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 빅토르 세르주(1913년 1월), 옮긴이 박종성
이기주의Egoism
빅토르 세르주Victor Serge , 1913년 1월, 옮긴이 박종성
이기주의는 모든 동물적 사고방식의 기초를 이룬다. 필수적인 것이기에, 그것은 정당하다. “정당하다니” — 아주 그럴듯한 표현이다. 사실, 우리의 언어는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기주의가 원초적이고 부인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의 선과 악을 초월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이기주의를 여러 형태로 어렴풋이 보게 되는데, 이는 두 가지 본질적인 형태로 축소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는 이타주의와 이기주의 사이의 갈등, 즉 약자의 이기주의와 강자의 이타주의 사이의 갈등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약한 사람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편협하다. 약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힘이 부족한 존재다. 가난한 사람이 베풀 수 있을까? 자신에게 관대하고, 돈을 아낌없이 쓰고, 낭비하는 사치를 누릴 수 있을까? 아니다. 그는 자신의 돈 한 푼까지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자신의 적은 재산을 늘릴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빈틈없이 살핀다. 그는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면으로 침잠하며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있으며—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정당하지만—이타주의와는 정반대에 있다.

* 빅토르 세르주(Victor Serge, 1890~1947)는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에서 출발해 볼셰비키 혁명가로 활동하다가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반스탈린주의 좌파 지식인이자 작가다. 청년 시절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활동하며 막스 슈티르너(Max Stirner) 등의 영향을 받은 개인주의적 아나키즘 흐름에 깊이 몰입했다.
이타주의자란? 자신을 내어주고, 애를 쓰며, 자신을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 바로 그이며, 이는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타주의는 강자의 이기주의가 논리적으로 표현된 것에 불과하다. 선함, 관대함, 헌신, 자기희생은 힘과 건강의 특징이다. 그것은 더 높은 차원의 기쁨을 주는 이기주의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감정들은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생명력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력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높은(superior)”이라는 말에는 도덕적 가치가 담겨 있지 않다. 이 말은 삶과의 관계에서 우월하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강한 자가 강한 것에 무슨 가치가 있는가? 우리는 그것이 자기 의지(own will)로 자신을 강하게 만든 개인의 문제일 때만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엄격한 결정론자는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와 그의 궤변은 그곳에 내버려두자.
의지와 마찬가지로 이기주의 역시 유전, 교육, 그리고 특정 질환에 의해 변형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례적인 인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요인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 부류는 강인하면서도 저속하게 이기적인 개인이고, 우리가 감탄하게 되는 또 다른 부류는 자신의 신념으로 강해져 –영웅적으로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약한 개인이다.



Leave a Reply
Want to join the discussion?Feel free to contrib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