, 상호 섭동의 물질세계
8주차
5월 26일(월) 3교시 (19:30-21:20)

(7강) 화이트헤드 : 자연의 이분화에서 현실체와 합생으로

버라드의 현상과 화이트헤드의 현실태

9주차
6월 2일(월) 3교시 (19:30-21:20)

(8강) 네일T. Nail의 움직이는 객체, 존재의 운동성
10주차
6월 9일(월) 3교시 (19:30-21:20)

(9강) 평평한flat 신유물론에서 평등 포스트휴머니즘으로

신유물론의 생태정치철학

 

[신간안내] 『들뢰즈의 영화철학 – 『시네마』를 넘어서』(이지영 지음|이학사|2025년 2월 28일) [한철연 소식]

『들뢰즈의 영화철학 – 『시네마』를 넘어서』(이지영 지음)

 

『BTS 예술혁명』(2018)에서 사회, 정치 영역을 아우르는 대중문화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제시했던 이지영 한철연 회원(한국외대)이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주제로 새로운 책을 출간했습니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 책은 들뢰즈의 『시네마』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다. 들뢰즈의 영화철학이 어떻게 형성되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다루는 친절한 책도 아니다. 오히려 들뢰즈를 사다리로 삼아 들뢰즈의 영화철학에 기어오르고, 올라타보고, 사다리를 변형시키려 했던 시도”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들뢰즈 영화철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른 사유’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끄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존의 인식과 통념을 넘어서는 창조적 역량이 요구되는 2025년 봄,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출처: 이학사 홈페이지)

영화를 통해 “다르게 사유하라!”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연 철학자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이해하고, 적용하고, 넘어서기 위한 시도를 담고 있다.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중심으로 영화와 인접 영상 예술을 연구해온 철학자 이지영 교수는 이 책에서 들뢰즈를 사다리로 삼아 들뢰즈의 영화철학에 기어오르고, 올라타고, 사다리를 변형시키고자 한다. 들뢰즈의 영화철학이 사변적인 영화 존재론 내지 아트하우스 영화만을 위한 난해한 미학 이론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좋은 삶, 지금보다 생의 생성적, 창조적 역량을 더 상승시킬 수 있는 삶을 사유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책은 영화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통념을 전복하고 ‘다르게 사유’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영화적 사유의 탈영토화를 통한 새로운 사유와 시각의 창조

들뢰즈의 영화철학이 집대성된 두 권의 대작 『시네마 1: 운동-이미지』와 『시네마 2: 시간-이미지』는 운동ㆍ시간 등의 개념, 베르그손ㆍ니체 같은 철학자들의 사상, 유럽 예술영화를 비롯한 영화사의 수많은 영화 그리고 여러 영화이론 등이 복잡하게 직조되어 있는 다양체로서 예술과 철학이 공명하는 영화적 사유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책은 들뢰즈가 『시네마』에서 수많은 영화와 철학적 논의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 기초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들뢰즈가 『시네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를 통해 사유하라’는 것이다. 영화란 모름지기 시청각적 쾌락을 주는 이미지들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주어지는 것이어야 하고 어떤 관객이라도 기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오락거리여야 한다는 통념을 전복하고, 그러한 인식이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영토에서 벗어나 탈영토화하라는 것이다. 주어진 것에서 빠져나와 그것을 전복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부단한 운동으로서의 탈영토화는 인간의 자연적인 보수적 경향성과는 반대되는 방향을 가리킨다. 탈영토화는 이미 주어진 안전하고 편안한 것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영역을 창조함으로써 끊임없이 스스로를 초월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 경향이다. 영화에서 다르게 보고 다르게 사유한다는 것은 기존의 영토화된 시각과 사유로부터 탈영토화하여 새로운 사유를 창조한다는 것이며, 그러한 생성과 창조는 생의 역량을 상승시킨다고 들뢰즈는 주장한다.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이해하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들뢰즈 영화철학의 기초적인 방향을 보여주는 서론에 이어 1부는 들뢰즈 영화철학을 이해하려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들뢰즈의 영화철학이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운동-이미지는 어떤 다층적인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는지, 영화에서의 숏(플랑)은 어떤 철학적 의미를 가지는지, 『시네마』 1권과 2권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살펴본다. 1부를 통해 독자들은 실천으로서의 철학에 대한 들뢰즈의 입장이 영화라는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는지 이해함과 동시에 들뢰즈 영화철학의 전제이자 출발점인 운동-이미지 개념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예술에 관한 들뢰즈의 저작 중에서도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는 『시네마』가 어떤 새로운 사유의 실천을 보여주는지 보다 명확하고 엄밀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들뢰즈의 논의를 생산적으로 확장하다

