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강해(81) [이정호 교수와 함께하는 플라톤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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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 강해(81)

 

VI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현실 국가 분석(제8권-제9권) 

A. 부정의한 나라들과 부정의한 개인들.

3. 민주정과 민주정적인 인간, 필요한 욕구와 불필요한 욕구(555b-562b)-(1)

 

[555b-558c]

* 소크라테스는 이제 과두정ὀλιγαρχία에서 민주정δημοκρατία으로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언급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과두정이 좋음ἀγαθός이라고 내세우는 부에 대한 끝없는 추구ἀπληστία, 즉 최대한으로 부자πλούσιος가 되어야 한다는 끝없는 추구 때문에 일어난다.(555b) 게다가 많은 재산을 소유κεκτῆσθαι해야 통치자들οἱ ἄρχοντες이 될 수 있어서 젊은이νέος들이 자기 재산을 낭비ἀναλίσκειν해서 탕진ἀπολλύναι해버려도 법으로 막기는커녕 그들의 재산을 사들이고 돈놀이도 하여εἰσδανείζοντες 더 부유해지려고 한다. 그래야 더 존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시민πολίτης들이 절제σωφροσύνην를 충분히 갖추기란 불가능하다,(555c) 그래서 방탕함을 방관하고 부추기는 과두정에서는 비천하지ἀγεννής 않은 사람들이 가난뱅이πένης가 되는 일이 때때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중 빚χρέος을 지고 시민권을 박탈당한ἄτιμοι 자들의 경우 침도 달고κεκεντρωμένοι 무장도 다 갖추고서ἐξωπλισμένοι(555d) 자신의 재산을 차지한 사람들을 미워하고μισοῦντες 음모를 꾸미며ἐπιβουλεύοντες 변혁νεωτερισμός을 열망한다ἐρῶντες. 하지만 저 돈벌이꾼들οἱ χρηματισταὶ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돈벌이에만 매달려 나라에는 수벌κηφήν과 거지πτωχός들이 넘쳐난다.(555e)

* 이런 해악κακός이 불타올라도ἐκκαόμενον 통치자들은 그것을 막을 법적 방도 즉 시민들이 덕ἀρετῆ에 마음 쓸 수ἐπιμελεῖσθαι밖에 없게끔 하는 법, 이를테면 자발적인 계약συμβόλαιον을 할 때(556a) 본인이 그 위험을 감수하고 계약하게 만드는 법조차 마련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정작 통치자들 자신과 그 가족들은 호사스럽게 지내며 육체적인 것τὰ τοῦ σώματος이든 정신적인 것τὰ τῆς ψυχῆς이든 수고πονος를 감당하지 못하고(556b) 쾌락ἡδονή과 고통λύπη에 맞서 버텨내기καρτερεῖν에도 유약하고μαλακός 게으르다ἀργός. 그런데 그러한 상태에서 통치자들과 통치받는 자들이 전장에서든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맞닥뜨린παραβάλλωσιν 경우 그들 자신 결코 부자들에게 얕보이지καταφρονῶνται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556c) 이를테면 부자들과 전장에 나란히 배치되었을 때 부자들이 숨을 헐떡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종종 보게 되면서 가난한 자는 자신들이 못나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마침내 ‘저자들은 우리 밥이야!ἡμέτερος 별것도 아니다’εἰσὶ οὐδέν라고 여기게 되면서 서로 그 말을 퍼트린다.(556d) 그 결과 과두정의 나라들은 서로의 동맹군συμμαχία을 불러들여 내란을 벌이게 되고 결국 나라가 병들게 된다.(556e)

* 민주정은 이러한 싸움에서 가난한 자들οἱ πένητες이 승리하여νικήσαντες 상대편 가운데 일부는 죽이고ἀποκτείνωσι 일부는 추방하고서ἐκβάλωσι 남은 자들에게 이 정치체제의 시민권과 관직을 추첨κλῆρος의 방식으로 균등하게ἐξ ἴσου 나누어 줄μεταδῶσι 때 출현한다. 무력ὅπλον에 의해 세워지든, 상대편이 겁을 먹고 도망가서 세워지든, 민주정은 그와 같이 수립κατάστασις된다.(557a)

