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및 자본의 ‘물신적’ 성격[지금, 경제를 다시 생각한다]-③
상품의 ‘사회적’ 의미-3강?
김우철(호서대 외래교수)
4. 가치의 화폐형태
단순한 가치형태에서 이제 (전개된 가치형태를 건너뛰어) 일반적 가치형태로 시선을 옮겨보자. 일반적 가치형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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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의 상의 =
10 kg의 차 =
1 쿼터의 밀 = 20kg의 쌀
2 온스의 금 =
x량의 상품 A =
등등의 상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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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가치형태에서는 모든 상품의 가치가 상품 세계로부터 분리된 한 종류의 상품, 곧 쌀로 표현되어 있다. 각 상품의 가치는 이제 쌀(의 사용가치)과 동등한 것으로서 모든 다른 사용가치로부터도 구별되며, 이를 통해 그 상품과 상품들의 공통적인 것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이 형태가 비로소 현실적으로 모든 상품들을 가치로서 서로 관계 맺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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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형태와 달리 일반적 가치형태에서는 모든 상품이 동일한 등가물로 자신들의 가치를 표현하기 때문에 일반적이고 통일적인 가치 표현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하여 모든 상품의 가치 대상성은 그것이 이들 물적 존재의 순전히 ‘사회적 현존재’인 까닭에 모든 상품의 전면적인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따라서 모든 상품의 가치형태는 사회적으로 타당한 형태여야 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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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쌀의 자연형태는 상품 세계의 공통된 가치자체이며, 그래서 쌀은 다른 모든 상품과 직접적으로 교환될 수 있다. 물체형태로서의 쌀은 일체의 추상적 인간노동의 눈에 보이는 화신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곧 쌀을 생산하는 경작노동은 일간노동 일반의 ‘일반적’ 현상형태로 간주된다. 이리하여 상품에 대상화된 현실적 노동은 노동의 모든 구체적 형태 및 유용한 속성이 사상된 노동으로서 소극적으로만 표시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모든 현실적 노동을 그것들에 공통된 인간노동이라는 성격, 곧 인간노동력의 지출로 환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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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등가형태는 가치 일반의 한 형태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어떠한 상품에도 귀속될 수 있다. 다른 한편 한 상품이 일반적 등가형태에 있는 것은 오직 그 상품이 다른 모든 상품에 의하여 등가물로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배제가 궁극적으로 한 특수한 상품에 한정되는 순간 비로소 상품 세계의 통일적 상대적 가치형태는 객관적인 고정성과 사회적인 타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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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연형태에 등가형태가 사회적으로 결합되는 특수한 상품은 이제 화폐상품(money commodity) 곧 화폐가 된다. 이 일반적인 가치형태에서 쌀이라는 상품을 금이라는 상품으로 대체시키면 바로 가치의 화폐형태(네 번째 가치형태)에 도달하게 된다. 금은 보편적 등가물이다. 화폐형태는 직접적인 일반적 교환가능성의 형태 또는 보편적 등가형태가 이제 사회적 관습에 의하여 금이라는 상품의 특수한 자연형태와 궁극적으로 결합되었음을 보여준다. 상품 세계의 가치 표현에서 금이 보편적 등가의 지위를 독점하자 금은 곧 화폐상품이 되고, 일반적 가치형태는 화폐형태로 전화(轉化)된다. 이미 화폐상품의 기능을 담당하는 상품, 곧 금에 의한 한 상품의 단순한 상대적 가치표현이 가격형태이다. 따라서 쌀의 ‘가격형태’는 ‘쌀 20kg = 금 2 온스’ 또는 ‘20kg의 쌀 = 2 파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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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상품의 물신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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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은 “형이상적인 좀스러움과 신학적 변덕으로 가득찬 매우 기묘한 물건”이다. 상품이 사용가치인 한에서는 아무 신비한 것이 없다. 그러나 예를 들어 탁자가 상품으로 나타나면 그것은 곧 “감성적인 동시에 초감성적인” 하나의 물품으로 전화한다. 상품의 이러한 신비적 성격은 그 사용가치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거니와 가치 규정의 내용으로부터 나오는 것도 아니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이 가치의 실체를 이룬다는 점, 그리고 가치의 크기가 노동 지출의 지속 시간 또는 그 양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를 위하여 노동하는 한 노동이 사회적인 형태를 갖는다는 점 등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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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상품형태의 수수께끼 같은 성격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로 이 ‘상품형태’ 자체로부터 나온다. 모든 인간노동의 동등성은 노동생산물의 가치에 의해 사물적으로 표현되며, 생산자들의 사회성을 실증해 주는 생산자들의 상호관계는 노동생산물들의 사회적 관계라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따라서 상품형태의 비밀은 단순히 다음과 같은 점에 있다. 