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철학>의 간판작가 김설미향 출간 기념 인터뷰
[그림자 박물관] 전격 출간
글쓴이 : 전임 편집주간 강지은
아래 링크로 연결하시거나 [그림자 박물관]으로 검색하시면 이전에 연재도 작가의 작품도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http://ephilosophy.kr/han/7367/
유난히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던 3월 7일 연남동에서 김설미향 작가를 만났다. 본인이 <ⓔ시대와철학>의 편집주간을 하는 내내 교류를 했던 작가가 웹진에 실었던 원고를 책으로 묶어냈다는 소식은 작가만큼 나에게도 기쁨이었다. [그림자 박물관]은 웹진에 2013년 7월 2일 처음 연재를 시작하여 2014년 9월 28일까지 매달 한 번씩 연재된 그림동화다. 섬세한 그림과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는 행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있다. 어른 혼자 읽어도 좋고 어른이 아이와 함께 대화하며 읽어도 좋을 철학동화다.
또 한 가지 축하할 일이 있다. [그림자 박물관]이 인천 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출판분야에 선정되어 출판지원을 받아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연남동 어느 카페에서 오랜만에 만난 김설미향 작가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동화의 몇 가지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제 친구가 사실 동화작가예요. 그 친구의 작품과 비교해서 그림자박물관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어요. 제 친구의 동화는 전래동화를 해석하면서 친절하게 모든 걸 이야기해주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의 동화는 한 번 읽으면 다 이해가 가는 듯 싶으면서도 다시 읽으면 또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메타포가 가득 든 보물상자 같습니다. 이제 질문을 해볼게요. 나루는 마을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숨겨진 꼬리를 보고 그림자를 팔지 않습니다. 나루는 어떤 눈, 어떤 심성을 가진 아이일까요?”
“책에는 사실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이야기의 개연성 때문에 처음 웹진에 실렸던 부분과 다르게 조금 스토리 조정도 했구요. 하지만 설정에서 나루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할아버지의 나쁜 꼬리를 볼 줄 아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입니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의 영혼을 먹어치우는 욕심장이잖아요. 그렇다면 착한 심성의 나루가 세상을 구하는 구원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이 세상에 한 사람 두 사람의 구원자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 세상의 본보기 정도의 모습으로 작품에서 구현해 본거예요. 현실세계에선 힘들지만 작업 안에선 가능할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질문이기도 한데요, 작가가 원하는 인간상과 나루와 통하는 부분이 있나요? 다시 말해서 나루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으셨으면 좋으시겠어요, 아니면 그저 작품 속의 인물일 뿐인가요?”
“저는 나루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아직은 악한 사람보다는 선한 사람이 움직이는 세계가 더 크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또 작업 안에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표현된 것 같습니다. 또 저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많지 않지만 제 작품을 통해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님 말씀 들으니까 촛불 시민 안에도 나루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깊이 들어가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타인을 위한 것이고 타인을 위한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의 결말이 그다지 비극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의 결말은 권선징악이잖아요. 나쁜 놈은 벌을 받아야 하는데 할아버지는 비록 추한 모습으로 변하지만 행복한 꿈을 꾸며 끝나요. 새로운 도덕성의 창조인가요 아니면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저는 가학적인 결말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미 추한 모습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충분히 벌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또 열린 결말도 생각하고 작업했구요.”
“마지막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림자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장치예요. 그림을 전시하면 멋지잖아요. 할아버지가 자기 이익을 취하고 나쁘게 쓰기 위한 곳이죠.”
“자본주의의 시장같은 곳인가요?
“네, 그렇죠.”
“자본주의의 메타포로 읽어도 참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욕망이 결국 무로 돌아간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닌가 싶은 재미있는 동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만 잘하면 잘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니더라구요. 많은 사람들과 살아가는 세상에서 저만 잘산다고 행복한 건 아니더라구요. 함께 행복한 방향으로 가야 한 사회가 행복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게 개개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게 함께 가야지 행복한 세상이 될 것 같고 책처럼 따듯한 세상이 되려면 모두 조금씩 노력하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아래에 인터뷰 동영상도 함께 올립니다. 커피 가는 소리, 옆에서 대화하는 소리 등 잡음이 좀 있지만
그만큼 현장감도 느껴지실 겁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