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글을 시작하며[김성리의 성심원 이야기]

새로운 글을 시작하며

김성리(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 연구교수)

 

지리산 자락에 성심원이 있습니다. 한센인들이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자들과 수녀, 그리고 사회복지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모여 살고 있는 곳입니다. 마을이 한창 번성할 때에는 한센인만 600여 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생의 끝에서 150여 명의 한센인과 수십 명의 장애인이 모여 함께 살아갑니다. 성심원이 있는 곳의 원래 지명은 ‘풍현마을’입니다. 뒤로는 지리산이 있고 앞으로는 경호강이 흐른답니다. 그리고 성심원 내의 그 어딘가에는 지리산 둘레길로 들어가는 오르막 길이 있습니다. 대성당 앞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벚나무가 있지요. 성심원의 옛모습을 보려면 조금은 가파른 지리산 자락을 잡고 올라가야 하지만, 이 벚나무는 성심원 입구에 있는 철선과 함께 성심원의 오랜 시간을 말해줍니다.

이 글들은 성심원에 계신 한센인들의 구술을 옮긴 것입니다. 그 분들의 삶은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편안한 삶을 추구했던 비한센인들과 전체 국민의 안녕을 염려했던 정부 정책에 의해 훼손되고 소실되었지요. 그럼에도 그 분들은 가파른 지리산 자락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경호강물에 울음을 삼키기도 하면서 모진 세월을 견뎌 왔습니다. 이제 그 분들에게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삶을 기억하고자 이 글들을 씁니다. 기억하는 이 없이 마치 처음부터 있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그렇게 그 분들을 떠나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