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자연과 문화 사이에서] – 9
최종덕(철학)의 종횡무진 책읽기
오늘 아침에 집으로 선거공보 책자가 배달되어 왔다. 보고 싶지도 않아 버릴까 하다가 갑자기 젊은 사람들도 나처럼 이런 책자를 휙 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일부러 봉투를 잘 뜯어보았다. 그것도 책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도달했으니, 이참에 “2017년 대통령 선거공보 선거책자”에 관한 서평을 쓰기로 했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보고 선거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하면서 실망 섞인 비난을 쉽게 내던지곤 한다. 그런 비난은 기득권의 오만이다. 정작 그렇게 말하는 기성세대는 자신의 기득권을 젊은 세대와 나눠가질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문제가 풀릴 리 없고, 세대 간 대립과 갈등만 커져갈 것이 뻔하다. 동물의 왕국에서 본 원숭이에 관한 다큐 하나를 소개한다. 원숭이 수컷 우두머리의 독재 권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암컷과 어린 새끼는 집단에서 공동으로 획득한 먹이감을 포기하곤 한다. 다큐 제작자에게는 마치 먹이에 대한 무관심으로 보였을 정도다. 수컷 대장이 먹이를 강하게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개체가 먹이를 먹으려고 시도하다가 대장에게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힘없는 새끼들은 먹이를 포기한다. 포식 욕구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만 힘센 수컷들 힘에 눌려 어쩔 수 없이 무관심해진 것이다. 먹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같다. 욕망마저 없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의 정치적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겉모습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말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를 원한다면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기성세대가 독점하는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간단한 이 사실을 숨기고 젊은 세대의 무관심만을 탓한다면 여전히 세대 간 갈등은 풀리지 않는다. 반복된 이념공세나 추상적인 구호정치를 내던지고 기성세대의 허세와 자기기만을 과감하게 버릴 수만 있다면 젊은 세대의 무관심은 자동적으로 관심으로 바뀐다. 불행하게도 기성세대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나올지 나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다. 현 기성세대에 닥칠 냉정한 인구학적 팩트로 미루어 기성세대는 그들만의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젊은이가 세월이 흘러 기성세대가 되면 자동적으로 기초욕망을 채웠으나, 앞으로는 스스로 강한 관심과 표현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 나이가 먹어도 여전히 청년의 불리함만 늘어나게 된다. 지금도 알바하느라 바쁘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얻어낼 수 없는 슬픈 미래라는 뜻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강하게 욕구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바로 이런 현실 때문에 이번 투표에 젊은 세대가 참여하는 세속적 의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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