* 이어서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수립된 민주정 체제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즉 민주정의 기본 성격에 대해 언급한다. 이 역시 한마디로 이 나라는 자유ἐλευθερία 즉 거침없는 발언의 자유παρρησίας와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제멋대로의 자유ἐξουσία가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각자가 자기 마음에 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갈κατασκευάζοιτο 것이기에(557b) 이 정치체제πολιτεία는 마치 온갖 꽃ἄνθος이 수놓인 다채로운ποικίλος 겉옷ἱμάτιον처럼 모든 정치체제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καλλίστη 체제로 여겨진다.(557c) 그래서 이곳은 제멋대로의 자유 덕분에 정치체제들의 만물전παντοπώλιον에 간 사람처럼 정치체제를 탐색하기에도 맞춤한 곳이기도 하다.(557d).

* 이 나라 안에는, 설령 자네가 다스릴 능력이 있어도 다스려야 하는 강제ἀνάγκη도 없고 다스림ἄρχειν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스림을 받아야 하는 강제도 없다.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싸워야 한다는 강제가 없고 평화εἰρήνη를 원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지낸다고 해서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강제도 없다. 또 관직을 맡거나 재판관 일을 하는 것δικάζειν을 금지하는 법령이 있다고 하더라도(557e) 원하면 그것을 할 수 있다. 이 정도로 이 정체는 환상적θεσπέσιος이고 또 즐겁다. 하물며 이 정치체제에서는 사형θανάτου이나 추방φυγή형의 평결을 받은 자들조차 여전히 사람들 속에 머물러 살면서, 아무도 신경 쓰지도 눈여겨보지도 않는 가운데, 마치 영웅의 혼백처럼ὥσπερ ἥρως 돌아다닌다.(558a) 이 만큼 이 정치체제는 너그럽고συγγνώμη 전혀 좀스럽지μικρολογία 않지만, 나라를 세울 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은 무시καταφρόνησις한다. 이 체제는 월등한ὑπερβεβλημένην 자질을 지니고 어려서부터 내내 아름다운καλός 것들 속에서 놀며 나랏일을 수행해내는 뛰어난ἀγαθός 사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대중πλῆθος에게 호의εὔνους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만 하면 그 사람을 높이 평가할 정도로 그 중요한 모든 것들을 대범하게μεγαλοπρεπῶς 짓밟는다.(558b) 이런 것들이 그리고 이와 자매ἀδελφή관계에 있는 것들이 민주정의 특징이다. 이 정치체제는 다스림이 없고ἄναρχος 다채로우며ποικίλος 즐거운ἡδύς 체제이고 동등한ἴσος 자에게나 동등하지 않은 자에게나 일종의 동등함ἰσότης을 똑같이 나누어 준다.(55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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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5c ‘시민들이 절제sōprosynē를 충분히 갖추기란 불가능하며’ : 절제는 이상국가에서 생산자 즉 시민이 갖는 덕목으로 ‘물질적 욕구에 대한 절제’의 의미도 지니고 있지만 ‘다른 계층들과의 조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한마음 한뜻homonoia이 되는 능력’으로서 생산자 계층뿐만이 아니라 통치 계층, 전사 계층 모두에게 요구되는 공통의 덕이기도 하다.(431e-432a) 절제가 좁은 의미의 정의로 여겨지는 까닭도 그것에 있다. 그러나 앞서 살폈듯이 과두정 치하에서는 계층 간 조화와 공존의 덕으로서 이와 같은 절제가 무너져 계층들 간 상이했던 욕망들이 서로 뒤섞이면서 결국 계층 간 욕망구조가 하나로 등질화되기에 이른다. 수호자 계층은 물질적 욕구로 확장 변질된 만큼 권력으로 생산자 계층의 부를 침탈하여 더 큰 부자가 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사유재산이 허용되었던 생산자 계급 또한 권력에도 관심을 갖게 된 만큼 자신들의 부로 관직을 사서 통치에 참여하고 그 힘으로 다시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 555d-e : 그리고 이러한 부를 위한 경쟁 과정에서 비천하지 않았던 수호자들이 가난뱅이가 되는 일도 일어나고 비천한 평민들이 자신이 모은 돈으로 관직을 사들여 마치 고귀한 자라도 된 것처럼 권력을 휘두르는 일도 일어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욕망구조의 등질화가 달성된 과두정 치하에서 평민도 정치적 욕구를 갖고 관직에 참여할 수 있음은 이미 그 자체로 민주정체의 씨앗이 뿌려지고 자라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최대한 부자가 되려는 세태에서 가산을 탕진하고 빚을 지거나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방식으로 소수 사회기득권층에서 밀려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 침이 달린 수벌이 되어 과두정을 무너뜨리고 민주정을 세우는 주체들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과두정이 무너지는 첫 번째 원인으로 과두주의자들이 대중을 부정의하게 대우할 때를 꼽으면서 과두정이 무너지는 여러 역사적 사례들을 들고 있다. 그러나 그 사례들에 따르면 과두정이 무너진 다음의 정치체계가 다 민주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정치학> 제5권 제6장 참고)

