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가스가 뒤덮은 죽음의 그림자와 정치 [시대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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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 가스가 뒤덮은 죽음의 그림자와 정치?[시대와 철학]

박종성(한철연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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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과 공기는 이상이 없다”, 그러나 농작물은 죽어갔다

 

추석 전인 9월 27일 오후 3시 넘어,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마을은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에 자리하고 있는 화학제품 제조업체 (주)휴브글로벌에서 유출된 ‘불산가스’로 뒤덮였다. 불산가스가 마을을 뒤덮은 이후에 마을 주민들은 마을 이장으로부터 유독가스라는 말을 듣고 대피를 하였다. (주)휴브글로벌은 LCD액정 세척제를 제조하는 업체이며, 이날 20톤의 불산가스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5명이 사망하였다. 이날 오후 8시 구미시는 사고지점 1.3km 이내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다음날 대기 중에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가조치를 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이러한 대처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먼저 소방방재청은 16시 20분에 행안부, 환경부에 FAX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구지방환경청은 불산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 후 1시간 15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접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 4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한 밭에 있는 콩 잎이 누렇게 말라 죽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노출기준’(2012-31호)에 따르면, 불산의 작업장 기준치는 0.5ppm이고 사고 현장 반경50m안 오염도가 1ppm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주민들이 대피한 상황에서도 공장은 정상 가동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사고 현장에서 50m떨어진 노동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구미공단 4단지 내의 14,400여명의 노동자들은 사고 이후에도 자본의 이익을 위해 생명을 걸고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과 효율성을 제1의 가치로 간주하는 사회의 내면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자본 앞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은 언제나 무의미하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자본과 권력기관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사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용 노동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장 가동여부를 감독해야만 했다. 더구나 이 사건과 관련되어 현장방문을 나온 의원의 요청에 고용노동부 직원은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도망가는 사태를 보였다. 그러나 농작물은 죽어 가는데,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여전히 공장은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고용 노동부의 무개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은 추석 연휴에 일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벌이지는 것은 구미시와 무관하지 않다. 구미시는 ‘투자유치’ 1위를 내세우며 해외기업은 노조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민주노조를 억압하였다. 이번에 사고가 난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는 무노조지역이고 비정규직 비중도 상당히 높은 지역이라고 한다. 자본과 권력은 인간의 생명보다는 이윤창출이 보다 중요한 가치임을 이번 사건을 통해 자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사고 이후에 농작물과 나무가 죽어갔고 마을 주민들도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사고 후 일주일이 지난 10월 4일에서 이동검진 차량이 와서 진료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오후 2-4시까지이고 토 · 일은 진료를 하지 않았다. 이틀 후 진료시간은 6시간으로 늘었지만 접수된 사람이 많아서 이들을 진료하면 업무시간이 끝난다는 이유로 진료를 못 받는 이들도 있었다. 10월5일, 정부 재난합동조사단 한상권 단장이 마을회관을 찾아 “토양과 공기는 이상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식물들은 죽어갔다.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한데 유영숙 환경부 장관, 김태환 국회의원, 남유진 구미시장이 주민을 만나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가식의 정치는 죽음의 그림자가 마을을 뒤덮어도 죽음과 고통을 뒤로 한 채 여전히 일관성 있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존재 자체는 인간의 생존권을 제일 먼저 고려해야만 그 존재 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조차도 절대국가를 지향하지만 그 전제는 인간의 생존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듯이 국가의 존재 자체는 그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10월 8일, 정부는 봉산리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참으로도 ‘너무’ 빠른(?) 대책이 아닐 수 없다.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10월10일까지 공무원과 소방관 등 7000여 명이 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토양과 공기는 이상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전문가들은 불산은 신경조직을 손상시키고 피부에 침투하면 칼슘을 손상시켜 뼈를 녹이고 불산을 없애는 완전한 물질은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은 고가의 간이 측정장비와 탐지측정장비, 보호복과 공기호흡기, 소석회 살포기와 분말 소석회 등을 갖추고 있었으나 불산을 물로 씻어냈을 뿐이다. 10월11일 봉산리 주민 200여 명이 구미환경자원화시설로, 임천리 주민 230여명도 해평면 청소년수련원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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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고와 함께 살아가기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의 유독물질 관리체계가 엉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주민과 노동자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주)휴브글로벌은 이미 2009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던 곳이라고 한다. 2009년 6월 30일에 일어난 가스 분출로 노동자 박모씨가 얼굴과 가슴에 화상을 입었고 치료 후 근무가 불가능해 퇴사했다고 한다. 더욱이 구미시에 총 60여 곳의 불산 취급 사업장이 있다는 사실은 이와 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재앙을 품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볼 때 이 사건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부는 연간 불산 취급량이 10톤 이상인 업체, 그리고 노동자 30인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화학물질 배출 · 이동량 정보 조사 · 공개 시스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주)휴브글로벌은 불산의 양이 20톤이지만 노동자 30인 이상이라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아서 관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대구노동청장은 불산 유출 사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렇다고 노동부가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도 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이 인간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위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제도개선보다 선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러나듯이 이와 같은 재앙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리대상의 기준 또한 변경해야만 할 것이다.