상품형태는 인간에 대하여 인간 자신의 노동이 갖는 사회적 성격들을 노동생산물 자체의 대상적 성격들로 보이게 만들거나 이 물적 존재들의 사회적인 자연속성으로 비쳐보이게끔 만들며, 따라서 총노동에 대한 생산자들의 사회적 관계도 생산자들 외부에 존재하는 갖가지 대상들의 사회적 관계로 비쳐보이게끔 한다. 이러한 교체를 통하여 노동생산물은 상품이 되고 사회적인 물적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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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형태나 이 형태가 나타나는 바의 노동생산물들의 가치관계는 노동생산물의 물리적인 성질이나 그로부터 생겨나는 물적 관계와는 절대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인간 자신들의 일정한 사회적 관계일 뿐이며 여기에서 그 관계가 사람들의 눈에는 물체와 물체의 관계라는 환상적 형태를 취하게 된다. 마치 종교적 세계의 신비경에서 인간 두뇌의 산물들이 그 자신의 생명을 부여받아 독립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품 세계에서는 인간의 손의 생산물이 그렇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는 일종의 물신숭배(Fetischismus)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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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용 대상이 상품으로 되는 것은 그것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영위되는 사적 노동(private labor)의 생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사적 노동의 복합체는 사회적 총노동을 이룬다.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노동생산물을 교환함으로써 비로소 사회적으로 접촉하게 되기 때문에 그들의 사적 노동이 지닌 사회적 성격도 이 사물들의 교환 속에서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 달리 말하면, 사적 노동은 교환을 통해 노동생산물과 그것에 의해 매개되는 생산자들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사회적 총노동의 한 부분임을 실증받는다. 그러므로 생산자들에게는 그들의 사적 노동의 사회적 관계가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관계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람과 사람의 물적 관계 또는 물적 존재와 물적 존재의 사회적 관계라는 ‘사물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상품생산이라는 특수한 생산형태가 지니고 있는 핵심 원리는 서로 독립된 여러 사적 노동들의 특수한 사회적 성격이 그 노동이 지니는 인간노동으로서의 동등성에 있으며, 이렇게 ‘동등한 노동’에 의해 매개되는 ‘노동의 사회성’이 노동생산물의 ‘가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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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노동생산물이 같은 종류의 인간노동의 단순한 물적 외피로서 인정되기 때문에 그들의 노동생산물을 가치로 관계 맺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종류가 다른 자신들의 생산물들을 서로 교환할 때 그것들을 먼저 가치로 등치시킴으로써 그들의 서로 다른 노동들을 인간노동으로서 서로 등치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행한다. 가치의 이마에는 가치가 무엇인가가 써 있지 않다. 오히려 가치는 각 노동생산물을 하나의 사회적 상형문자로 전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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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내가 상의나 구두 따위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반적 사물화로서의 쌀과 관계한다고 말할 경우, 이 말의 괴상망칙한 성격이 곧바로 느껴진다. 그러나 상의나 구두 등의 생산자들이 이 상품들을 보편적 등가물로서의 쌀(또는 금이나 은)과 관계를 맺어줄 경우에는 사회적 총노동에 대한 그들의 사적 노동의 관계가 바로 그 괴상망칙한 형태로 그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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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생활과정, 즉 물질적 생산과정의 모습은 그것이 자유롭게 사회화된 인간의 산물로서 인간의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통제 아래 놓여질 때 비로소 그 신비의 베일을 벗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사회의 물질적 기초, 곧 그 자체 또한 장구하고 고통에 찬 발전사의 한 산물인 일련의 물질적 존재조건이 필요하다. 이제 정치경제학은 불완전하게나마 차이와 가치크기를 분석하고 이 형태들 속에 숨겨져 있는 내용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왜 이 내용이 저 형태를 취하는가, 요컨대 왜 노동이 가치로 표시되고 그 지속시간에 의한 노동의 계측이 노동생산물의 가치크기로 표시되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 제기조차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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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폐의 물신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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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출현은 서로 다른 노동생산물들이 실제로 등치되고 따라서 상품들로 전화되는 교환과정의 필연적 산물이다. 교환의 역사적인 확대와 심화는 상품의 본성 속에 잠자고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의 대립을 발전시킨다. 그리하여 상품과 화폐로의 상품의 이중화를 통하여 상품 가치의 자립적 형태가 얻어질 때까지 그 과정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노동생산물의 상품으로의 전화가 성취되는 것과 같은 정도로 상품의 화폐로의 전화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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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확인했듯이 화폐형태란 다른 모든 상품의 관계가 반사되어 하나의 상품에 고착된 것이다. 