2부는 들뢰즈의 영화철학이 그가 본 적 없는 현대 아시아 영화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이를 위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마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정오의 낯선 물체>, 박찬경 감독의 <만신>을 살펴본다. ‘이미지의 평면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올드보이>의 시각적 미는 비재현성을 통해 관객에게 모호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현실화되지 않은 감각들을 제공함으로써 자신만의 새로운 미적인 준거점을 제시하고,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과 <마더>에서 관객에게 ‘받아들일 수 없음’이라는 불가능성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사유를 하도록 강제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정오의 낯선 물체>의 낯선 구조적 특징이 갖는 미학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는 들뢰즈가 『시네마』에서 제시하는 ‘이야기 꾸며대기’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되고, 굿이라는 애도의 형식을 통해 무당 김금화의 삶을 보여주는 박찬경 감독의 <만신>의 시간성은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개별 작품에 대한 이 책의 탐구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들뢰즈의 논의를 생산적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해설과 적용’의 영토 바깥으로 탈영토화하다

3부는 들뢰즈가 논의하지 않았던 영역들로 그의 논의를 변형하고 넘어서려는 새로운 시도들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 역사의 문제, 비디오 설치 작업의 이해, 네트워크 플랫폼 시대의 영상예술의 이해, 영화 관객론 등 들뢰즈가 언급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영역들에 대한 이론적인 실험들을 다룬다. 이러한 실험들은 들뢰즈의 시대적 한계와 그로 인한 이론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해설과 적용’의 영토 바깥으로 탈영토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머리말

서론: 들뢰즈는 영화철학으로 무엇을 하고자 했는가

1부 들뢰즈 영화철학의 이해

1장 들뢰즈 영화철학의 철학적 위상
2장 운동-이미지의 다층적 의미
3장 플랑: 운동-이미지와 운동의 통일성
4장 『시네마』 1권과 2권의 구조 분석: 니체의 재발견

2부 들뢰즈 영화철학의 적용

5장 이미지의 평면성: <올드보이>의 이미지와 공간의 형식에 대한 분석
6장 영화 윤리학: 봉준호의 경우
7장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정오의 낯선 물체>의 현대 정치영화적 함의
8장 애도의 형식으로서의 영화: 박찬경의 <만신>

3부 들뢰즈 영화철학의 확장

9장 역사-이미지: 크리스 마커의 <태양 없이>에서 푸티지의 역할
10장 확장된 몽타주: 아피찻퐁의 비디오 설치 작업
11장 네트워크-이미지: 들뢰즈의 시간-이미지 너머
12장 관객-이미지

들뢰즈 저작 약어표
참고 문헌
수록 원고 출전
찾아보기

출처: 이학사 홈페이지


▷ 저자 이지영: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H. Bergson의 지각이론」으로 석사학위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에서 「영화 프레임에 대한 연구」로 예술전문사를 취득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들뢰즈의 운동-이미지 개념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영화미학으로 두 번째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옥스퍼드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에서 강의했고, 세종대학교를 거쳐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세미오시스연구센터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BTS 예술혁명』 및 영문본 BTS, Art Revolution을 출간했다. 함께 지은 책으로는 『디지털 혁명과 음악』,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 Deleuze in China, Nobody Knows When It Was Made and Why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푸코』, 『들뢰즈: 철학과 영화』 등이 있으며, 들뢰즈의 영화철학을 중심으로 영화와 인접 영상 예술들에 대한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회원동정] 김정철 회원 <제6회 주역학술상> 수상(2025년 2월 14일) [한철연 소식]

한철연 연구협력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정철 회원(숭실대 기독교문화연구원)이 지난 2025년 2월 14일 성균관대학교 퇴계인문관에서 거행된 2024년 한국주역학회(회장 이선경) 하반기 학술대회에서 <제6회 주역학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수상 논문은 “『홍범황극내편보해(洪範皇極內篇補解)』의 판본과 이순(李純)의 상수역학 –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 『홍범황극내편보해』를 중심으로 –”입니다. 동양철학연구회에서 발간하는 『동양철학연구』 제115집(2023년 08월 28일)에 게재되었습니다.

<주역학술상>은 한국주역학회에서 제정하고 백야학술장학재단 호전학술상위원회에서 출연한 재원으로 매년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주역학술상 심의위원회 심사에서 김정철 선생님의 논문이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되어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학술상 수상에 축하의 말씀을 전하며 후속 연구가 기대됩니다.

아래, 김정철 선생님의 수상 논문과 수상 사진 및 해당 자료를 올립니다~

 

논문 다운로드 : 홍범황극내편보해의_판본과 이순(李純)의_상수역학, 김정철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