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인가 살인공화국인가[썩은 뿌리 자르기]
대한민국은 살인공화국이다
‘자살(自殺)’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이다.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도덕적 원칙에 비추어보면 자살은 비록 타인에게 해를 가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명을 단절시켰다는 점에서 존엄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도덕한 행위가 된다. 심지어 서양의 근대에서는 위법한 행위로 규정되어 자살한 자의 시체에 대해 처벌을 가하거나 그 사람의 재산이 몰수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삶이 죽음보다 소중하다는 것은 매우 자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이 계기가 되어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하는 존엄사 논쟁이 벌어졌다. 존엄사란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무의미한 연명조치에 해당하는 의료행위(생명연장을 위한 기계장치)를 중단해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면서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하는 조치를 뜻한다. 이러한 존엄사라는 명칭이 부담스러운 의학계에서는 ‘연명치료중지’라는 말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아직 연명 가능한 환자를 더 이상 치료하지 않음으로써 일찍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자살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여기서 의료행위 중단은 당사자의 자발적 선택에 따른 후속 조치이기 때문이다.
존엄사를 찬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계적으로 양적인 측면에서 삶을 연장한다면 그 질적인 의미와 가치가 무시되어 인격 자체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보다 못한 삶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존엄사와 다른 자살의 유형이 한국에서 번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1만2270명이 자살을 하였으므로 하루에 약 34명이 자살을 하는 셈이고 약 40분에 한 사람씩이 우리 곁에서 자살로 사라지고 있으며, 20대의 자살률이 심지어 12.8%이다.
2008년 10월 2일 유명한 국민여배우인 최진실은 악성루머와 우울증 때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동생 최진영도 1년 3개월 후에 자살했다. 계속해서 여러 연예인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더 큰 사건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거목이 운명이라고 유언을 남기고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는가? 본인 탓으로는 사업실패나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거나 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자살하거나, 유명인이 자살하는 것을 모방해서 자살하거나,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후환이 갈 것을 두려워하여 자살하거나, 모두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살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세계 1등을 너무 좋아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자살률 1등을 한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하는가? 일차적으로 우리 권력지식층의 의식과 행동 그리고 그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커다란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 아니라 자살을 유도한 살인공화국인 셈이다.
우리는 자살을 찬미하는 민족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생명을 중시한 민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이 쉽게 일어나는 까닭은 그 삶이 죽음보다 못하거나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살자를 자살로 몰아가는 사회적 요인과 이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구조화한 세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자살은 개인 심리학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사회 심리학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자살의 심리적 충동을 야기한 사회적 요인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자살은 자살로 몰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는 논의의 앞서 서양과 동양의 죽음관의 특징부터 살펴보자.
서양의 죽음관과 이원론
서양은 전통적으로 “육신을 경멸하고 영혼의 찬란한 해방을 광신”(김지하 시인)하는 플라톤 철학과 기독교라는 종교가 삶보다 죽음을 더 가치 있게 여긴 문명이다. 플라톤의 대화편 중의 하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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