*556b ‘자발적인 계약을 할 때 본인이 그 위험을 감수하고 계약하게 만드는 법’ : 이를테면 법으로 정한 기준 이상의 폭리를 조건으로 계약할 경우 또는 가난한 자의 생존까지 위협할 정도로 채무 계약을 맺는 경우 그 계약을 무효화하는 법 등.

* 557c ‘이 정치체제politeia 안에는 온갖 종류의 아주 다양한pantodapos 사람들이 생겨날 것 같네’ : 정치체제의 원어 politeia는 <국가>의 원제이기도 하지만 강해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나라의 정치체제’라는 뜻과 더불어 ‘개인이 영혼을 다스리는 방식’, ‘시민의 일상적 삶의 방식’의 뜻도 갖고 있다. <국가>라는 제목 아래에서 나라와 개인의 영혼이 지속적으로 평행을 유지하며 갖은 원리로 설명되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민주정체에는 이처럼 ‘제멋대로의 자유’를 구가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갖고 사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염두에 둘 것은 이들의 욕망구조는 과두정 이후 이미 물질적 욕구, 부에 대한 욕구로 획일화되어 있다. 민주정에서 다양함이란 그 부를 획득하기 위한 방편적 다양성 또는 부를 토대로 펼칠 수 있는 물질적 쾌락적 삶의 다양성을 의미할 뿐이다. 삶의 방식의 진정한 다양성은 본성에 기초한 서로 다른 적성과 소질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상이한 욕망들을 서로에 대한 침범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구현하는 데서 나온다. 플라톤의 철인왕정과 민주정이 갖는 근본적인 차이도 여기에 있다. 철인왕정에서는 욕망구조 상 철학자가 통치에 적성이 있고 다른 계층은 생산이나 제작에 소질이 있어 통치는 철학자들이 서로 돌아가며 맡고 있고, 민주정에서는 욕망구조상 물질적 욕구로 등질화되어 있으나 재화는 한계가 있어 그것의 배분을 위한 권력 내지 관직을 모두가 돌아가며 수행하고 결정 또한 모종의 질적 원리가 아니라 머릿수를 기준으로 한 단순 양적인 원리 즉 다수결에 의해 결정한다. 플라톤 말대로 정치체제의 타락이 욕망구조의 변화에 따라 생긴 것이라면 민주정의 다수결 원리와 관직의 평등한 배분은 분명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욕망이 획일화된 타락한 민주정 단계에서는 플라톤이 보더라도 달리 어쩔 수 없는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과두정이 민주정으로 바뀌게 된 것은 욕망구조는 동일함에도 정치적 결정권을 소수 부자들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558a ‘마치 영웅의 혼백처럼’hōsper hērōs : 원문대로 번역하면 ‘마치 영웅처럼’이다. 그런데 통상 아테네에서 영웅이 거리에 나오면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은 영웅이 아닌 범죄자일 뿐이다.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는 범법 자체가 일상화되어 있어 범죄자에 무감각해서 일수도 있고 사형 또는 추방되었을 범죄자가 나돌아다닐 일이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범죄자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자기가 버젓이 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쭐해서 자신을 영웅처럼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민주정은 타락해있다. 어쨌거나 이러한 이유로 범죄자가 영웅처럼 나돌아다니는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런데 원문대로 그냥 ‘영웅처럼’으로 번역할 경우 사실과 다르게 ‘사람들이 영웅에 신경 안 쓰는’ 이상한 경우가 되어 앞뒤에 맞게 ‘영웅의 혼백’으로 보통 번역한다. 참고로 헤시오도스 신화에서는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어 축복의 섬에 간 네 번째 시대 사람들 즉 죽은 전사들을 hērōs로 일컫고 있다.

