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마약, 성형, 섹스? 당신들의 관심이 불편한 이유 [나인당케의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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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리라지요. 청와대가 사들인 의약품들 중에 비아그라가 들어있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주사제를 대리처방 받았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성형중독에 걸렸다거나 마약중독에 걸렸다는 의심이 퍼지고 있습니다. 언론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래퍼 산이’니 ‘DJ DOC’니 하는 잘 나가는 가수들도 이렇게 박근혜를 낯선 남자와 키스를 한 ‘더러운 혀’로 국민 앞에 변명하는 음란한 여자, 성형중독에 걸려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해진 ‘미스 박’으로 묘사합니다. 대중들은 이런 직설적 어법에 시원해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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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진보’언론들도 이러한 관심을 부추기며 취재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프로포폴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이상호 기자와 파파이스의 김어준씨뿐 아니라 급기야 어제는 주진우 기자가 박근혜의 ‘섹스 테이프’가 공개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보도가 권력자의 스캔들을 보도함으로써 진실을 알리는 정의로운 행위라고 생각들 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불편합니다.

 

주진우 기자님, 저는 박근혜가 섹스비디오를 찍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상호 기자님, 김어준씨, 저는 박근혜 최순실 최순득이 어느 병원에서 어떤 주사를 맞고 다녔는지도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있는 건 부패한 ‘시스템’입니다.

 

무당, 마약, 성형, 섹스. 당신들이 어린 시절 보았던 선데이 서울에나 실릴 법한 3류 이야기들을 거대권력자들이 실제로 하고 다녔으니 흥미를 자극하지요. 그리고 당신들은 대중의 그런 호기심을 부채질하고요. 그러는 사이 뭐가 잊혀지고 있는지 아십니까?

 

이 권력형 비리의 최대 수혜자가 한국 재벌들이라는 것. 그들이 수백억을 최순실에게 바치면서 지키려고 했던 것은 그들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이 체제라는 것. 따라서 우리가 더욱 집중해야할 것은 국가-재벌 유착의 고리와 체제 전반의 부패라는 것입니다.

 

박근혜를 ‘성형중독 걸린 김치녀’이자 ‘비아그라 사고 섹스비디오 찍는 음란녀’로 몰아가는 당신들의 보도 프레임은 이제 신물이 납니다. 이 혐오 프레임 보도를 멈춰요. 부패한 시스템에 대한 고발 없는 ‘정치포르노’형 취재를 멈추란 말입니다.

 

더 중요한 물음이 있지 않나요? 롯데와 삼성을 비롯해 부패한 재벌총수들은 아직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권력을 누리고 있으며, 박근혜가 퇴진 또는 탄핵된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조선일보 같은 주류보수세력 역시 아직도 전혀 헤게모니를 상실하지 않고 정국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박근혜의 섹스 테이프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이, 이런 사실들은 잊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TV조선, 채널A 같은 보수종편은 언제나 김정은의 추악한 사생활을 보도하거나, 세월호 사건 이후 유대균이 ‘뼈 없는 치킨’을 시켰다거나 하는 등의 가쉽거리들을 보도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모읍니다. 그리고는 정작 본질적 물음에 대한 보도는 회피하지요. 이번엔 진보 언론들도 같은 길을 가기로 한 겁니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우리는 부패한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성형녀 섹스중독녀 마약녀’로 프레임 잡은 박근혜와 최씨자매의 사생활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 말고요. 그게 제가 원하는 ‘진보 언론’의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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