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강해(85) [이정호 교수와 함께하는 플라톤의 『국가』]
플라톤의 <국가> 강해(85)
VI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타락한 정치체제들 분석(제8권-제9권)
A. 부정의한 나라들과 부정의한 개인들.
5. 참주정과 참주정적인 인간, 불법적인 욕구(562b-576b) -(3)
* <국가>의 논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사람과 부정의한 자 가운데 누가 행복한가를 가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전반부는 문자 비유를 거쳐 대문자로서 정의로운 나라가 논의되고 제5권 이후 중반부에서 그 정의로운 나라가 철학자가 통치하는 나라임이 제시된다. 그리고 제8권에서는 그 판정을 위한 비교 대상으로 타락한 정치체제들과 그것들을 닮은 사람들이 타락의 순서대로 다루어지면서 끝부분에서 가장 부정의한 나라인 참주정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제9권에 들어와 마침내 비교를 위한 논의의 마지막 단계로서 참주정을 닮은 사람과 그 극치로서 참주가 다루어진다. 이로써 비교 판정을 위한 마지막 준비 즉 가장 부정의한 자인 참주가 가장 정의로운 사람인 철학자의 최종적인 비교 대상으로 확정된다.
[제9권 시작 571a – 572b] 불법적인 욕구
* 소크라테스는 이제 민주정적인 인간에서부터 어떻게 참주정적인 인간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자가 어떤 방식으로 살게 될지, 즉 비참하게ἄθλιον 살지 행복하게μακάριον 살지를 살피는 일이 남았다고 말한다.(571a)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그것을 살피기 전에 우리의 탐구ζήτησις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필수적이지 않은 쾌락과 욕구 가운데에는 불법적인παράνομος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 이 불법적인 욕구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이 욕구는 이성λόγος을 갖춘 더 나은 욕구에 의해 제어됨으로써 아예 제거되거나ἀπαλλάττεσθαι 약화된ἀσθενεῖς 채로 소수ὀλίγος만 남아 있지만(571b)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더 강력한ἰσχυρότερος 것으로 더 많이 남아있으며 잠자는 동안에 깨어나는ἐγειρομένας 것들이다. 그것은 이성적이고λογιστικός 온순한ἥμερος 영혼의 다른 부분이 잠들어 있을 때 사납고θηριώδης 야수 같은ἄγριος 부분이 제멋대로 날뛰며 잠ὕπνος을 밀쳐내고 나가 자기 습성을ἦθος 채우려 하는 때에 깨어나는 욕구들이다. 그때 이것은 모든 수치심αἰσχύνης과 현명함φρονήσὶς으로부터 풀려나고 벗어나 있기 때문에 무슨 짓이든 다 하려고 덤벼들어(571c) 어머니와 몸 섞기μείγνυσθαι도 다른 그 어떤 인간과 신과 그리고 짐승과도 그러기를 주저하지 않고, 그 누굴 죽이는 것도 그 어떤 걸 먹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몰지각함ἄνοια과 몰염치함ἀναισχυντία의 극치이다.(571d)
* 하지만 자기 자신을 건전하고ὑγιεινός 절제 있게σωφρόνως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잠자리에 들 때, 자신의 이성부분τὸ λογιστικὸν을 깨워 아름다운 말과 고찰σκέψις의 성찬으로 대접하여(572d) 자신이 자기 자신과 일치된 생각σύννοια을 이루도록 하고, 한편 욕구부분τὸ ἐπιθυμητικὸν은 주리지도 않고 채워지지도 않게 해서 잠이 들게 만들어(571e) 이 부분의 기쁨χαῖρον이나 고통λύπη으로 최상의 부분에 소동을 일으키는 일이 없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최상의 부분이 그 자체로 혼자서 순수하게 고찰하게 하고 과거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그것이 알지 못하는 것을 파악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하고 마찬가지 방식으로 기개부분τὸ θυμοειδὲς 역시 진정시켜 누군가에게 화가 나 격분한 채로 잠드는 일이 없도록 한다. 이 두 부분은 잠잠하게 하고, 생각하는 곳인 세 번째 부분을 활동하게 하고서 휴식을 취한다면, 그는 그와 같은 상태에서 진리ἀληθεία에 가장 잘 닿을 수 있으며 꿈ἐνύπνιον속에서 보이는 것들도 이때 가장 덜 불법적이다.(572a) 요컨대 주목할 것은 아주 균형 잡혀 있다고μέτριος 알려진 사람들에게도 뭔가 무섭고 거칠며 그리고 무법적인 유형의 욕구ἄνομον ἐπιθυμιῶν εἶδος가 있으며 그런 것들은 우리가 잠자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57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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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1a ‘비참하게 살지 행복하게 살지를 살피는 일’ ; 다른 타락한 정체들이나 그것을 닮은 인간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행복’이나 ‘비참성’ 관련 언급이 따로 없으나 플라톤은 참주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도 그랬듯이(566d) 참주정적 인간을 다루는 이곳에서도 그와 관련한 언급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것은 원래 목표대로 행복 관련 비교 판정에서 참주정적 인간 내지 참주가 철학자와 맞설 최종적인 비교 대상임을 다시 한번 환기해 준다.