(주)휴브글로벌 불산 가스누출 사건과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업체가 구미시에 60여 곳이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재앙을 안고 있는 지역이 울산시이다. 울산시 불산 취급 사업장은 6곳이다. 그런데 그 용량이 1만 5,110톤이다. 따라서 이번 구미 사고에서 누출된 불산 8톤의 2,000배 가까운 양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울산은 구미에서 일어난 사건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재앙이 매우 높게 잠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11년 8월 17일 현대EP 울산공장에서 노동자 3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쳤고 같은 해 세진중공업에서도 12월 30일 폭발사고가 나 4명이 숨졌으며, 2012년 5월 6일, 태광산업에서 화재로 10명이 온몸에 1~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울산지역 위험물은 전국 저장량의 35%을 차지하고 이러한 공단은 도심과 1∼5㎞ 거리에 있으며 대부분의 업체가 60, 70년대 건설돼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안전보건공단의 석유화학단지 내 131개 업체 조사 결과 20% 가량이 폭발, 화재 위험이 있으며 사업장이 주택가와 멀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노동자와 그 주변의 주민의 생존을 항시적으로 위협하는 인재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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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정치에 가려진 생존권

 

성범죄에 대해 직접 대책을 지시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던 MB와 이와 발맞추어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은 이번 불산 유출 사건에 대해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으면 언론들은 너도나도 그 지시에 대해 보도하느라 분주하였다. 나아가 박근혜 대선 후보는 MB에게 대선 기간 내내 ‘안전확립기간’을 요구하였고 언론의 자유를 봉인한 권력은 치안을 강조하면서 공포를 조장한다. 주폭과의 전쟁도 그것의 일종이다. 실제로 MB정부 들어서 성범죄와 같은 강력범죄에 대한 보도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금 이러한 정치 프레임을 사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응징과 복수의 정치 프레임은 보수당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것은 사실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공포의 프레임을 조장하는 정치는 다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차단시킨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념을 기획하는 이러한 정치는 공포에 대한 응징에 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스피노자 말하는 정치 개념이 이러한 구조이다. 이러한 결과 우리들은 이번 사태와 같은 노동자의 문제, 유독성 물질의 노출에 심각히 노출된 상태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문제 등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사망한 산모와 영 · 유아들에 대한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건과 관련되어서 공포의 정치를 조장함으로써 공포의 이미지가 대중의 정신을 사로잡길 원한다.

물론 권력은 이러한 공포의 이미지가 사라지면 새로운 이미지를 보충적으로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이번 불산 유출 사건을 계기로 공포 정치에 강박적인 특징을 보이는 권력에 대하여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정치의 핵심적 요소가 인간의 정념을 기획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공포의 프레임이라는 단일관념, 예들 들어 공포의 절대적 군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공포 정치의 이미지와 연합되는 고통스런 노동의 이미지, 공포 정치에 의해 탈취된 직접적인 향유의 이미지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범죄에 대한 응징이라는 공포정치에서 누락되는 이미지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즉 범죄는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불산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사건을 수습했던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는 총인원 13명 중 11명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복원시키는 것이다.

또한 공포 이미지에 대한 강조에서 간과되는 노동자의 생명, 주민들의 생명에 대한 권력과 자본의 태도를 직시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포정치 편집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은 인간의 생명보다 자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의 토대가 흔들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자본과 권력이 바라보는 인간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이번 사태로 드러나듯이, 불산으로 인하여 식물이 말라가며 죽어가듯이 인간도 충분히 그렇게 되어도 된다는 것이다. 자본에게 그리고 그것과 결탁한 권력에게는 차가운 이윤의 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대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에게 새로운 정치는 인간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그러한 권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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