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강해(86) [이정호 교수와 함께하는 플라톤의 『국가』]
플라톤의 <국가> 강해(86)
VI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타락한 정치체제들 분석(제8권-제9권)
A. 부정의한 나라들과 부정의한 개인들.
5. 참주정과 참주정적인 인간, 불법적인 욕구(562b-576b) -(4)
[572b-576b] 참주정적인 인간, 참주
* 소크라테스는 불법적인 욕구에 관해 살핀 후(제9권 시작 571a–572b) 애초 논의 주제로 돌아와 참주정적인 인간을 다루되 그 인간이 어떻게 민주정적인 인간에서 생겨났는지를 아래와 같이 논의한다.(572b) 이를 위해 우선 민주정적인 인간이 어떻게 과두정적 인간에서 생겨났는지를 다시 한 번 간략히 환기시킨다. 즉 민주정적인 인간은 처음에는 과두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돈 벌어들이는 욕구χρηματιστικὰς ἐπιθυμία만을 존중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욕구들은 무시하였으나 방금 우리가 이야기한 불법적인 욕구들로 가득한 보다 세련된κομψός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양쪽 욕구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양쪽 생활방식의 중간μέσος 즉 인색하지도 불법적이지도 않은 삶을 살게 된다.(571c-d)
* 이런 민주정적인 사람이 나이가 들어 그의 생활방식ἦθος대로 키워진 젊은 아들이 있는 경우 이 아들에게도 그의 아버지에게 일어났던 것과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572d) 즉 이 아들은 전적인ἅπας 자유ἐλευθερία를 명분삼아 온갖 불법παρανομία을 부추기는 자들과 그 반대편 아버지와 다른 친척들 사이를 오가며 처음에는 인색하지도 불법적이지도 않은 삶을 산다. 그러다 저들 즉 교활한 마술사μάγος들과 참주 옹립자τυραννοποιός들이 달리 이 젊은이를 사로잡을 길이 없다고 여기면 ‘욕정’ἔρως을 -빈둥거리며 닥치는 대로 눈앞의 것들을 나눠 먹는 욕구들의 선봉προστάτης으로- 그에게 심어 놓을 방법을 고안한다. 이 욕정이 곧 날개 달린ὑπόπτερος 거대한 수벌κηφήν이다(572e)
* 향μύρον과 향유와 화관στέφανος과 포도주οἶνος로 그리고 그런 것들과 어울리다 생긴 쾌락ἡδονή들로 가득 찬 여러 욕구αἱ ἄλλαι ἐπιθυμίαι가 그의 주변에서 윙윙거리며 갈망πόθος의 침κέντρον을 극단까지 키우고 길러내 수벌에게τῷ κηφῆνι 심어주면, 그때 이 영혼의 선봉ὁ προστάτης τῆς ψυχῆς은 광기μανία의 경호를 받으며 미쳐 날뛴다οἰστρᾷ.(573a) 그리고 혹시 그 사람 안에서 유익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아직도 수치를 느끼는ἐπαισχυνομένας 믿음δόξα이나 욕구 ἐπιθυμία를 붙잡게 되면 이것들을 죽여서 그 자신의 바깥으로 쫓아낸다. 절제를 정화해버리고καθήρῃ 그 대신 바깥에서 들여온 광기로 채울 때까지 그렇게 한다. 이것이 곧 참주정적인 인간τυραννικός의 기원γένεσις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전부터 에로스ὁ Ἔρως를 참주τύραννος라고 한 것이다.(573b)
* 술 취한μεθυσθείς 사람도 뭔가 참주정적인 마음새φρόνημα를 지닌 것이고 또한 정신 나간 미치광이ὅ μαινόμενος는 인간만이 아니라 신θεός마저도 지배할 수 있길 바라고 또 그렇게 하려든다. 이렇듯 엄밀한 의미의ἀκριβής 참주정적인 인간이 생기는 것은 타고난 본성φύσις이나 행태ἐπιτήδευμα, 또는 이 둘 모두로 인해 술 취하고 욕정에 휘둘리며ἐρωτικὸς 광증μελαγχολικός을 보일 때이다.(573c) 그래서 축제와 술판κῶμος과 연회θαλία와 기녀ἑταίρα와 그런 모든 것들이 그런 자들을 따라간다. 이것들은 에로스라는 참주가 그 안에 거주하면서 영혼의 모든 것들을 조종하게διακυβερνᾷ 되면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끔찍한δεινός 욕구들이 매일 밤낮으로 싹터 나와παραβλαστάνουσιν, 많은 것들을 요구하게 되고δεόμεναι
그에 따라 수입πρόσοδος이 생겨도 금방 써버리고(573d) 그다음에는 빚을 내고δανεισμός 자산οὐσία을 축내게 된다.