* 571a ‘우리가 충분히 구별해내지 못했다’ : 소크라테스는 욕구를 ‘필수적인 욕구’와 ‘필수적이지 않은 욕구’로 구분한 후(8권 558d-559c) 필수적인 욕구는 과두정적 인간에, 필수적이지 않은 욕구는 민주정적인 인간에 귀속시키고 있다. 그러나 욕구에 대한 충분한 구별이 이루어지려면 이제 참주정적 인간이 갖는 욕구 즉 불법적인 욕구까지 언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플라톤은 불법적인 욕구를 병렬적으로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필수적이지 않은 욕구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참주정의 탄생이 민주정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즉 민주정의 멋대로의 자유가 질서와 위계를 무너트릴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경쟁을 유발시켜 나라를 약육강식 상태로 만들어 결국 그들이 자신의 자유를 위해 옹립했던 선도자들이 되레 소수 강자 참주가 되고 정작 자신들은 그들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이 민주정에서 누린 전적인 자유가 스스로를 참주정 치하 예속 상태로 빠지게 만든 가장 크고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 571c ‘잠자는 동안에 깨어나는engeiromenas 것들일세.’ : 불법적인 욕구들이 잠을 자는 동안 깨어난다는 것은 욕구를 억제하는 이성적 부분이 그 만큼 잠을 자는 동안에는 약화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잠잘 때 구별해 내기가 가장 힘들다.’(<니코마코스 윤리학> 1102b 5이하)고 말하고 있다. 플라톤 역시 깨어있을 때보다 잠을 자는 동안에 바람직하지 않은 충동적 이기적 욕구가 좀 더 활성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플라톤은 비록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그것이 드러나는 정도는 깨어있을 때 형성된 습성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꿈속에서 온갖 짓을 다하는 참주정을 닮은 사람들은 이성적 부분이 약화되거나 왜곡되어 생겨난 나쁜 습성에 따라 깨어있을 때도 꿈속에서 행했던 온갖 악행을 그대로 저지르지만(574e) 반대로 건전하고 절제 있는 사람은 깨어있는 동안 이성적 부분을 강화하여 좋은 습성을 갖고 있어 자는 동안에도 욕구 부분의 소동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571e-572a)
* 571d ‘어머니와 몸 섞기meignysthai도 전혀 주저하지 않고’ :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포스 왕>에 나오는 이야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오이디푸스는 델피 신전에서 자기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고 자기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소포클레스의 작품에서 그 일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으로 그려지지만 실상 플라톤에게 그러한 일들은 잘못된 습성을 가진 자들에게는 필연일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능히 피해갈 수 있는 것들이다. 플라톤은 전통적인 운명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삶에는 물론 우연이 개입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삶은 자기 고유의 능력과 그것을 고양하려는 노력에 달려 있다.
* 571e ‘욕구 부분to epithymētikon은 주리지도 않고 채워지지도 않게 해서’ : 이 부분은 플라톤이 엄격한 금욕주의자라는 견해에 대한 반대 전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플라톤은 금욕과 사치 중간의 적도(適度)를 지향한다. 영혼의 욕구 부분은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기개 부분to thymoeides과 더불어 절제의 덕을 통해 이성적 부분과 조화를 이루면서 물질적 생산이라는 고유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정의로운 나라와 건강한 영혼을 구성하는 필수적 요소이다.
