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에서 시민으로 향하는 여정 – 동학농민혁명과 동학사상” – [2018 네트워크 시민대학1기 ‘동서양을 아우르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 ⑥
2018 네트워크 시민대학1기 ‘동서양을 아우르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 ⑥
2018. 8. 27. 서교동 한철연 강의실
제6강. 백성에서 시민으로 향하는 여정 – 동학농민혁명과 동학사상
강연 : 구태환(상지대 초빙교수)
후기 : 정선우(한철연 회원)
* 동학혁명을 전후한 시기에 조선의 백성은 어떻게 자립적 시민으로서의 자기 요구를 정치화하였는지 살펴본다.
조선 말기는 신분제적 봉건 질서의 부조리와 모순이 극심하고, 외세의 침략이 노골적으로 본격화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백성들(민중들)은 이중으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으로는 탐관오리의 득세와 삼정(三政)의 문란 등으로 인한 터무니없이 과중한 세금 탈취를 당하였고, 밖으로는 일본과 서구 등의 외세가 조선의 이권(利權)과 지배권을 노리며 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동학사상과 동학혁명은 바로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등장한 것입니다. 특히 동학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된 동학사상은 시대적 문제에 대한 민중의 대응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당시 현실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개혁하기 위해 ‘다시 개벽(開闢)’을 외쳤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귀하고 평등하다는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확립하였습니다. 당시, 오랫동안 조선을 지배했던 성리학적 이념은 지배 질서를 유지하고 정당화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불과하게 되었고, 불교나 도교 또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崔濟愚, 1824~1864)는 새로운 세상, 즉 다시 개벽을 위한 새로운 도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그렇게 오랜 수행과 수양 끝에 얻어낸 도가 바로 ‘시천주’입니다. ‘시천주’는 ‘한울님을 내 몸에 모심’을 뜻합니다. 한울님은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기(氣) 가운데 가장 지극한 기로,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됩니다. 그러한 한울님은 우리 모두가 모시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사람은 신분, 빈부, 성별, 연령과 무관하게 모두 동등하게 귀한 존재입니다. 각종 차별과 폭력은 시천주를 깨닫지 못한 채 저지르는 악행이라는 주장으로 귀결됩니다. 여성, 어린이, 노인, 빈민, 천민 등은 모두 한울님을 모시고 있는 존재로, 한울님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동학사상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평등의식과 존중의식을 잘 보여줍니다. 결국 동학사상에 따르면, 모든 사람 섬기기를 한울님 섬기듯이 해야 하며, 나아가 우주 만물이 곧 시천주라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만민평등, 나아가 만물평등 사상으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동학사상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여 있던 당시 현실에서 민중들이 가지고 있던 간절한 열망과 치열한 문제의식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던 지배층의 안일한 태도와 다르게,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면서도 그것이 혹시나 외세 침략에 빌미를 제공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동학혁명은 일본군이 조선에 주둔하는 핑계로 쓰였고, 청일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씁쓸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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