* 그리하여 그 모든 것들이 고갈되면 강렬한 욕구들이 마치 침에 의해 내몰리듯 다른 모든 욕구를 경호창병δορυφόρος처럼 이끌고 다니는 에로스 자신에게 내몰려 미쳐 날뛰면서, 에로스(참주)는 속임수나 폭력을 써서 뺏을만한 것을 누가 갖고 있지 않은지 찾아 나설 것이 필연적이다.(573e) 만약 그렇게 온갖 곳에서 거둬들이지 못할 경우 격심한 고통ὀδύνη과 괴로움ὠδίς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 새로 생겨난 쾌락들이 옛 쾌락들보다 우위를 점해 저들의 것을 빼앗았듯이, 그는 자신의 몫μέρος을 다 써버리면(574a) 아버지의 것을 폭력을 써서βιάζοιτο 강탈하려고 할 것이다ἁρπάζοι.(574b) 결국 그는 새로 사귄 친구이자 필요치도 않은 기녀 때문에 오랜 친구이자 꼭 필요한 어머니와 연로한 아버지를 때리고 저들을 한 집안으로 끌어들여서 자신의 부모를 저들 밑에서 종노릇을 하게 만들 것이다. 그야말로 참주와 같은 아들을 낳는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다.(574c)
* 그러나 부모 재산도 고갈되면 도둑질이나 강도질을 하다 신전ἱερόν도 털게 된다. 그런 가운데 에로스를 경호하는 새로운 믿음 δόξα들이, 그자가 어려서부터 정의로운 믿음이라고 여기며 갖고 있던 아름다운 것들과 추한 것들에 관한 믿음을 지배하게 된다.(574d) 이 새로운 믿음들은 민주정 체제일 때는 잠자는 동안 꿈ὄναρ에서나 풀려났던 것들로 그는 가끔 그런 믿음에 이끌렸던 자였었는데 에로스의 지배, 참주정적인 지배를 받게 되면서는 깨어 있는 동안에도 그런 자가 되어 끔찍한 살인φόνος도 그 어떤 행동도 꺼리지 않게 된다.(574e) 에로스는 독재자μόναρχος이기 때문에 어떤 다스림도 없이ἀναρχίᾳ 완전히 무법ἀνομία적으로 참주처럼 살고 자신이 마치 나라처럼 차지하고 있는 그 사람을 이끌어서 에로스 자신과 그 주변의 소동 일으키는 무리를 부양하기 위한 온갖 대담한 짓거리를 저지른다. 그 무리 중 일부는 못된 패거리와 사귐으로써 외부에서 들어왔고 또 다른 일부는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같은 성향이 자기 안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된 것들이다.(575a)
* 이런 자들이 나라 안에 소수이고 다른 대부분의 사람이 절제 있다면,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가서 다른 어떤 참주를 경호하거나 어딘가에서 전쟁πόλεμος이 나면 용병 노릇 ἢ μισθοῦ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평화εἰρήνη시에는 나라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소소한 악행들 이를테면 도둑질, 가택 침입, 소매치기, 옷 훔치기, 신전 약탈, 인신 매매 같은 짓들을 저지른다. 그리고 말솜씨가 좋다면 무고를 하거나συκοφαντοῦσιν 거짓 증언을 하고ψευδομαρτυροῦσι 뇌물을 받아먹을 것이다δωροδοκοῦσιν.(575b)
* 그러나 참주가 나라에 끼치는 해악πονηρία과 비참함ἀθλιότης에 비한다면, 이 모든 것들은 다 더해도 그것은 사람들의 말마따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자들이 나라 안에 많아지고 다른 이들이 이들을 추종하게 되며 또 자신들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이들이 감지하면, 그때 이들은 민중τὸ πλῆθος의 어리석음에 도움받아 그들 가운데서도 유독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참주를 자기 영혼 안에 지닌 자를 현실의 참주로 탄생시킨다.(575c) 누구보다도 그가 가장 참주정적인τυραννικώτατος 자이다.