* 558c ‘이와 자매 관계에 있는 것들’ ; 이를테면 법보다 시민 다수의 결의psēsimata가 최고의 권위를 갖는 것.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129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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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살폈듯이 과두정에서는 계층과 영혼 전체에 걸쳐 물질적 욕구의 등질화와 획일화가 전면적으로 관철되어 있다. 권력 또한 다만 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관직은 소수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된 상태이다. 게다가 과두정은 부에 대한 경쟁에서 뒤진 자들의 파산이나 방탕한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낭비마저 소수 부자들의 부의 축적에 득이 된다고 여겨 그것을 막기 위한 어떠한 법적 장치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과두정은 나날이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소수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거지가 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과두정은 부에 대한 끝없는 추구를 멈추기는커녕 더욱 가속화함에 따라 결국 사회적 빈곤층과 소외계층들로 하여금 변혁에 대한 열망을 갖게 만든다. 게다가 이들은 소수 통치자들과 만나거나 부딪치는 여러 경험들을 통해 결코 자신들이 그들보다 못나거나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변혁의 열망을 실천적으로 구체화하기에 이르고 마침내 동맹군을 결성하거나 다른 민주정체의 나라에서 동맹군을 불러들여 내분을 일으켜 과두정을 무너뜨린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정치체제가 곧 과두정 다음에 민주정demokratia이다.

* 플라톤이 기술하고 있는 정치체제의 타락과정에는 아테네 정치현실에 대한 그 자신의 역사적 경험이 분명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국면 특히 아테네 멸망 직전 상황에 대한 일부의 서술을 제외하면 타락과정의 순서나 계기, 전체적인 흐름에서 기본적으로 실제 아테네 정치사 전체와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다. 실제 아테네 정치사에서 굳이 소수의 지배로서 과두정을 찾아보자면 기원전 8세기 귀족정을 예로 들 수 있지만 그 정체는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금권정으로서 과두정으로 보기 힘들고, 설사 과두정으로 본다할지라도 그 이후 정치체제로서 민주정이 들어선 것도 아니다. 그리고 기원전 7세기 솔론이 개혁의 일환으로 채택한 제도가 이곳의 과두정처럼 토지와 재산에 따라 관직을 부여한 일종의 금권정이라고 해도, 그 체제에서는 이곳처럼 부의 소유가 무제한 허용되기는커녕 채무의 탕감과 채무 노예의 방지책 등 평민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한 배려가 중요한 정책적 요소로 반영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타난 정치체제 역시 민주정이 아니라 페이시스트라토스(기원전 600-527)의 참주정이었다. 그리고 아테네에서 민주정의 등장과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는 기원전 508년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 또한 금권정이 아닌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참주정을 타파한 데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을 주도한 클레이스테네스 자신 또한 가난한 평민이 아니라 귀족 출신이었다. 물론 아테네 정치사에서 과두주의자들은 늘 존재했지만 과두정체라는 현실 정체로서 집권했다가 민주정체로 바뀐 사례를 굳이 꼽자면 오랜 전쟁 이 가져다 준 만성적인 긴장감 때문에 기원전 411년 400인에 의해 잠시 일어났다가 패퇴된 과두정 혁명과 기원전 404년 30인 과두정이 수개월 집권했다가 민주정파에 의해 타도된 경우가 전부일 정도이다. 게다가 그 30인들 모두 비록 과두주의자들이었지만 이미 당시부터 참주들로 불리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들을 타도한 사람들이 처음으로 민주정을 수립한 사람들이 아니라 페리클레스 이래 오랜 기간 민주정파를 이끌어 온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이곳의 경우와 일치하지 않는다.

