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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돼지 취급이라도 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피켓2030]
/0 Comments/in 피켓2030 /by 전임 편집주간[피켓2030] 코너를 새로 시작합니다. 20대/30대의 사회에 대한 분노와 고발의 목소리를 담아내려 합니다. 회원분들께서는 주변의 젊은 지인들에게 많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리포트로 작성한 글이든, 페북이나 다른 SNS에서 썼던 글이든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나름의 전망을 제시하는 글이 있다면 언제든 추천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본 코너의 정치적인 의견이나 입장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 웹진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알립니다.
개·돼지 취급이라도 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진섭(자유기고가)
“민중은 개·돼지로 보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주지하듯,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47) 공무원의 발언입니다. 2016년 7월 8일 저녁 한 신문사의 보도로 알려진 이 발언은 민중의 뒤통수를 제대로 내리쳤고 이튿날 내내 비난과 조롱, 풍자를 낳으며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99%의 개·돼지가 주는 세금으로 밥 처먹고 사는 놈이…”, “당장 파면해라”, “고위직 인사들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할 듯”, “기득권의 비밀을 누설하다니 승진은 물 건너갔군”, “교육부 폐지하고 농림축산식품부만 있으면 되겠다. 개·돼지만 있는 나라에 교육부가 웬 말?” 등등 인터넷에는 그야말로 격분한 민중들의 목소리가 빗발쳤습니다. 진부하지만 밤길 조심하라는 진심어린 충고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 출근길에는 각자 죽창이라도 들고 나올 기세입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좀’이 아니라 ‘많이’ 다릅니다.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라도 해주시겠다면 그저 성은이 망극할 따름입니다.
38분마다 1명꼴로 하루에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나라 민중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시어 먹고 살게 해주시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신은 2014년 궁핍한 생활고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한 이른바 ‘송파 세모녀’를 기억하는 가슴이 따뜻한 공무원임에 틀림없습니다. 국가도, 시장도, 이웃 주민도, 아무도 남을 돌보지 않는 이 사회에서 “먹고 살게 해주겠다”며 민중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신은 노인빈곤율 49.8%를 자랑하는 이 나라에서 폐지 줍는 175만 명의 노인들 또한 갸륵하게 여기실 줄 아는 공직자임에 틀림없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하루 종일 1kg에 46원하는 폐지를 주우며 한 달에 고작 10만~20만 원을 손에 쥐는 자들의 고통에 공감하시지 않고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언임을 저희 개·돼지들은 잘 알고 있답니다.
이뿐이겠습니까. 2년 전(2014년) 납득할 만한 이유도 모른 채 바다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영혼들의 억울함도 잘 알고 계시리라 확신합니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 해주신다는 말에서 개·돼지가 당하는 죽음보다 못한 죽음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집니다. 적어도 상위 1%에 계신 고관대작들께서 잡아먹지도 않을 거면서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저희 민중을 해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소신 발언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개·돼지로 봐 주신다면 적어도 저희가 죽임을 당하는 이유는 분명할 테니까요.
이번엔 2015년 여름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메르스(MERS) 바이러스가 곳곳에서 출몰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 해주신다니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자부합니다. 메르스 사태처럼 숨도 마음대로 못 쉬고 억울하게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나아가, 구제역(口蹄疫)이 창궐해도 개·돼지 같은 저희 민중을 도살 처분하지 않으실 테죠. 지금까지는 구제역만 돌면 저희가 인간 취급을 받느라 진짜 개·돼지들이 땅 속에 매몰되었잖아요. 이제 모두 개·돼지가 되었으니 개·돼지 같은 저희들이 아프면 무상으로 치료도 해주시면서 먹고 살게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경상남도 도지사께서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이유도 당신의 발언을 접하니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위한 병원 한 개보다는 개·돼지를 위한 수많은 공공병원을 짓기 위함임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당신이 칭찬받아야 할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고령화에서 벗어나고자 무려 152조 원을 투입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게 다 ‘내 코가 석 자’에서 비롯한 현상이거든요.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해 연애와 결혼과 출산은 꿈도 못 꾸던 차에 단비 같은 소식을 접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이제 개·돼지처럼 먹고 살게 해주시겠다니 그동안 못 낳은 새끼도 많이 낳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벌써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 같습니다. 나향욱 정책기획관님 덕분에 처음으로 희망이란 걸 가져봅니다. 모돈(母豚)이라고 하여 평생 애만 낳다가 죽는 어미돼지처럼 살 수 있다는 꿈이라도 가져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애도 못 낳고 일찍 죽는 불상사가 인간 세상에 얼마나 많았습니까. 앞으론 저희 개·돼지 같은 민중의 출생률이 급격히 높아져 국익(國益)에도 도움이 되겠죠. 그리고 저희 개·돼지는 인간처럼 자연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오래 살아봤자 20년입니다. 그러니 이제 고령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 해주겠다”는 발언은 바로 며칠 전 정부에서 발표한 새로운 국가 브랜드인 ‘Creative Korea’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발상이라고 확신 또 확신합니다.
