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릴레이 시국선언① – 은밀하게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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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한길석(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 교육부장)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장탄식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아끼지 않는 어느 국가 기관 종사자들의 전사적 열망 때문이란다. 하지만 난 그들의 순정을 믿는다. 그들이나 나나 ‘자유와 진리’를 위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서, 그들은 내곡동 어느 골짝에서.

1960년대 이래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던 이 은밀하던 기관은 구제금융기의 경제적 위기를 맞아 ‘정보는 국력’이라는 대단히 경제적인 모습을 잠시 보였다가 어느새 ‘진리와 자유를 향해 무명’으로 ‘헌신’할 줄 아는 위대한 변신을 하게 된다. 경제적 가치로만 폭주하고 있는 이 한심한 세상에서 참으로 고고하게도 ‘진리와 자유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외치다니…역시 그대들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사는구나.

‘자유와 진리’에 대한 이들의 이름 없는 헌신은 작년 이후 줄곧 너무도 교묘하게 수행되고 있다. 그들이 행한 ‘NLL 공작’과 ‘사이버 여론 조작‘이라는 것은 사실 민주주의의 살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찬란한 부활을 위한 ‘고육지계’다. 이건 ‘자유와 진리를 향해’ 헌신해 온 동업자만 알 수 있는 직감인데, 내가 보기에 그들은 민주화 이후 민주화의 의미를 마구 ‘민주화’시켜 결국 ‘홍어 삼합’과 함께 좆으로 가공한 ‘우중’의 가공할 행태에 격분한 나머지 민주주의의 진리와 자유를 위해 악명을 뒤집어쓴 헌신의 가시밭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죽어가는 민주주의의 회생을 위한답시고 이름과 명예를 걸고 싸우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의 전사들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부활을 위해 이름 따위는 제쳐두고 달려든다. 상대가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이름 없는 헌신은 민주주의의 번영을 위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진리를 들이대면서 반민주주의의 doxa를 물리치는 것도 방법이지만, doxa의 거짓됨을 분명히 드러내게 함으로써 진리에 기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997년에 세운 ‘북풍공작’이 그 좋은 예다. 이 황당한 계획에 꼬여들게 만든 그들의 교묘함이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그러니까 우리의 전사들을 욕하는 건 이제 그만 두기 바란다. 오늘은 저들의 품 안에 안겨 그들 입 안의 혀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일 이들의 무명의 헌신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행동을 더욱 단련하는 데에 좋은 망치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대들이여 민주주의를 위한 반민주주의 행보에 더욱 표독스럽게 매진하기를. 그대들이 더러워질수록 민주주의는 더욱 아름답게 빛날테니….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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