*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아테네에서 민주정이 등장하고 발전한 과정 자체가 이곳에서처럼 모종의 혁명적인 과정을 통해 일시에 이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테네 민주정의 발전은 멀리는 귀족과 평민의 갈등을 조정하려 했던 솔론에서부터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을 거쳐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이후 평민 계급의 정치적 신장을 발판으로 확립된 페리클레스 시대의 전성기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룩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존 세력의 처형과 추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민주정을 혁명적으로 태생시키기 위한 특정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정이 안정적으로 확립되기 이전 참주 페이시스트라토스나 클레이스테네스의 치하 권력 투쟁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기원전 427년 뮈틸레네 사람들의 처형건과 기원전 406년 아루기누사이 해전 당시 장군들의 처형과 추방 또한 기원전 6세기 초 민주정으로 체제 변혁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민주정이 확립된 다음 오히려 민주정의 장기 지배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초래한 폐해의 일환으로 일어난 일들이다. 이곳에서 플라톤은 민주정 치하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에 대한 부정적 마치 일거에 일어난 사건인 양 압축하여 기술하고 있다. 다만 기원전 404년 30인 과두정이 무너진 후 민주정파에 의해 저질러진 스승 소크라테스의 처형은 플라톤 자신에게 민주정에 대한 혐오를 안겨다 준 충격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이곳에서 플라톤이 기술하고 있는 정치체제의 타락과정은 앞서 살폈듯이 비록 부분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역사적 사실들 내지 정치현실의 분석 또는 그 변화 과정에 기초한 플라톤 나름의 역사관을 담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펴온 주제들 즉 이상적인 정의로운 국가와 개인 그리고 부정의한 국가와 개인 중 어느 나라와 개인이 더 행복한가를 보다 극명하게 판정하기 위해 플라톤 나름 인위적으로 기획된 이른바 방편으로서 정치체제의 타락과 변화과정에 대한 기술이라 할 것이다.

* 한편 <국가> 제8권에서 플라톤이 기술하고 있는 민주정의 특징들과 민주정 치하 민중들의 행태들은 플라톤을 반민주주의자로 규정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전거로 평가되어 왔다. 왜냐하면 플라톤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는 여러 제도상 행태 상 특징들을 일단 민주정의 특징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민주정을 타락한 정치제제의 하나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곳에서 플라톤이 압축해서 인용하고 있는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특징들 가운데 제도 차원에서 제시한 것을 꼽자면 그것은 곧 ‘평민들 모두에게 재산과 신분에 상관없이 시민권과 관직을 균등하게 배분하고 그 배분 방식 또한 추첨에 따른다는 것’(557a) 그리고 그에 덧붙여 ‘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다는 것’이다.(557b) 플라톤이 제시한 이러한 민주정의 특징들이 일단 당대 받아들여지고 있는 민주정의 일반적인 특징이라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정치학> 제6권 제2장 ‘민주정의 원리와 제도’ 부분에서 민주정의 근본 원리를 자유 즉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재산의 크기와 무관하게 추첨을 통해 관직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1317b)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실제 아테네 민주정에서도 그대로 시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최소한 이곳에서의 민주정의 제도와 관련한 플라톤의 언급은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 반면 민주정의 이러한 특징들은 플라톤이 앞서 이상국가론에서 언급해온 주장들과는 크게 배치된다는 점에서 타락한 정치체제의 하나로 민주정을 기술하고 있는 플라톤의 기본 의도와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에 따르면 사회적 역할의 배분은 철저히 자연적 소질과 적성에 따른 특정의 조건 하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민주정은 어떠한 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모두를 대상으로 그것도 추첨이라는 우연적 방식으로 관직을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눈여겨 볼 것은 민주정에 대한 플라톤의 기술이 당대 민주정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가 전부라는 점이다. 이곳에서 플라톤이 기술하고 있는 민주정에 대한 제도 관련  이외의 언급들을 들여다보면 그 가운데 굳이 역사적 사실 또는 당대 민주정의 일반적인 특징과 일치하는 부분은 다만 아테네가 멸망하기 직전의 모습 즉 민주정이 최악의 상태에 빠져 내전과 분란과 각자도생에 시달리며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을 때의 모습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것을 제외한 민주정에 대한 플라톤의 나머지 기술들은 아테네 민주정이 걸어온 역사적 사실과도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라톤은 민주정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든 사항들까지 민주정의 이름으로 끌어들여 마치 민주정의 본질적인 타락상인 양 열거하고 있다. 그 결과 어느 지점에 이르면 과연 플라톤이 현실 정치체제로서 민주정을 비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임의로 세운 가공의 민주정 내지 피폐한 민주정의 일단만을 부각시켜 과장해서 비판하고 있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이러한 사안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민주정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플라톤이 제시하고 있는 ‘제멋대로의 자유’exousia이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으로서 자유’는 민주정이 근본으로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원리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플라톤이 기술하고 있는 자유는 일반적인 민주정이 지향하는 근본 원리로서 자유와 크게 다르다. 이곳에서 플라톤이 말하는 ‘제멋대로의 자유’에 따르면 다스림을 받아야 할 강제도 전쟁에 참여해야 할 강제도 없고 무엇보다 추첨을 통해 누구라도 관직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라가 정한 법령에 따라야 할 강제도 없다. 설사 형벌의 평결을 받았어도 민주정 체제에서는 전혀 눈치도 신경도 쓸 필요 없이 형벌의 평결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 똑같이 지낼 수 있다.

