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조배준 지음,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2023) [EBS 오늘 읽는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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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를 읽고

 

강건영(한철연 회원, 건국대)

 

조배준 선생님의 책은 베버가 전개하는 치밀한 논리를 충실하게 추적하면서도, 독자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독을 피해갈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한 입문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문학 고전들이 으레 그러하듯, 베버의 책 역시 ‘개신교의 종교적 윤리가 자본주의를 형성하는 문화적 배경이 되었다’는 단순한 요약으로만 잘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피상적인 이해는 베버의 주장을 대단히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본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러한 명제는 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기독교 문명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서구 중심적 사고방식인 것처럼 보이거나, 종교적 요인을 자본주의의 필연적 전제로 삼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근대)자본주의’, ‘정신’과 같이 베버가 사용하는 개념의 엄밀한 정의, 논리 전개의 독특성과 방법론상의 특징을 밝히며 이러한 이해가 대단히 피상적임을 드러낸다.

베버에게 자본주의는 재화교환, 가치측정, 이윤추구, 상호계약과 같은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어느 시대나 장소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베버의 연구대상은 17세기 이후 서유럽에서 전개되는 역사적인 ‘근대 자본주의’로 한정된다. 자유로운 재화의 교환이 가능한 시장, 복잡하고 전문적인 회계의 발달,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노동과 작업장 등 ‘(경제적) 합리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근대 자본주의의 정신적 토대의 기원을 개신교 교리의 형성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베버의 진정한 논지인 것이다.

루터교의 ‘직업 소명’ 윤리와 칼뱅주의의 ‘예정설’을 계승한 청교도는 체계화된 노동을 통해 부를 추구하며 근검절약함으로써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고, 그 과정에서 직업적 성취를 신에게 부여받은 소명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종교 의존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던 청교도들이 활약한 무대는 역설적으로 ‘세속의 공동체’일 수밖에 없었다. ‘세속적 금욕주의’와 ‘직업 윤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생활양식인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전통적 경제관계와 경제윤리를 밀어내고 근대 자본주의 정신을 형성하는 초기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점에서 베버의 분석은 서유럽의 근대 자본주의의 초기적 형성이 갖는 특수한 성격을 종교적 윤리가 경제의 심급과 맺는 독특한 관계성 속에서 해석하고자 한 정교한 이론적 논의였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근대 자본주의의 성립과정에서는 필수적이었던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오늘날 거의 망각되었다. 베버 역시 자신이 살았던 20세기 초의 자본주의 정신이 이미 과거의 그것으로부터 대단히 멀어졌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지점에서 저자는 베버가 제시하는 문제를 현재화하며, 베버의 논의를 통해 독자들이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한 색다른 이해, 현재에 대한 진단,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베버의 논의는 근대자본주의적 에토스의 형성이 어떻게 전통적 경제관계와 경제윤리를 극복하고 사회 전체를 합리화, 체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는지에 대한 분석이지만, ‘경제적 에토스’분석의 방법론은 오늘날에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경제적 토대의 문제가 주체와 행위자의 문제에 맞닿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베버의 시대와 대단히 다른 원리로 경제적 행위자들의 에토스가 작동한다면, 그것에 대한 분석이 결국 ‘어떤 형태의 자본주의를 추구해야 하는가’ 내지는 ‘자본주의가 아닌 어떤 대안적 사회를 추구해야 하는가’와 같은 층위의 문제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평자 강건영: 건국대학교 철학과 대학원 재학, 사회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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