* 572a. ‘최상의 부분이 그 자체로 혼자서 순수하게 고찰하게 하고 과거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그것이 알지 못하는 것을 파악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하고’ : 이 내용을 어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영혼은 신체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미래를 내다보고 깨어있을 때 허용되지 않는 진리의 영역에 접근하는 행위’ 즉 꿈을 신점(divination) 또는 예지몽 같은 것으로 여겼던 당대 사람들의 행위와 연관시킨다. 다시 말해 꿈을 ‘깨어있을 때 자기가 알지 못했던 속마음, 또는 알지 못하는 사태를 드러내 주는 뭔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프로이트가 꿈을 바라보는 관점과 일정 부분 상통한다. 아래의 언급들도 그러한 생각들과 연관되어 있다. ‘사지가 움직이는 동안 영혼은 잠들어 있지만, 잠자는 이들에게는 수많은 꿈속에서 기쁜 일과 힘든 일을 판가름해주는 일이 일어난다.’(핀다로스 <단편> 131. 3-5행), ‘잠을 자는 동안 영혼이 홀로 (신체와 격리되어) 존재하게 될 때 영혼은 자신의 본래 성품을 되찾아 미래의 일들을 예언한다.’(아리스토텔레스 <단편>), ‘영혼은 잠 속에서 활기를 띠며 신체가 거의 죽은 듯이 누워있을 때 감각과 모든 근심의 방해로부터 자유로워진다.’(키케로 <신점에 관하여> 1권 60-61) J. Adam 해당 부분 노트 참고. 그러나 잠을 자는 동안 영혼이 신체로부터 해방되어 있다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은 이곳에서 ‘잠자는 동안 영혼의 이성부분이 약화되어 불법적 욕구가 깨어난다.’는 플라톤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말은 ‘영혼이 신체로부터 해방되면 즉 영혼이 순수해지면 불법적인 욕구가 깨어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 572b ‘우리가 너무 멀리 와버렸는데’ : 참주정적 인간을 살피려다가 논의에서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서 571b 이후부터 불법적인 욕구에 대한 설명을 끌어들인 것을 말한다. 이런 식으로 약간의 여담을 끌어들인 후 본론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플라톤의 대화편에 자주 등장한다.(<국가>만 보더라도 471c, 543c, 544b, 568d, 588b 참고)
* 572b ‘무법적인anomos 유형eidos의 욕구’ : ‘무법적’인 유형의 욕구는 적극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욕구의 전 단계 즉 불법적’paranomos인 욕구의 바탕이 되는 욕구를 말한다. 이를테면 명예정적인 사람이 과두정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오만방자함(572c) 또는 법을 피하려는 태도(548b), 그리고 이곳에서도(572c-d) 환기되고 있듯이 과두정적 인간에서 민주정적 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인색하지도 불법적이지도 않은 상태가 곧 무법적인 유형의 욕구 상태이다.(572c-d) 인간의 욕구 부분은 이성 부분과 조화를 이루어 건강한 영혼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이성 부분의 지배력이 약화되면(이곳의 경우는 ‘잠자고 있는 동안’) 그에 비례하여 욕구 자체가 갖는 물질적 본성상 언제라도 무법적 유형의 욕구로 드러날 수 있다. 그러다 침 달린 수벌들이 저지르는 온갖 불법에 둘러싸여 욕정erōs에 사로잡힐 경우 무법적인 유형의 욕구는 마침내 성문법이든 불분법이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563d) 불법적인 욕구로 변질 전락한다.(572e-573a) 변증술을 배우는 단계까지 오른 제법 똑똑한 자가 변증술을 잘못 배워 사용할 경우에도 불법적이라는 말을 쓴다.(537c, 538b, 539a) 무지한 자보다 잘못 배운 똑똑한 자가 더 위험하다. 이곳에서 민주정적 인간의 경우 아직 불법적인 욕구 상태로까지 타락한 사람이 아닌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572d) 플라톤은 이미 <일곱 번째 편지>(324d)에서 30인 참주정의 잔혹상을 경험한 후 차라리 민주정이 황금으로 보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만큼 참주정적 인간의 불법적 욕구는 민주정적 인간의 욕구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가장 나쁜 수준의 욕구 상태이다. 여기서 유형의 원어 eidos는 일종의 형태, 방식의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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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에는 본성physis을 뜻하는 말은 있어도 생물학적 ‘본능’(instinct)에 해당하는 말은 딱히 없다. 굳이 내용상 가까운 말을 꼽자면 앞서 말한 대로 본성으로서 영혼의 세부분 중 하나인 욕구 부분 즉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과 관련한 필수적인 욕구epithymia 정도이다. 영혼의 나머지 부분 즉 이성적 부분과 기개 부분 또한 넓은 의미에서 뭔가를 욕망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것들 또한 본성적 욕구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들은 이타적 합리성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생물학에서 말하는 ‘본능’과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
