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의 철학적 정당화: 가난뱅이만 얻어먹기? [한철연 교육강좌]-⑦
[한철연 교육강좌]-⑦
복지제도의 철학적 정당화: 가난뱅이만 얻어먹기?
강사 : 곽노완(서울시립대 HK교수)
후기 : 한길석(한철연 교육분과장)
일곱 번째 한철연 강좌는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강의에서 곽노완 회원(서울시립대 HK교수)은 단순한 복지제도의 시행이 아니라 기본소득제도의 실천이 한국 사회에서 적절한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기본소득제도는 1986년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BIEN 비엥)의 창립을 통해 확산되었다. 2010년 한국에도 비엥의 지부가 설립되었다. 이 단체 창립 구성원은 대부분 철학과 경제학을 연구하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지구가 모은 인류의 것’이라고 주장한 토마스 페인, 칼 맑스, 존 스튜어트 밀, 버틀란드 러셀 등의 정신을 잇고 있다. 기본소득 이론의 현대적 대표자는 벨기에 출신의 필리페 판 파레이스이다. 그는 이 제도가 착취를 없애고 정의를 실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라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학자 판 돈젤라는 이에 반대한다. 그는 기본소득제가 부의 생산자인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게으름뱅이들에게 아무 댓가 없이 가져가도록 방조하는 제도라고 평한다. 그래서 돈젤라는 일하는 자들에게만 기본소득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임금 노동만이 생산적이라는 전통적인 노동물신주의 속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내세운다. 그러나 현대에는 비사회적 노동과 비생산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유익한 노동 활동의 영역이 부각된다. 이들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
생산적 노동은 사적 자원만을 이용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실 공유 자원(자연, 역사적 유산, 사회 성원들의 역량, 전통 등)을 배제하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로마시의 생산 성과 중 대부분은 역사 유산이라는 공유 자원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그 수익은 이 공유 자원의 임자인 국민들에게 잘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기본소득제가 알맞다.
한국 사회에서 복지제도에 대한 논의가 부각된 계기는 무상급식 문제였다. 무상급식은 현물로 주어지는 부분적인 기본 소득이라는 면에서 기본소득제와 연관된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는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서 현물보다는 현금 지급이 낫다. 또한 무상급식 등의 복지제도는 일정한 자격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면에서 의도하지 않은 차별, 자괴감 등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는 무조건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 복지제도이다.
기본소득제의 실천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문제는 재원 마련에 관한 것이다.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란의 경우 대부분의 재원을 석유 판매금으로 마련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마땅한 재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로소득액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돌리는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고도 자본주의 사회일수록 불로소득 비율(구미 60%, 한국 70%)이 높다. 한국의 경우 부정의한 불로소득액이 막대하다. 만약 이러한 불로소득의 일정부분을 기본소득제의 재원으로 돌린다면 재원 확보에 대한 염려는 적어질 수 있다. 기존 좌파는 불로 소득이라는 요소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면서 노동 소득을 기초로 분배하자는 견해를 고수했다. 그러나 이것은 고도자본주의 현실에 눈감고 있는 이론이다. 차라리 불로 소득의 존재와 기능을 바로보고 그것의 지배권을 특정 계급이 독점하도록 허용하기 보다는 기본소득제를 통해 국민이 공유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연기금 재원 300조는 현재 불로소득원이다. 이것을 가지고 순환출자를 통해 국내 재벌 기업의 소유권을 지배할 수 있다. 국민이 중심 기업의 주인이 되므로 국민들은 기업의 수익 창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열심히 일하게 된다. 배당 이익을 기본소득제의 형식으로 돌려받는 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폐 주조 차익을 기본소득제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매년 발행하는 화폐 액수를 약 100조원으로 잡는다면, 화폐 주조를 위한 생산비는 약 5조원 정도가 될 것이다. 나머지 95조는 시중 은행에 저리로 대여되면서 이른바 ‘산업을 키우고’, ‘기업을 살리며’,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손쉽게 대부된 대부분의 돈은 오너들의 비자금과 사적 재산으로 흡수되고 일부만이 노동에 대한 댓가로 지급된다. 만일 화폐 주조 차익의 일정 부분을 기본소득제를 통해 국민에게 유통시키면 재원 부담을 낮출 수 있으며, 국민경제의 내실화에도 기여한다. 불필요한 토건 예산을 줄이거나 공기업의 이익분을 국민에게 배당하는 방법 등도 제안될 수 있다.
7강 후기
‘복지제도의 철학적 정당화’를 공유했다. 사회적 안전망-복지 제도의 추상성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복지 제도 개념으로 ‘기본소득’은 인간의 존엄성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의 균등함을 이룰 수 있는 기초다. ‘노동이 부의 원천은 아니다.’ 노동물신주의를 넘어서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사회적 의식’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과제다.
우리 사회에 복지 담론이 이슈화되면서 기본 소득에 대한 정당성과 착취에 대하여 논의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보장보다는 출발선 상에서부터의 기회 균등을 통한 노동시장의 안정성 구축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시장 안정성상에서의 기본소득 보장의 대안사회를 바라본다.
기본소득에 대한 철학적 정당화를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평소 생소한 개념이었던 기본소득이라는 것의 현실 가능성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현재 젊은이들의 구직난과 고용 불안을 완화하게 해주는 하나의 돌파구로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 걱정되는 부분은 전체 1%의 재벌들의 노동 의지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단지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고 싶다는 욕망이 아닌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불로소득을 향한 통찰은 꼭 필요하고 여론으로 확산시켜야 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기본소득 5만원으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강의를 듣고보니 기본소득을 실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착취 개념의 확장에 대한 논의가 인상 깊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알 수 있는 강의였던 것 같습니다.
복지를 도덕적, 윤리적 문제로만 생각해 왔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개념이란 걸 알게 되었음
경제와 철학이라는 두 동떨어져보이는 분야 간에서 새롭게 생겨난 경제철학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깁니다. 텍스트를 더 읽어보고 싶은 영역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 많은 철학 분야인 것 같습니다.
경제+철학은 저에게는 어려웠던 강의였습니다. 가깝기는 하나 너무 먼. 기본 개념조차 정립되지 못한 듯하여, 이번 강의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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