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형이상학 산책59-척도의 종류: 비중과 온도[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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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형이상학 산책59-척도의 종류: 비중과 온도

1)

정량은 외연량, 내포량, 제곱 양을 거쳐 척도에 이른다. 이상에서는 하나의 정량이 다루어졌다. 제곱 양에서 두 정량이 관계하지만, 아직은 하나의 정량이 반복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두 정량이 서로 관계하면서 척도가 출현한다. 예를 들어 부피와 무게가 서로 관계하는 것으로서 비중과 같은 것이다.

하나의 정량은 개별적 사물에 속하지만, 척도는 여러 사물에 공통으로 속하며 그런 점에서 특수성[Besonderheit]을 지닌 정량이 된다. 이 척도는 어떤 사물의 고유성을 규정하는 것 즉 특정[sdpezifisch] 양이 된다. 그러나 아직 이 고유성은 주관적인 것에 지닐 뿐이니, 이제 논리학의 운동은 객관적으로 고유한 것 즉 본질 또는 이데아에 이르는 운동을 전개한다.

이런 운동에서 핵심은 앞으로 서술되겠지만, 이해의 단서를 위해 미리 제시하자면, 사물에 우연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척도가 그 사물에 필연적인 척도로 이행하는 과정이며, 이런 이행은 동시에 개별 사물의 부수적 속성에 그치는 척도가 독자적으로 실재하는 척도가 되는 과정이다.

헤겔은 이런 운동을 마치 논리적 범주 자체가 자기를 전개하는 것처럼 서술했지만, 이는 서술의 문제이며 사실 이 운동의 바닥에는 경험의 발전이 놓여 있다. 그런 경험의 발전은 정신현상학에서 의식의 경험이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정신현상학에서 이 운동은 지각에서 지성으로 발전하는 운동이며, 역사적으로는 그리스 철학에서 소피스트를 넘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학이 등장하는 시기다.

여기서는 그런 경험의 발전에 관한 정신현상학의 설명은 전제로 할 뿐,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다만 이를 전제로 하여 논리적 범주의 운동으로만 서술하자.

2)

앞의 글에서 사물의 척도를 논의했을 때는 척도의 개념은 추상적이었다. 이 척도는 각 사물의 특정량으로 다루어졌다. 이런 척도가 상호 비교될 때 비교의 기준이 되는 것이 표준이다.

예를 들어 물의 비중을 기준으로 하면, 철의 비중은 물보다 크고, 나무의 비중은 물보다 작다. 이런 비중은 물의 비중을 표준으로 하여 비교된 값이므로, 앞에서 다룬 내포량에 해당한다. 물론, 앞서 설명된 내포량은 개별 정량에 관한 설명에서 제시된 범주지만, 이제는 두 정량의 관계를 통해 출현하는 새로운 정량 즉 특수 양에 적용된 것이다.

어떤 것의 표준[Massstab]이 되는 것은 이제 사물의 잣대[Regel]이 된다. 표준은 다만 비교를 위한 기준점에 불과하다. 표준은 다만 크고 작은 것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철을 물속에 빠뜨리면 가라앉으니, 철의 비중은 물보다 크지만, 나무는 물 위에 뜨니까 물보다 그 비중이 작다.

이처럼 단순히 비교를 통해 아는 것과 달리 잣대가 되면 사물의 척도는 이 잣대의 크기를 통해 산술적으로 측정될 수 있다. 단순히 비교의 기준이 된다고 해서 다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철이나 나무도 표준으로 삼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것이 잣대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잣대가 되는 것은 단순히 크고 작다는 비교를 넘어서 다른 것을 규정하는 수적 단위가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비중의 잣대가 어떻게 규정되는지는 모르지만, 비중을 재는 저울이 있다고 한다. 비중병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긴 것인지는 모른다. 비중을 재는 비중계를 쓰면, 사물의 비중은 수적으로 증가하는 일정한 크기로 측정될 수 있다.

이 비중병으로 재면 철의 비중은 10이 되고 나무의 비중은 0.1이 된다(예이니까 구체적 수치의 오류에 괘념하지 말자). 0.1에서 10으로 전개되는 이 수적 크기는 하나의 정량을 규정되는 외연량이지만, 이제 여기서 이 잣대는 앞서 설명한 단순한 외연량에 그치지 않고 두 정량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 양에 적용된 범주다.

3)

이 잣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의 관점은 잣대의 양적인 크기에 관한 관점이다. 이 점에서 잣대는 이중성을 지닌다. 이 저울에서 크기는 수적으로 변한다. 이 변화는 점진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양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저울은 단순히 무게를 재는 저울과는 다르다. 그것은 비중병을 이용한 저울이니 그 자체 무게와 부피의 관계로 이루어진 특별한 저울이다. 이런 관점에서 비중병은 질적인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즉 비중병이라는 잣대로 다른 사물의 비중을 재는 관점에 보자면, 비중병은 다른 사물의 척도를 재는 단위[Einheit]가 되며, 다른 사물의 척도는 그런 단위를 통해 재어진 결과 얻어지는 양적 크기 즉 개수[Anzahl]가 된다. 전자의 관점에서 비중병은 그 자체로 규정된 크기이며, 후자의 관점에서 크기는 특정한 크기다.

