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 까만 밤의 생상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40

까만 밤의 생상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먼지가 되어 갖는 여유의 푸른 공기는

풀벌레 가득한 달을 바라본다.

그 해에, 그 달에 찬바람이 일어나

둥실둥실 산은 머리를 휘날리며

꺼져가는 우주를 우쭐하며 바라본다.

탁한 술에 달을 그리고 어둑한 얼굴은

나무 그림자에 바람을 일으키고

그리운 별 섬에 해가 어둑하게 지쳐 내린다.

검은 밤 뒷문 창으로 아버지의 그림자가 앉아 있고

먼 곳을 바라보는 그 곳에 나의 환영이 있다.

 

까만 밤, 마당에 앉아 무수한 별에

별을 바라보는 개가 웃는다.

음매 우는 소 없는 외양간에

쓸쓸한 별의 별 소리가 흩날린다.

 

우스개 같은 여름이 열리고

별의 바람이 있는 별일이 무수하게 열린다.

검은 개와 토실한 토끼가 잠자고

살구가 까만 밤에 둥실 떠오르고

모과도 밤도 감도 호박도 박도 땅콩도

달빛 향기에 취해 투정하는 까만 밤이다

생상스에 흐트러지는 소리가 흔들리고

별빛 누워 초승달을 지키는 산허리가 그립다.

 

2017.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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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풍문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3

풍문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바람에 달이 있어 저 구름인 양 시월도 오고 가는 데

시의 시원한 바람은 잡히지 않은 양을 타고 간다.

흔들리고 떨리는 눈동자에 찬 시가 열리어 가는 데

거울의 아침은 보리밭 알알이 타는 까만 속이 열리고 있다

향기는 시큰하게 찬 밤하늘의 별빛으로 속삭이는 데

바람의 달이 송이송이 빛나고 있다.

 

2017.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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