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변증법 반성 운동20-형식과 내용[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헤겔 변증법 반성 운동20-형식과 내용
1)
앞에서 형식과 본질(토대), 형식과 질료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본질론에서 주어는 종적 개체이며 그 술어는 종적 개체를 규정하는 근거 즉 그 기능이다. 헤겔은 이를 형식이라 했다.
기능이란 최종적 결과를 말하는데, 개체적 현존의 기능은 다양하게 규정된다. 그런 가운데 일단 감각적 질과 같은 형식과 독립적인 지각적 형식이 구분되었다. 이에 따라 그것에 대응하는 토대도 개체적 현존으로서 본질과 매체로서 질료로 구분된다.
형식과 질료, 독립적 기능과 매체 사이의 관계 끝에 헤겔은 새로이 형식과 내용의 관계를 설정한다. 이제 형식과 내용의 관계를 살펴볼 차례다.
2)
광합성의 기능과 꽃나무의 관계에서 광합성 기능은 독자적이어서 다른 식물의 기능이기도 하고, 꽃나무는 광합성 외에도 재생산 기능이나 영양분 유통 기능 등과 같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형식과 질료는 각기 자립적이다.
그러나 잎의 기능인 광합성은 꽃나무 전체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으며 여기서 양자는 본질과 현존 사이의 순수한 반성 관계를 지닌다.
형식과 질료는 한편으로 서로 무차별하고 다른 한편으로 상호 이행하는 상호 모순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각자 자립적인 것이면서 타자에 의해 규정되는 모순적인 것임이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형식과 질료는 각자 이미 통일되어 있다는 사실이 정립된다. 그러나 아직 이런 통일은 진정한 통일이 되지 못하고, 다만 서로 엇갈린 방식으로 일어나는 통일이 된다.
즉 하나의 형식 B는 다른 것의 형식 A에 대해에서는 질료가 되며, 다른 형식 D의 질료 C에 대해서는 형식이 된다. 즉 예를 들어 광합성 B는 꽃나무 C의 기능이면서 그 자체가 자기가 생산한 전분A의 질료가 된다. 꽃나무는 광합성의 질료 B인데, 꽃나무 자체 C는 어떤 식물 D의 형식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형식 B는 자기 옆에 질료 A를 가지며, 질료와 형식은 근원적으로 통일되어 있으므로 자기 옆에 A의 형식 X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식은 이제 두 가지 형식의 결합체라는 것이 드러난다. 다만 하나의 형식 B는 표면에 있고 다른 형식 X는 이면에 있다.
그것은 질료 B도 마찬가지다. 질료 C도 다른 것 D의 형식이 되면서 이미 D의 질료 Y를 함축한다. 질료는 그러므로 두 질료의 통일이며, 다만 질료 B가 전면에 질료 Y는 이면에 있게 된다.
사실 형식과 질료의 관계는 이미 각자 직접적인 것이므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형식은 자립적인 것이지만, 다른 형식과 개체적 현존인 매체 속에 공존하는 것이다.
3)
형식과 질료의 관계에서 형식은 독립적이었고 질료는 텅 빈 매체였다. 그러나 형식과 질료가 이처럼 층계화 함으로써 형식은 다른 형식과 질료는 다른 질료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층계화 속에서 아직 그런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제 형식과 질료는 각자 통일적인 것임이 드러난다. 질료는 자기를 이루는 질료들의 통일이 된다. 예를 들어 꽃나무는 그것을 이루는 질료적 부분인 잎과 줄기, 꽃의 통일체가 된다.
이런 통일체로서 꽃나무는 하나의 고유한 질료적 특성을 지니게 되니, 바로 진달래가 된다.
이제 질료는 자기 나름의 형식 즉 특정한 질료로서 특정성을 가지게 된다. 헤겔은 이런 전체적으로 통일되어 특정성을 지닌 질료를 내용이라 한다. 이 통일체는 이제 무규정적인 매체가 아니라 하나의 개체이다.
“질료는 오직 질료로서 질료가 아니라 본질[질료]과 형식의 절대적 통일인 한에서만 그 형식 규정의 근거이다. 마찬가지로 형식은 이와 동일한 통일인 한에서만 자기의 규정을 존립하게 하는[질료의] 근거가 된다.”(논리학, GW11, 300)
마찬가지로 형식도 통일적으로 된다. 하나의 형식은 다른 형식과 통일을 이루니, 하나의 형식은 이제 그 자신에서 타자로 이행하게 된다. 이런 이행을 통해 각 형식은 자기 내에서 한계를 지닌 것임이 드러나니, 이제 형식은 유한한 형식이다. 예를 들어 광합성의 기능은 독립적인 기능이 아니라 재생산 기능이나 영양분 유통 기능과 통일되면서 그런 전체적 기능의 한 계기가 된다. 형식에서 이 전체의 통일적 기능이 고유한 질료가 된다.
