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보는 하나의 창 – 『차이나 붐』 서평 (1) [흐린 창가에서-이병창의 문화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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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보는 하나의 창 – 『차이나 붐』 서평 (1)

 

이병창(한철연 회원)

 

1)

요즈음은 좀 뜸해졌는데, 작년 년 말에 언론은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의 파산 위기를 연속해 보도했고 세계의 이목이 일시에 헝다 사태로 집중했다. 일개 기업의 부채 규모가 자그마치 약 3000억 달러라니, 놀랄 만하다. 이 정도는 중국 총 경제 규모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고 하지만, 어디 이게 헝다에만 한정된 일일까?

2012년 경인가 중국 동북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도시마다 엄청난 규모로 아파트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는데 그 많은 아파트 대부분이 비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속으로 의아했지만, 중국은 큰 나라니 무한 세계 앞에서 유한 세계에 적용되는 법칙이 무력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웃었다. 헝다 사태를 보니 중국 역시 무한한 나라는 아닌 것 같다.

헝다 사태를 계기로 중국 사회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찾았다. 이때 우연히 눈에 뜨인 책이 ‘차이나 붐’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 훙호펑의 2015년 저서이다. 부제 ‘왜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라는 제목에 이끌려 구입해 읽었다.

훙호펑은 1980-90년대 후기 식민 시대의 홍콩에서 성장했으며 외가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친중국적이었으나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비판적 입장으로 전환했다. 그는 그 후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에 유학하였으며, 현재는 존스 홉킨스 대학 사회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지금까지 두 가지 연구 프로젝트에 종사했다고 말한다. 하나는 중국의 정치적 근대성의 기원과 특수성을 설명하는 것이며 그 산물로 ‘중국 특색의 저항’(2011) 책을 저술했다. 다른 하나는 중국 경제 부흥의 기원과 핵심 동학을 규명하는 것이며, 그 결과가 이 책이다.

2)

이 책은 서문과 결론에서 보듯이 두 가지 논제에 도전한다. 하나는 등소평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은 오직 자본주의 시장에 편입된 결과이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에 반대하며 사회주의적 유산이 중국 자본주의가 라틴 아메리카식으로 몰락하지 않은 주요 지주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성장하면서 자본주의 헤게모니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이에 반해서 저자는 중국은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편입되어서 상호 의존적으로 되었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중국과 미국에 상호 이익을 줌으로써 세계 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니, 그는 미국의 몰락은 중국의 몰락이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전체적 관점은 월러스틴의 세계 체제라는 개념으로 보인다. 월러스틴은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세계 체제 속에 공생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저자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보는 관점도 그와 유사하다.

3)

이 책 전체는 1부와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주로 중국에서 자본주의 발전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1부에서 그는 명, 청 시대 이미 상업과 무역이 발달했음에도 자본주의적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탐구하고, 이어서 사회주의 시대 자본의 축적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서술한다. 이 부분은 역사적 서술로 흥미롭기는 하지만 당장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아니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다만 사회주의 시대 이루어진 경제적 유산이 1980년대 이후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성공시켰다는 그의 주장만은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런 유산으로 축적된 자본[국유 기업과 시설]과 우수하고 훈련된 노동력 그리고 자율적 정부를 들고 있다. 이런 유산 때문에 중국은 라틴 아메리카의 저주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4)

1부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중국의 개혁 개방이다. 그는 이런 중국의 개혁 개방을 두 단계로 나누고 있다. 그의 입장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는 1978년부터 1989년까지다. 이 시기에 중국은 일부 화교 자본을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주로 지방에 있었던 기존의 사회주의적 국유 기업(또는 집체 기업)이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중국의 자본주의화가 시작했다.

사회주의 시대 농촌에 저장되어 있었던 과잉 인구가 노동자로 제공되었으며, 인플레이션 아래서 기업은 시장 가격과 국정 가격이라는 ‘쌍궤제’를 통해 국정 가격으로 물자를 공급 받아 시장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이윤을 축적했다.

사회주의 시대 노동자를 보호해 왔던 사회 보장 제도가 이 시기 폐지되면서 노동자는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관료와 기업의 유착 관계가 발전하면서 부패가 증가했다.

저자는 이 때문에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천안문 사태의 두 축이었던 학생과 노동자가 분열했다 한다. 학생은 정치적 민주화를 통해 관료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노동자는 정부의 저임금 정책에 반대하면서 사회주의적 사회보장 정책을 회복하기를 요구했다. 그는 양자의 분열 때문에 천안문 사태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한다.

5)

저자는 1992년 등소평의 남순 이후 2003년 장택민이 물러나기까지가 개혁 개방의 두 번째 단계라 한다. 오늘날 중국의 사회 경제를 지배하는 기본 틀이 마련한 것이 바로 이 시기다. 이때 중국은 미국 금융회사의 조언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실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➀ 국유 기업을 개혁하여 수출 기업화 했으며 ➁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사영 기업이 출현했다. ➂ 호구제를 폐지하여 싼값으로 무제한 노동자를 공급했으며 복지 체계를 완전히 해체했다. ➃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저가 농산물 정책을 실행했다. ➄ 국유 은행의 저금리 대출,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값싼 상품을 해외에 수출했다. ➅ 정치적으로 대학 졸업자, 기업가를 당으로 흡수했으며, 수출 기업이 존재하는 연안 지역 출신이 당을 지배했다.

이상의 정책을 본다면 경제적으로는 대체로 한국의 군부 독재 시대 수출 산업화 정책과 무척 닮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주로 차관의 형태로 외국 자본을 끌어들였으나 중국의 경우 외국 자본의 직접 투자에 의존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중국은 이상과 같은 개혁으로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체제로 편입했다. 중국은 해외 금융 자본과 국내 과소 소비[저임금, 값싼 농산물]에 기초하여 저가 상품을 생산하여 미국과 서구로 수출했으며 여기서 쌓인 막대한 수출 이윤을 다시 미국의 국채에 투자했다. 미국은 부채에 기반을 두고 낮은 인플레이션과 저금리를 통하여 과잉 소비 체제를 형성했으며, 그 결과가 미국 부동산 투자였다. 부채를 통해 형성된 미국 금융 자본은 다시 중국의 수출 기업에 투자되어 미국 금융 자본에 높은 이윤을 주었다.

6) 여기까지가 1부의 주요 내용이다. 지금까지 서술된 주요 내용은 개혁 개방 정책이 전개된 역사적 과정이다. 이에 대해 필자로서는 충실하게 소개할 뿐 옳고 그름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헝다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의 주요 기업이 지고 있는 막대한 부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저자의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부채에 기반한 성장이란 신흥 개발도상국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부족한 자본을 마련하는 길은 곧 부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채는 성장을 통해 갚아나가야 한다. 남미의 경우는 외자 도입을 통해 개발 정책을 펼쳤으나 결국 부채 위기로 파산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이 문제를 2부에서 다루고 있다. 2부의 주요 내용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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