섦 – 더(the)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43

더ㅡthe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더 하고 싶고

더 있고 싶고

더 갖고 싶고

더를 한정하지 않는 세계는

더하고 더해도 끝이 없다.

더 할수록 너무 어렵고

더 하고 싶을수록 더 하지 못한 것은

무한정적으로 한정된다.

더하는 사랑과 사람과의 관계는

더 울수록 더 덥고 더 어려운 일이다.

 

무한정 세계에 살아가고

한정된 세계에 머무르며

갈피를 못 잡고

타협하지 못하는 사랑은

외부은하에 피어나

더 할 수 없이 빛으로 흩어져

안드로메다를 찾는 계절을 맞이한다.

거울 속의 거울의 나는

무한히 가슴에 담긴 별을

더하고 나누고 빼는 것처럼

더와 계속과 덜 사이에 차이를 찾아

은하수 숲으로 하루를 위하여 건너간다.

 

2017.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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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 내가 되는 것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42

내가 되는 것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내가 어떤 것을 바라보느냐

지금의 내가 되고

미래의 내가 된다.

지금의 자신에 관하여

시간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 어떤 이유로 세상의 풍경에 머물지 않고

그 어떤 핑계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그 어떤 변명으로 스스로의 삶을 타협하지 않고

내가 세상의 풍경이 되는 한 그루의 나무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의 나는 아마도 곧 내일의 내가 될 것이니까.

내가 바라보는 것이 내가 되는 그 곳이니까.

 

2017.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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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삶에 정형화하는 것은 타인의 정형화에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내가 원하지 않은 것을 해야 할 때와 예상하지 못한 일은 언제나 일어나고 나는 그 정형화 된 삶 속에 끌려 갈 수밖에 없을 때를 만나기도 하니까요. 내 삶을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정형화된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그 삶속에 들어가 보는 것에서 그의 세상을 만나 새로운 세계의 틀을 만듭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고 싶지 않을 일을 해야 할 때, 정형화가 되어 있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무감으로 붓질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아 정형화를 감내합니다. 삶은 모순의 연속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 모순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지금 내가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 문득 생각으로 생각을 들어가 봅니다. 삶의 불안정한 충돌 속에서 삶이 꼭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그 내면에 있을 뿐입니다.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곧 내가 향하는 곳이고 내가 바라보는 곳입니다. 나의 지금은 아마도 곧 내일의 내가 될 것입니다. 그저 아름다움은 아름다움 안에 있습니다.

섦 -열정의 시대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41

열정의 시대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무엇이든 때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계획 없이 흐르고 있는

식지 않은 공기를 보고 있으면

아직 의미 없음에 대해 의미를 찾는다.

 

존재에 대한 절망적인 희망을 놓지 않고

계획 없이도 의미를 찾기 위해 힘을 쓰고

방향을 알 수 없이 흐르는 한 점 한 점 이어지는

길 위에 길을 찾으려고 힘쓰기도 한다.

 

무수한 에너지는 어디로 흘러가고

어디로 모여 함께 하는 것일까

부딪히는 섬광에 노을이 깨지면

아침 햇살이 반짝 떠오르듯

삶의 애틋함도 마련되는 것인가

 

전하의 온도를 느낄 수 없는

공기를 타고 온 바람의 온도가

뜨겁기만 할 것 같지만

나의 가슴에 차갑게 안긴다.

 

뜨거웠던 여름을

바람이 찾는다.

바람이 차다.

곧 가슴에 흰 눈이 내리겠지.

 

작은 방에 흐르는 곧 춥고 어려질

따뜻한 등이 그리워지면

계속해서 청춘의 봄을 맞이했던

그 열정은 찬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그리고 곧 뜨거워질 여름이 오겠지.

항상 가슴 속의 뜨겁지만은 않은 여름이 아쉽고

곧 식어갈 여름이 아쉽다.

 

201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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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 까만 밤의 생상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40

까만 밤의 생상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먼지가 되어 갖는 여유의 푸른 공기는

풀벌레 가득한 달을 바라본다.