* 그러나 사람들이 기꺼이 복종한다면 그렇겠지만 만일 나라가 응하지 않는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를 벌주었던 것처럼,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동료들을 끌어 들여와 조국도 벌주려 할 것이다. 그리고 크레타인들이 모국이라고 부르는, 오래된 친구인 조국을 이들의 종으로 삼아 그렇게 유지해갈 것이다.(575d) 이것이 이런 인간이 지닌 욕구의 종착지τέλος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런 자들은 권력을 잡기ἄρχειν 전에 사적으로는 무슨 일이든 언제라도 해줄 것처럼 구는 아첨꾼κόλαξ들이 있을 때 또는 그들(참주)이 필요한 것을 누군가 갖고 있어 그들(참주) 스스로 그에게 납작 엎드릴 필요가 있을 때 그들(참주)은 마치 그들(아첨꾼들과 참주가 필요한 것을 갖고 있는 자들)을 가족인 양 여기고 별의별 시늉을 다 한다. 그러나 그러다가 목적을 이루고 나면 남처럼 대한다.(575e-576a) 그러므로 이들은 평생토록 결코 그 누구의 친구도 되지 못한 채, 늘 누군가의 주인δεσπόζοντες τινός아니면 노예δουλεύοντες τινός로 산다. 그러므로 이런 참주정적인 성향은 자유ἐλευθερία도, 진정한 우정φιλία도 결코 맛볼 수 없다. 그런 자들은 결코 우리가 신뢰할 수 없는ἄπιστος 자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전에 정의δικαιοσύνη가 어떤 것인지에 관해 동의한 것이 옳았다면 그들은 부정의한ἄδικος 자, 그것도 있을 수 있는 가장 부정의한 자들이다.(57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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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2e ‘ 교활한 마술사μάγος들과 참주 옹립자τυραννοποιός들’ : 민중들의 옹립을 통해 과두정에서 민주정으로의 혁명을 이끌었던 수벌, 즉 선도자들이 이번에도 민중들을 등에 업고 자신들 가운데 가장 참주정적인 인간을 참주로 옹립한다. 수벌들이자 교활한 마술사와 참주 옹립자들은 이들이 민주정적인 젊은이들에게 침을 심어 놓아 장차 그들과 같은 참주정적 인간 즉 날개 달린 수벌을 만들고 그 수벌들은 민중의 어리석음에 도움을 받아(575c) 그들 가운데에서 장차 가장 참주정적인 인간을 참주로 옹립한다.
* 572e ‘욕구들의 선봉ho prostatēs으로 욕정을’ : 불법적인 욕구들을 선두에서 이끄는 선봉장이 곧 욕정이다. 573a에서 언급되고 있는 ‘영혼의 선봉’도 바로 그 욕정을 가리킨다. 젊은이에게 그 욕정이 심어지면 그 젊은이도 바로 날개 달린 수벌 즉 참주정적인 인간 내지 참주가 된다. ‘이전부터 에로스를 참주라고 부른다.’(573b)는 소크라테스의 말도 그런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 573a ‘여러 욕구가ai allai episthymiai …… 그의 주변에서 윙윙거리며 갈망pothosς의 침kentron을 극단까지 키우고 길러내 수벌에게 심어주면’ : ‘여러 욕구’는 수벌로 비유되고 의인화되어 이글에서 주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의 주변에서’와 ‘수벌에게 심어주면’이라는 표현에서 ‘그’와 ‘수벌’이 가리키는 것은 모두 젊은이이다. 불법적 욕구 즉 수벌들이 젊은이 주변을 에워싸는 순간부터 이미 젊은이는 그 불법적 욕구에 끌려 들어가 또 다른 수벌이 되고 만다. 그리고 수벌이 된 젊은이에게 극단으로까지 키워진 갈망의 침 즉 욕정이 심어지면 그 욕정이 젊은이의 영혼을 선도하는 광기 어린 선봉장이 된다. 즉 젊은이를 불법적 욕구로 이끄는 수벌 같은 자들은 불법적 욕구들을 전적인 자유라 칭하며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젊은이들로 하여금 그 욕구의 극단 즉 욕정에로까지 빠져들게 만들고 마침내 그 욕정은 젊은이의 영혼에서 모든 욕구들을 이끄는 선봉이 된다. 그 결과 젊은이의 영혼에 있었던 기존의 선한 믿음이나 욕구, 절제는 완전히 제거되고 대신 광기 어린 욕정이 젊은이의 영혼을 지배하게 된다. 이러한 영혼 상태의 인간이 곧 참주정적 인간이다.