이젠 젊은이들 보고 중동으로 가라는 말도 안 나오겠죠. 네 발 달린 짐승이 무슨 수로 중동까지 간단 말입니까. 중동가기 싫어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간파하시어 개·돼지로 보고 이 땅에서 먹고 살게 해주신다고 하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해당 발언이 보도되고 회자된 시점이 때마침 우리나라에서 제16차 ‘기본소득’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던 기간이었다는 점입니다(7.7.~7.9. 서강대학교). 기본소득(Basic Income)은 노동 여부, 소득·자산의 액수와 무관하게 무조건 일정 소득을 모두에게 보장해 주는 제도로서, 누구든 기본적으로 먹고 살 걱정은 없어야 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행사 기간에 맞춰 나온 당신의 발언은 기본소득의 정신과 그 궤를 같이 한다는 걸 저는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자동화 및 인공지능 등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급격히 대체되고 있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사도 바울의 옛 말씀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요즘,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 해주면 된다”는 말씀은 ‘노동과 소득의 단절’이라는 시대 정신을 반영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대기 발령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신을, 서울시·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복지 정책에 제동을 걸며 지방 재정에 목줄을 걸고 있는 중앙정부의 ‘기본수탈’의 정신과 정면으로 맞서는 ‘기본소득’의 적극적인 지지자로 임명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저는 결혼수당과 출산수당 지급 등의 공약을 내 건 허경영 후보 못지않게 민생(民生)을 최우선으로 삼는, 아니 견생(犬生)과 돈생(豚生)을 택한 매력적인 당신에게 제 한 표를 드리고 싶습니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하시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오늘은 간만에 네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weet[교육부] 한철연과 함께하는 철학 세미나
/1 Comment/in 한철연소식 /by 총무부 한철연사)한국철학사상연구회(이하 한철연)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진보적 철학자들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모임입니다.
철학을 기반으로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을 위한 철학 세미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기간: 6월 25일~7월 30일 매주 토요일 오후 3시~6시
(7월 12~13일 1박2일 한철연 엠티, 7월 16일은 휴강) - 대상: 학부 3~4학년 및 대학원생 (철학을 토대로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
- 장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태복빌딩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세미나실
- 수강료 : 무료
- 진행 방식 : 일방적 강의가 아닌 세미나 (부분 수강 불가)
- 신청 방법: 메일 (ggongbab@naver.com)로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세요.
- 문 의: 02-332-4301, ggongbab@naver.com* 강좌 수료 이후에는 일정 절차를 통해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각 분과에서 활동 할 수 있음.
(자기소개서 다운로드: 한철연 홈페이지(hanphil.or.kr) → 공지사항 :여기로 http://www.hanphil.or.kr/notice/view.asp?key=532
일시 | 주제 | 주관 | 강사 |
2016. 06. 25 | 지젝의 바디우, 들뢰즈 비판 | 변증법과 해체론 분과 | 김성우(兀人 고전학당 연구소장) |
2016. 07. 02 | 맑스주의 사상사 | 맑스 분과 | 이순웅(서울시립대 외래교수) |
2016. 07. 09 | 페미니즘과 철학, 그리고 우리 | 여성과 철학 분과 | 김은주(이화여대 외래교수) |
2016. 07. 12 ~ 13 | 한철연 엠티 | ||
2016. 07. 23 | 법철학 | 헤겔 분과 | 이정은(연세대 외래교수) |
2016. 07. 30 | 초기서양철학의 수용사 | 한국현대철학 분과 | 유현상(상지대 외래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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