그 해에, 그 달에 찬바람이 일어나

둥실둥실 산은 머리를 휘날리며

꺼져가는 우주를 우쭐하며 바라본다.

탁한 술에 달을 그리고 어둑한 얼굴은

나무 그림자에 바람을 일으키고

그리운 별 섬에 해가 어둑하게 지쳐 내린다.

검은 밤 뒷문 창으로 아버지의 그림자가 앉아 있고

먼 곳을 바라보는 그 곳에 나의 환영이 있다.

 

까만 밤, 마당에 앉아 무수한 별에

별을 바라보는 개가 웃는다.

음매 우는 소 없는 외양간에

쓸쓸한 별의 별 소리가 흩날린다.

 

우스개 같은 여름이 열리고

별의 바람이 있는 별일이 무수하게 열린다.

검은 개와 토실한 토끼가 잠자고

살구가 까만 밤에 둥실 떠오르고

모과도 밤도 감도 호박도 박도 땅콩도

달빛 향기에 취해 투정하는 까만 밤이다

생상스에 흐트러지는 소리가 흔들리고

별빛 누워 초승달을 지키는 산허리가 그립다.

 

2017.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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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 변절자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9

변절자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수십만의 우주 속에서

수백만의 변화의 물길을 가르고

수천억만의 물은 변화를 일으킨다.

 

시끄러운 감정의 폭풍은

뭉게뭉게 하얗게 피어나는

유혹의 무지개를 일으킨다.

 

색은 형용할 수 없지만

형용할 수 있는 물질로 채워져

심장을 가르는 통증으로

우리의 뜨거웠던 가슴은

차갑게 표정을 바꾼다.

 

흘러가는 구름은 그렇게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고

기억나지 않을 시간을 준다.

시간은 한없이 춤을 추고

우리의 색깔은 붉은 낙타위에

고개를 목 놓아 울고 있다.

붉은 태양에 흩날리는 모래는

붉은 피를 흡수하고

찬란하게 빛날 푸른 공기에 흩뿌린다.

 

어디로 흘러가는가.

어디로 짙어 가는가.

어디로 무색해지는가.

 

2017.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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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살아가는 동안 1분 1초를 쪼개어 사는 이 시간의 공간 속에 수많은, 수억의 물질의 형태는 변화를 일으키고 물질로 이루어진 인간도 수없는 변화와 수많은 감정을 일으키고 변화합니다. 그래서 순간의 현상을 바라보면서 쉽게도 변화하는 형태의 오묘한 모습이 마음과도 같이 느껴집니다. 물은 수많은 형태로 변화하고 수많은 형질로 표현되고 수없는 색으로 짙어지고 또 흘러가고 또 색이 없는 형태로 돌아갑니다. 그런 무형과도 같은 유형의 물질은 마음을 닮아 있어 알 수 없는 수백만의 공전과 자전을 하는 우주의 행성만큼 있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항상 변하는 변절자이기도 합니다. 변화는 것은 그대로가 아니어도, 변화 그 자체로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 세상이 무엇인지 여전히 물음표로 사색하지만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만큼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인간이 자생하는 자연의 물질로 생명을 얻는 것 자체의 행위는 삶을 얻고 우주를 얻고 신비로운 이 세상의 발자취를 남기는 온전하지 않지만 온전한 행위에 한 걸음 다가가는 변절자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변하는 변화는 아름답습니다.

섦 – 퇴색되어 버린 시간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8

퇴색되어 버린 시간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모든 것은 퇴색되어 버린다.

모든 것은 동시에 희망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새롭게 변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동시에 좌절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그렇게 흐른다.

모든 것은 그렇게 순환한다.

모든 것은 그렇게 잊혀져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는다.

모든 것은 그렇게

감각의 무덤 위로

바람이 흩어지고

흙이 흩날리고

감정의 깊이는 무덤덤해져

그렇게 슬퍼지기도 한다.

감정의 세포는

감정의 혈류를 타고

점점 차가워져

깊이는 사라진다.

 

2017,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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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 4분의 3 청춘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7

4분의 3 청춘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작은 집은

그렇게 문이 열린다.