어려운 것은 화폐가 상품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무엇 때문에 상품이 화폐가 되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x량의 상품 A = y량의 상품 B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 표현에서 다른 어떤 물품의 가치크기를 표시해 주는 물품이 마치 이러한 관계로부터 독립된 ‘사회적인’ 자연속성으로서 등가형태를 취한다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이 잘못된 외관의 고정화 과정을 추적했다. 보편적 등가형태가 어떤 특수한 상품의 현물형태에 달라붙게 되거나 화폐형태로 결정화되자마자 이 외관은 완성된다. 다른 상품들이 각자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어느 한 상품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그 상품이 비로소 화폐가 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그 한 상품이 화폐이기 때문에 다른 상품들이 그 한 상품으로 각자의 가치를 일반적으로 표시하는 듯이 보인다. 그것을 매개하는 운동은 그 자신의 결과 속에서 소멸하여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상품들과 독립적으로 그것들 자체의 완성된 가치자태가 상품들 밖에 그리고 상품들과 나란히 존재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금과 은이라는 화폐상품들은 대지의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이미 모든 인간노동의 직접적 화신인 것처럼 보인다. 이리하여 화폐의 마술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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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자본의 일반적 정식 (화폐의 자본으로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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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유통은 자본(capital)의 출발점이다. 상품생산 및 상품유통, 즉 상업은 자본이 성립하기 위한 역사적 전제이다. 16세기 근대 세계무역과 세계시장의 형성으로부터 자본의 근대적 생활사가 시작되었다. 역사적으로 자본은 어느 곳에서나 처음에는 우선 화폐 형태로서 (즉 상인자본 및 고리대 자본이라는 화폐재산으로서) 토지소유에 대립하지만, 그러나 화폐를 자본의 최초의 현상형태로 인식하기 위해서 우리가 자본의 발생사를 일일이 살펴볼 필요는 없다. 동일한 역사가 날마다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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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로서의 화폐와 자본으로서의 화폐는 우선 양자의 유통형태의 차이에 의해 구별될 뿐이다. 상품유통의 직접적 형태는 C-M-C로서, 상품의 화폐로의 전화 및 화폐의 상품으로의 재전화, 곧 구매를 위한 판매로 나타난다. 반면에 M-C-M이라는 화폐유통은 화폐의 상품으로의 전화 및 상품의 화폐로의 재전화, 곧 판매하기 위한 구매로 나타난다. 이 운동을 통해 후자의 유통을 담당하는 화폐는 자본으로 전화되며, 그 사명으로 볼 때 그것은 이미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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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M-C-M은 (C-M-C의 유통과 달리) 최종 목적이 판매자로서 화폐를 취득하는 데 있다. 그가 처음에 화폐를 내놓기는 하지만 이는 다만 그것을 다시 손에 넣기 위함이다. C-M-C의 유통의 목적이 사용가치라면, M-C-M의 목적은 교환가치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이 M-C-M은 양극의 질적 차이에 의해 내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양극의 양적인 차이에 의해 그 내용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최초의 유통에 투입된 것보다 더 많은 화폐가 유통에서 끌려나온다. 예를 들어 100파운드의 화폐로 구매한 면화가 100+10파운드로 다시 판매된다. 그러므로 이 과정의 완전한 형태는 M-C-M’이고, 여기서 M’=M+ΔM이다. 즉 M’는 최초에 투하된 화폐액+어떤 증가분과 동등하다. 이 증가분 또는 최초의 가치 이상의 초과분이 잉여가치(surplus value)이다. 최초에 투하된 가치는 유통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크기를 변화시키고 잉여가치를 덧붙인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가치증식시킨다. 그리하여 이 운동은 가치를 자본으로 전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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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M’에서 화폐는 가치의 일반적인 존재양식으로서, 상품은 그 특수한 존재양식으로서 기능한다. 이 운동 속에서 가치는 소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 쪽 형태로부터 다른 쪽 형태로 이행하여 ‘하나의 자동적인 주체’로 전화한다. 가치가 잉여가치를 부가시키는 운동은 가치 자신의 운동이며 가치의 증식이고 따라서 자기증식이다. 그 운동은 자기목적적이며 그래서 무제한적이다. 가치는 그것이 가치이기 때문에 가치를 낳는다는 신비한 성질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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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치는 자기 스스로 운동하는 실체로서 나타난다. 이 실체에 대하여 상품이나 화폐는 어느 쪽이나 단순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가치는 갖가지 상품의 관계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자기 자신에 대한 사적 관계에 들어간다. 그것은 본원적 가치로서의 자기를 잉여가치로서의 자기로부터 구별짓는다. 곧 아버지 신으로서의 자기를 아들 신으로서의 자기로부터 구별하는데, 아버지나 아들은 모두 같은 나이이고 게다가 둘은 한 몸인 것이다. M-C-M’, 이것이 자본의 일반적 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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