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국선언문〉 [윤석열 탄핵과 우리의 민주주의 – 시대와 철학]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시국선언문〉
지난 12월 3일 밤 우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민주 공화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하던 자가 계엄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여 정치적 반대자들을 처단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이는 민주 공화국을 부정하는 독재자의 야만적 폭거이자 명백한 반란 행위다.
민주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반란 수괴의 야수적 책동에 경악한 시민들은 황급히 국회로 달려가 맨몸으로 반란군의 진입을 막았다. 시민들의 용기 덕에 국회의원들은 반란의 시계를 잠시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야수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반란 수괴와 하수인들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12‧12 군사 반란 이후 45년이 지난 오늘 반란 수괴 윤석열은 자신의 범죄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고도의 통치 행위이자 구국의 결단’이라고 강변하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했다. 자유와 민주가 살해당한 순간이었다.
이 자의 썩은 내 나는 발악에 대법원과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하고 나섰다. 반란군의 총칼은 막았지만, 반란 동조 세력의 반동적 음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군 통수권은 아직도 윤석열에게 있다. 이 자가 외환을 구실로 내란 범죄를 덮으면서 영구 집권 시도를 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방심은 이르다.
동은 아직 트지 않았다. 야수의 밤을 끝내고 민주의 아침을 맞이하려면 반란자들의 2차 책동과 암약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민주 시민의 이름으로 다음을 명령한다.
하나, 탄핵 가결을 방해한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탄핵 가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반란 수괴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을 출당시켜라.
하나, 검찰은 내란 범죄 수사에서 당장 물러나라. 내란 범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의 개입은 공소 기각을 노린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구나 검찰은 이미 국민의 믿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하나, 경찰과 공수처는 반란 수괴 윤석열과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들을 긴급 체포하라.
하나, 헌법재판소는 시민들의 민주적 의지에 부응하여 탄핵 심판을 통해 윤석열을 파면하라.
하나, 보수 언론은 언론 중립을 구실로 반란 옹호론을 묵인하거나 교묘히 확산시키려는 시도를 포기하라.
이 모든 것은 특정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반란 수괴와 하수인들의 처벌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민주화 이후 사상 초유의 헌정 유린을 경험한 우리는 87년 헌법의 취약성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현재의 헌정 체제는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것을 지지하거나 묵과하려는 이들이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오인된 자유주의가 입헌 민주주의 체제를 치명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목격했다. 우리 국민은 시민의 민주 역량을 폄하하고 직접 민주주의의 계기를 봉쇄하는 과두적 민주주의 체제가 어떻게 독재자의 준동을 용인하고 입헌 민주주의 질서를 위기에 몰아넣는지 절절하게 경험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입헌 민주주의 체제를 세워야 하는 ‘헌법의 순간’에 직면했다. 새로운 입헌 민주주의 체제는 오염된 자유를 평등과 연대의 정신으로 정화해야 한다. 시민들이 입법, 사법, 행정 엘리트들의 통치를, 수탈적 자본의 지배를 민주적으로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헌법으로 보장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구제해야 한다.
야만의 밤, 국회 앞에서 야수들의 이빨을 맨몸으로 막으며 몰아낸 민주 시민들의 기백과 지혜를 보라. 반란군의 총이 두려워 국회를 버리고 도망간 의원들에게, 반란 수괴의 위세에 질려 반대할 엄두도 내지 못한 장관들에게, 이태원에서 죽어간 청춘들에 대한 애도조차 금지하는 ‘지도자’들에게 나라를 맡기는 체제가 과연 건강한 것인가? 더는 우리 국민의 용기와 지혜를 의심하지 말라. 우리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 민주 시민의 용기와 지혜를 믿으면서 가장 민주적인 공화국을 세우도록 하자. 야수들이 날뛰는 야만의 밤을 몰아내고 누구도 지배하지 않고, 누구도 지배받지 않으며, 누구도 저버리지 않는 참다운 민주 국가의 아침을 맞이하자.
민주 시민 만세!
민주주의 만세!
민주공화국 만만세!
2024년 12월 12일
사단법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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