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을 즐겨라! 슬럼프를 환영하라!』(김성민·김성우 지음)
김성민, 김성우 회원이 같이 쓴 신간을 소개합니다. 이 책의 원 제목은 좀 깁니다. [욕망의 희생자, 환상의 피해자, 죄의식에 갇힌 나 증상을 즐겨라! 슬럼프를 환영하라! – 스무 살, 그리고 우리 모두, 나를 위해 미리 읽는 슬라보예 지젝] “어렵고 난해한 슬로보예 지젝의 이론을 대중문화와 일상의 에피소드로 간결하고 쉽게 정리한 흥미로운 철학서”입니다. 저자들은 우리의 욕망이 과연 내가 원하는 욕망인지 ‘삐딱하게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지젝의 입으로 위로를 전하지 않습니다. 지젝과 더불어 나와 세상을 달리 보며 사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슬럼프에 빠질 때 그것을 부정하기보다는 그 증상 위 감정을 횡단하여 타인에 의지 말고 나만의 다른 시각으로 살아보는 것입니다.
아래 출판사의 서평을 읽어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책소개
출판사 서평
1. 이 책을 실험적으로 쓴 이유
핸드폰과 컴퓨터로 다양한 정보와 문화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책이라는 존재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철학은 어찌 보면 책 시대의 산물이다. 붓다, 소크라테스, 공자가 전한 말을 기록한 데서 시작했기에.
그 찬란한 철학적 전통과 현란한 개념들을 어떻게 대중과 소통시킬 수 있을까? 철학의 대중화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철학자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화두다. 이론의 두께를 덜어내지 않으면 일반 시민에게 철학은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입장이 허가되지 않은 궁정 도서관과 같으리다. 정답을 제시하는 식이라면 독자들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화를 내지 않을까? ‘꼰대 같은 작가’가 던져준 떡에 체한 듯이.
독자의 삶과 연결되는 질문을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연결해서 던져본다면 혹시라도 마음에 가닿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지젝은 철학적 방대함과 현대 사회와 문화에 대해 해박하지만 절묘한 유머와 조크로 대중과 소통하는 데 성공한 현대 철학자다. 이 책은 그 방대함을 덜어내고 그 해박함을 줄여 지젝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하려고 애쓴 결과이다. 그렇다고 해서 질문의 수준을 낮춘 것은 아니며 전체의 연결 관계가 느슨한 것도 아니다. 약간은 반복을 이용해서 독자에게 앞선 내용을 환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심층적인 분석을 하도록 의도했다. 지젝의 말들을 읽으며 독자들이 자기 삶과 욕망을 스스로 분석하기를 원했다.
우리의 현실과 환상이 분리되지 않으며 현실을 바꾸려면 그 기본 틀인 환상을 먼저 횡단해야 함을 말한다. 그 방법으로 ‘삐딱하게 보기’라는 다소 소심한 전략을 소개한다. 그 소심함이 분리와 횡단을 거쳐 욕망의 좌표계를 재설정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에. 실패해 슬럼프에 빠질 때가 오히려 이렇게 삐딱하게 보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서론 첫 부분에 잘 정리되어 있다. 성공주의와 능력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능력 없는 게, 노력 안 하는 게, 스펙이 부족한 게 죄가 된다는 현실을 환기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청년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슬럼프에 빠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 시기에는 소중한 사람들의 충고도 무섭게 느껴지고 점점 위축되는 자신에 절망하기도 한다. 이때 지젝이 던지는 위로의 말은 사회적 평가와 가족의 충고가 알고 보면 환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 평가에 못 미친 나 자신이야말로 죄인이 아니라, 그 환상의 희생자임이 드러난다. 사회적 낙인은 영화 〈에일리언〉의 에일리언처럼 나의 죄의식을 숙주 삼아 나의 배를 뚫고 나온다.
우리의 문제는 환상의 희생자가 될 때 욕망하는 존재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욕망은 가짜이다. 사회의 상징 체계라는 큰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 셈이다. 라디오 피디에게는 청취율, 회사 대표이사에게는 영업이익률, 수험생에게는 점수 등이 큰 타자에 해당한다. 큰 타자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늘 문제였다. 물론 성공은 좋은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면 당연히 행복하다. 하지만 성공 신화를 삐딱하게 보면, 인정 윤리에 딴지를 걸어보면 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우리 존재 자체는 환상에 지배받지 않는 진짜이므로 성공 못 해도, 인정 못 받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 삐딱하게 보는 태도는 용서받지 못할 죄로 낙인찍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회라는 큰 타자가 원하는 욕망을 무시하거나 다른 욕망을 꿈꾸는 자는 악마보다 더 미움받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미움받는 것에 떨지 않아도 된다. 사회의 욕망이라는 감옥에 자기 스스로 가두는 게 더 큰 비극임을 깨달아야 한다.