*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고 있는 민주정의 특징들과 실제 전성기 아테네 민주정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앞서도 살폈듯이 민주정에 대해 플라톤이 이곳에서 기술하고 있는 내용들은 제도의 측면을 제외하면 당대 현실 정치체제로서 일반적인 민주정의 양태와 거리가 멀다. 우선 민주정은 재산과 신분에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관직에 참여할 수 있고 하고 민회나 재판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술하고 있는 민주정의 일반적인 원리나 제도 또는 아테네 민주정이 취한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분명 자유가 근본 원리이기는 하지만 그곳에는 이곳에서 플라톤이 기술하고 있는 내용과 달리 엄연히 시민으로서 각 개인이 따르고 지켜야 할 법적 강제성이 존재하고 누구라도 추첨을 통해 관직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곳에는 사전에 군역과 납세 의무, 하물며 부모에 대한 공경의 의무 등 엄격한 자격 심사dokimasia는 물론 임명 후 관리들에 대한 계속적인 통제 방책epicheirotonia도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길 경우 고발은 물론 처벌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관직 또한 전횡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한 종류의 관직이 아니라 여러 관직을 돌아가면서 맡되 기간도 짧은 기간만 맡겼다. 그리고 장군직이나 재정직 같은 전문적인 식견이 요구되는 관직은 추첨이 아니라 선출의 방식으로 임명되었고 그 또한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여러 가지 견제 방책이 강구되어 있었다. 결코 제멋대로의 자유가 아닌 것이다.(e시대와 철학, 시철북 & 아카데미에 필자가 올린 ‘기획연재-고대 그리스 문화 대탐험, 주제 2 : 아테네 민주정과 그 형성’ 참고)

