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학생들의 시국선언에 침묵하는 언론과 어른들이여![시대와 철학]
응답하라! 학생들의 시국선언에 침묵하는 언론과 어른들이여![시대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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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미(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대학의 어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난 6월 18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국정원선거개입 관련 시국선언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중 시국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19일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과 경찰 축소수사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20일에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시국선언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비운동권 성향의 서울대 총학생회의 이러한 행보는 곧 다른 비운동권 총학을 포함한 대학들의 동참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종교계도 서서히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시국선언 추진 운동은 SNS를 통해 확산된 것과 비운동권 총학, 총학이 아닌 ‘보통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가 특징적이다. 총학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시국선언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성신여대는 SNS를 통해 하루 만에 자신을 ‘보통 학생’이라 밝힌 119명이 모여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119명의 학생들은 정치적 중립의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총학생회장의 직함으로 대통령 직속 기구에 소속된 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 하면서 ‘사회문제에 학생 자격으로 목소리를 내는 시국선언’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주저하는 총학의 언행은 모순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는 정치외교학과 학생 4명이 ‘양심선언’을 발표했다. 이렇게 대학가에서 운동권, 비운동권의 범주를 깨고 자발적 정치참여가 시작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대학 내의 운동이 전멸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교수나 재야인사, 종교계에서 시국선언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먼저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에 교수 등의 대학가의 ‘어른’들은 그 어떤 뚜렷한 제스처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침묵은 촛불로까지 번지고 있는 대학가의 시국선언과 지지호소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시국선언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해야만했던 그 교수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다른 선언을 준비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때 당했던 상처를 아직도 수습 중인가? 그도 아니면 시국에 대한 온도차가 있는 것일까,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냉소주의에 빠져있는 것일까? 교수들도 개인적으로는 활발하게 의견개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집단적 입장 발표도 없는 작금의 상황에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20대는 88만원 세대, 혹은 삼포세대라고 일컬어진다. 기업은 그들에게 취업하고 싶으면 자신의 절박함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그 절박함이란 것은 수시로 학점으로, 토익 점수로, 해외연수경험으로, 자기소개서로 바뀌건만 취업문은 절대 넓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는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자신의 빈궁함을, 경제적 비참함을 만인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런 그들이 정치에 등 돌리도록 종용한다. 그런 세상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리고 그 노력에 지지를 호소하는 대학생들에게 지금 그 스승들, 멘토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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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언론의 권력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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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쪽 날개로만 힘겹게 날아오르려 하는 대학생들을 언론은 노골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파급력 없는 단순한 ‘선언’으로 끌어내리려는 언론은 침묵하는 방법으로 정치권력을 돕는다. MBC와 YTN의 메인 뉴스에는 시국선언에 대해 아직까지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또한 포털 사이트 ‘네이트(NATE)’에서는 21일에 ‘시국선언’ 단어를 검색하면 사이트가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논란이 커지자 네이트는 단순한 기술상의 오류라고 해명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시국선언’을 검색하면 검색어가 ‘시국의 선언’으로 자동으로 바뀌어 검색되는 기현상이 있었다. 또한 포털 사이트 ‘네이버’ 또한 21일에 ‘다음’과 달리 실시간 검색순위에 ‘시국선언’에 관련된 검색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시국선언을 검색하지 못하게 하려는, 이슈파이팅을 저지하려는 의도인지, 그저 단순 오류인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네이트와 네이버의 검색어 조작논란은 이러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있었고, 그때마다 전문가들의 조작에 대한 근거제시와 함께 네티즌의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보다 더 적극적인 언론들은 정치세력들과 함께 돌팔매질에 돌입했다. 조중동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수사과정에 있는 사건에 대해 ‘시국’ 운운하는 것은 과잉행동이라는 자신들의 주장과 함께 따라서 ‘시국’에 대한 논쟁이, 선언에 찬성하지 않는 학생들의 반발이 학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기사를 싣고 있다. 그리고 특히나 학생들의 선언이 무게가 없다거나, 그저 또래의 유행 같은 집단행동이라는 등의 ‘권위 있는 교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 파급력을 깎아내리고, 갈등요소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진부하지만 언제나 효과를 보장하는 ‘물타기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수사 축소 및 은폐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을 앞에 두고도, NLL 대화록을 공개하겠다는 유치하고 진부한 협박이 통하리라 생각하는 정부와 국정원, 집권여당의 수준이 개탄스럽다. 하지만 그보다 더 쓰라린 점은 이러한 방법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이다. 꾸준히 진행되어온 권력의 언론 잠식은 박근혜 지지율 70%라는 경이로운 효과를 드러냈다. 인사 참사와 외교에 대한 무능력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말이다. 그러니 권력이 학생들의 선언문따위야 묵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끝없이 ‘권력앓이’하고 있는 언론이 든든히 버티고 서서 적절한 어휘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그 사안 자체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중대하고 위급한 문제임에도 언론은 애써 이것을 ‘민감한 정치적 문제’로, 따라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논조로 문제를 축소시키려 한다. 2008년의 촛불집회는 국민의 주권과 건강권이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뛰었다. 그래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 형성과 의제 설정을 위해 제 4의 권력으로서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언론은 이명박 정부의 방통위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해고·해직의 칼날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결국 괴사(壞死)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제 기능을 잃어버린 언론은 정권의 나팔수로 활동하던 지난 세월을 그대로 반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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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촛불은 번져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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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은 21일부터 광화문에서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돌입했다. 주말인 23일에는 시민들이 합세하여 500여 명이 광화문에 모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경찰은 최루액을 분사하였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고교생의 얼굴에 최루액을 분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촛불집회에서 경찰은 집회의 양상을 고려하지 않고, 진압수위를 높이는 충성심을 보인 것이다.
‘민감한 정치적 문제’라는 용어로 국민을 주춤하게 만들고, ‘종북좌파’라는 틀거리로 학생들을 옭아매면서,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라는 눈가리개를 통해 박근혜 정부는 촛불을 꺼버리고 싶어 한다. 이명박의 정치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박근혜 정부는 촛불을 두려워하는 것 또한 닮아있다. 하지만 2008년에 비해 보다 더 정부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미온적인 태도의 교수들과 어른들, 일베로 대표되는 젊은 ‘넷(net) 극우파’들의 극성스런 방해로 이번 학생들의 촛불은 채 자신을 다 태우지도 못하고 사그라져갈지도 모른다. 다시금 촛불이 번져갈 수 있을까? 그것은 ‘정상적인 나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싶다는 학생들의 절실한 바람과 정당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답하고, 자발적으로 응하는 태도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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