“이민 언급된 것과 같이 잣대나 표준은 그 자체에서 규정된 크기로 존재한다. 그런 규정된 크기는 단위가 되면서 특수하게 현존하는 사물이 지닌 정량에 대립한다. 그 사물의 정량은 잣대가 되는 것이라고 할 다른 것 곁에[an] 현존하고 그 잣대에서[an] 측정되면서 그런 단위의 개수로서 규정되는 것이다.”(논리학 재판, GW21, 333)

“이런 비교는 외적인 활동이며 그 단위는 그 자체 임의적 크기이며 마찬가지로 다시 어떤 개수로서 정립될 수 있는 것이다.(보폭은 일정한 수의 뺨이다) 그러나 [비교의] 척도는 다만 외적인 잣대는 아니며 오히려 어떤 정량을 지닌 타자에 대해 그 자체에서 관계하는 특정한 것이다.”(논리학 재판, GW21, 333)

어떤 사물을 잣대로 측정하면 일정한 개수가 나온다. 앞의 예에서 물로 만든 비중계로 측정하면 철은 10이 나오고 나무는 0.1 나온다. 이 비례지수가 각 사물을 규정하는 사물의 척도가 된다.

여기서 어떤 사물이 잣대가 된다고 할 때 그것은 다른 것에 대해서는 단위가 되지만, 그 자신으로서는 고유한 양적 크기를 가진다. 물을 표준으로 삼지 않고 나무를 표준으로 삼는 비중 잣대(비중계)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이 나무 비중계는 물 비중계(현재 사용되는 비중병)과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거리를 측정할 때 자로 재든, 미터로 재든 마찬가지인 것과 같고, 은이 화폐로 사용되든, 금이 화폐로 사용되든 마찬가지였던 것과 같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총수를 지닌 것이 하나의 단위로 사용되는가는 자의적인 것(또는 관습적인 것)이다.

4)

이상에서 척도와 표준과 잣대의 관계가 설명되었다. 유사한 말이지만, 헤겔은 다른 맥락에서 사용한다는 것이 이해된다. 사물의 비례 양을 추상적으로 말하면 척도다. 그 척도가 다른 것과 비교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표준이다. 이 표준이 되면서 외적인 양적 크기로 다른 사물의 척도를 기술해 주는 것이 잣대다. 앞에서 등 비중을 예로 든다면, 비중 자체는 척도이며, 비중을 재는 표준은 물이다. 그리고 이 표준을 이용하는 비중계(소위 비중병)가 잣대다.

이제 척도(동시에 표준과 잣대)가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보도록 하자. 이제 다시 관점을 바꾸어서 척도를 이루는 두 요소 즉 두 서로 다른 정량 사이의 관계를 보자. 두 요소 사이 관계는 척도에 따라서 다르다. 우선 예를 들어 비중의 경우를 보자.

비중의 경우 모든 사물의 비중의 기울기는 같다. 부피가 증가하면 무게도 같은 만큼 증가한다. 그러나 온도의 경우는 다르다. 열량과 물체의 온도 사이의 관계는 사물마다 다르다. 어떤 물체는 동일한 열량이 전달되고 다른 물체는 느리게 전달된다. 물체마다 고유한 매체적 성질이 열량을 전달하는 데 개입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열과 물체의 매체 사이에 어떤 내적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외적으로 표상된 온도가 특정한 사물의 온도와 맺는 관계는 고정된 비례지수를 갖지 않는다. 사물에서 현존하는 열의 증가와 감소는 외적인 온도의 증가와 감소와 동양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외적인 열기가 가로로서 다른 것이 세로로서 표상된다면, 전자가 동양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후자의 상응하는 변화를 통해서 곡선이 기술될 수 있다.”(논리학 초판, GW11, 197)

“온도는 그 온도 속에 처해 있는 상이한 특수한 사물에 의해 상이하게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이 사물들은 그것에 내재하는 척도를 통해서 외면적으로 수용되는 온도를 규정하며 그런 사물의 온도 변화는 매체의 온도 변화에 상응하지 않으며 다시 말해 그 매체의 온도 변화에 서로 직접 비례 관계 속에서 상응하지 않는다. 여러 사물은 동일한 온도 속에서 비교되면 특정화된 열이나 열용량 비례 수를 준다. 그러나 이런 사물의 열용량은 상이한 온도 속에서 변화되니 특정한 형태의 변화가 등장하는 것은 이 상이한 온도와 결합돼 있다.”(논리학 초판, GW11, 197)

이렇게 비중과 온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비중과 온도가 다 같이 척도이지만, 그 척도가 사물 자체와 맺고 있는 관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비중은 사물에 대해 외면적이지만, 온도는 사물에 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게 척도가 사물에 대해 내면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때 그런 척도가 이제 실재하는 척도 또는 특정화하는 척도[spezifische Mass]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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