죄의식과 체념은 다르다. 죄의식은 현실에 갇혀 있지만, 체념은 현실에서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체념할 때 사회적 낙인은 내가 무시할 수 있는 소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강철로 만들어진 현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체념은 일종의 딴죽걸기이다. 현실에 균열을 내면 현실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지젝과 함께, 사회가 강요하는 가짜 환상, 왜곡된 욕망에 딴지를 걸어보고 삐딱하게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증상을 즐기고 슬럼프를 환영하자. 다르게 살기의 출발점이 되니까!
2. 지젝은 누구인가?
슬라보예 지젝(1949년 3월 21일)은 1980년대 말 동구권의 붕괴로 구 유고연방에서 갈라져 나온 슬로베니아 출신이다. 철학적으로 변방이었지만 자국 철학계의 다양한 철학 사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프랑크푸르트학파, 마르크스주의, 하이데거주의, 분석철학 등. 그의 말처럼 “그래서 나는 운이 좋게도 모든 주요한 (철학적) 경향에 노출되었다.” 하이데거를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쓴 후, 데리다의 해체론을 통해 하이데거를 넘어서며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던 철학을 공부한 다음, 자국에 라캉 정신분석학회를 결성하고 라캉 사위인 자크 알렝 밀레의 초대를 받아 파리 제8대학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다시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영어로 출간한 많은 책과 정력적인 강연들로 라캉 정신분석학의 소개자이자 독일관념론의 재해석의 선두 주자, 급진적인 정치철학의 주도자이자 ‘삐딱한’ 문화비평가로 ‘지젝 신드롬’을 일으켰다.
출처: 교보문고
목차
남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머리글을 대신하여
I. 현실, 환상, 욕망
1. 현실은 생각처럼 단단하지 않다
2. 삐딱하게 보면 다르게 살 기회가 생기는 게 아닐까
3. 객관적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4. 중립은 대개 강자의 편이다
5. 슬럼프야말로 가짜 욕망을 버릴 기회다
6. 나는 텅 비어 있기에 욕망한다
7. 환상은 제거되지 않는다
8. 무의식, 참을 수 없는 진실이 있어 펼쳐보기 싫은 책
9. 매트릭스라는 큰 타자의 배터리가 된 현대인
10. 언어는 끊임없이 우리 욕망을 채찍질하며 우리를 고문한다
11. 욕망의 수수께끼, 나는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12. 욕망은 해방되지 않는다II. 증상, 정신병, 도착증, 신경증
II. 증상, 정신병, 도착증, 신경증
1. 증상, 불편한 진실의 암호로 된 편지
2. 무의식의 저항 방식: 뭉개기, 생까기, 횡설수설
3. 우리가 인정에 목매는 이유
4. ‘아버지의 이름’을 결여하면 정신병자가 된다
5. 소외, 자신의 존재를 잃고 사회적 이름을 얻는 과정
6. 분리, 큰 타자가 붙여준 이름을 거부하는 과정
7. 작은 대상 a, 내가 나쁜 애인을 자꾸 사귀는 원인
8. 도덕주의자는 도덕의 도구가 된 도착증자다
9. 극우주의자나 근본주의자도 도착증자다
10.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11. 히스테리적인 의심, 환상 횡단의 출발점
12. 치유의 최종 단계: 해석, 거세, 횡단
III. 충동, 주이상스, 프레임, 혁명
1. 충동, 환상의 근본 프레임을 바꾸는 힘
2. 빨간 약도 아닌, 파란 약도 아닌, 제3의 약
3. 죽음충동, 증상이 해석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
4. 충동, 일상을 해체하는 힘: 삶의 의미를 상실할 때 세상이 달리 보인다
5. 상실을 메우려 하지 않을 때 환상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6. 빨간 구두는 끝없이 춤추라는, 소녀의 죽음충동이다
7. 주체의 포기, 자기 희생을 인정받으려는 욕망마저 버린 태도
8. 충동 윤리, 부정적인 것을 감내하기
9. 상처는 오로지 그를 찌른 창에 의해서만 아물 수 있다
10. 틀을 다시 짜는 충동,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힘
독자에게 추천하는 지젝 저서 한국어판 목록 |
저자 김성민: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정치/사회철학, 역사철학, 문화철학, 미디어 철학 등의 과목을 주로 강의했고, 현재 명예교수이다. 그동안 문과대학 학장과 인문학연구원 원장을 지냈고, (사)한국철학회 회장과 (사)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통일인문학’이라는 아젠다를 제시하고, 인문학적 패러다임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법론을 연구했다.
저자 김성우: 현재 올인고전학당 연구소장이고, 상지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를 지냈다. (사)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사업부장을 맡아 영화, 미술, 음악, 문학을 철학적인 시각에서 읽는 <청춘의 고전> 강연 시리즈와 <다시 쓰는 철학사> 강연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정독도서관과 도봉도서관 등의 공공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고, 광진정보도서관에서는 <공주 인문학> 강좌 시리즈를 진행하는 등 철학 고전과 인문학의 대중화에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