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철학자 이병창의 신간 <굿바이! 아메리카노 자유주의>

?[인터뷰] 철학자 이병창의 신간 <굿바이! 아메리카노 자유주의>

?* 이 글은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재개제한 것임을 밝힙니다.

 
동아대 이병창 명예교수(철학과)가 신간 <굿바이! 아메리카노 자유주의>(도서출판 말)를 펴냈다. ‘철학자 이병창의 포스트모던 자유주의 비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주로 종북몰이와 마녀사냥에 앞장 선 자유주의 성향의 정치인과 지식인의 위선과 이율배반성을 담고 있다.

<굿바이! 아메리카노 자유주의>는 이병창 교수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년 동안 발표한 글을 모은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사무실에서 이병창 교수를 만나 다양성과 관용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자, 아메리카노 자유주의자들이 국가적 폭력을 옹호하고, 배제전략을 선택한 철학적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병창 교수와 만나 인터뷰한 일문일답이다.

 

▲ 친노가 문제다! 왜 친노가, 왜 유시민이, 왜 진중권이, 왜 자유주의자들이 종북몰이에 앞장서고, 동조하고, 묵인했던 것일까? 헤겔과 라캉 연구자인 이병창 교수는 그 근본 원인을 이들 자유주의자들의 철학적 한계에서 찾는다. ⓒ 고소미

▲ 친노가 문제다! 왜 친노가, 왜 유시민이, 왜 진중권이, 왜 자유주의자들이 종북몰이에 앞장서고, 동조하고, 묵인했던 것일까? 헤겔과 라캉 연구자인 이병창 교수는 그 근본 원인을 이들 자유주의자들의 철학적 한계에서 찾는다.
ⓒ 고소미


 

– 평소 영화에 대한 철학적 글쓰기를 많이 하셨는데, 혹시 좋아하는 여배우가 있나요?
“<테스>, <파리 텍사스> 등에 나온 나타샤 킨스키를 좋아해요. 백치미가 좋아요.”

– 의외네요. 지적인 여배우를 좋아할 거 같은데. 특별히 좋아하는 철학자가 있나요?
“대학시절엔 사르트르를 무척 좋아했죠. 70년대엔 젊은이들 사이에 실존주의가 유행했거든요.”

– 오랫동안 철학적 글쓰기만 해오다 현실참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08년 민노당 분당 사태 때 민노당에 가입했어요. 그야말로 당비만 내는 당원이었고, 모임에 참여한 적도 없지만, 나름 큰 맘 먹고 결단을 내린 것이었죠. 망해가는 당에 조약돌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 2012년 5월 진보당 사태 일어났을 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게시판에 ‘유시민의 논리와 이정희의 논리’, ‘사상의 심사위원 진중권 교수에게’처럼 지식인, 언론을 실명 비판하는 글을 많이 올리셨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내가 평소 정치 문제에 앞장서던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당시 글을 쓴 것처럼 나는 박해받는 자의 편에 서는 게 지식인의 사명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 스스로 유대인이라 선포했고, 나에게 돌을 던지라고 외쳤죠. 지금 돌이켜보면, 단순한 논리, 핏발선 발언들, 성급한 판단이 엿보여서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당시에는 실천이 중요한 때였다고 봐요.”

– 이번에 펴낸 <굿바이! 아메리카노 자유주의>은 지난 2년 동안 쓰신 글 중에 주로 마녀사냥과 종북몰이에 앞장선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자에 대한 비판을 골라서 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헌데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자’는 누구를 가리키나요?
“민주 진보 세력 내에서 마녀사냥과 종북몰이에 가담했던 자들이 지닌 공통적인 특징에 주목했어요. 그들 가운데 대표자 격인 유시민은 참여민주주의라는 상표를 즐겨 달고 다녔고, 그들은 때로는 ‘친노’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죠.

이런 특징은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자의 개념에 부합하는데, 그래서 나는 이들을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자로 규정했죠. 미국에서는 클린턴이 포스트모던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죠. 르윈스키 스캔들도 그에게는 왠지 잘 어울리잖아요.”
 

▲ 철학이 문제다!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친노가 문제다’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병창 교수 친노를 넘어서고, 참여민주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들의 철학적 배경인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 최진섭

▲ 철학이 문제다!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친노가 문제다’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병창 교수 친노를 넘어서고, 참여민주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들의 철학적 배경인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 최진섭


 
– 교수님께서는 책에서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의 합의 개념에는 진리라 는 것은 없으며, 진리와 허위는 구별될 수 없다. 진리와 허위가 구별되지 않으니 가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구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진리의 해체가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의 대전제이다”라고 밝히셨는데, 그렇다면 진리와 가치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모더니즘의 입장을 취하는 건가요?
“포스트모더니즘은 진리와 가치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포기했어요. 객관적인 진리 그 자체에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여러 대안들이 남아 있다고 봐요.

헤겔의 변증법적 진리론은 아직도 남아 있는 가능성 중의 하나죠. 진리나 가치에 대해 우리는 물론 겸허해야 합니다. 절대적 진리는 없겠죠. 그렇다고 진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진리의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절대적 진리가 오만한 진리라면 이런 진리는 겸허한 진리일 것입니다.

변증법은 겸허한 진리, 겸허한 가치를 제시하는 이론이에요. 변증법은 기본적으로 대상이든 사람이든 낯선 타자와 대화를 통해 진리에 도달하며, 낯선 타자와의 모순과 대립을 인정하고 이를 포용하는 진리론입니다. 변증법은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는 반성을 통해 진리에 이르려 해요.”
 

▲   책표지. ⓒ 도서출판 말

▲ <굿바이 친노! 굿바이 아메리카노 자유주의> 책표지.
ⓒ 도서출판 말


 

–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국내정치 상황도 그렇고 혼돈 그 자체입니다. 사상적으로는 어떤 대안을 모색하시나요?
“내가 대안을 제시할 능력은 없지만 신자유주의는 전망이 없는 건 확실해요. 김대중, 노무현 시기에 신자유주의의 장점만 누리다가, 노무현 말기부터 위기가 본격화됐죠. 이명박의 토건주의, 박근혜의 가짜 복지주의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어요. 새로운 가치를 합의해낼 필요가 있는 상황입니다.

진실과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진보진영의 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아메리카노 자유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해요. 그리고 참여민주주의자, 친노가 거듭나는 첫걸음은 종북몰이, 마녀사냥에 대한 반성에 있다고 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가능하다면 원래 명예 퇴직할 때의 계획처럼 철학 서적을 매년 한 권씩 펴내고 싶어요. 올 여름엔 박헌영의 사상에 대해 정리한 책을 쓸 계획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