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간, 밤하늘 [시가 필요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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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간, 밤하늘

 

마리횬

 

안녕하세요, 시가 필요한 시간의 마리횬입니다. 시 읽기 참 좋은 밤이네요. 최근에 저녁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죠. 이제 곧 겨울인가 싶습니다. 제가 호주에서 2년 정도 있었는데, 호주에 살 때는 밤마다 하늘에 떠 있는 별 보는 그 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별이 많아졌던 기억이 나는데요, 한국에서는 밤에 하늘을 보고 별을 찾아봤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눌 시의 주제는 ‘밤하늘’인데요, ‘밤’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뭔가 어둡고 고독..하다고 할까? 흡사 어떤 ‘암흑기’와 같은 이미지가 먼저 다가올 수도 있겠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그 나름의 낭만과 매력이 있는 시간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나 싶어요.

오늘 주제가 밤하늘이다 보니까 문득 생각이 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예전에 어느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한 7시 반쯤 되었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봤는데, 구름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사이에 엄청 큰 달이 떠 있더라구요.

그 달빛에 비춰진 구름과 밤하늘이 너무 환상적이고 예뻤어요. 그래서 그 때 제가 속해있는 그룹 채팅방에다가 달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하늘의 달을 보라고 연락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혹시 있나요?

꼭 달이 아니더라도, 어느 맛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누군가가 생각나고 ‘아, 그 사람이 여기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 분명 한번쯤은 있으시죠? 그렇게 머릿속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내가 꽤나 좋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서 나를 마음속에 떠올려준다면? 누군가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내 생각이 났다고 연락을 준다면! 아마도 꽤 감동을 받겠죠. 뭔가 그 사람에게 내가 특별한 대상이 된듯한 느낌이 들 테니까요. 무엇이든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런 마음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잘 전달이 된다면 꽤 근사한 감동이 있을 겁니다.

그런 서로의 사랑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가 있어서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김용택 시인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인데요, 시 먼저 읽고 이야기 나누도록 할게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읽어 보았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문득 한가지 궁금한 게 생기죠. 과연.. 진짜로 달이 예쁘게 떴기 ‘때문에’ 전화를 한 걸까? 어쩌면 그냥 달은 핑계고, 그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죠. 달을 보고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는 건, 이미 그 사람 마음 속에 상대방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는 거 아닐까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전화해서 ‘달이 너무 예쁘게 떴으니까 한번 봐봐’라고 툭 던지지만, 그 말 속에는 그만큼의 애정이 분명히 담겨 있겠죠. 그리고 이 시 속에서 그 전화를 받은 사람도, 달 얘기를 툭 꺼내는 말 속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딱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기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달이 뜬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른다… 무슨 뜻일까요? 평소 늘 보던 달빛이 아니라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밝고 환한 달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는 건, 어쩌면 수화기 너머로 상대방의 마음이 느껴지는 그 순간의 감정, 뜨겁게 느껴지는 어떤 고마움, 감동, 그리움, 그런 느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순간 함께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전화로 밖에는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겠죠. 이 시의 표현을 빌리면 나의 마음을 ‘달빛에 실어 보내’면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리움’이겠죠. 멀리 떨어져 있기에 더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하늘에 뜬 환한 달을 보고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고,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의 마음 속에도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다는 이 시적 표현은, 물리적으로는 먼 거리에 있지만, 마음만으로는 서로 맞닿아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이 느껴지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멋지네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로, 홍이삭의 ‘산 넘어 그대는’이라는 곡 소개 해드릴게요. 이 곡은 ‘차곡차곡’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가수 홍이삭과 더블베이스 연주자 송인섭이 작곡하고, 일반 구독자들이 직접 댓글로 작사에 참여해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해요. 지금 곁에 함께 있지 않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홍이삭 특유의 밝은 멜로디를 만나 아름답게 표현된 노래입니다. 여러분은 이 노래를 들으시면서 누구를 마음 속에 떠올리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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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필요한 시간, 오늘 밤하늘이라는 주제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칼럼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다워질 수 있다’라는 글이었는데요, 요즘 시를 읽으면서 점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법을 좀 더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가 필요한 시간’이죠!

 앞서 이야기 했지만, 호주에 가서 가장 놀랐던 게, 밤하늘에 별이 정말 많이 보이는 거였어요. 한국에서는 사실 다른 별은 잘 안보이고, 눈에 띄게 밝은 별이 딱 하나 있어서 ‘저게 북극성이다!’라고 바로 알 수 있죠. 그런데 호주는 별이 전부 다 밝으니까 뭐 하나를 딱 찾아낼 필요가 없더라구요. 낮에는 구름이 너무 예쁘고 또 밤에는 별이 너무 예뻤던 호주의 하늘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도종환이라는 시인이 쓴 시 중에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 마을에 별들이 많이 뜬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시가 있는데, 호주가 딱 그런 곳인 것 같아요. 도종환 시인은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제 발 밑만 쳐다보며 사는 동안, 그리하여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을 잊어가는 동안,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별들도 알았던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별들도 도시의 하늘을 떠나기 시작했다

 

도시의 밤이 밝을수록 별이 도시의 하늘을 떠나간다. 시적인 표현이죠. 낮이고 밤이고 바쁘게 치이는 도시의 삶, 밤에도 불을 밝힐 수 밖에 없으니 밤 하늘에는 당연히 별이 보이지 않겠죠. 시인은 그런 삶을 가리켜 ‘별들도 떠나버리는 삶’이라고 표현합니다.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 역시, 그만큼 모두 자기 사는 일에 급급해서 남을 돌아다 볼 여유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 없을 겁니다. 처음 언급했던,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때 비로소 인간다워질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내 주변의 사람들도 다시 돌아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오늘 두 번째로 만나 볼 시는 바로 별에 대한 시입니다. 이성선 시인의 시 ‘사랑하는 별 하나’ 함께 만나 보시죠.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하늘에 떠 있는 하얗고 노란 별이 있다면, 이 땅에도 하얗고 노란 별들이 있습니다. 바로 들판에 핀 들꽃들이지요. 밤에 보는 별들과 낮에 마주하는 들꽃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누군가를 바라봐주고 있는 존재들이라는 점일 겁니다.

사람은 서로 오해도 하고 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곁에 있을 때도 있고, 곁을 떠날 때도 있죠. 하지만 자연은 늘 그 자리에 있어요. 그런 자연을 보고 시인은 참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외로운 밤에 고개를 들면, 별이 그 자리에서 눈을 마주쳐주고, 세상일이 괴로워 고개를 푹 숙일 때, 그 자리에서 들꽃이 미소를 지어주며 위안을 주고 있음을 느껴냅니다. 그 흔한 별과 들꽃을 보고 위로를 받고,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고 시를 쓸 수 있는 이 시인의 눈이 참 부럽습니다.

이런 별과 들꽃처럼 위로와 위안이 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다면 정말 든든하겠죠.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이 시의 마지막의 ‘나도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라는 구절은, 마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들리면서, 어떤 다짐으로도 다가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이런 위안의 존재가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요.

이 시와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스탠딩 에그의 <Starry Night>이라는 곡 준비해보았습니다. 이 곡은 스탠딩 에그가 호주를 여행하던 중에, 울룰루(Uluru)에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쓴 곡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어요. 이 노래 들으시면서 밤하늘의 별도 감상하시고, 또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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