 

끊어지지 않는 고통은

연민을 끊임없이 찾아

감정과 감정의

선과 선의

사이와 사이에

공간을 가르고

점점 점을 찍고

면을 채우고

색을 칠한다.

 

복잡한 선과 선은

내면을 관통하여

지루하게 수식을 만들고

부유하는 날개를 끊고

뚫리는 절벽에는

바람이 날리기도 한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남기기도 하고

하얀 얼굴을 내미는

작은 빛은 굵게, 진하게, 흐리게

드넓은 언덕과 언덕을 만들고

 

흩날리는 먹구름에

선을 깡충 뛰어넘어

하늘의 그려진

가시밭길 뒤늦은 청춘이

아슬아슬 걸린다.

 

낮으로 가는 밤길을 찾아

밤으로 가는 낮 길을 찾아

 

겨울의 문턱이 없는

작은 집은

그렇게 문이 닫힌다.

 

그렇게 시간의 흔적이

하나하나 새겨지고 있다.

 

2017.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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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 유랑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6

유랑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가느다란 선위에 걸린

마음을 따라

공간과 공간 사이를 유랑한다.

소금 사막에도 있고

산토리니에도 있고

노르웨이 숲에도 있고

흐릿한 구름사이로

파란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랑색도 있고

회색도 있고

내 사랑도 있었다.

잃어버린 토끼도 있고

잊어버린 강아지도 있고

잊어버린 작은 강아지풀도 있고

잃어버린 청개구리도 있고

언제나 있었다.

나의 마음속에는

있는 것이 많다.

 

그렇게 보송보송

작은 기억이 조각조각

아슬아슬 걸려 있다.

 

2016.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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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털이 보송보송한 벌레가 아니지만 벌레 같은 현상을 보며 어렸을 때 추억이 생각납니다. 자연은 모두 내 것이었고 나의 세상이었습니다. 한때는 그랬습니다. 길을 쉼 없이 갈길 가는 털북숭이 벌레를 들여다보며 깔깔 웃고, 군집을 이룬 까만 개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들을 보며 즐거워하며 작고 작은이들의 신기한 우주를 만나 행복을 느꼈습니다. 넓은 들판에 파란 하늘, 흐린 하늘, 바람, 나무, 벼, 수많은 풀벌레들, 작고 귀여운 청개구리들, 산토끼, 강아지, 빨간 고추잠자리, 푸릇한 작은 잎들, 밤, 살구, 모과, 감나무가 있는 그 시간의 조각을 추억하면서 내게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많음을 잊고 살고, 추억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 안에는 많은 것들이 살고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있었음을 문득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은 더 크고 넓게 자랐습니다. 나의 삶은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만 같은 큰 꿈도 생겼습니다. 그곳에는 산토리니도 있고 그곳에는 노르웨이도 있고 그곳에는 큰 호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공간에 현재의 공간에 머물러 있는 그들을 불러 행복한 조각조각들의 향기를 맡고 보고 만져보고 들어보는 유랑을 떠나봅니다.

섦 – 사라와 나비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5

사라와 나비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어디로 가야 산을 잡고

어디로 가야 별을 찾고

푸른 새벽 별빛의 종소리에

수를 놓을까

그리지 않는 음은

별과 달로 뜨는

눈물의 가시 빛이 흐르고

누운 잠은

빛의 속삭임으로

노란 날개 짓을 하고

개는 황금 들을 날아

낡은 아침 해를 뜨고 있다.

비의 빛은 우는 듯 웃는

뜨거운 눈빛에

검은 달 휘어지는

낮 소리에 머물고 있고

검게 칠한 파도에

흰 새벽달을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는

신기루를 발견한다.

 

2017.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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섦 – 빈집 [별과 달과 바람의 노래] -34

빈집

 

김설미향(그림책 작가)

 

썩어가는 흰 눈에 바람에 가려진 나무의 흔들림이 있다

산은 말하고 말은 말이 없고 마른 하늘은 새벽별 그리워

밤이 그리워 가슴에 빛이 나고  세상은 온통 까만 닭이 짖는다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내리는 빗속에 눈이 내린다

 

2017.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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