*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이곳에서 플라톤이 기술하고 있는 민주정은 현실 정치체제로서 오늘날 민주주의는 두말할 나위가 없고 당대 일반적인 민주정과도 거리가 멀다. 설사 정치적 최고 결정권자로서 시민들이 그러한 정치체제를 민주정의 이름으로 수립하고 제멋대로의 자유를 선언했다하더라도 그 자체가 일체의 법적 강제성을 배제하는 것인 한, 그것은 권력에 의한 법적 강제성이라는 정치체제의 기본 특징을 결여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정치체제 중 하나로 분류조차 되기 힘든 것이다. 플라톤도 언급하고 있듯이 그 민주정이 실제로는 지배하는 사람 즉 통치자가 없는 무정부 상태anarchos를 말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민주정은 결코 무정부 상태의 정치체제가 아니다. 설령 시민이 무정부이외에 다른 통치를 배제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자가 없다는 것은 실질적인 시민의 지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민주정이 아니다. 철인왕은 물론 명예주의자나 과두주의자, 참주를 배제한다고 해서 바로 민주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인 강제성을 갖고 지배하는 권위 있는 주체와 관료체계가 있어야 하나의 정치체제가 될 수 있다. 오늘날 무정부주의anarchism자들이 내세우는 체제는 시민 구성원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 모두가 자율로서 서로에 대한 자발적 강제성을 갖고 성립하는 체제라는 점에서 하나의 정치체제로 불릴 수 있지만, 이곳에서 플라톤이 말하는 민주정의 시민들은 자율로서 서로에 대한 자발적 강제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말 그대로 제멋대로 자유만을 가진 자들이다. 물론 모종의 비슷한 정치체제로서 자유방임주의 체제로 볼 수 있지 않느냐라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자유방임주의국가가 야경국가로 불렸음이 보여주듯이 그것은 시장에 국한된 것이었고 최소한 국방과 시민 질서 등 국가 안전과 관련한 영역에서는 엄연히 정부의 역할이 존재했다. 요컨대 플라톤이 말하는 민주정은 이른바 정치체제로서 민중이 지배하는 민주정도 아니고 오늘날 말하는 자유방임주의체제도 아니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것은 정치체제가 아닌 플라톤도 내용적으로 인정했듯이 그냥 ‘다스림이 없는’ 상태이다. 이에 비해 아테네 현실 민주정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일반적인 민주정은 정치적 주요 결정이 옳건 그르건, 바람직하건 바람직하지 않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간에 다수 대중에 의해 결정되었고 그 법적인 강제성이 담보되었다는 점에서 이곳에서 플라톤이 말하는 민주정과는 근본에서부터 다른 것이다.

*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많은 연구자들이 그래왔듯이 이곳에서 플라톤이 제시한 민주정에 대한 비판들만을 토대로 플라톤을 반민주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이론적 온전성과 타당성을 갖추지 못한 일종의 범주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물론 기타 여러 가지 관점에서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비판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가 자유방임체제로서 이곳의 민주정을 비판한다는 것을 근거로 그를 반민주주의자라고 한다면 아마도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주의 지지자들도 반민주주의자로 불려 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조차 ‘제멋대로의 자유’까지 내세우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민주정이 자유를 근본 원리로 하더라도 ‘누구나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까지 유익한 일로 여길 경우 그것은 인간들 각자에게 있기 마련인 나쁜 것을 감시하고 방호할 수 있는phylattein 힘을 갖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 단언하고 있다.(1318b, 40)