* 인간의 욕구를 자는 동안 꿈속에서 작동하는 경우와 깨어있는 동안 작동하는 경우로 구분하고 외적 행위를 그것들의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플라톤의 욕구이론은 종종 현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욕망론과 비교되곤 한다. 플라톤의 욕망 구조 이론이 영혼을 구성하는 세 요소 즉 이성적 부분, 기개적 부분, 욕구 부분의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면 프로이트의 욕망 이론 역시 똑같이 정신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즉 초자아와 에고(ego), 이드(id)의 관계로 해명된다. 그리고 크게 보면 어떤 요소는 충동적 이기적 성격을 갖고 있고 어떤 요소는 그것을 통제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서로 닮아있다. 이를테면 플라톤의 영혼의 이성 부분과 프로이트의 초자아는 통제의 성격을 갖고 있고 플라톤의 영혼의 욕구 부분은 프로이트의 이드가 그렇듯 이기적 신체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둘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선 플라톤의 경우 영혼의 세 부분 모두 똑같이 태어날 때부터 갖는 선천적인 것인데 비해 프로이트의 경우는 오직 이드만이 선천적인 것일 뿐 나머지 초자아와 자아는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들이다. 초자아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의 이드들이 상호 충돌하고 서로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기 보전을 위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자기 통제력이고 에고는 이드와 초자아가 타협하여 생겨난 현실 자아의 모습이다. 이렇게 보면 플라톤의 기개 부분에 상응하는 요소는 프로이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공히 통제의 성격을 갖고 있으나 플라톤의 영혼의 이성 부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초자아는 이드를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비록 도덕의 심리적 기초가 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는 이드와의 충동과정에서 형성된 억압을 근본 성격으로 갖는 비합리적 힘이다. 무엇보다 플라톤과 프로이트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욕구를 구성하는 세 요소 중 가장 원천적이고 중대한 것으로 내세우는 요소가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플라톤의 경우는 다른 욕구 부분들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담당하는 영혼의 이성 부분을 인간성을 특징짓는 가장 중대하고 우월한 요소로 내세우는 데 반해 프로이트의 경우는 반대로 통제를 거부하는 충동적 욕구로서 무의식 내에 선천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이드를 인간성을 특징짓는 가장 강력하고도 원초적인 요소로 내세운다. 플라톤의 영혼론이 합리주의 도덕이론의 토대가 되고 프로이트의 욕망이론이 오늘날 비합리주의 욕망론의 토대가 되는 것도 각기 최강으로 내세우는 요소들 사이에 있는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다.
* 이곳 내용에 기초해보면 플라톤에게 꿈은 이성적 통제가 약화된 상태에서 생기지만 그렇다고 이성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즉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의 영역이 아니다. 굳이 무의식을 본성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플라톤은 프로이트와 달리 무의식에 도덕적 이성을 선천적인 실제로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플라톤에게는 꿈의 내용 또한 비록 약화된 상태이지만 선천적 본성으로서 도덕적 이성과 후천적 습관 또는 그 모두가 합해져 형성된 습성ēthos의 결과물이다. 물론 프로이트에게도 꿈은 습성을 반영하고 욕구에 대한 억압기제로서 초자아의 통제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초자아는 플라톤의 이성과 달리 선천적인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것도 아닌, 무의식 내에서 후천적으로 형성된 이드 못지않은 강력한 힘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이트의 초자아는 도덕의 기원이 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좋음과 나쁨과 무관한 그냥 욕망에 대한 비합리적 억제력이다. 그러나 플라톤에게는 자연과 인간에 비록 생성의 힘 내지 충동적 욕구가 선천적으로 존재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러한 것들은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본성적 능력으로서 영혼의 이성 부분 또한 실재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이곳에서 플라톤이 그리고 있는 불법적인 욕구는 특성상 프로이트의 이드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다만 잘못된 생각과 악행이 거듭되면서 더욱 나쁘게 굳어진 습성에서 비롯된 후천적인 욕구들로서 좋음의 형상에 기초한 인간 영혼의 내적 능력 즉 정신의 자기 고양을 통해 능히 극복할 수 있고 아예 제거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571b) 동양의 불교에서도 인간은 누구나 미망(迷妄)에 빠져 탐진치(貪瞋癡)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내성으로 불성을 가지고 있어 정신의 자기고양을 통해 부처가 될 수 있다.
* 불법적인 욕구들에 관한 언급을 마무리한 후 소크라테스는 논의의 마지막 주제인 참주정적인 인간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한다. -끝-
다음 주제 : VI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타락한 정치체제들 분석(제8권-제9권)
A. 부정의한 나라들과 부정의한 개인들.
5. 참주정과 참주정적인 인간, 불법적인 욕구(562b-576b)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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