* 572e ‘욕정’erōs : 에로스에 대해서는 전승에 따라 기원과 설명에 차이가 있다. <헤시오도스>에서는 가이아와 타르타로스와 함께 가장 먼저 생긴 신이자 사려 깊은 의지를 제압해버리는 신으로 나오지만 <향연>에서는 페니아와 포로스의 아들로 나오고 다른 전승에서는 아프로디테의 아들로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에로스는 신격(ho Erōs, <국가>(573d, 574d와 e, 575a 등) 표기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사랑, 욕망, 욕정의 의미를 지니는 일반 명사 eros로 폭넓게 사용된다. 참고로 <향연>에서 에로스는 아래와 같이 마치 사다리를 오르듯 의미상 상승적 층위를 갖고 단계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1) 젊었을 때 신체의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 2) 아름다움 일반에 대한 사랑, 3)영혼에 있는 아름다움의 사랑, 4) 앎에로의 사랑, 5) 단일한 앎으로서 좋음의 형상에 대한 사랑. 그러나 여기서는 가장 저급한 단계 즉 물질적 신체적인 것에 대한 원시적 욕망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향연> 201d-212a 디오티마의 이야기 참고)
* 573c ‘정신 나간 미치광이’ : 참주의 성격과 생활 방식에 관해서라면, 참주정적 인간은 온갖 형태의 방탕에 빠져들며 늘 새로운 욕망에 쫓긴다. 그의 수입과 재산은 곧 바닥나고, 아우성치는 정욕을 채우기 위해 아버지의 재산을 강탈하며, 필요하다면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뒤이어 신성모독과 절도, 그리고 온갖 범죄가 뒤따른다. 과거에는 꿈속에서나 아주 드물게 행하던 짓들을, 이제는 살아있는 현실에서 실제로 저지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들이 소수일 때는 외국으로 나가 다른 참주의 경호원이 되거나, 고국에 남아 잡범들의 무리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수가 많아지면, 그들 중 가장 악독한 자를 조국의 참주로 추대한다. 참주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자가 품은 욕망의 목표이자 완성이다. 참주정적 인간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전이나 후나 평생을 자유 및 우정과 무관하게 살아가며, 신의가 없고 극도로 부정의하다. 한마디로 그는 우리가 꿈속에서나 발견했던 기괴한 정욕이 살아 움직이는 화신이며, 통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악해진다. 그들은 욕망을 마음껏 구현하는 욕망의 주인이 아니라 욕망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욕정의 노예들이다. 이 모두가 참주정적 인간이 필연적으로 비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성한다.
* 573c ‘술 취한methystheis 사람도 뭔가 참주정적인 마음새phronēma를 지닌 것’ : 당시 귀족들의 교유 형식으로서 심포지온(향연)symposion은 뜻 그대로 술을 마시며 진행된다. 이 말은 음주 자체를 배격하는 말로 들리진 않지만 최소한 술에 취한 상태를 플라톤이 얼마나 혐오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술에 취하면 이성적 부분이 약화되어 욕정에 휘둘리게 만든다. 평생 독신으로 산 플라톤의 생애 관련 전승에는 성적 스캔들은커녕 주변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 자체가 없다.
* 573d ‘조종하게diakyberna 되면’ : 나라를 이끌고 다스리는 통치자는 배를 조종하는 키잡이kybernētēs로 비유되고 있는데(333c, 341c-342e 등) 철학자 왕과 참주 모두 키잡이이지만 그 방식은 전자는 철학 후자는 불법에 기초하고 있다.
* 574a ‘그에게 새로 생겨난 쾌락들이 옛 쾌락들보다 우위를 점해 저들의 것을 빼앗았듯이, 그는 자신의 몫meros을 다 써버리면 아버지의 것을 빼앗아서 한 몫 챙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 573e부터 576a끝까지 참주정적 인간의 욕구가 종국에 가서 맞이할 역설적 양태가 다각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전적인 자유가 초래하는 무질서와 물질적 탐욕은 적대적 경쟁과 그 경쟁이 초래할 비극성을 필연으로 내포하고 있다. 오로지 폭력을 통한 독점적 지배 욕구에 매몰된 참주는 신뢰를 상실한 욕정의 노예로서 스스로 고립된 채 늘 반란과 암살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공포와 불안 속에서 비참한 삶을 영위한다. 이것은 이어지는 최종 비교 판정 과정에서 보다 자세하게 다루어진다.
