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ies by 허리우스

7. 착실(着實)

착실(着實)   좋은 아이디어가 항상 성공할까?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맺을까? 고귀한 이상이 언제나 실현되었을까? 꼭 그렇지 않다. 현실이 그렇다. 현실은 복잡하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는 개념이 있다. 착한 기술이다. 적정기술은 기술이 아닌 인간의 진보에 가치를 두는 과학기술을 말한다. 현대는 기술이 발전한 것 같지만 세계에는 아직도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넘친다. 주로 NGO의 활동과 연계되어 […]

수사(修辭)[퍼농유]

6. 수사(修辭)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던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 언어론적 전회를 일군 천재적 철학자였다. 언어론적 전회란 의식이나 언어 자체의 의미를 묻기보다는 오히려 언어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기능으로 작용하는지를 묻는 언어 게임에 관한 문제이다.     그럴 때 언어란 사물의 지칭이나 지칭 대상 너머에 있는 실체의 표상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누가 어떻게 […]

순치[퍼농유]

5. 순치(馴致)   길들임이란 좋은 것이기도 하며 또 사악한 것이기도 하다. 어느 것이나 반면은 있다.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을 때 여우가 말하려는 것은 사랑이었다. 그것은 사이가 좋아진다는 것이고 익숙해진다는 것이며 떨어져 지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길들여지기를 원한다. 날 길들여줘. 날 사랑해줘. 나에게 익숙한 사람이 되어줘. 그것이 편하고 안정된 것이다. 길들임을 좀 […]

미병(未病) [퍼농유]

4. 미병(未病)   아는 선배와 함께 식사를 할 때였다. 그는 음식의 영양 성분과 그 음식을 먹었을 때 일어나는 몸의 효과 등 박식한 지식을 바탕으로 음식을 평가했다.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지. 놀라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펐다.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 아닌가. 음식에 관해 많이 안다는 것은 그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이고, 그것은 관리해야할 병이 있다는 […]

빈축[퍼농유]

3. 빈축(嚬蹙)   흥분하지 말자, 혐오는 온당하다. 어떤 경우 정당하면서도 자연스럽다. <대학>에는 “악을 미워하기를 악취를 미워하듯이 하고 선을 좋아하기를 아름다운 여색을 좋아하듯이 한다.”(如惡惡臭, 如好好色)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신의 감정을 기만하지 않는 진정성(誠)의 문제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비유적으로 하는 말인 듯하지만 결코 비유가 아니다. 누구나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처사에 분노를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불공정을 대하는 […]

그럴 리가?[퍼농유]

2. 그럴 리가? 단적으로 말해보자. 나는 대통령이 될 리가 있을까 없을까? 왜들 그러시는가? 있다.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그럴 리가 논리적으로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을 죽일 리가 있을까 없을까? 또 왜들 그러시는가? 당연히 있다. 당신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 먼저 밝히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문장은 비문이 아니다.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란 말이다. 모두 그럴 리가 […]

방심[퍼농유]

우쑵니다. 너무도 오랫만이라 쑥스러움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낯섭니다. 죄송합니다. 먹고 사느냐 나름 힘겹게 생활했습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방학이라 이렇게 한숨돌리며 세월에 지치고 더위에 지친 몸 건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예능프로그램처럼 시즌 투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즘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모대학 모 전공 모 교수가 우리말로 철학하기라는 걸 시도한 적이 있었죠. 송구스럽지만 […]

냉소 [퍼농유]

우쑵니다. 어제 광화문에 홀로 나가 나에게도 이런 감정이 있었던가를 느끼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싸돌아 다녔습니다. 그곳에서 한철연 식구들을 만나 술한잔 했습니다. 아! 이런 인연이! 빈속에 마구 쐬주를 들이켰던지라 마니 취했습니다. 노래방까지 가는 호기를 부렸지만 체력적 한계를 느껴서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않고 도망가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우철이형 미안해 ㅠㅠ) 고3때에도 밤샘을 하며 공부하지 않았던 체력인지라 급격한 노화로 […]

낚시[퍼농유]

우쑵니다. 서양의 많은 현자들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예수도 그러했고 아테네의 등에를 자처하며 사람들을 일깨우고자 했던 소크라테스가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공자는 처형당하기는커녕 천수를 누렸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을 엘렝코스(elenchos)로 규정했더군요. 논박술입니다. 나중에 플라톤이 변증술이라고 불렀던 원조라고 할 수 있죠. 루이-앙드레 도리옹(Louis-Andr Dorion)이라는 사람이 쓴 소크라테스>라는 책에 따르면 엘렝코스는 질문하고 대답하는 대화를 통해 논증을 전개하는 과정입니다. 답변자가 어떤 주제에 관해 […]

살아있는 죽음 [퍼농유]

우쑵니다. 정치는 쑈라고 하지만 정치는 쇼이어야만 한다는 강고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쇼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겨움을 넘어 역겨울 지경입니다. 애덜의 쇼에는 그래도 천진난만함이라도 있지 이건 뭐 비열함만이 가득합니다. 어찌 헤쳐나가야할지 신의 가호가 아니라 신뢰의 연대와 냉정한 지혜가 있기를 ……. 물리적으로 너무 바쁜 10월입니다. 간단한 글하나 올립니다. 꾸뻑 난 어릴 적 고생을 몰랐다. 아버지 덕택이다. 아버지는 2016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