*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는 플라톤 자신 민주정과 관련한 이곳의 언급이 당대 일반적인 민주정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왜 민주정의 타락상을 논하는데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 ‘제멋대로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내걸었는지 그 배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곳에서 제멋대로의 자유와 관련하여 플라톤이 설명하고 있는 민주정의 여러 모습들은 욕망구조의 측면에서 이상국가의 특징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익히 알고 있다시피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구성하는 각 계층과 개인들은 각자의 자연적 소질에 따라 각자가 속한 사회 계층과 자신의 내적 영혼에서 각각 자신의 고유 역할과 능력을 최선으로 발휘할 때 가장 행복한 나라와 개인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욕망구조에서 서로 상이하고 다양한 본성들을 온전하게 보전하되 절제의 덕을 통해 그것의 조화를 구현할 때 가장 행복한 개인이 되고 가장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기술된 민주정과 민주정적 인간은 이미 욕망구조에서 물질적 욕구로 등질화 내지 획일화된 상태에서 실제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온갖 형태의 욕구를 아무런 장애 없이 제멋대로 충족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욕구가 어떻든 종국적 목표는 오로지 물질적 욕구 돈에 대한 욕구로 귀착해 있다. 한마디로 민주정에서는 전 계층이 돈에 대한 욕구에 예속되어 있고 그 욕구를 제한하는 어떠한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러한 민주정의 삶의 양태는 분명 자연적 소질의 다양성을 토대로 서로 상이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끼리 나라에서건 영혼에서건 최선의 조화와 공존을 구현하려는 플라톤 이상 국가의 목표와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모습들이다. 그런데 지금 플라톤은 행복과 정의와 관련한 최종적인 판정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타락한 정체들과 그것의 특징들을 욕망구조의 변질 차원에서 차례대로 논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플라톤은 ‘제멋대로의 자유’가 노정한 그와 같은 민주정의 삶의 양태들을 최악의 정치제제로서 참주정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플라톤에게 참주정 직전의 타락상을 구성하는 근거로서 그 보다 더 적합하고 자연스러운 것은 없었다. 플라톤이 타락한 정치체제로서 민주정을 다루면서 여러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민주정에서 중시하는 자유와 다르게 유독 무제한의 자유 즉 제멋대로의 자유를 민주정의 핵심 특징으로 내세운 까닭도 그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플라톤은 민주정을 다루면서 민주정 그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민주정이 왜 수립과 동시에 머지않아 와해될 수밖에 없는 매우 불안정한 정치체제인지를 밝힘과 동시에 민주정의 무제한의 자유가 어떻게 무제한의 예속을 초래하며 판정의 최종단계인 참주정으로 이행하는지를 규명하려 했던 것이다.

* 그런데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난 정치체제의 타락단계를 들여다보면 플라톤은 각각의 정치체제와 개인을 고찰하면서 내적으로는 욕망구조의 변질 과정을 토대로 하되 형식상으로는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집착하는 가장 속물적인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가치들을 마치 미리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순서대로 배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명예정의 경우에는 ‘명예’라는 가치가 과두정에서는 ‘돈’이라는 가치가 민주정에서는 ‘자유’라는 가치가 각각 중점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다루게 될 최종적인 판정 대상으로서 참주정은 철인왕의 이성과 대립되는 반이성적 ‘권력’이 배정되어 있다. 그리고 플라톤은 그러한 논의 순서에 맞추어 과두정에서 비롯된 부에 대한 끝없는 욕망에 이어 민주정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제멋대로의 자유’exousia를 제시한 후 그것에 민주정적인 인간이 갖는 ‘불필요한ouk anagkaia 욕구’를 더해 종국적으로 판정과 비교의 최종 대상인 참주정의 특징으로서 무한 예속과 불법적 욕구를 제시한다. 플라톤은 정치체제의 타락과정을 그린 애초 목적대로 행복과 관련한 판정에서 철인왕정의 최종적이고도 궁극적인 비교 대상이자 최악의 정치체제로서 참주정에 그렇게 다가선다.

* 그러나 제8권을 다루는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모든 내용의 기저에는 인간의 욕망구조와 정치체제 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근본적인 철학적 문제의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제8권을 겉으로 드러난 타락한 정치체제와 그것이 추구하는 현실 가치에만 착안하여 논구할 경우 우리는 욕망구조의 변화와 정치체제라는 플라톤 정치체제 변동론이 갖는 철학적 함축을 간과할 수 있다. 인간 욕망의 본질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현실 가치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도 매우 중요한 철학적 과제이지만 인간 본성과 정치체제의 유기적 관계에 관한 플라톤의 근원적 성찰에까지 치열하게 탐문해 들어갈 때 비로소 우리는 제8권에 담긴 정치체제의 타락과정이 갖는 철학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약육강식이 일상이 된 짐승의 시대, 모멸의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참주정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앞서 논의 구도가 그렇듯이 민주정체에 이어 민주정적인 인간에 대한 논의가 아직 남아있다.  -끝-

 

다음 강해 :

VI 본론 3 : 부정의와 현실 비판 – 현실 국가 분석(제8권-제9권) 

A. 부정의한 나라들과 부정의한 개인들.

3. 민주정과 민주정적인 인간, 필요한 욕구와 불필요한 욕구(555b-562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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