그러므로 질료와 형식은 이제 자기 자신과 타자의 통일이 된다. 형식과 질료의 관계에서 처음에 이 통일성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제 마침내 그 통일성이 드러나게 되었다. 헤겔은 형식과 질료의 ‘근원적인 통일’은 이런 모순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면서 ‘정립된 통일’로 이행한다고 한다.
“하나의 활동이 [타자를] 정립하는 가운데 자신을 통일 속에서 정립된 존재로 보존하며 자신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반발하게 하여 자기로서 자기에 관계하는 동시에 타자로서 자기에도 관계하는 것이다. 또는 질료가 형식을 통해 규정된다는 것은 근거로서 본질이 통일 속에서 자기 자신을 통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의 부정을 통해서 자기와 매개하는 것이다.”(논리학, GW11, 300)
4)
이제 전체적으로 통일된 질료 즉 내용과 전체 속에 하나의 계기로서 형식 사이의 관계가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내용은 질료의 통일체로서 자기의 형식을 지닌다. 그것은 곧 ‘진달래’다. 반면 형식은 통일된 전체의 한 계기 즉 ‘광합성’이다. 양자의 관계에서 한편으로 여전히 외면성이 등장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진달래와 광합성은 서로 외면적이다.
“내용은 우선 그 내용에 속하고 본질적인 하나의 형식과 하나의 질료를 갖는다. 내용은 형식과 질료의 통일이지만, 그러나 이 통일은 동시에 규정되거나 정립된 통일이므로, 내용은 형식에 대립한다.”(논리학, GW11, 301)
“내용은 두 번째로 형식과 질료에서 동일한 것이고 이 경우 형식과 질료는 무차별한 외적인 규정일 것이다.”(논리학, GW11, 301)
그러나 다른 한편 진달래는 질료적 통일체로서 개체이고 광합성이란 형식은 전체적 기능의 한 계기일 뿐이니, 이런 점에서 질료와 형식은 완전한 통일을 이룬다. 형식은 이제 본질이 되고 질료적 개체는 이 본질이 정립한 것이며 다시 본질로 되돌아가는 것 즉 본질을 매개하는 것이다.
“내용의 자기 동일성은 한번은 형식에 대해 무차별한 동일성이지만 다른 한 번은 그 동일성은 근거[형식]의 동일성이다. 근거는 내용 속에 우선 사라진다. 그러나 내용은 동시에 형식 규정이 자기 내로 부정적으로 반성하는 것이다.“(논리학, GW11, 301)
“한편으로 내용에서는 근거가 자신이 정립되는 가운데서도 자기와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내용은 근거 관계 대립하는 정립된 동일성이다.”(논리학, GW11, 302)
5)
근거 관계는 형식과 본질, 형식과 질료를 거쳐 형식과 내용의 관계 이르면서 다시 본질적 통일로 되돌아 간다.
야기서 하나의 형식은 다른 형식과 통일되어 있고 질료도 전체적인 통일체를 이룬다. 질료는 통일적인 개체가 되고 형식은 유한한 형식이 된다.
“정립된 존재는 이런 동일성의 표면[an]에 형식 규정으로 존재하는 가운데 자유로운 정립태 즉 근거와 근거지워진 것의 전적인 관계로서 형식에 대립한다. 이 후자의 형식은 전체적으로 자기 내로 복귀한 정립태이고 따라서 전자의 형식은 직접적인 것으로서 정립태 즉 규정성 자체이다. 근거는 이로써[정립태의 자기 복귀를 통해] 일반적으로 말해 규정된 근거로 되었다.”(논리학, GW11, 302)
여기서 ‘동일성의 표면에 있는 형식 규정’이 매체 속에 담긴 독립적인 형식을 의미한다면, ‘자유로운 정립태’가 곧 자기 자신에서 타자로 이행하는 형식 즉 유한한 근거를 말한다.
존재론에서 유한자는 이제 무한한 존재로 이행하게 되는데, 그런 이행은 유한자에서 결합하고 있는 두 성질이 외면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통일에 이르면서 무한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자에서 무한자는 악 무한이며 후자에서 무한자는 진 무한이다.
이런 악 무한에서 진 무한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앞으로 다루게 될 규정하는 근거에서 무제약자로 이르는 과정에 등장한 실재하는 무제약자(근거)와 완전한 무제약자(근거)의 차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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