* 575c ‘참주가 나라에 끼치는 해악ponēria과 비참함athliotēs에 비한다면, 이 모든 것들은 다 더해도 그것은 사람들의 말마따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 <국가>의 주제가 기본적으로 철학자와 참주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한지를 판정하는 것이고 그것을 보다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대문자 비유를 거쳐 정치체제에 관한 논의로 확대된다. 혹자는 이것을 근거로 <국가>가 정치철학적 저술이라기보다는 도덕 심리학적 저술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플라톤이 강조하듯 개인 차원의 부도덕한 악행이 초래하는 비참함은 그 심각성의 크기와 범위에서 신민의 통치자이자 최고 권력자로서 참주의 악행이 초래하는 정치 사회적 불행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기본적으로 플라톤의 <국가>에서 정치철학과 도덕심리학을 분리하는 것은 플라톤의 기본 의도와도 맞지 않고 한쪽 눈을 가리고 사물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 575d ‘사람들이 기꺼이 복종한다면 그렇겠지만 만일 나라가 응하지 않는다면.. 참주는 조국도 벌을 줄 것이다.’ : 참주정도 철학자왕정처럼 기본적으로 통치자, 군인, 생산자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참주정 치하에서는 철학자왕정과 달리 참주의 불법적 이기적 욕구가 이성적 욕구를 누르고 조종하여 다른 계층의 삶 전반을 폭력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므로 참주정 치하에서 통치자에 대한 복종은 공포와 불신 속에서 강압을 통해 철저히 타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폭압적 복종 관계는 군인 계층과 생산자 계층 내부에서도 권력과 지위의 서열에 따라 똑같이 재현된다. 이를테면 군인들은 통치자와 상급자에게는 엎드려 복종하지만 하급자와 생산자 계층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복종을 강요한다. 그리고 생산자 계층 내부에서도 부의 크기에 따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약육강식의 상태가 마치 당연한 일상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다. ‘나라가 응한다.’(575d)는 것은 신민들이 기꺼이 통치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참주는 나라와 신민에 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라를 자신의 종으로 삼아 조국에 벌을 주고 있는 자이다. 참주정 치하에서는 욕망 구조상 나라 차원에서건 개인 차원에서건 이처럼 폭력적이고도 불법적인 욕구가 모든 계층과 영혼을 지배하고 있다.
* 575d ‘크레타인들이 모국mētris이라 부르는’ : 크레타의 미노아 문명은 전통적으로 모계 사회적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 조국을 ‘아버지의 나라’patris라고 부르는 대신 ‘어머니의 나라’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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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참주정적인 인간 내지 참주들의 불법적인 욕구가 자행하는 악행들을 들여다보면 당대 그리스의 악행들이 총망라된 것처럼 보인다. 우선 참주정적 인간의 불법적인 욕구들은 잠을 자는 동안에 사납고 야수적인 습성대로 먹을 것과 술로 채워져 제멋대로 날뛰고 수치심이나 현명함에서 풀려나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어머니를 포함 그 어떤 인간과 신과 짐승과도 몸 섞기를 주저하지 않고 살인도 무차별 저지른다. 그리고 이러한 자들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 즉 참주가 되면 꿈속에서 자행했던 악행들을 그 자신이 악한 습성에 따라 현실에서도 똑같이 저지른다.
* 이로써 제8권에서 시작된 타락한 현실 국가와 그것을 닮은 사람을 다루는 마지막 주제 즉 가장 부정의한 참주정에 이어 그것을 닮은 인간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된다. 이제 애초 논의 목표대로 가장 정의로운 사람으로서 철학자와 가장 부정의한 자로서 참주를 행복과 불행의 측면에서 비교하는 일이 남아 있다. 이글 서두에서 살폈듯이 플라톤은 참주정적 인간을 시작하면서 참주정을 논의할 때와 마찬가지로 행복에 관한 언급을 꺼내 들고 이후에도 참주정적 인간들의 비참성을 크게 부각시켜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타락한 정치체제들에 관한 마지막 단계의 논의가 장차 이루어질 철학자와 참주 간의 행복 관련 비교 판정을 위한 도입부 역할도 함께 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끝-
다음 주제 : VI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타락한 정치체제들 분석(제8권-제9권)
B. 정의로운 사람과 부정의한 자 가운데 누가 행복한가. : 정의로운 삶의 우월성 증명(제9권 576b-592b)
1) 첫 번째 증명 : 정치체제와 개인의 내적 구조에 기초한 증명(576b-58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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